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

‘다이슨 청소기’로 유명한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내가 너무 좋아해서 거의 하나도 빠짐 없이 들은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에서 그의 인터뷰를 두 번째 들었는데, 공감가는 이야기와 배울점이 정말 많아 여기에 정리한다.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

9세에 사립 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지만, 그 때문에 고급 사립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1위로 꼽히는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Royal College of Art)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한 후, 보트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보트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그 후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산업용 제품들을 디자인하던 중에 사이클론(cyclone) 방식의 공업용 청소기를 발견하고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가정용 청소기를 만들게 된다. 1983년, 그의 나이는 36세.

재미있는 건, 진짜인지는 몰라도 그 당시 자기 집 뒷마당에서 만들었던 프로토타입의 갯수(5,127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 지금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던 시대가 아니라, 딱 하나씩만 설정을 바꾸며 디자인을 개선해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의 한 구절:

I made 5,127 prototypes of my vacuum before I got it right. There were 5,126 failures. But I learned from each one. That’s how I came up with a solution. So I don’t mind failure. I’ve always thought that schoolchildren should be marked by the number of failures they’ve had. The child who tries strange things and experiences lots of failures to get there is probably more creative.
https://www.fastcompany.com/59549/failure-doesnt-suck

제대로 될 때까지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5,126번의 실패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각 실패로부터 하나씩 배웠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은거죠. 그래서 실패는 상관 없습니다. 저는 항상, 학생들이 ‘몇 번의 실패를 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좀 이상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아이가 아마 더 창의적일겁니다.

James Dyson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진공 청소기를 대량 생산하고 마케팅할 자금은 없었기에, 당시 제일 큰 청소기 회사에 가져갔으나 별 성과를 못 보고, 오히려 후에 미국에 있는 대형 회사에서 그의 디자인을 베낀 것을 발견한다.

1991년에는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 당시 그의 나이는 44세였다. 현재 72세인 그의 자산은 무려 $12.8 billion(약 14조원)으로 추정되어 있다(블룸버그). 44살에 시작해서 28년에 걸쳐 쌓았으니 평균 1 년에 $460 million (약 5천억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일 놀라운 건, 그가 이 회사를 단 한번의 벤처캐피털 투자도 받지 않고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다이슨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의 일부:

Guy: 당신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는지 궁금하네요. 당신은 발명가이고 디자이너이고, 회사 장부를 살펴보고 수많은 미팅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것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Dyson: 처음엔 그런 것을 해야 했었죠.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엔지니어링에 시간을 더 많이 썼어요. 지금은 제 시간의 95%를 그런 일에 씁니다. 다른 일을 하면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아요. 엔지니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즐거워요.. 그리고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 삶은 아주 심플하죠.

이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말은 23분 지점에서 나온다.

I have this sort of basic belief. You can make a success of it, if it genuinely works better.
저한테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믿음이 있어요. 진실로 더 잘 작동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분명 성공하는 길이 있다는 거죠.

James Dyson

나는 다이슨 청소기를 두 개 소유하고 있다. 몇 달에 한 번씩 청소기를 열어 먼지 봉투를 갈던 때를 생각하면 다이슨 덕분에 삶이 얼마나 나아지고 쾌적해졌는지… 이제 다이슨은 전기차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는데, 그의 머리에서 나올 혁신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의 차는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하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

여기는 LA 버뱅크(Burbank)에 있는 위워크(WeWork). 디즈니 뮤직 그룹과의 미팅을 위해 오늘 아침 6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빌딩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답다.

위워크 버뱅크에서 본 바깥 풍경

어디 가든 그냥 컴퓨터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문명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이런 건 문명이 가져다준 정말 큰 혜택이다.

아침에 한 고객 회사 사람들에게 제품 데모를 보여줬다. 뉴욕, 내시빌, 로스엔젤레스, 런던 등 있는 10여명의 사람들이 구글 밋(Google Meet)을 통해 회의에 들어와서 내 화면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모든 게 부드럽게 진행됐다. 이런 경험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오히려 직접 만나는 게 더 불편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몇 년 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Sapience)를 읽은 이후로 ‘이동의 자유’가 인간에게 주는 행복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고 있다. 그는 책에서 여러 번 되묻는다. 과연 문명과 의료의 혁신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했는가.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폭신한 침대에서 자는 우리가, 과연 일주일째 빨지 않은 옷을 두르고 가족과 불 주변에 둘러 앉아 방금 잡아온 멧돼지를 함께 구워 먹는 원시 시대의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한가. 행복은 결국 상대적이지만, 어떤 각도로 비교해봐도 지금의 우리가 원시 시대의 그들보다 반드시 더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자유’가 인간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자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자유 등. 이를 모두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하나씩을 더 가지게 될 수록 그만큼 행복감은 늘어난다. 행복을 돈으로 직접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이러한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은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돈은 꼭 필요하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고객들이 나를 직접 만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도 서로 서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한데다, 전화 또는 화면으로 회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디즈니도, 얼굴 한 번 안보고 이미 작년에 우리 고객이 되었는데, 한 번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오늘 미팅을 잡은 것 뿐 (사실 디즈니 스튜디오 구경을 시켜준다고 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항상 ‘직접 만나야만’ 뭔가가 이루어지는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많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는 모든 회사들이 웬만하면 30분 이내 거리에 있어서 만나기가 쉽다는 점이 한 몫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접 만나고, 식사하고, 또 간혹 술자리까지 이어지는데 필요한 돈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좀 비효율이 아닐까. 1시간 반이면 30분짜리 미팅 세 개를 연달아서 할 수 있고,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즉시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시간 제한 있는’ 미팅이 공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매우 집중적으로,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캘린더에는 이렇게 30분, 한시간짜리 미팅이 연달아 잡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 누구는 뉴욕에, 누구는 런던에, 누구는 LA에 있는 사람들.

