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레터 Cover Letter

미국 회사에 입사 지원할 때 이력서 (Resume) 외에 보통 커버 레터, 즉 ‘자기소개서’를 간단하게 작성해서 보낸다. 이력서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그 회사에 지원하는지,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이 어떻게 회사에 도움이 될 지를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커버 레터를 쓰는 것이다.

차트메트릭을 창업한 이후 사람을 채용하면서 수없이 많은 커버 레터를 받아 보고 읽어봤다. 어떤 때는 커버 레터가 없어도 이력서가 너무 훌륭해서 일단 면접을 본 경우도 있고, 이력서에는 특별한 내용이 안보이지만 커버 레터가 특별해서 면접을 본 경우가 있는데, 최근 받아 본 (그래서 면접 후에 채용까지 하게 된) 커버 레터가 정말 훌륭해서, 본인의 허락를 받아 여기에 인용하고 분석을 해 보려 한다. 지난번 포스팅했던 ‘인턴 지원서‘와 함께 본다면 미국 회사에 입사 지원할 때 도움이 될 듯하다. 한 문단씩 분석 (번역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볼드(bold) 표시한 부분은 마음에 드는 표현들이다.

우선 첫 번째 문단. 커버 레터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본인의 이름을 말하고, 어떤 포지션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왜 그 포지션에 관심이 있고 자신에게 자격이 있는지 간략히 설명하는 것. ‘obsession with‘, ‘make me well suited‘는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그대로 갖다 써도 매우 유용할 듯하다.

My name is Nathan Hutchison, and I am applying for the position of Senior Product Manager at Chartmetric. My obsession with music and deep interest in analytics alongside my experience as a Product Manager for a SaaS startup business make me well suited for the role at Chartmetric.

내 이름은 네이선 허치슨이고, 저는 차트메트릭의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포지션에 지원합니다. 음악에 대한 집착과 분석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SaaS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경험이 함께하면 차트메트릭에서의 역할에 적합합니다.

두 번째 문단은 왜 이 포지션에 관심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히 ‘제품 관리자’ 역할에 대해 관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차트메트릭이라는 회사가 어떤 미션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회사 설명이 아니라 ‘언더독 underdog’, 즉 ‘약자’에 해당하는 아티스트들을 돕고자 하는 미션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도 버릴 것이 없는 깔끔한 표현들을 사용하면서도 ecstatic, passon, thrilled, excel 등의 단어를 통해 열정의 뜨거움을 전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I would be ecstatic to be able to mix my passion for music with my career and Chartmetric seems like an wonderful opportunity to do so because of the incredible mission you are on. I am incredibly passionate about the music industry which has brought me so much joy in my life. I always look to support my favorite musicians directly and I would go so far as to say some of the best experiences in my life were at small venue concerts for my favorite artists. I was thrilled to find out what Chartmetric was doing with data to provide support for these talented artists to allow them to make better decisions and even more thrilled to find out you had a position open. Your platform looks extremely impressive and I love the human aspect and underdog support you bring back to the industry filled with plenty of corporate giants. Working on a product and product team to provide analytic insights for music is extremely appealing to me and I know I would be able to excel in the role and further help your team.

음악에 대한 열정과 커리어를 섞을 수 있다면, 저는 매우 기쁠 것입니다. 차트메트릭은 놀라운 미션을 가진 기업으로, 음악 산업에 대한 열정으로 인해 매우 매력적입니다. 나의 삶에서 큰 즐거움을 가져다준 음악 산업에 대한 열정은 매우 크며,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항상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소규모 공연은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트메트릭이 이러한 뛰어난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플랫폼은 매우 인상적이며, 많은 기업 거인이 있는 산업에서 인간적인 측면과 밑바닥에서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음악에 대한 분석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제품 및 제품 팀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나는 이 역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팀을 지원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다음 문단으로의 전환은 매우 탁월한데, 위에서 밝힌 ‘이 회사의 포지션에 관심을 가진 이유’와 자연그럽게 연결되도록 ‘내가 왜 그 역할을 맡을 자격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정량적 (quantitative) 인 기술 뿐 아니라 정성적 (qualitative) 기술도 가지고 있으며, 사스(SaaS) 회사에서 사용하는 방법론 등에 경험이 있다. 게다가 ‘마술의 단어’인 ‘shipped’ 를 사용했다. 그냥 제품 관리자 경험만 가진 것이 아닌, 아이디어가 구현되어 고객에게 도달하는 모든 사이클을 경험했다고 하니, 더 의심을 가질 것이 없다. 내가 또 감탄한 건 마지막 문장이었는데, 그 전에 자신의 기술적 능력을 한참 설명한 후에, 사실은 ‘소프트 스킬’, 즉 공감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남을 강조해서, 단순히 기술적 능력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어필했다.

