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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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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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내의 생일에 팔로 알토(Palo Alto)의 플레밍스(Fleming’s Prime Steakhouse & Wine Bar)라는 스테이크하우스에 갔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고 값비싼 안심 스테이크와 등심 스테이크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먹다 보니 내 스테이크에서 뭔가 딱딱한 것이 나왔다. 웨이터를 불러 불평을 한 후, 나머지 고기엔 이상이 없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먹었다. 먹다 보니 이번엔 아내가 시킨 스테이크에 문제가 있었다. 미디엄(medium)으로 익혀달라고 했는데, 고기가 너무 많이 익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절반이나 먹었지만, 웨이터는 두말 않고 바로 새로운 스테이크를 가져다 주었다.

플레밍스 레스토랑 (출처: http://www.scottsdalemomsblog.com)

식사를 마칠 무렵, 담당 웨이터가 우리에게 와서 계산서를 주면서 말했다.

스테이크 가격은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다시 오길 바래요. (We didn’t charge you for the price of the steak. We want you to come back. Okay?)

열어보니 과연 스테이크 가격이 청구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세 개가 주문되었으니 무려 200달러에 달하는 액수였는데 계산서에서 제외된 것이다.

비록 안좋은 경험을 한 번 하긴 했지만, 내가 다음에 거기에 다시 가서 식사를 하게 될까? 물론이다. 어쩌면 다음에는 친구들을 데려갈 지도 모르겠다.

손해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 레스토랑은 왜 나에게 그렇게 했을까?

바로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는 MBA 마케팅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 중 하나이다. 다시 설명하면, “어떤 소비자가 그 일생 동안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를 돈으로 계산한 것이다. 개념은 다음과 같다.


고객 생애 가치(CLV) = (첫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신규 고객 유치에 들어간 비용)
+ (둘째 해에 고객이 남아 있을 확률) * ((둘째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고객 유지에 들어간 비용))
+ (셋째 해에 고객이 남아 있을 확률) * ((셋째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고객 유지에 들어간 비용))
+ …


보다 정확히 하려면 둘째, 셋째 해의 계산에서 나온 숫자에는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 내년의 10달러가 올해의 10달러와 같은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강남역에 데판야끼 레스토랑, “텟펜”이 새로 생겼다. 홍보 차원에서 길거리에서 나에게 5천원 할인 쿠폰을 주었다고 해 보자. 쿠폰을 받아 지갑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광고가 보였다. “아 참, 저기 한 번 가봐야지..” 하다가 또 잊어버렸다. 데이트가 있어 강남역 주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가 좋을 지 몰라 구글에서 “강남역 주변 데판야끼”라고 쳤더니 바로 그 레스토랑 이름이 떴다. 클릭해서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괜찮아 보인다. 안그래도 전부터 궁금했는데, 거기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한다. 결국, 나를 그 식당에 데려오기 위해 레스토랑은 지금까지 쿠폰값, 버스 광고비, 서치엔진 광고비 등으로 나에게 총 3만원을 썼다고 가정하자. 이 3만원을 고객 획득 비용(Acquisition Cost)라고 한다.

도착해서 식사를 했더니 5만원이 나왔다. 마진(margin)이 30%라고 하면 식당은 나의 방문으로 인해 1만 5천원을 벌었다. 음식도 괜챃고 서비스와 분위기도 좋아 그 식당을 몇 번 더 방문했고, 1년 동안 약 30만원을 썼다고 하자. 식당은 일년간 총 9만원(30만원 * 30%)을 벌었지만, 나를 식당에 데려오기 위해 3만원을 이미 썼으니까, 첫 해에 실제 번 돈은 6만원이다.

그 다음 해 생일날, 식당에서 1만원짜리 쿠폰을 하나 보내주었다. 이번에는 친구들을 잔뜩 데려갔고, 나를 알아본 사장님이 한 번은 2만원짜리 안주를 공짜로 주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일년간 총 50만원을 썼다고 하면, 식당은 나에게서 총 12만원 (50만원*30% – 1만원 – 2만원)을 벌었다.