내 캘린더의 오전 시간은 이런 30분짜리 전화 또는 화상 통화 계획으로 잡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

회사 동료들과는 물론 이메일로 주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슬랙(Slack)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Chaz는 영국 런던에 있다. 슬랙(Slack)은 동료들끼리 서로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데 한 몫을 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일들이 이렇게 버추얼(virtual)로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심장과 의사로 일하는 한 친구도, 대부분의 일은 이메일과 컴퓨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은 가끔씩만 나가면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은 정말 다양하지만, 이왕이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상관 없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p.s. 세계 최고의 화상 컨퍼런스 소프트웨어 줌(Zoom)이 오늘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공모가에 비해 72%나 주가가 뛰어 기업 가치가 무려 $14.4 billion, 즉 16조원. Zoom이 전 세계에 가져다 준 혁신의 양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p.s. Zoom이 오늘 상장하면서, 이 회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Zoom Technology 의 주가가 며칠 전 수십 배 뛰었다가 폭락하고, 오늘 다시 뛰었다. 0.1센트짜리 주식이 무려 5달러로. ㅋㅋ 재미있는 일.

파도에 올라타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수한 창업팀, 초기 자금 유치 능력, 그리고 끈기와 열정 등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나는 사실 ‘파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게임빌 초기 시절, 우리가 만든 게임에는 사실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았다. 특히 민망하게도 내가 만든 게임이 가끔 문제가 있어서 고객들에게 정말 미안함을 느낀 적이 많았는데, 그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체 시장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모바일 게임으로서 정말 초기 시장이었고, 우리의 실수로 인해 고객을 화나게 하더라도, 새로운 고객이 끝없이 유입되었다.

서핑을 할 때, 아무리 일어서고 가려고 발버둥을 쳐도, 파도가 없으면 무조건 가라앉게 되어 있고, ‘일어 서는’ 방법을 배우면 파도가 올 때 그 파도를 타고 쭉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도 이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적어도 서핑을 할 줄은 알아야 파도가 오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리 훌륭한 서핑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파도가 없이는 수영으로 조금씩밖에 움직일 수 없다.

소위 뮤직테크(music tech), 즉 음악 업계의 스타트업은 사실 투자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신 좋은 점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받기 어려우니까 이 업계에서 창업하기가 어렵고, 창업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어려움과 고생 끝에 간신히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왔는데, 터널을 빠져나오고 보니 오히려 이 분야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인기가 많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그래프는 어제 IFPI(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에서 발간한 2019년 글로벌 음악 보고서(Global Music Report 2019)에서 따온 것이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음악 산업 매출을 분야별로 보여준다. 2001년에 $23.2 billion이었던 매출이 2014년에는 $14.8 billion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가, 2015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해서 2018년에는 $19.1 billion으로 올라갔다.

글로벌 음반 산업 매출 (2001년-2018년) – IFPI(국제 음악 산업 연합)

이 성장을 주도한 가장 큰 동력은, 그래프의 파란 부분에서 보이듯이, 스트리밍이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판도라, 아마존 등이 앞다투어, 그리고 경쟁적으로 더 좋은, 더 싼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았고,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 등 스마트 스피커가 인기를 끌면서 스트리밍 방식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당연히 CD 판매량이 줄었고 아이튠즈 등을 통한 음원 다운로드 판매도 줄었지만, 스트리밍이 그 틈새를 매웠고, 이제 전 세계 음원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In 2018, the global recorded music market grew by 9.7%. It is the fourth consecutive year of global growth and the highest rate of growth since IFPI began tracking the market in 1997.

2018년, 글로벌 음반 시장은 9.7% 성장했다. 이는 4년에 지속되어온 성장이며, IFPI가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의 성장이다.

Global Music Report (IFPI)

돌이켜보면 신기하게도, 음악 산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내가 차트메트릭을 시작한 해가 2015년이었다. 음악 산업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방시혁과 BTS

얼마전에 크게 회자된 방시혁 대표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전에는 글로만 읽었는데, 오늘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봤다.