I also have professional experience as a Product Manager for a SaaS startup which provides me with the qualifications for the role. I have experience collecting and evaluating qualitative feedback alongside quantitative feedback to design our product roadmap and feature prioritization for a major line of our business. I am proficient in agile software development as I organized our team’s work in Jira and led the SCRUM calls to develop lean products and features. I have shipped both major and minor products and features to market through the full software development lifecycle – from concept and design, through development, and finally to production launch and iteration. One of the successful products I researched, designed the strategy for and led the development of was the implementation of a “buy it now” feature for qualifying properties on our auction marketplace which ultimately generated over $650K revenue in the first 3 months. Through lightweight tests that showed a market fit and iterating to develop a better customer product we were able to design a successful go-to-market strategy for the product which made an immediate impact for the company. However I believe some of my greatest strengths are my soft skills and empathy that allow me to effectively listen and work productively with all of the groups I interact with, from engineers to leadership.

또한 SaaS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전문 경험이 있으며, 이 경험이 이 역할에 대한 자격을 제공합니다. 나는 중요한 비즈니스 라인의 제품 로드맵 및 피쳐 우선순위를 설계하기 위해 정성적 피드백과 양적 피드백을 수집하고 평가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나는 저희 팀의 업무를 Jira에서 조직하고 SCRUM 회의를 이끄는 등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에 능숙합니다. 나는 주요 제품 및 피쳐를 시장에 출시하고 생산적인 런칭 및 이터레이션을 통해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생명주기에서 출시했습니다. 나는 조사, 전략 설계 및 개발을 주도하여 저희 경매 마켓플레이스의 자격을 갖춘 부동산에 대한 “즉시 구매”기능을 구현하였으며, 이 기능은 처음 3개월 동안 65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이끌었습니다. 시장 적합성을 보여주는 가벼운 테스트와 더 나은 고객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이터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기업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을 낼 수 있는 제품의 성공적인 출시 전략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엔지니어부터 리더쉽까지 모든 그룹과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협업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과 공감 능력이 가장 큰 강점임을 믿습니다.

아래는 마지막 문단이다. 간결하게 이 편지를 쓰는 목적을 다시 설명하고 (다음 인터뷰를 하기 위함), 마지막 한 줄은 여운을 남긴다. 설사 자신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성공을 바라고 응원하겠다는 말.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기회를 안 줄 수가 없다.

I would be thrilled to discuss more about the position with you and to shed light on any more of my past successes. Even if you don’t consider me for the role I truly wish you success on your mission.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나는 이 역할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나의 지난 성과에 대해 더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이 역할을 위해 고려되지 않더라도, 나는 차트메트릭의 미션 성취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당신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네이선(Nathan)이고, 지금까지 3개월째 차트메트릭에서 프로덕트 매니저 Product Manager 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함께 일할 날들이 기대된다.

단순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It’s very easy to build a complicate software. Building something simple takes years.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심플한 무언가를 만드는 데는 수년이 걸립니다.

Paul English, Co-founder of Kayak.com (폴 잉글리시, 카약 공동 창업자): ‘How I Built This’ 의 KAYAK 에피소드 중에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너무나 공감이 되어 이 말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단순한 제품이 더 만들기 쉬울 것 같은데 이게 무슨 말일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항공권 검색 엔진 카약(Kayak)은 2004년에 만들어졌고, 그로부터 8년밖에 지나지 않은 2012년, 프라이스라인(Priceline)에 $1.8 billion (약 2조원)에 매각되었다. 10년 전의 일이니 지금이라면 거의 4조원에 달하는 가치이다. 8년만에 이렇게 큰 가치를 만들어낸 비결과 핵심이 뭘까? 물론 당시 시장이 원하던 제품을, 좋은 시기에 만들었기 때문이지만, 인터뷰를 들으며 그 가치의 상당 부분이 공동창업자 폴의 ‘단순한 제품에 대한 집착’에서 나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카약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는데, 심플한 유저 인터페이스와 빠른 속도는 그동안 익스피디아 등의 항공권 검색 사이트 등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도 한 때는 카약만 사용할 만큼 팬이었다.

