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실리콘 밸리 이야기’ Category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며칠 전 구글이 메신저 앱의 원조격인 왓츠앱(WhatsApp)을 $1B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왓츠앱은 AllThingsD를 통해 매각 계획이 없음을 밝혔지만, techNeedle의 분석대로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미디어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왓츠앱의 거둔 인상적인 성공을 생각하면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야후 등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탐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인수 문화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것 중 하나가 기업 인수 문화이다. 인수합병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다, 7조~10조원 단위의 굉장히 굵직한 건도 많았고,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같이 충격적인(shocking) 건들도 많았다. 왜 이렇게 한국과 달리 활발할까 궁금해서 생각해봤고, 그래서 깨달은 것을 2009년 말에 블로그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다. 당시에 미국에서 기업 인수가 활발한 이유를 1) 표절을 죄악시하는 문화, 2) 비싼 인건비, 3) 발전된 금융 시스템으로 설명했었다. 이 글을 쓴 지 3년이 넘었지만, 지금 생각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HP, Microsoft, 시스코, 애플, 페이스북, 구글, ..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회사들은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해 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다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 오라클도 마찬가지이다. 2012년 한 해동안만 11개의 회사를 인수했으며 그 중에는 인수가가 $1.9B (약 2조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지난 2월에도 Acme Packet이라는 회사를 $1.7B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오라클이 지금까지 했던 인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Peoplesoft로서, 액수가 무려 $10.3B(11조원)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오라클은 이 회사 인수를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함으로서 ‘데이터베이스 회사’에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했고, 11조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해당 시장에서 지금까지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 이후로도, Siebel Systems ($5.9B), BEA Systems ($8.5B), Sun Microsystems ($7.4B)와 같은 큰 회사들을 인수했고,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는 총 100개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8.5B에 사들인 Skype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회사들을 인수했다. 시스코의 인수 리스트 역시 150개가 족히 넘는다. 구글은 앞서 예로 든 회사들보다 역사가 짧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12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런 자료를 조사할 때 깔끔하게 정보가 정리된 위키피디아가 참 고맙다.)

오라클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목록 (출처: 위키피디아)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오라클’이라는 대기업이 계속해서 회사를 인수해서 흡수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왜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들었던 세 가지 이유도 있지만, 또 한가지 큰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이다. 경쟁이 없는 회사는 없다. 오라클이 진출해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그리고 SAP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바로 이전 블로그에서 설명했던 대로 이러한 거대한 기업들이 싸우는 곳은 흡사 전쟁터와 같다. 내가 지금 속한 팀에서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워크데이(Workday)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세 회사 모두 강력한 세일즈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바로 이러한 경쟁 때문에 기업 인수가 끝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전쟁 장면에 빗대에서 생각해봤다.
두 나라가 한창 전쟁중이라고 하자. 적은 매일 새로운 전략으로 공격을 하고, 그 때마다 병사들이 죽어간다. 본부에서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처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무기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군인들이 죽는 마당에 밑바닥부터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주조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무기를 사서 빨리 전쟁터로 배송해야 한다. 즉,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이렇게 두 나라가 싸우고 있는 동안 먼 곳에 제 3의 국가가 등장했다. 처음엔 무시할만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강해져 이제 두 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본 적도 없는 현대적인 무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전쟁터가 바뀌자, 지형도 변형되었다. 기존에 잘 통했던 무기가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엔 새로운 적이 가진 무기와 비슷한 것을 만들거나, 사 와야 한다.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처음부터 주조할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빨리 무기를 사 와서 병사들의 죽음을 막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구글의 왓츠앱 인수설이 이에 해당한다. 구글은 검색과 이메일, 그리고 모바일 OS를 장악했지만 메신저 분야에서는 영역이 거의 전무하다. 카카오톡의 성공도 인상적고, 라인이 2년만에 무려 1억 3천명의 유저를 확보한 사례를 보면, 누구나 이 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대신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의 정보를 이용해서 광고 수입을 올리는 회사이다. 사람들이 이메일과 웹 검색, 그리고 구글 플러스를 떠나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고, 야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존의 인터넷 회사들은 메신저를 직접 만들거나,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를 인수해야만 한다.