셋째 해에는 20만원을 쓴 후 좀 시들해져 더 이상 그 레스토랑에 가지 않았다. 1만원짜리 쿠폰을 한 번 사용하고 그쳤다. 그 주변에 그보다 값싸고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식당은 이 해애 나로부터 총 5만원 (20만원*30% – 1만원)을 벌었다.

이 값을 모두 합한 것이 고객 조성문의 ‘생애 가치(Lifetime Value)‘이다. 6만원 + 12만원 + 5만원 = 23만원. 할인율을 10%로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생애 가치는 보다 정확하게는 6만원 + 12만원 / (1 + 0.1) + 5만원 / (1 + 0.1)(1 + 0.1) = 21만원이다. 만약 대부분의 고객이 평균적으로 나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지금 이 순간 고객 한 명을 유치했을 때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그 고객이 떠나기 전까지 21만원의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객을 획득하기 위해 조금 더 돈을 써도 될까? 물론이다.

만약 내가 셋째 해, 넷째 해에도 계속 식당을 방문하고, 또 친구들에게 식당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면 내가 식당에 기여하는 가치는 이것보다 훨씬 커진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해보기 위해 매년 고객이 똑같은 만큼의 돈을 쓴다고 가정하고, 고객 유지 비율(retention rate)이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무한 급수 계산법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공식을 얻을 수 있다.

고객 생애 가치 (Customer Lifetime Value) 간략 계산 공식

  • M: 고객 1인당 평균 매출. 보통 1년 단위로 계산한다.
  • c: 고객 1인당 평균 비용. 보통 1년 단위로 계산한다.
  • r: 고객 유지 비율 (retention rate), 즉 어떤 고객이 그 다음 해에도 여전히 고객으로 남아 있을 확률
  • i: 이자율 또는 할인율
  • AC: 고객 획득 비용 (Acquisition Cost). 고객이 첫 방문 또는 첫 구매를 하도록 하는데 드는 비용

예를 들어, M = $10, c = $3, r =70%, i=10%, AC=$5를 가정하면, CLV는 $13이다.

아래에, 각 파라미터가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숫자를 변화시키면서 두 가지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고객 유지 비율 변화에 따른 CLV

고객 1인당 수익 변화에 따른 CLV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insight)는 바로 다음과 같은 개념이다.

-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 유치에 드는 비용(Acquisition Cost)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Retention Cost)보다 크다.
- 신규 고객 획득 비용(AC)을 낮추면 CLV에 즉시 영향을 미친다. 위 계산에서 CLV가 $13이었는데, AC를 $5에서 $3으로 낮추면 CLV가 즉시 $15로 올라간다.
- 고객 유지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위 공식에서 고객 유지 비율(r)이 70%에서 80%로 높아지면 CLV는 무려 $5나 상승해서 $18로 올라가고, r이 60%로 낮아지면 CLV는 $13에서 $9로 크게 떨어진다.
- 비용을 그대로 둔 채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을 올리거나,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을 그대로 둔 채 고객 1인당 평균 비용을 낮추는 것도 CLV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CLV의 관점에서 고객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 당장 어떻게 해서든 매출을 높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 비용(Acquisition Cost)을 줄이고, 고객 1인당 수익 기여액을 높이고 (M – c), 고객 유지 비율(Retention Rate)을 높일까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특히 CLV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객 유지 비율’을 간과한다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안드로이드용 피트니스 앱, ‘카디오 트레이너’를 만든 워크스마트랩은 이런 관점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가 자신의 “Startup Metrics for Pirates (해적들을 위한 스타트업 메트릭)” 강연에서 소개한 AARRR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이라는 메트릭(metric)이다. 아이디어가 AARRR 각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가 극대되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방식이다. 그들의 의사 결정 방식을 설명한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We take our existing AARRR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 numbers, and we vote by estimating the impact of each feature on each of the AARRR metrics. (우리는 AARRR 이라는 기준을 이용해서, 어떤 아이디어가 그 각각의 요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각자 점수를 매긴 후 이를 합산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각 아이디어마다 Acquisition(고객 유치), Activation(유료 고객 전환), Retention(고객 유지), Referral(고객의 추천), Revenu(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수를 매긴다. 각 A, A, R, R, R은 각기 다른 비중을 가지고 있다.

