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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제품 슬랙 (Slack)

얼마전, 슬랙의 3조원짜리 비밀 소스 Slack’s $2.8 Billion Dollar Secret Sauce라는 글을 재미있게 읽고, 요즘 슬랙 없이 하루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트윗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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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ck

슬랙의 UI가 어떤 점에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어 있는지는 슬랙 디자인을 주도했던 Metalab의 대표인 앤드류 윌킨슨(Andrew Wilkinson)이 쓴 위 글에 잘 설명이 되어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슬랙을 좋아하는 이유를 언급했지만,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설명했던 왓츠앱(Whatsapp), 심플(Simple) 등과 함께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의 범주에 들어가는 제품이기에 블로그에 간략히 기록을 해두고 싶다.

슬랙은 기업용 메신저이다. 그런데 그냥 기업용 메신저가 아니라, 왓츠앱, 텔레그램, 라인, 카카오톡보다도 더 잘 만든 메신저이다. 데스트탑과 모바일 환경을 모두 부드럽게 지원하며 둘 사이에서 스위치할 때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아래에 설명하겠지만, 푸시 알림 처리가 부드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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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chat

슬랙을 사용하기 전에 Hipchat을 먼저 써봤다. JIRA, Confluence로 유명한 Atlassian에서 만든 제품이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 써보고 나서는 실망했다. 설정이 복잡했고 (그만큼 기능이 세분화되어있기는 함) 속도도 느렸으며, 무엇보다 UI가 후졌다. 모바일 앱도 별로였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성가시게 한 건 메시지를 타이핑하고 엔터를 친 후에 내가 쓴 메시지가 대화창에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버로 전송되었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0.3초 정도의 딜레이가 있다. 서버에서 동기화(synchronization) 처리를 함으로써 여러 사람이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을 때 순서를 정확히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느낌이 아주 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질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실험적으로 한 번 써본 것이었으므로 요즘 가장 핫하다는 Slack을 써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만족. 그냥 만족이 아니라 대만족이었고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Hipchat에서 나를 성가시게 했던 문제를 Slack은 아주 아름답게 해결했다. 메시지를 타이핑하고 엔터를 누르면 일단 내 대화창에 회색으로 조금 희미하게 나타난다. 서버와의 동기화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내가 쓴 메시지가 검은 색으로 변한다. 이 UI가 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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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래 전에 했던 대화라도 바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파일 공유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원하면 이 안에서 간단하게 문서를 만들어 보낼 수 있고, URL을 공유할 경우에는 페이스북에서처럼 웹사이트의 간략한 설명과 스크린샷이 뜬다. Slack을 쓰는 것은 즐거움이다.

링크 공유

Sharing URL on Slack

알림(Notification) 기능도 부드럽게 처리했다. 보통 메신저의 경우, 데스크탑에서 쓰다가 모바일로 옮기면 이미 읽었던 글들인데 모바일폰 알림 창에 떠있기도 하고, 메시지가 왔을 때 양쪽이 동시에 울려 성가시기도 하다. 어떤 때는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그리고 푸시 알림이 같이 와서 짜증이 날 지경을 만들기도 한다. Slack에서는, 모바일 푸시 알림이 활성화되는 순간 이메일 알림은 자동으로 꺼지고, 아래 설정 화면에서 보듯 데스크탑 앱을 사용하지 않은 후 몇 분이 지나서야 모바일 알림이 시작되도록 할 수 있다.