한편으로, 자원을 먼저 차지해서 상대방의 자원을 고갈시키기 위한 인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땅이 있는데, 이 자원을 누가 먼저 차지해서 방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만큼 적절한 시기의 자원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ValleyInside에서 언급했던 인스타그램(Instagram)이 그 예이다. 페이스북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소셜 행위’에서 사진 공유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특히 젊은 세대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규모가 커지자, 페이스북 뿐 아니라 구글과 트위터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주 현명하게 협상했고, 회사 가치를 일주일만에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렸다. 한 발 늦었다가는 구글이나 트위터에 빼앗길 것을 우려했는지, 마크 저커버그는 주말동안 모든 결정을 다 내리고 인수 협상을 맺은 후에 이사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기업 인수가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야후는 17세 소년이 만든 Summly라는 서비스를 $30 million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매출도 없고, 사용자도 많지 않은 앱을,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만든 앱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진짜 인수 이유는 아이폰의 시리(Siri)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SRI International이라는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Summly를 같이 딸려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어쨌거나, 임정욱님이 블로그에서 쓴 대로 야후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기업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었다.
한편, 어떤 회사를 인수할 것인가 자체가 회사의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이라는, 창업때부터 눈부신 성장을 반복해 클라우드 CR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회사가 있는데, 아래는 세일즈포스닷컴이 했던 가장 최근의 Earnings Call (분기 투자 설명회)에서 노무라 증권의 Rick Sherlund와 Marc Benioff가 주고 받은 내용이다.
Rick Sherlund - Nomura Securities
Mark, just a follow-up on the Marketing Cloud. If we look at Oracle’s acquisition of Eloqua, I’m wondering if you could just touch on what the holes are you may see in your marketing strategy based on that and is this something that you can fill with just some small acquisitions or does it require something bigger? (마케팅 클라우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죠. 오라클이 Eloqua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세일즈포스닷컴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크고 작은 인수를 할 계획이 있는지요?)
Marc Benioff -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Officer
Well, I really think that we’re going to buy small and big. We’re going to be aggressive. We need to look at everything and I think that we made some smart moves by buying the two leaders and we’ve bought other companies too. You probably saw we bought this incredible start up as well last year in this area called GoInstant and we have our first customers now onboard in the beta of that, which is this amazing co-browsing technology which has the ability to instantly share my website across devices. We’ve purchased a lot of different types of companies. (예 물론 크고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공격적인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두 개의 큰 회사를 인수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작년에도 GoInstant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적이 있지요. 지금까지 많은 회사들을 인수했습니다.)
한편, 세일즈포스닷컴을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한 포브스(Forbes)지는, 그동안은 세일즈포스닷컴이 내부 개발에 의존했으나 이제 Radian6와 Buddy Media를 사기 위해 $1 billion (약 1조원)을 썼다고 밝혔다.
His rationale: “We couldn’t afford to wait.” The initial spark was a video Benioff watched on YouTube showing Dell‘s “social media command center” where the computer maker used Radian6 to watch its torrent of social mentions. Dell is a big Salesforce customer and Benioff is close with CEO Michael Dell. “Game over, I thought. This company is doing exactly what we should do,” says Benioff.” (베니오프는 델 컴퓨터의 소셜 미디어 센터에서 Radian6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야. 이 회사가 우리가 하려는 그것을 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했다.) – Forbes
만드는 게 더 싸고 쉽더라도 인수를 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사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꼭 인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게 워낙 특허로 보호하기가 어렵고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특허를 피해가기가 쉽기 때문에, 그냥 베껴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창의적’인 제품에 큰 점수를 주고 베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나라에서는, 섣불리 따라 만들었다가는 망신만 당하고 별로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이 10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스냅챗(Snapchat)을 보고 그대로 베껴 12일만에 포크(Poke)라는 앱을 만든 사례가 그렇다.
페이스북씩이나 되는 회사가 만든 앱이니 스냅챗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포크와 스냅챗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 결국 페이스북은 별로 재미를 못 거두고 오히려 스냅챗의 광고만 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돈이 들더라도 스냅챗을 인수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점들(Challenges)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인수 소식이 발표되지만, 야심찬 의도와 달리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참 많다. 역사상 최악의 합병으로 언급되는 AOL과 타임 워너의 딜이 그러했으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 참사는 HP의 Autonomy 인수였다. HP의 CEO였던 마크 허드(Mark Hurd)가 이사회로부터 불명예스럽게 해고된 이후 새 CEO를 맡은 SAP 출신의 독일계 임원 리오 아포테커(Leo Apotheker)는, 회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는지, 컴퓨터와 프린터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를 돌려놓기 위해 무려 $10.3 billion (11조원)을 주고 영국계 ‘빅 데이터’ 회사인 Autonomy를 인수했다. 1년이 좀 지나, HP는 그 중 $8.8 billion (9조원)을 손실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리오 아포테커가 해고되고 이베이 출신의 여성 임원인 맥 휘트먼(Meg Whitman)이 CEO가 된 이후였다.