워크스마트랩의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 (AARRR) 프레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툴 (출처: http://worksmartlabs.com)

아마존 역시 CLV에 집중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킨들파이어가 너무 가격이 낮아 손해를 볼 것 같다고 하자 아마존의 CFO 톰 (Tom Szkutak)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출처: CNET)

When you think about the economics of the Kindle business, we think about it in totality. We think of the lifetime value of those devices. So we’re not just thinking about the economics of the device and the accessories; we’re thinking about the content. We are selling quite a bit of special offers devices, which includes ads, so we’re thinking about the advertisement and those special offers and those lifetime values.

킨들 사업의 경제학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봅니다. 우리는 그 기기의 ‘생애 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합니다. 기기 또는 악세사리 자체의 순익을 생각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트(content)에 주목합니다.

한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를 제대로 적용한 예이다. 1년에 79달러를 내고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이틀 배송이 공짜이다. 미국의 경우 소포 하나당 배송료가 평균 5달러 정도 되는데, 나처럼 아마존에서 일년에 약 100개를 사는 경우엔 무려 500 달러의 비용이니 멤버십이 너무 싸서 아마존이 적자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나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기 전에는 타겟, 월마트 등등에 가서 쇼핑을 했다. 하지만 가입하고 나서는 되도록이면 아마존에서 구입한다. 편하고, 싸면서, 배송이 공짜인데 왜 마다하겠는가? 내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아마존은 수수료로 돈을 번다. 따라서 ‘고객 생애 가치’를 고려하면 아마존은 이익을 본다는 계산을 이미 했던 것이다. (이전 블록, “아마존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참고)

‘어떻게 하면 다음달, 또는 올해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릴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할까’로의 사고 전환. 이것이 당신이 오늘 내리게 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고

Written by Sungmoon

November 21, 2011 at 5: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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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카(Zipcar), 10년에 걸쳐 만들어낸 1조원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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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car 로고

2011년 4월 14일. Zipcar라는 회사가 나스닥(NASDAQ:ZIP)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2010년에 $186MM(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마이너스였던 이 회사의 가치가, 상장 첫 날 주가가 66%나 상승하며 순식간에 $1.2B (약 1.3조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WSJ 기사). 왜 투자자들은 10년 동안이나 운영했지만 최근 3년간 적자를 보았던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워싱턴 네 개 도시에서 전체 매출의 60%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세전 이익이 20%가 넘는다. 주:WSJ) 회사에 1조원이 넘는 가치를 매긴 것일까? 이 주가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 회사가 가진 비전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아마존이 창업 초기 내내 큰 적자를 냈지만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던 것처럼.

Zipcar란, 카 쉐어링(car-sharing) 서비스다. 얼핏 보면 렌터카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당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종류에 따라 시간당 약 6달러에서 13달러 사이면 자기가 원하는 차를 골라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 차를 소유하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 또는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차비가 너무 비싸 (이들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따로 돈 주고 빌리는 경우가 많다.)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인기가 많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Zipcar

2007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Zipcar 회원이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Zipcar는 아니고 Zipcar가 나중에 인수한 Flexcar라는 회사였다 (Zipcar와 비즈니스모델이나 서비스가 동일하다.). 상당히 편리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1) 인터넷이나 전화로 손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2)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기름값이 시간당 요금에 포함된다), 3) 시간당으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보다 저렴하고, 4) 보험을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5) 차 위치가 집에서 매우 가깝고 (보통 아파트 입구, 또는 기숙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다. 보스턴에 사는 내 친구는 Zipcar가 바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자동차를 보유하는 대신 오랫동안 Zipcar를 이용했다.) 5) 다양한 차들을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세단을 빌리고 IKEA에서 가구를 사야 할 때는 밴을 빌리고, 중고 가구를 사서 옮길 때는 Truck을 빌렸다). 결국 LA에서는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결국 차를 샀지만, 내가 대학생이거나, 대도시에 산다면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Zipcar는 다음과 같이 이용한다.