그렇게 보면, 폴이 한 말은 속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겉은 단순한 제품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카약은 사실 굉장히 복잡한 제품이다. 전 세계 항공권을 한 군데 모았고, 이 항공권들의 가격은 매 초마다 변한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취향도 가지가지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싼 가격의 항공권을 찾고, 어떤 사람은 최단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항공권을 찾는다. 차라리 이건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비싸지 않은면서,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그리고 출발 도착 시간이나 출도착 공항이 너무 이상하지 않은, 그리고 적당히 서비스가 좋은 항공사’의 항공권을 찾는다. 그리고 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옵션은 무제한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검색하니 총 2299개의 결과가 나왔다).

카약 Kayak 첫 화면 – 매우 심플하게 보인다. 어디서 어디로, 언제 비행할 것인가.
항공권 검색 결과. 가장 싼 옵션이나 가장 빠른 옵션이 아닌 ‘베스트 Best’ 옵션을 먼저 보여준다.

차트메트릭 서비스를 만들면서, 카약의 UI를 종종 생각한다. 7년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다 보니, 고객의 요구는 점차 고도화되고, 더 다양해지고 있다. 슬랙의 ‘고객 요청 사항 Customer Request’ 채널에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날로 쌓여 가고 있다. 하지만 제품을 자꾸 심플하게 바꾸지 않으면 끝이 없이 복잡해지고, 결국은 ‘프랑켄슈타인’이 되고 만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노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내가 그 역할을 많이 담당하게 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고객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그걸 미루거나 거절해야 하니까.

‘스타벅스 매장’ 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새로운 제품을 끝없이 출시하고 이를 선전해서 신선한 느낌이 들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항상 단순하다. 말도 안되게 복잡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지만, 메뉴는 항상 간단하다. 그렇기에 나처럼 ‘커피에 진심이 아닌’ 사람들도 겁먹지 않고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것.

스타벅스 매장의 메뉴판 (출처: cpfoodblog.com)
한 스타벅스 고객의 매우 복잡한 주문 (출처: Vice.com)

그렇게 보면 주변의 위대한 제품들은 다들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테슬라에 올라탈 때마다 즐거운데, UI가 너무나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이다. 따로 키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내 전화가 곧 자동차 키라서 그냥 차에 접근하면 잠금이 해제되고, 차에 들어가는 순간 내 몸에 맞게 의자가 조절된다 (당연히 여러 사람의 프로필을 저장할 수 있다). 접근하는 때에 이미 자동차가 켜지기 때문에 시동 거는 과정도 따로 없다. 파킹 브레이크 해제도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차가 출발한다. 아침엔 집에서 회사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내비게이션은 이미 회사를 목적지로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조금 운전해서 프리웨이(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자율 주행이 시작되고, 운전 과정에서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다.

테슬라 모델 3 인테리어 (출처: Business Insider)

그런 시각에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면서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제품’은 사람이다. 대학교 때 ‘분자생물학’ 강의를 들으며,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 먹은 것을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 그리고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메카니즘이 너무 복잡해서, 신이 아니면 설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눈 먼 시계공이 오랜 시간을 거쳐 설계했다고 믿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와 감정을 가진 경이로운 세계.

인간 세포 하나의 구조가 이렇게 복잡하다. 한 인간은 이런 세포 60조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123rf.com)

그 내부는 온 우주를 담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부 인터페이스는 눈, 코, 입, 귀와 손발, 그리고 생식기 정도이다. 그리고 수천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이 유저 인터페이스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이것으로 800미터가 넘는 건물을 짓고, 사람의 일부 기능을 본딴 기계와 로봇을 만들고, 우주선을 만들어 화성의 흙을 채취하고, 무한한 세대에 걸쳐서 역사를 이어간다.