인재 유출 문제도 있다. 피인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창업가들과 임원들이다. 이들은 인수 후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말단 직원들까지도 백만장자가 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돈방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겠는가. 세계 일주를 한 후 자신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인수 계약서에 2년 또는 4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재 유출을 막기는 힘들다. 설사 회사에 속해 있더라도 이미 마음이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가 오라클에 인수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는데, 엔지니어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썬과는 달리, 항상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는 오라클의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한 방향으로 통합해야 하므로 막을 수는 없다.
또한, 기업의 성장을 인수에 의존할 경우 내부 혁신이 더디어질 수 있다. 직접 팔 걷고 나서 밤을 세워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혁신적인 회사들을 인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오래 가기는 힘들겠지만, 사실 꽤 많은 회사들이 돈을 이용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에서도 물론 기업 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블룸버그는 2013년 한국의 M&A 시장 규모가 7% 증가한 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분기에는 코웨이, 아르셀로미탈광산, 네파(NEPA), 인천터미널부지, STX OSV 등의 회사가 6000억원 ~ 1조 2000억원 사이의 규모로 인수되었다.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많다. 필라코리아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측에서는 ‘먹잇감’만 많아보이지 실속이 없어 한국은 M&A의 레드 오션이라고도 한다.
여전히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많고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지난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대로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낮고, 제품 표절에 대해 보다 관대하며, 금융 시스템이 미국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분명 이유이겠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재벌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은 그 정의대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활동을 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 그룹이 쓰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삼성 SDS에서, LG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LG CNS에서, SK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SK C&C에서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사내 메신저인 ‘삼성메신저’, 인트라넷인 ‘마이 싱글’, 지식 관리 시스템인 ‘아리샘’은 모두 삼성 SDS에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SK C&C의 소프트웨어가 품질이 좋다고 해서 삼성에서 그것을 도입해서 쓰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이 재벌의 산하 기업이라고 하면 문화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인수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쓰는’것에 익숙하다보니 다른 기업을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K Cube 벤처스의 이동표 심사역은 ‘한국 소프트웨어 벤처시장에는 왜 M&A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글에서 대기업이 인수를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M&A 할만한 기술 기반 기업의 수가 적고 대기업의 주목을 받을 만큼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한국 시장의 크기가 작은 것이 이유라고 했는데, 그 관점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어쨌거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문화가 선진화됨에 따라 한국에서 기업 인수 합병 시장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2012년 5월 22일.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또 한 번 미국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겼다. 최근 보급형 모델인 Model X를 출시한, 혁신적인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돈을 무려 $100M(약 1,100억원) 투자해서 SpaceX라는 민간 우주선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에서 만든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우주 기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많은 미국인들의 트위터와 방송을 통해, 그의 꿈이 실현되는 장면을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 그는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이었다.