Notification Delay

Notification Delay

또 하나 감동적인 것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Integration). 100여개의 앱들과 연동을 시킬 수 있는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온라인 화상 회의 앱인 appear.in이 있어서 좋았다. 대화 중에 그냥 /appear라고만 치면 아래와 같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화상 회의 방이 생성된다. Hipchat은 자체 제작한 화상 회의 기능을 유료 패키지에 포함시켰는데, 그보다 내가 좋아하는 무료 앱인 appear.in을 쓰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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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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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wart Butterfield

이미 Slack을 쓰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이 툴의 다른 장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고, Slack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붙인다. Slack은 Tiny Speck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만들었다. 게임을 만드는 팀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해 만든 내부 툴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Tiny Speck을 설립한 사람이 플리커(Flickr)를 만들어 야후에 2005년에 매각했던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라는 사실이다. Slack이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의 회사들에게 먼저 큰 인기를 끈 후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크게 성공하자 이 회사는 아예 게임 만들기를 중단하고 Slack을 만드는 회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미국은 워낙 이메일 문화가 발달해 있고, 기업용 메신저는 15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마이크로소프트 메신저를 비롯해 이미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세상에 많이 나와 있었고, 최근에는 페이스북까지 가세했지만, Slack은 경험 많은 스튜어트(1973년생)의 제품 철학과 앤드류의 디자인 철학이 합쳐서 만들어낸 걸작품이었다. 이런 걸작품을 사람들이 몰라볼 리가 없다. 이게 나오기 전에는 ‘무슨 또 새로운 메신저가 필요해?’했던 사람들은, 한 번 써보고 나서 ‘왜 진작 이런 제품이 없었을까?’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시장에서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는 회사들도 참 멋이 있다.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하여

얼마전에 두 살된 딸과 함께 Barnes and Noble 서점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제목은 Steal Like an Artist (예술가처럼 훔쳐라).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10가지 원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 이 추천을 했다기에 집어들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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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인용해본다. 책은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보는 방법”이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훔친다”. 그리고 그 시각으로 보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훔칠만한 것’ 아니면 ‘훔칠 가치가 없는 것’ 두 가지중 하나에 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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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가정은 이 세상에 진정한 ‘오리지널’은 없다는 것. 성경에 나와 있듯이,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전도서 1:9). 진정한 아티스트는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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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지는데, 앙드레 지드(Andre Gide)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좋다. “해야할 말은 이미 누군가가 다 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으므로, 모든 말을 다시 해야 한다. Everything that needs to be said has already been said. But, since no one was listening, everything must be said again.” 이렇게 생각하면, 뭔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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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Here)을 정하고 그대로 따라해봐라. 인간이 가진 약점 중 하나는 완벽하게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터치를 입혀라 (Add something to the world that only you can a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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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는 크게 공감했고, 책을 읽은 후에 실천하고 있는 내용인데,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또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컴퓨터 화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요즘엔 우리가 창조하는 많은 것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위에서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포토샵, Xcode)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컴퓨터가 강력하기는 하지만,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느낌은 ‘창조’하는 느낌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 모니터 위에 등장하는 선과 글자들은 모두 완벽해보여서, 그리고 뭔가를 쓰거나 그렸다가 지우기가 너무나 쉬워서 그 위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처음부터 완벽해보이도록 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는 것 (공감한다). 저자는 그래서 방에 두 개의 책상을 유지한다. 책상 하나에는 종이와 펜 등 손으로 이용하는 것들만 있고, 다른 책상에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다. 모든 창의적인 작업은 첫 번째 책상에서 하고 그것을 완성하는 일을 두 번째 책상에서 한다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내가 쓴 블로그 글의 대부분은 컴퓨터 없이 머리 속에서 한동안 생각하고 누군가와 그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컴퓨터 앞에서는 그 생각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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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마존 또는 iTunes에서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을 배우거나(학교 공부), 이미 존재하는 자연 현상을 발견하거나(연구), 기존 자료를 정리하거나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는 것에 뭔가를 더하는 것(관리)은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창의성’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주는가를 생각하면, 창조가 빠진 인생은 그만큼 인생이 주는 즐거움의 큰 한가지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감동받고 다른 사람이 발견한 위대한 법칙들을 배우는 것은 물론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창조가 빠진 배움은 언젠가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미술 작품을 만들거나 음악을 작곡해야만 ‘창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도 창조적인 과정이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훌륭한 알고리즘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음식을 만드는 것 모두가 창의적인 과정이다. 인류 역사 초기부터 사람들은 뭔가를 계속 만들어왔고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동을 받고 있음을 생각하면 창조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된다.