눈사람 만들기

오랜만의 단상. 오래 전부터 사업이라는 건 눈사람 만들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눈덩어리를 뭉치려고 하면 잘 뭉쳐지지도 않고 부서져버리고, 흙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더 뭉치기가 어렵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나서 힘들게 겨우 만들어놓고 나면 덩어리가 너무 작아서, 이걸로 언제 커다란 눈사람이 될까 싶다.

그래도 그냥 눈 위에 굴려 본다. 굴리고 굴리다 보면 조금씩 커지는데, 덩어리가 커질수록 그 다음은 훨씬 쉽다. 부피가 크니까 눈도 많이 가져오고, 크기가 크니까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어서 쉽다.

눈덩이가 커지면 이제 팔도 붙이고 얼굴도 만들어서 장식을 할 수 있다. 눈이 어느 정도 커야 팔을 붙였을 때 말이 되지 안그러면 팔을 끼울 수도 없고 끼운다 해도 볼품이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 눈덩이가 커지면, 내가 일일이 굴리지 않아도 스스로 커지는 순간이 온다. 한 번 밀면 스스로 굴러가며 눈을 모은다. 물론 눈덩어리가 나무에 부딪치거나 물에 빠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굴려야만 눈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운이 좋아 다른 아이들이 그걸 보고서 재미있어서 대신 굴려줄 수도 있다. 큰 눈덩이를 만들고 나면 그보다 더 작은 눈덩이를 가져와서 합치자고 제안해서 바로 눈사람을 완성할 수도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임빌의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눈사람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모래알처럼 작아서 보이지도 않던 눈이 어느 새 커져서 눈사람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그 눈사람을 보며 즐거워하고, 또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정말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비전만 있었는데, 지금은 게임빌 자체 기업 가치와 컴투스 지분 보유량 약 30% 등을 합치면 그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

차트메트릭은 얼마 전에 영국의 한 회사 onesheet.club 을 인수했다. 우리의 고객이었던 회사인데, 이 회사의 제품이 우리가 하려는 방향과 맞아, 이걸 우리가 직접 만드는 대신 사서 보유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링크드인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워낙 작은 규모의 인수라 별로 내새울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창업 후 처음으로 다른 회사 자산을 인수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고, 기분이 좋았다.

처음 창업했을 때부터, 그리고 가끔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회사에 대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냐고. 정확히 그렇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언제 회사를 팔 계획이냐, 또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회사 팔 것이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언젠가 그런 행운이 찾아온다면 좋겠죠?” 라고 대답했는데, 언제부터는 회사를 파는 대신 회사를 사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빌보드나 닐슨에 인수되는 대신, 빌보드나 닐슨을 살 수 있는 회사가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꿈같은 이야기지만,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고객에게 확실한 가치를 주는 제품을 더 날카롭게 가다듬으며 천천히,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어느새 꽤 강한 조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사업의 즐거움

연간 반복 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이 어느새 3백만 달러를 넘었다. 2백만 달러를 넘은지 약 반 년만의 일. COVID-19으로 인해 잠시 껶였지만, 고객들이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동안 고민하던 큰 고객들이 마음을 정한 것이 한 가지 이유이고, 전에는 콘서트와 바에서 이루어지던 활동들이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다보니 우리와 같이 디지털 활동을 측정하는 제품에 사람들이 더 시간을 많이 쓰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이다.

차트메트릭(Chartmetric) ARR 매출 곡선

오늘 쓰려는 주제는 ‘사업의 즐거움’이다. 칙센트 미하이가 쓴 ‘몰입의 즐거움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이라는 책을 참 좋아했는데, 한글 번역 제목을 흉내내어 봤다. 사업이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사업이 주는 즐거움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만큼 오랜동안 이 느낌을 궁금하게 생각해 왔고, 또 5년간 사업을 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여러번 되새겨 보았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사업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공군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와 보험 영업을 하시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며 주변에 소위 ‘사업가’라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있었다 해도 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은 나에게 마냥 먼 생각으로만 느껴졌다. 경제적으로 항상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은 뭘까, 고등학교때는 그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고위공무원이었고, 그래서 행정학과에 지원했었다. 문과에서 공부했지만 공학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새로 만든 꿈은 변리사였다. 당시에 변리사 연봉이 한국 최고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거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과학자, 공학자’가 되기 위해 전기전자공학부로 전공을 바꾸었고, 이를 계기로 게임빌의 창업자 송병준 사장을 만나면서 전에는 몰랐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업이 무엇인지,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잘것 없어 보이던 작은 씨앗이 어떻게 한없이 커질 수 있는지를 보았다.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왕 사업을 할 거면 미국에서 하자’라고 마음먹었지만 미국에 몇 번 여행한 것이 전부인 나에게는 아주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일단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미국 학위부터 있어야 하겠고, 또 비자/영주권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MBA에 지원했고, 졸업 후에 미국 대기업에 취직했다. 몇 년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영주권까지 받았다. 이렇게 글로 쓰면 단 세 줄에 불과한 사건이지만, 이들을 이루기 위해 정말이지 열심히 노력했다 (미국에서 인턴십을 구하고 취업하고, 사업을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