SpaceX의 Falcon 9/Dragon 발사 장면. SpaceX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선 회사이다 (출처: Flickr)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이미 언론과 책에서 여러 번 다루어졌고, 너무나 유명해진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내가 모은 정보를 직접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그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고,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와 그들의 스토리는 2007년에 포춘지에서 페이팔 출신 투자자, 창업가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성공을 다루는 기사를 실으면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페이팔 마피아가 탄생한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처음 그들이 만나게 된 과정이다. 그 이야기는 페이팔 창업자인 맥스 래브친(Max Levchin)이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이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Founders at Work“이라는 책에 실린 그와의 인터뷰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안(security)’ 기술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교에 있을 때 이미 세 번 창업을 했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그는 또 다른 창업을 위해 스탠포드 옆 팔로 알토(Palo Alto)의 친구 집으로 이사한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그리고 그의 창업에 도움을 줄 사람이 누구일까 찾기 위한 기대감에 차 있었을 것이다. 스탠포드대에서 이런 저런 강의를 들어보던 중 그는 피터 씨엘(Peter Thiel)을 만난다. 당시 헷지펀드 매니저였던 피터는 스탠포드에서 여름 학기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수업은 별로 인기가 없어서 수강생이 겨우 6명 뿐이었다. 이 수업이 훗날 페이팔을 만든 두 공동창업자가 만나게 된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내가 즐겨 듣는 스탠포드의 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강연에서 피터와 맥스가 함께 나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비디오]. 이에 따르면, 당시 피터는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하고 있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고, 그 물결 속에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시카고에서 교육받은 똑똑하고 예리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이사 온 맥스 레브친이 그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맥스는 피터와 몇 번 따로 만나 자신이 가진 두 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오늘날 페이팔의 성공을 만든, 이메일을 이용해서 돈을 보내는 아이디어와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기업용 보안 기술에 관한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피터에게 이야기하자 피터는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헷지 펀드를 통해 맥스의 회사에 몇 십만 달러 정도를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맥스는 용기를 얻어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CEO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피터에게 돌아가서 이야기했다.
“This investment is a great thing, but I have no one to run the company. I’m just going to write the code and recruit the coders.” And he said, “Maybe I could be your CEO.” Jessica Livingston. Founders at Work: Stories of Startups’ Early Days (Kindle Locations 121-122). Kindle Edition.
“당신이 투자해 준다니 고마운데, 이 회사를 운영할 사람이 없어요. 저는 코드를 만들고 코딩할 사람을 찾는 일만 하고 싶거든요.” 그러자 피터가 이야기했다. “내가 당신 회사의 CEO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출처: Founders at Work, Kindle Edition)
그렇게 해서 피터는, 훗날 이베이(eBay)에 무려 $1.5 billion (약 1.8조원)에 매각된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되었다. (설립 당시 그들의 회사 이름은 컨피니티 Confinity 였다. 훗날 엘론 머스크가 만든 인터넷 은행 X.com과 합병하면서 이름이 페이팔로 바뀌었다.)
여기서, 피터 씨엘의 백그라운드를 보면 재미있다. 소위 ‘실리콘밸리스러운 이력’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서 트레이더로 일했고,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한 후에는 변호사로 일했으며, 전 교육부 장관 윌리엄 버넷의 강연 라이터(Speech Writer)로 일하기도 했다. 아마존에서 1996년에 그가 공동 저작한 책을 발견했는데, 제목이 “The Diversity Myth: Multiculturalism and the Politics of Intolerance at Stanford(다양성의 미신: 스탠포드의 다문화주의와 무관용의 정치학)”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추구했던 ‘다문화주의’가 가져 온 문제점들을 비판한 내용이었는데, 1쇄만 출판되고 만 데다 독자 리뷰가 전혀 없는 것을 봐서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던 책인 것 같다. 그가 맥스 래브친을 만난 때는 이 책을 출판하고 2년이 지난 후였다. 똑똑하고 야심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맥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훌륭한 창업가를 만나서 기회를 얻었을 테지만, 그 순간에 맥스를 만난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둘이 공동 창업한 회사의 첫 제품은 16Mhz밖에 안되는 프로세서를 가진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였다. 그들은 팜 파일럿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곧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데 쓰이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모바일 기기 도입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바꾸고, 또 바꾸었다. 기업 대신 소비자들이 암호나 신용 카드 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팜 파일럿에 저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그러자 ‘돈’을 저장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에 다다랐다.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기”. 그들의 미래를 바꾼 중대한 전환(Pivot)이었다.
그 뒤는 역사이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설명했고, 팜 파일럿을 이용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은 실제로 그들의 팜 파일럿에서 맥스와 피터의 팜 파일럿으로 $4.5 million (약 50억원)을 보냈다. 흥미롭게도, 아이폰과 페이팔 앱을 이용해서 쉽게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지금에도, 이렇게 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어쨌든, 당시 그들은 이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인맥 가운데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훗날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될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은 이렇게 해서 모였다. 특정 회사 출신들이 나와서 창업하고, 투자하고, 성공하는 케이스들은 참 많지만(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출신들도 많이 나와 창업했다), 페이팔 출신 중에 유난히 눈에 띄게 성공한 사람이 많은데다, 그 성공 뒤에 페이팔 출신들끼리의 밀접한 관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들의 스토리가 더 유명해졌다.