1.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지도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자동차를 확인한 후 사용 예약을 한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2. 차로 걸어가서 멤버십 카드를 자동차 유리창에 있는 센서에 가져다 댄다. 그럼 자동차 문이 열린다.

Zipcar 멤버십 카드

3. 차를 이용한다. 기름이 다 떨어지면 차 안에 들어있는 카드로 어디서든 주유하면 된다. 기름값은 따로 내지 않는다.

4. 차를 다 사용하면 원위치에 놓은 후 차를 잠근다.

이렇게 간단한다. 혹시 사고가 나면, 콜센터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처리해준다. 자동차 수리 및 유지보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한 매년 차의 가치가 감가상각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차를 쓰는 동안에만, 쓰는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Zipcar의 공동창업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

이러한 Zipcar의 탄생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2008년, MBA 수업시간 때의 일이다. 창업가정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수업 중에 Zipcar에 대한 하버드 케이스를 다루었다. 재미있게도 창업자 두 사람(Robin Chase와 Antje Danielson)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을 통해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체이스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였고, 다니엘슨은 다섯살 난 아들을 둔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다. 1999년, 독일 출신의 다니엘슨은 당시 교통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던 중 당시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공유’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를 당시 친구였던 체이스에게 이야기했다.[주:위키피디아] 체이스는 1986년에 MIT에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와 학교 교직원을 거쳐 과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10살이 안된 아이 셋을 기르면서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198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2000년이면 나이가 약 44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일을 그만두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체이스는, 다니엘슨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즉시 뛰어들었다.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글렌에게 가져갔을 때 그는 “이 아이디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두 배의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두 배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사업 아이디어는 분명했으나, 비즈니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자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컨버터블 론(일종의 대출) 형식으로 5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이를 이용해서 차 세 대를 리즈(lease)했다.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했고,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이 추가로 필요했으나 결국 벤처케피털로부터 유치하는데 실패하고 엔젤 투자 또는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매년 두 배씩 회원 수가 성장했고, 2008년에 Flexcar를 인수한 후에는 22만 5천명의 유료 회원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0년에는 56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미국 14개 도시 및 230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 WSJ)

2001년, 즉 Zipcar가 탄생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때에 쓰여진 하버드 케이스를 읽어보면 창업자인 체이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탄탄한 시장 조사는 물론이고, 가격 정책과 사업 계획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초기 회원 가입비 300달러, 시간당 사용료 1.5달러로 시작했으나, 가입비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회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회원 가입비를 75달러로 대폭 낮추고, 대신 시간당 사용료를 $4.5~$7로 인상했다.

아래는 2000년 5월에 만든 사업 계획서에 포함된 파이낸셜 플랜(Financial Plan)의 일부이다. 회원 수 증가율, 회원 수 감소율, 회원 일인당 가입비, 마일당/시간당 요금, 차 한대당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뿐 아니라 오버헤드(Overhead) 비용을 기업 단위와 보스턴 단위로 나누어 계산해 놓았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창업 다음해까지도 월급을 하나도 못 가져가고 계속 투자해야 했던 그들은 마케팅에 예산을 쓸 수 없었다. 2년째가 되던 해에 마케팅에 사용한 총 비용은 $7,300 (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다음은 체이스가 한 말이다.