마침내 영주권을 받고 나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초기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책임질 것도 많지 않았고, 잃을 것도 많지 않았으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고 하루 하루 그냥 소프트웨어 코드를 보고, 고치고, 개선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옆에 앉은 엔지니어 한 명과 하루 종일 함께 일하며 제품이 조금씩 내 마음에 들게 바뀌는 것을 보는 것, 그게 내 삶의 큰 기쁨이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고, 이제는 미국과 영국에 14명의 풀타임 직원이 생겼고, 그들 모두를 먹여살릴 수 있는 매출도 들어오고 있다. 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 한 후에 추가 투자를 받아서, 이제는 위험 요소도 많이 줄어들었다. 고객들은 정말 만족해하며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구독 소프트웨어 서비스(Software as a Service)의 특성상, 영업을 하나도 안해도, 심지어 제품을 그대로 방치해 두어도,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고 매출이 늘어난다.

꿈만 같다. 하루 하루는 분투였지만, 그 분투가 모여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생겼다는 것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뿌듯한 일이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심지어 그마저도 나에게 즐거움이었던 것은,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게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한 한, 과정은 아무리 힘들다 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목표나 비전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고생하는 것, 그것이 가장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요즘 아마존에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레이스(World’s Toughest Race: Eco-Challenge Fiji)‘를 보고 있는데, 누가 봐도 극도로 힘든 시합이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희망과 미소로 차 있다. 그 여정의 끝에 만날 가족들과, 우승하게 됐을 때 얻을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사업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을 몇 가지로 정리해볼까 한다.

1. 원하는 사람과 일할 수 있는 기회

회사에서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본인이 최고 경영자가 아닌 이상, 같이 일할 사람을 결정하는 완전한 자유를 가지기 힘들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가지게 된 첫 번째 권한은, 함께 일할 사람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른다’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처음 시작해서 보잘 것 없을 땐,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골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에게 ‘거부권’이 있다는 것은 큰 권한이다. 정말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고, 그렇게 해서 그들이 나의 편이 되었고, 또 여러 사람들이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지원했을 때는 내 주관에 따라 그들 중 가장 ‘함께 일하면 즐거울 것 같은 사람을 고를 수 있었다. 여기서 ‘함께 일하면 즐거운 사람’이 채용의 중요한 기준이었는데, 1)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회사를 통해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있고, 2) 자신의 분야에 대해 확실한 전문성이 있으며, 3) 근무 태도(work ethic)가 좋아 내가 결코 감시할 필요가 없으며, 4) 문제 해결력이 뛰어나서 복잡한 상황에서도 항상 답을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행복했고, 그러다보니 힘든 줄을 몰랐다.

2. 무엇인가가 자라고 있다는 느낌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더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며 얻는 큰 행복은, 그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들은 나보다 오래 남아 내가 죽은 이후의 세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결국, 내가 죽더라도 세상에 남아 있을 두 가지는 아이, 그리고 나보다 오래 살아 남는 ‘무엇가’이다. 그 ‘무언가’는 예술 작품일 수도 있고, 내가 심은 나무일 수도 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고 매우 짧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 자신보다 오래 남을 그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한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나와는 분리된 독립된 개체이다. 그리고 그 개체의 성장에는 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잘 성장해서 언젠가 다른 부모의 품에 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심은 문화와 내가 만든 제품은 회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오랜동안 남을 것이다.