아래에서는 페이팔 마피아의 주요 멤버들에 대해 소개하겠다.
1. 피터 씨엘(Peter Thiel)
위에서 설명했듯이, 그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다. 페이팔이 이베이에 매각되던 시점에 $68 million (약 800억원) 정도를 벌었다(이 자체는 아주 큰 액수는 아니다). 그가 한 중요한 역할 덕분에 그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기도 한다.
2004년 8월,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50만 달러를 투자해서 당시 10%의 지분을 확보했고(이 장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등장한다: 유투브 비디오), 그 주식은 현재 시가로 2조원어치가 넘는다[주]. 또한 파운더 펀드 The Founders Fund 라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를 통해 Quantcast, Yelp, Slide, LinkedIn, Palantir 등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적인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은 또한 자산 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헷지 펀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 under 20″라는 씨엘 펠로우십 Thiel Fellowship 프로젝트이다[참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대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무려 10만 달러(1억원)를 투자받는다. 2011년에 1기, 2012년에 2기 24명이 선정되었는데, 엊그제는 1기 중 한 명이 만든 회사가 성공적으로 엑싯(exit)했다는 기사가 테크크런치에 실렸다.
2. 맥스 레브친(Max Levchin)
페이팔의 핵심 기술을 만든 천재 엔지니어이다. 일리노이 공대 출신의, 현재 36살의 그는, 페이팔 매각 후 회사를 나와 Slide.com을 만들었고, 이를 구글에 $182 million (약 2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구글의 실패한 인수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옐프(Yelp)에 무려 $1 million (약 11억원)을 투자했는데, 훗날 옐프가 상장하면서 큰 이익을 거두었다. 그 외에도 핀터레스트(Pinterest), 유누들(YouNoodle), 위페이(WePay) 등 1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현재는 Kaggle이라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 회사의 Chairman이다[주].
3. 엘론 머스크(Elon Musk)
엘론 머스크만큼 자신의 꿈에 ‘무식할 만큼’ 매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실 그는 페이팔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다. 자신이 세웠던 인터넷 은행 X.com과 피터 씨엘과 맥스 레브친이 세운 회사 컨피니티 Confinity 가 합쳐져 새로 만들어진 회사 페이팔의 CEO가 된 이후, 페이팔이 윈도우즈 시스템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맥스와 큰 충돌을 일으켰다. 결국 맥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이후 페이팔을 떠났다. 맥스 또한 그 갈등 때문에 회사를 떠날 생각까지 했었다고 회상한다(주: Founders at Work).
페이팔을 떠난 후 그가 세운 회사는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이다. 디자인이 너무나 멋진 10만 달러짜리 전기 자동차 테슬라. 누구나 그 차를 보면 군침을 흘리지만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 가격도 차 가격이지만, 전기 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는 보다 저렴한 (6만 달러) 모델인 Model X를 내놓았고, 지금은 전기 충전 스테이션을 여기 저기서 흔히 찾을 수 있으며(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역과 주차장에서 무료 충전 스테이션을 찾을 수 있다), 닛산에서 만든 전기 자동차, LEAF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하강과 함께 엄청난 적자가 나는 것을 보고, 저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실제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다임러 Daimler 의 투자, 주식 상장과 미국 정부의 대출 덕분에 살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금 전기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었고,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된 것은 SpaceX라는 거대한 민간 우주선 프로젝트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후, 그의 프로젝트는 멋지게 성공했고, 미국 우주선 개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한때 전 인류에게 꿈을 안겨 주었던 NASA는 이제 한 물 갔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마치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의미하는 듯하다.
4. 스티브 챈(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두 사람이다.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던 그들은 회사를 나가 유투브를 만들었으며, 이를 구글에 $1.6 billion에 매각했다. 페이스북 초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페이스북 이펙트”에 따르면, 스티브 챈은 유투브를 창업하기 직전 페이스북의 엔지니어로 일했었다. 요즘은 무얼 하는지 조용한데,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나온 뉴스를 보니 딜리셔스 회생시키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직후 스스로 찍었던 짧은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가 있다. 행복함을 애써 감추려는 듯한 표정이다.