On the marketing side, we have succeeded in keeping pretty close to budget, spending between $1,000 and $1,500 per month, or about $7,300 so far. People have been amazed that we have kept marketing this low. The key has been incredible, free publicity; advertising generated by the cars; brochures, which we put wherever we park a car; and just great word of mouth. Basically, we had no money, so this forced us to be incredibly disciplined. I knew we had to prove the business model, and showing we could acquire customers at a reasonable cost was a very important part of that. (마케팅 측면에선, 예산과 근접하게 썼습니다. 월 $1,000~$1,500씩, 지금까지 $7,300정도 사용했죠.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적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놀랍니다. 믿기 어려운 비결은 공짜 퍼블리시티(publicity)입니다. 자동차에 쓰여진 로고, 자동차 주차장에 놓여진 브로셔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소문의 힘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절제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는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창업자는 Zipcar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체이스는 Goloco라는, 카풀 서비스를 중재해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녀에 대해서 RobinChase.org, 또는 그녀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체이스는 2007년 3월에 “Zipcar와 또 하나의 빅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Zipcar 사례를 읽고 조사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사업을 시작할 때, 나이나 환경을 탓할 수 없다. 두 창업자는 10살이 채 안된 아이들의 엄마였고, 사업을 시작해본 경험도 없었다. 공동창업자 체이스의 나이는 당시 약 44세였다.
2.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강렬하게 믿고 추진할 수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월급 한 푼 없이도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3. 파이낸셜 모델링,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꼼꼼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케이스에서 체이스가 만든 모델을 보며 그 꼼꼼함에 감탄했다.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많이 들어맞았고, 그녀의 초기 아이디어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56만명의 회원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고, 미국 내에서 ‘카 쉐어링’이라는 문화를 정착시킨 Zipcar, 1조원이라는 기업 가치는 거품일까, 아니면 이제 본격적인 사업 성장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뿐일까? 앞으로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업데이트 (2011/5/15): 상장 후 한달이 지난 지금, Zipcar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조원을 건실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출처: Google Finance)

업데이트 (2013/1/2): Avis에서 Zipcar를 $491 million에 인수했습니다.

Written by Sungmoon

April 18, 2011 at 7:39 am

마이크로 트랜잭션 – 소비자 잉여를 기업 이익으로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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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 transaction),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 payment), 게임 내 구매(in-game purchase),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등의 용어가 인기다. 약간씩 의미는 다르지만, 결국 게임을 시작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데는 별로 돈이 들지 않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단계가 되면 그 때부터 아이템 등을 사면서 돈을 내게 되는 모델을 말한다. 월 7천만명이 즐기는 팜빌(Farmville), 마피아 워(Mafia Wars)를 개발한 소셜 게임 회사 징가(Zynga)는 돈을 많이 번다. 한마디로, 페이스북(Facebook)을 먹여살리는 회사다. 사용자들이 징가 게임에 낸 돈의 일부를 페이스북이 가져가고, 또 페이스북 광고주 중 가장 돈을 많이 쓰는 회사가 징가이다. 징가의 매출액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약 5억달러에서 8억달러 사이, 즉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페이스북 광고에 쓰고 있으니, 페이스북과 징가는 공생 관계인 셈이다. 게임 아이템 판매 등으로 3년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징가의 시장 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자료] 얼핏 보기에 상당히 단순한 페이스북 게임을 통해 어떻게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가? 비결은 마이크로 트랜잭션이다. 마이크로 트랜잭션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마이크로 트랜잭션 모델을 채용하면,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되는 소비자 잉여를 기업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잉여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보자. 보통 경제학에서 수요 곡선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켜서 표현한다.

만원에 100개의 물건을 팔면 매출은 100만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난다. (고가의 명품 등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예외로 한다.) 이 경우, 게임의 가격을 만원으로 책정하면 100명이 게임을 구매하게 되고, 그래서 회사의 매출은 100만원이 된다. 매우 단순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위쪽의 작은 삼각형이다.

빨간색 삼각형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비자 잉여이다. 이 경우 50만원.