3. 플렉서빌리티(Flexibility)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에 한국으로 이사해 왔다. 한국도 팬데믹의 예외는 하니지만, 그래도 미국보다 훨씬 잘 대처하고 있고, 무엇보다 모든 일이 원격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 기회에 양쪽 부모님이 계신 한국에 와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정했다. 결정한 지 3주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다. 물론 모든 직원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그리고 런던에 있는데 나 혼자만 한국으로 와서 일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나 하나만 조금 일찍 (새벽 두 시..) 일어나서 일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못할 것이 없어보였다. 결정한 후에 직원들과 공유했고, 내가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온라인 상태로 있을 것이라고 했더니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지낸 지금, 충분히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때에, 내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여겨진다. 사업을 하고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일하는 환경과 조건, 그리고 시간을 어느 정도 내가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Masterclass 에서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Bob Iger)의 강의를 들었다. 그 중 네 번째 에피소드인 ‘Taking Giant Swings: Pixar Acquisition Case Study (거대한 그네 타기: 픽사 인수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그가 디즈니의 CEO가 된 후 픽사(PIXAR)를 인수한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야기가 정말 드라마틱하다. 어느날 늦은 오후 집 앞에 차를 주차한 후, 마음을 먹고 스티브 잡스에게 전화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잡스에게 “나한테 크레이지(crazy)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면 어떨까요?” 그랬더니 잠시 후 스티브 잡스가 “제가 들어본 중 가장 황당한 아이디어는 아닌데요?” 라고 대답했다고.

그 후 잡스와 직접 만나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에, 픽사의 핵심 멤버들을 만나 카(Cars), 월리(Wall-E), 업(Up)의 초기 버전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 후에 왜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고 싶은지, 그리고 인수 후에 어떻게 두 회사의 비전을 더 크게 실현할 것인지 픽사 구성원들을 설득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06년 디즈니는 픽사를 $7.4 billion (약 8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것이 디즈니의 방향을 돌려놓은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나고 나면 그것이 당연한 결정이고, 수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밥 아이거의 설명을 들으면 당시에는 정말 손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고,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은 그래서 흥미진진한 것 같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베팅을 하고, 그 결정이 좋은 결과를 낳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것.

COVID-19

모든 게 달라졌다. 캘리포니아가 공식적으로 락다운(lockdown)을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미국에서의 확진자 수는 2만명에서 80만명으로 늘었고 사망자 수는 264명에서 4만 3천명으로 늘었다. 각각 40배, 160배 늘어난 수치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 1주일간은 신규 확진자 수가 늘지 않고 있지만, 한 번 올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아래는 Coronaboard.com 이라는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사이트인데,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대시보드를 비롯해, 내가 본 그 어떤 것보다도 잘 만들었다. 이런 좋은 사이트를 개발해준 것이 고마워 방금 50달러를 기부했다.

나라별 확진자 수 추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이란, 한국). 출처: https://coronaboard.com
지난 8일간 미국의 신규 확진자(Confirmed) 및 사망자(Death), 회복자(Recovered) 수. 출처: https://coronaboard.com

요즘 종종 Zoom을 통해, UCLA 앤더슨 스쿨 출신 사업가들과 주변의 지인들/친구들과 만나서 소식을 듣고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은 정말 다양하다. 다행히도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 특히 소프트웨어가 주요 제품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영향이 없고, 오히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사업가들, 특히 소프트웨어가 아닌 분야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정기 구독(subscription)형태가 아닌 영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 오던 사람들은 아주 큰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펀딩을 기다리고 있던 초기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투자와 관련한 모든 대화가 순식간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차트메트릭에는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물론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던 몇몇 고객들이 더 이상 사업이 지속되고 있지 않다며 구독을 끊었고, 또 어떤 고객들은 몇 달간 결제를 유예하거나 할인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ARR (연간 구독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 성장세가 줄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영향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연간 구독 매출이 2백만 달러를 넘었다고 이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는데, 그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2백 5십만 달러를 향해 가다가 지난 한달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차트메트릭의 연간 구독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 추이 (2017-2020)