5.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이 사람을 빼놓고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종종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으로 인용되는데, 링크트인 창업자이기 이전에 페이팔의 고위 임원(EVP)이었고 투자가였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50개 이상의 회사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참고: CrunchBase 프로필). 피터 씨엘과 함께 매우 초기에 페이스북에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다.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성공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존경을 받는 것 같다. 최근 그가 쓴 책, ‘The Startup of You(당신이라는 스타트업)‘을 읽었는데, 거기서 자신의 네트워킹 스토리와 함께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04년 당시 마크 핑커스(Mark Pincus)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자 (아마 페이스북에 이미 투자했던 피터로부터 소개받았던 듯하다) 자신에게 할당된 지분의 절반을 마크에게 떼어주었다. 그래서 그와 마크가 각각 5만 달러를 투자했고, 그 가치는 현재 수천억원에 이른다(주: Who Owns Facebook). 2007년, 마크 핑커스가 징가(Zynga)를 설립하자 즉시 그 회사에 투자했고, 나중에 Zynga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또 큰 돈을 번다.
6. 제레미 스토플만(Jeremy Stoppleman)
그는 페이팔의 엔지니어였는데, 페이팔을 나와 옐프(Yelp)를 창업했고, 앞서 블로그에서 소개했듯(주), 옐프는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옐프와 제레미 스토플만에 대해서는 밸리인사이드의 글, “옐프, 미국 최대의 지역 리뷰 사이트“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다.
7.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
페이팔의 마케팅 디렉터였던 그는, 현재 500 Startup이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CEO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님의 글 “500 스타트업 이야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의 사례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로 불릴 만한 사례는 테터앤컴퍼니이다. 노정석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2008년에 구글에 인수된 이후 김보경, 한영, 차경묵, 정윤호 대표 등 5명의 창업자를 배출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김창원 대표가 구글에서 나와 타파스미디어를 설립했다.
내가 있었던 게임빌에서도 창업자들이 많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이 페이팔 초기와 비슷했다. 페이팔은 1999년 1월 1일에 만들어졌고, 게임빌은 2000년 1월 11일에 만들어졌다. 게임빌이 2000년 4월 첫 게임을 출시한 후, ‘서울대 벤처 동아리’출신 송병준 대표가 만든 회사라는 소식이 수많은 신문에 인용되었고, 서울 공대 및 경영대에 포스터를 붙인 후에 서울대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게임빌 문을 두드렸었다. 그렇게 해서 게임빌에 합류한 사람 중 몇몇은 게임빌에 남아 회사를 성장시켰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게임빌을 거쳐 다른 회사에 가거나 창업을 했다.
1) 정성은, 최영수
게임빌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이 둘은 2009년에 위버스마인드라는 영어 교육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의 첫 작품은 워드스케치(Word Sketch)인데 그림을 이용해서 단어를 외우면 더 쉽게,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단어 하나 하나마다 그림을 그려 단어 암기용 단말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뇌새김 토크를 출시했다.
2) 문성훈
게임빌에서 초기에 모바일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는 모바일 게임 회사 엔소니를 창업한 후, 이를 보라넷에 매각했다. 엔소니는 모바일 RPG 게임 장르에서 확고한 인지도를 구축했고, 최근 스카이레이크에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3) 박정우, 송일규
이 둘 역시 게임빌에서 기획자, 개발자로 일하다가 에버플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최근 게임빌을 통해 퍼블리싱한 데스티니아는 출시 첫 날 앱스토어 RPG 장르 1위를 차지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게임빌의 개발자였던 정주영씨는 훗날 로티플의 창업 멤버가 되었고, 이 회사는 2011년 말에 카카오톡에 인수되었다.
제 2, 제 3의 페이팔 마피아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비젼이 있는 사람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들이 모여 역사에 남을 회사를 만든 후, 나가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다.
참고 링크:
페이스북이 기업 공개(IPO)를 한 날
오늘은 실리콘밸리, 그리고 세계 IT 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날이다. 페이스북이 거래 등록 기준상,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높은 기업 가치로 나스닥(NASDAQ)에 데뷔한 날이기 때문이다. 창업 이래 계속된 투자를 통해 끝없이 오르던 기업 가치는, IPO 직전에 무려 $100B (110조원)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기업 공개 첫 날인 오늘, 그 가치를 지켰다. 38달러로 상장한 주식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11시경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본사에서 버튼을 누름으로서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10%가 뛰었으나, 오후에 하락하며 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오늘 구글 주가가 무려 3.64퍼센트 하락하는 등 나스닥 주식 대부분이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플러스로 마감한 것만으로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장 마감 이후 현재 회사 가치는 무려 $108.92B (약 120조원)이다. 한편, 오늘 하루 거래된 주식의 수가 무려 4.6억에 달해, 기업 가치 뿐 아니라 거래량으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거래 시작 버튼을 누르기 전 카운트다운을 하는 순간의 비디오는 유투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직원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멘로 파크 본사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누르는 순간을 기다리며 서로 기뻐하는 모습이 감격적이다.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많은 투자자와 직원들이 백만 장자가 되었으며 마크 저커버그의 바로 옆에서 돕던 셰릴 샌드버그 역시 billionaire가 되었다.