어제는 필즈 커피(Philz Coffee)에서 일하고 있는데 노트북 배터리가 다 닳아서 랩탑을 잠시 덮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매장 안을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연필을 들고 종이에 글자 N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흥미로워서 말을 걸었다. “무얼 그리나요? 학생인가요? 아니면 일하고 있는 건가요?”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손으로 그림을 그려요.”

오늘날 세상을 바꾼 제품 중의 하나가 된 트위터가 아래의 손그림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종이에 그린 트위터 프로토타입

잭 도시(Jack Dorsey)가 2000년에 종이에 그린 트위터 프로토타입

요즘 나는 손으로 하는 일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놀랍도록 기분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다.

위자드 웍스, 그리고 표철민 대표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가 오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1막을 마치며“라는 감동적인 글을 블로그에 올려둔 채. 그리고 그 직전에, “위자드웍스 주주님께 인사올립니다”라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IGAWorks의 위자드웍스 지분 54% 인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가 어떻게 운영될 지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그리고 그 사이에 잠깐 통화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25분이었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이메일 보내고 회사 일하느라 잠을 못 자다가 아침까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중이라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눈을 붙이는 대신, 그는 글을 썼다. 자신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 그리고 테마키보드 앱을 통해 어떻게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떻게 IGAWorks 에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고 개인 빚을 청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해 설명했고, 후배 창업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2012년 1월부터 꾸준히 써 온 그의 블로그는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처럼 남의 이야기나 주워 듣고 쓰는 글이 아닌, 철저히 자신의 고민과 고뇌, 그리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들을 쓰며 자신의 배움을 아낌없이 전달했고, 그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을 주었다.

그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2010년 5월의 일이다. 이미 ‘비즈니스위크 아시아 대표 젊은 기업가 25인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각종 언론을 통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꾸는’ 25세의 청년 CEO로 한국에 화려하게 알려진 후였다. 김현유 선배(@mickeyk)를 통해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당시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아래는 그에게 처음 받은 이메일.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찾아뵙고 인사 올리게 된 위자드웍스의 표철민입니다.

우선 이렇게 좋은 자리 마련해 주신 성문 선배님께 감사드리고요,
평소에 뵙고 싶던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있어서 벌써부터 너무나 설레네요. ^^

저희 일행은 저를 포함해 열심히 견문(?)을 넓히고자 동행하고 있는 저희 회사
이사 두 분이 함께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선배님들의 탁월한 경험과 식견을
많이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선배님들 금요일에 뵙고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2010년 5월 8일, 샌프란시스코의 Sens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겸손한 말투와 깍듯한 예의로 사람들을 대했고, 그 날 사람들이 많아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인상을 가진 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 후 한국을 방문할 때면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듬해 2월에는 책을 한 권 받았다. 그의 사진이 표지에 크게 실린 책의 제목은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추석 연휴를 어떻게 하면 가장 보람있게 쓸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 기간동안 집중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책을 단숨에 읽었고 큰 감동을 얻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만났을 때.

2010년 11월, 서울에서.

아래는 책을 읽고 나서 그에게 보낸 이메일.

책을 단숨에 읽었어. 너무 흥미진진한데다가 공감이 많이 되서. 학생들에게 공부가 아닌 다른 것 시도해보라고 말하는 내용이 과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단순히 그런 이야기가 아니네. 진지한 이야기이고, 또 왜 관심분야를 다양하게 가지는게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네.

글 참 잘 쓰더라.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손익 계산하는거 하며, 이대에 중국인들 보면서 바로 사업 구상을 하는 거하며, 대학교 때 다방면에 관심 많았던 것과, 뒤에서 뭔가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등, 나랑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어.