우리에게 영향이 그나마 적었던 것은, 음악 산업 중 우리의 주요 고객들이 위치한 ‘음반 산업’이 입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음악 스트리밍 수치가 10%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또 아마존이 CD와 LP 등 디지털이 아닌 레코드 판매를 거의 중단하면서 거기에서도 타격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음악을 소비하고 있고, 음악 소비를 위해 시작한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의 정기 구독을 끊지 않고 있다. 게다가 10대, 20대들의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TikTok)은 소비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틱톡 CEO인 Alex Zhu(알렉스 추)는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및 예방을 위해 무려 $250M (약 3천억원)을 통 크게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 중 CDC(미국 질병 관리 본부)로 가는 돈만 $15M (약 180억원)이고, WHO(세계 보건 기구)로 가는 돈이 $10M (약 120억원)이다. 참고로 틱톡은 주요 음반사들과 이미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고, 앱에서 나오는 광고 매출을 그들과 공유하고 있다. Datareportal에 따르면, 지난 1월 틱톡의 활성 유저 숫자는 무려 8억 명에 달한다. 틱톡의 전신인 뮤지컬리(Muscial.ly)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대표였고, 현재 틱톡의 ‘디자이너’라고 링크드인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틱톡의 CEO는 96년에 대학을 입학했으니 77년생으로 보인다. 대단한 아우라.

아래는 Visual Capitalist(비주얼 캐피탈리스트)에서 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인데, 바이러스 기간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활동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읽는 것이고, 두 번째로 늘어난 활동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쿼런틴 기간 동안 분야별 인터넷 서비스 소비 추이 (출처: https://www.visualcapitalist.com). 음악 소비는 세대별로 40~70%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전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가입 예정인 정기 구독 서비스로 넷플릭스(Netflix)가 물론 최상위를 차지하고, 그 후 디즈니 플러스, 스포티파이, 아마존 뮤직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락다운 기간동안 새로 가입하려고 계획중인 구독 서비스들 – 음악 및 비디오 서비스가 상위를 차지.

다행히 사업에 큰 영향은 없지만,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고, 사용하는 툴이 달라졌다. 전에는 같은 장소에 앉아 화이트 보드에 그리며 바로 의사 결정을 내리며 일을 했었는데, 요즘엔 조금 더 장기적이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태스크 관리 툴인 트렐로(Trello)를 전에는 가볍게만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일들을 여기에 기록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간 의사 소통을 한다.

차트메트릭 트렐로 대시보드

요즘 내가 가장 열광하는 서비스는 탠덤(https://tandem.chat)이다. 슬랙과 태스크 관리 툴, 그리고 줌(Zoom) 화상 회의를 통해 원격 근무의 단점을 대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것이 함께 일하는 느낌, 그리고 즉석 회의이다.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자꾸 전화를 거는 것도 귀찮고, 전화 걸기도 때로는 미안한데, 탠덤을 사용하면 클릭 한 번으로 즉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따르릉 따르릉 하면서 전화를 거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이름을 클릭하면 상대방이 즉시 대화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상대방이 음소거(mute)를 해제하면 대화가 시작된다. 음소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말은 바로 들을 수 있다.

더 강력한 기능은 마우스 커서를 함께 보면서 화면을 공유하는 것인데, 미세한 차이지만 생산성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줌(Zoom) 등 다른 비디오 컨퍼런스 툴에는 없는 기능이다. 상대방이 줌으로 화면 공유하는 동안에 내가 “화면 위 오른쪽에 이 버튼 클릭해봐요”라고 말하거나, 화면에 나온 장면을 묘사할 필요가 없다. 마치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듯 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표현하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이다.

또 하나 ‘더더’ 강력한 기능.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다른 사람을 대화로 참여시키고 싶을 때, 초대 메시지를 따로 보낸 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름 옆에 Talk 을 클릭하면 즉시 그 사람이 대화에 초대된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주제가 끝나면 떠나라고 하고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면 된다.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떠나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탠덤(https://tandem.chat) – 원격 근무를 위한 필수 툴

여전히 사무실에서 매일 만나 아침에 인사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일하고, 같이 식사하던 시절이 그립지만, 다행히 원격 근무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툴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개발된 덕분에 동료들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지난 주말에는 Shelter-in-place 명령을 어기고(?), 돌이 지나 묵직한 막내 아이를 등에 업고 2시간을 걸어 집 근처 산 정상에 올랐는데 넓게 트인 시야를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나와 함께 산 정상에 오르고도 전혀 지치지 않은 두 딸 (만 7살, 5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