한편, 2011년 1월 10일에 테크크런치에 소개되었던 아래 인포그래픽은(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골드만삭스에서 $50B의 가치로 $500M을 투자하기까지 투자가들이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얼마로 메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에는 골드만삭스도 너무 비싸게 주고 사는 게 아닌가 했는데, 오늘 상장으로 인해 그 때보다 기업 가치가 두 배로 상승했으니 골드만삭스는 약 1년여 만에 무려 $500M (약 5천 5백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2004년에 피터 씨엘(Peter Thiel)이 가장 먼저 $500K를 투자해서 지분의 10%를 소유한 것(그 당시 그가 샀던 6억원어치 주식의 가치는 현재 수 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5B 기업 가치로 $240M을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회사 가치가 크게 올라갔던 것과(당시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고 생각했다), 야후가 2006년에 $1B에 사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던 것, 그리고 홍콩 재벌 리카싱이 2007년 말 경에 $15B 기업 가치로 $60M을 투자한 것 등이 눈에 띈다.
마크 저커버그 자신은 오늘 $1.2B 어치를 팔아 28살의 나이에 무려 1.4조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120 million 개에 해당하는 옵션을 주당 6센트에 행사하게 되면 $1~$2B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세금을 커버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듯하다). 그리고도 아직 남은 주식의 가치가 20조원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중 한 명이 되었다. 게다가 마크 저커버그를 제외한 페이스북 직원들의 주식 가치 평균액이 무려 $4.9M (약 55억원)이라고 한다.
오늘이 페이스북 주식을 소유한 모든 사람들에게 축제의 날이지만, 페이스북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우울한 날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정리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사에 따르면, 팔로 알토의 사무실 건물을 소유한 Pejman Nozad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션 파커(Sean Parker)가 2005년에 그에게 접근해서, 그의 사무실을 빌리는 대신 페이스북 주식 5만 달러어치를 살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만약 받아들였더라면 그 가치는 현재 $50M(550억원)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과연 그 높은 기업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많다. 페이스북의 현재 매출로는 이 가격을 정당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 공개 후에 더 많은 매출을 낼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00B이라는 엄청난 가치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주식 가격의 적정성을 가늠하게 해주는 P/E Ratio (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100:1이다. 참고로 Google 은 20:1이고, 이 시대의 가장 수익률이 높은 애플도 16:1인데 말이다. 게다가 세계 70억 인구 중 무려 9억명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있는데, 과연 얼마나 가입자가 더 증가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인터넷은 꿈도 못꾸는, 하루 1.25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 인구가 2008년 기준으로 무려 13억명에 달한다는 것과, 아이와 노인층의 페이스북 사용 인구가 적다는 것 등을 고려하면 회원 수 증가는 얼마 가지 않아 한계에 부딪치지 않을까?
한편, 제네럴 모터스(GM)는 지난 5월 16일, 페이스북 광고를 해봤는데 별로 효과 없었다고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매출 성장률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는 GM이라는 브랜드가 페이스북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워서 그렇지 않았나 싶지만.
어쨌든, 마크 저커버그는 무려 9억 명의 삶을 바꿔 놓았으며 세상을 보다 투명한 곳으로 만든 ‘위인’이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위인전에는 주로 전쟁 영웅이나 대통령이 주로 등장했다. 그러고 보면, 왜 위대한 사업가는 위인전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보면 전쟁 영웅이나 대통령보다도 세상에 더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자라나게 될 아이들은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를 위인전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
참고 글
-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에서 만든 제품이 $100B이라는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초기 시절 이야기는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으며, 이를 읽고 전에 정리했던 글이 있다.
- 또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그에게서 배우는 교훈에서는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