중학교 때 도메인을 대행 등록해주는 일을 하겠다고 구상했던 것도 대단하구. 세금계산서 떼어주려다보니 사업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딜리버링 해피니스’의 저자 토니를 생각나게 하는걸?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CEO들이 제프 베조스, 토니 셰이, 리드 헤이스팅스 등이야. 왜 그런지 알아? 네가 책에서 이야기한대로, ‘자신으로 하여금 세상이 어제보다 좋아지도록 만드는 데’ 인생을 건 사람들이거든. 실제로 그들 덕분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었고. 소위 ‘사회적 기여’를 한 거지.

한국에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회사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 정말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 말이야. 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회사가 그런 회사의 표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한국과 미국에서 만나며 연을 이어가다가 위자드웍스가 솜노트를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2012년 말,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위자드 웍스의 투자 유치에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위자드 웍스의 주주가 되었다. 회사나 제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냥, 표철민 대표를 믿고 작은 액수나마 투자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그 후 사업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한국에서 유틸리티 앱을 만들어 돈을 번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사용자 수도 많고 사용량도 높은데, 돈이 들어오질 않았다. 솜노트와 솜투두에 올인했는데 거기서 돈이 안들어오니 힘든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주주간담회 때마다 솜노트와 솜투두의 지표를 자세히 봤는데, 공짜로 쓰기만 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면 도망쳐버리는 유저들이 얄미웠다. 아래는 그의 블로그 내용 중 일부.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가장 어려웠고 나중엔 제 능력 부족을 깨달았고 최근엔 돈이 없으면 사람이 많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돈을 제대로 못주거나 잘 못마련해오는 대표는 사업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 그들의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근 2년간 그랬습니다. 좋은 서비스 만들겠다는 naive한 생각으로 생활의 기본이 되는 돈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제가 고생하는건 괜찮았는데 직원들을 좀 힘들게 했습니다.

작년 초부터 제가 겪어본적 없는 정도의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서비스하겠다고 외주 안하고 잘하는 일 안하고 하고싶은 일 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돈 꿔오고 다행히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앱이 팔려 또 연명하고 하면서 버텼습니다. 작년 가을쯤에는 드디어 제가 등록된 채무자가 되었습니다. 신용불량자로 가기 직전의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카드 한도가 80만원 정도로 줄었고 회사나 개인 계좌 모두 잔고 제로에 카드는 다 연체였습니다.

그 고뇌를 조금씩 엿보기는 했지만,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었는지 내가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러던 2014년 가을, ‘테마키보드’를 인수하기로 했고, 그것으로 다시 한 번 일격을 해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키보드에 광고를 붙인다는 아이디어에 나는 사실 회의적이었다. 사용자 경험을 최고로 높이고 사용자들이 고마운 마음에 기꺼이 돈을 내도록 하는 제품을 선호했던 나로서는, 사용자 경험을 해치며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유틸리티 앱 시장은, 광고가 아니면 돈을 벌기가 어려운 시장으로 굳혀져 있었다.

그는 이 새로운 사업에 온 힘을 집중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테마키보드가 출시되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테마키보드 출시 후,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고 했다. 그만큼 광고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감은 높았다. 어떻게 하면 반감을 줄이고, 사용자 경험을 너무 해치지 않으면서도 광고 수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정말로 쉽지 않은 문제였다. 다만 어느 한 쪽으로도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테마키보드는 안정을 찾았고, 솜노트는 유료화에 성공했고, 회사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를 대신해서 회사를 맡아 줄 신임 대표도 선임했다. 그는 이제야 미뤘던 군에 입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순간, 논산훈련소에서의 첫 저녁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훈련소에서 보내는 앞으로의 한 달은 그가 10여년만에 처음 누리는 완전한 휴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종 결정자로서의 외로움과 부담감을 잠시 잊고, 창의성과 에너지가 온전히 충전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