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브리핑 행사에 다녀 와서

지난 6월 7일, 미국내 한인들을 위한 백악관 브리핑 행사에 다녀왔다. The White House Office of Public Engagement (OPE)의 도움을 받아 마이클 양과 권율 씨등이 보드 멤버로 있는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는데, 나는 이 단체의 회장인 Michael Yang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인 베이 에어리어 케이 그룹 (Bay Area K Group)의 대표로 가게 되었다.

Bay Area K Group의 대표로 참석

미국 전역에서 17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행사에 대한 내용은 “백악관, 한인만을 위한 첫 국정 브리핑“이라는 매일경제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백악관에서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만을 위해 이런 브리핑을 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었다. 몇 가지 느낀 점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한국의 위상

CKA의 회장이며, 이번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마이클 양(Michael Yang)의 인사말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아시아인으로 인용되기도 하는 Chris Lu 대통령 보좌관의 발표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어제 밤에 말도 안되게 멋진 파티 ridiculously great party 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룬 업적들에 대해 간략히 발표했다. 백악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자신은 6개월 전까지도 트위터를 몰랐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chrislu44 를 팔로우 해달라고도 했다.

이어서 미국 행정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이야기했는데, 미국 정부의 각 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크리스 강(Chris Kang)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법원 판사들을 선정하는 일을 돕고 있는데, 특히 최근 아시아인들을 많이 선정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백악관 법률 고문으로 있는 고흥주(Herold Koh)씨도 패널리스트로 나왔는데, 유머 감각이 워낙 뛰어 나서 듣는 내내 즐거웠다.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인데, 최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했다. 예일대 법대의 학장이었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을 고객으로 둔 그는, 200명의 변호사를 포함한 35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로펌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 날 오지는 않았지만 Lucy Koh도 유명하다. 한국인 여성으로서 최초로 미국 연방 법원의 판사 된 분인데 얼마 전 다른 행사를 통해 직접 만나고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연방 법원 판사로 선정되는 과정이 정말 길고 까다로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권율 Yul Kwon 씨도 만났다. 지난번에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는 방송인이자 CKA의 공동 회장으로서, 미국 내 아시아인, 특히 한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서바이버 우승자이자 방송인 권율 Yul Kwon 씨

점심을 먹으면서 백악관에서 일하는 몇몇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종종 백악관에서 이런 브리핑 행사를 열어 왔지만 오늘 미국 전역에서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참석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2. 실리콘밸리 vs 워싱턴 DC

두 지역의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백악관과 의회 주변이니 더 그렇겠지만, 27도의 더운 날씨에도 불과하고 대부분 정장을 입고 있었고, 손에 든 블랙베리를 든 사람들도 꽤 보였다. ‘기술’과 ‘정치’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워싱턴 DC에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하는 일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칙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다양한 회사와 이익 집단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한정된 국가 자원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조직에서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래서 한 집단의 이익은 다른 집단의 손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술에도 역기능은 있지만, 대개 기술은 그것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기술의 도움으로 사람들은 더 쉽게 다른 곳에 도달하고, 더 빨리 사람들과 소통하고, 귀찮은 일에 시간을 덜 허비하게 된다. 젊은 스티브 잡스가 전자 제품에 대해 열광하고, 그것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을 것인지 상상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인터넷도 결국은 전자 제품에 의해, 전자 제품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워싱턴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제품을 이용하고,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워싱턴에서 만든 법칙 위에서 움직인다.

3. 워싱턴 DC, 매력적인 도시

잠깐 구경했지만, 워싱턴 DC가 아주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모두 가졌지만 서로 조화되가 잘 되고, 전체적으로 도시가 깨끗해서 걷기에 좋다. 사진 몇 장으로 말을 대신한다.

다운타운의 모습
백악관 정면
워싱턴 마뉴먼트. 이런 탑이 도시 한 가운데 있어, 멀리서 보면 정말 멋있다.
미국 의회 건물, 즉 국회의사당.
링컨 메모리얼. 이 안에 거대한 링컨의 동상이 있다.
링컨 메모리얼에서 워싱턴 마뉴먼트쪽을 바라본 모습. 그 사이에 있는 것은 거대한 호수인데, 지금은 막혀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곳은 백악관과 의회 건물 근처이다. 이 지역을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는 스미소니언 Smithsonian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미국 역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국립 미술 갤러리, 홀로코스트 박물관, 우주항공 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이 곳은 관광객과 학생들로 항상 붐빈다. 이 박물관들은 모두 무료이다.

내셔널 몰 조감도 (출처: http://urbanplacesandspaces.blogspot.com/)

시간이 없어 박물관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이었다. 마침 얼마 전 ‘바다 거북의 놀라운 여행‘을 보고 나서 동물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게 된 터라 더 인상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항상 미술이나 조각 작품들만 보았지, 자연의 역사를 이렇게 잘 정리한 박물관을 구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오래 전에 지구에 살았던 동식물의 화석이 잘 보관되어 있어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꼭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교육이 될 듯하다.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의 거대한 공룡 화석

7 thoughts on “백악관 브리핑 행사에 다녀 와서

  1. 포스팅 감사합니다 🙂
    백악관 브리핑 행사에서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더 궁금해집니다.
    밑에 박물관은 정말 가보고 싶네요.ㅠ

  2. 잘 다녀 오셨군요. ^^ 예전에 학교 정규 코스 시작 전 international 대상 pre-course 과정의 일환으로 DC trip이 있어 그때 DC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자연사 박물관은 저도 좋아해서 사진도 많이 찍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 DC는 다운타운의 건물들 때문에 그런지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약간 유럽의 분위기가 섞여있는 미국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Posting 덕분에 오랜만에 옛기억 떠올리고 갑니다~ ^^

    1. Kyle님, 학교 시작 전 다녀 오셨군요. 저도 DC의 유럽 분위기 나는 건물들이 참 좋더라구요. 유럽 분위기가 나면서도 현대적이고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좋았구요. 자연사 박물관은 정말 한 번 가볼만한 곳이지요?

  3. 제블로그에 답글감사합니다 조성문선배님(선배님이 되면좋겠다는 의미로^^)
    진짜 LA가기전에 선배님께 연락드릴껄 그랬네요.. 토욜날 혼자갔는데 다행히 스터디하시는 mba학생들이 있어 얘기는 좀 나눴지만 아쉬웠어요..
    선배님 운영하시는 벨리인사이드, 선배님 커리어 늘 존경하고있습니다. UCLA올해 지원할예정인데 꼭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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