이것이 바로 ‘소비자 잉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경우 소비자 잉여는 (20,000 – 10,000) * 100 / 2, 즉 50만원이다. 즉, 소비자 잉여란, ‘가격이 높았으면 회사가 가져올 수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했고, 그래서 현재 가격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기꺼이 제품을 구매했을 사람들이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한다. 말이 좀 복잡한데, 예를 들어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한 장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아래와 같은 도자기를 10개 만들었다고 하자. 가격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 재료비는 사실 얼마 들지 않기 때문에 원가에 얼마를 붙여서 파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걸 가지고 장터에 나가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사람들을 향해 장인은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가격에 가져가세요.” 도자기가 필요 없는 사람은 천원에 팔아도 안 살거고, 그 도자기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100만원을 주고라도 살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겐 천원에 주고, 누구에겐 백만원을 내라고 할 수는 없다. 고민하던 그는 도자기 하나의 가격을 3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도자기의 가치가 30만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30만원 이상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그 중 몇명은 도자기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생각했지만, 장인이 30만원에 팔겠다고 하니 30만원에 산다. 그 순간, 구매자는 이득을 본 것이다. 도자기의 가치를 100만원으로 생각했는데 30만원만 지불했으므로 70만원이 이득이다. 마찬가지로, 도자기의 가치를 50만원으로 본 사람은 20만원의 이득을 본다. 상인 입장에서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도자기의 가격을 100만원으로 올렸다가는 겨우 한, 두사람만 그 자리에 남고 나머지 사람들이 다 돌아갈 것이므로 도자기를 다 못 팔고 다시 들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생각한 가치보다 적게 지불함으로서 얻게 되는 무형의 이득의 합‘이 소비자 잉여이다. 소비자 잉여의 특별한 점은, 상인이 원해도 그걸 자신의 이득으로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을 똑같이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그 물건을 더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 비싸게 팔고, 덜 원하는 사람에게는 좀 싸게 팔 수 있다면? 상인의 이득은 즉시 상승한다. 쉽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행색을 보고 그 때마다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것이다. 물론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항공사, 소프트웨어 회사 등 많은 회사에서 이를 이용하여 소비자 잉여를 회사의 수익으로 가져오고 있다. 홈 에디션, 프리미엄 버전, 비즈니스 버전 등 다르게 부르며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파는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부이다.

최근, 아는 회사 – 워크스마트랩(WorkSmartLabs, Inc) – 가 이를 적용하여 매출을 급상승시켰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에서 2.99 달러에 팔리고 있는 카디오 트레이너(Cardio Trainer)라는 한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소비자의 피드백 중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This application really made my life different. I can’t live without it any more. I would even pay $10 for this!” (이 애플리케이션이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더 이상 없이는 살 수 없지요. 이게 10달러라고 해도 살거에요!” 이 사람에게만 10달러로 팔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 회사는 프로 버전(Cardio Trainer Pro)을 출시했다.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꾸어 9.99 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알고 보니 9.99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제품의 가치가 2.99달러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가져갔던 ‘소비자 잉여’가 이제는 회사의 매출이 되었다는 것이다.

9월에 프로 버전($9.99)을 출시한 후 워크스마트랩(WorkSmartLabs)의 월별 매출 변화. 출처: 투자자 관계 자료

마이크로 트랜잭션의 매력은, 잘 설계하면 소비자 잉여를 거의 통째로 기업이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징가 게임을 할 때 처음엔 돈을 내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보면 아이템을 사고 싶어지고, 그럴 때마다 돈을 낸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즉, 각 사람이 ‘이 게임이 자기에게 주는 가치’만큼 돈을 낸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만약 소비자 잉여를 모두 회사가 가져올 수 있게 되면, 회사의 매출은 다음과 같이 된다.

소비자 잉여를 통째로 가져올 수 있다면 회사 매출은 200만원이 된다.

첫 번째 그래프랑 비교해보면, 일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각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하게 함으로서 회사의 매출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트랜잭션의 힘이다.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 매출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지불 의사’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100만원인 사람들은 게임에 1만원 지출하는 것도 크게 느끼겠지만, 매월 1억원을 버는 사람은, 그 게임이 1만원이든 10만원이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재미만 있으면 한없이 돈을 지불한다. 꼭 소득이 높지 않더라도, 그 게임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식비, 쇼핑비 등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게임에 돈을 소비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출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이를 이용하여 큰 돈을 벌고 있다. 마이크로 트랜잭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너무 탐욕적으로 보이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팔고 있는 제품에 최적의 가격이 매겨져 있는지, 최적화를 통해 기업 매출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조사하고 개선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Sungmoon

November 23, 2010 at 2:2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