유투브 영상 댓글을 읽다 보니 아래과 같은 말이 있었는데,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졸업식 축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인데, 한국에서도 마침내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떠올리게 하는 축사가 나왔다는 생각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축사와 동급의 축사로 느껴진다. 좋은 영감 영향 많이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방시혁 대표님. 항상 당신이 걷는 길과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되새기겠습니다.

Parpero (Youtube)

아래는 축사 내용 중 내가 가장 많이 공감한 말. 그가 BTS를 오늘날의 반열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 느껴진다.

저의 경우는, 두 번째 행복의 정의에 입각해서, 저의 행복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우리의 고객인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더 나아가 산업적으로는,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킴으로써 음악 산업을 발전시키고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것.” 그래서 그 변화를 저와 우리 빅히트가 이뤄내는 게 저의 행복입니다.

방시혁 (2019년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나는 사실 빅히트와 작은 인연이 있다. 지인의 소개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부사장님과 연결이 되어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고, 그 덕에 2017년 겨울에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윙스 투어(Wings Tour) 파이널 공연에 VIP로 초대되어 아내와 함께 3만 명의 여고생들에게 둘러 싸여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메리카 뮤직 어워드 공연, 엘런 쇼와 라디오 방송 등을 마치고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지 ‘고향에 와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진심으로 좋아했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실력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데다, 시작부터 끝까지 땀이 온 몸을 적실 정도로 열정을 쏟아 붓는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아내는 그 이후 팬이 되었다.

윙스 투어 파이널 – 천장 끝까지 가득 채운 BTS 아미(Army)
원래 사진을 찍으면 안되지만, 코 앞까지 온 그들을 놓칠 수 없어 찰칵!

당시에 차트메트릭 데이터를 활용해 영국의 보이밴드인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비교 분석한 글을 썼는데, BTS 아미들에게 회자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래는 차트메트릭에서 뽑은 최근 데이터. 미국이 유투브 소비량으로 1위인 점, 그리고 3, 4등에 멕시코와 브라질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은 6위. 또한 인스타그램 팬 중 절반이 백인이다.

BTS 유투브 비디오 나라별 하루 시청량 (출처: 차트메트릭)
BTS 인스타그램 팬의 인종(race) 구성 (출처: 차트메트릭)

BTS가 왜 성공했을까? 그리고 왜 미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그 논의는 너무 긴 이야기라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지난 2017년에 하이디 새뮤엘슨(Heidi Samuelson)이 쓴 ‘BTS의 철학‘이라는 글이 그 성공 요인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좀 긴 글이지만 감동하며 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블랙핑크(BLACKPINK)가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전에는 우리의 고객사이기도 한 코첼라(Coachella) 2019년 라인업을 살펴보다가 DJ 스네이크와 같은 급으로 두 번째 줄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코첼라는 연 25만명이 참석하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뮤직 페스티벌이다.

코첼라 2019년 라인업. 블랙핑크가 맨 위에서 두 번째 줄에 정상급 가수들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출처: coachella.com)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K-Pop의 성공이 4년 전 나를 음악 산업 분야로 이끌었고, 실리콘밸리에 음악과 관련된 기술 스타트업을 만든 한국계 사업가들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앞선 사업가들과 아티스트들이 피와 땀을 흘려 일군 세계 무대 위에서 K-Pop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우리 나라를 빛내는 좋은 산업이 되고 있다. 방시혁 대표가 말한 그 꿈이 꼭 이루어지고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 좋겠다.

인턴 지원서

MIT 1학년 학생으로부터 며칠 전에 받은 이메일 하나:

Hi! My name is G, and I, like you absolutely love music! Without writing a complex algorithm I could probably name a few artists off the top of my head that I believe could become chart toppers! But I don’t know how accurate that would be so if I added a few if statements here and there I could really contribute something useful to your project this summer. I am a freshman computer science major at MIT, and I would love nothing more than to be a part of your team this summer in a data analytics role! If you would like to further discuss my experience or opportunities with Chartmetric, feel free to contact me at this address!

하이! 제 이름은 G이고, 저도 당신처럼 음악을 정말 사랑합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쓰지 않아도 이미 저는 앞으로 뜰 가수 몇 명을 바로 골라낼 수 있을 저도이죠! 그렇지만 그런 접근법은 얼마나 정확할 지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한다면 당신의 프로젝트에 이번 여름에 뭔가 유용한 걸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MIT 1학년 학생인데, 차트메트릭에서의 데이터 분석 인턴십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G

아래는 그와 함께 온 이력서(resume)이다. 이름과 주소 등은 지웠다. 고등학교 때 축구팀 주장이었고, 40시간의 비행 훈련을 마치고 홀로 10시간 비행한 경험까지 있다. 거기에 더해 내신은 1등급(3.9/4.0)이었고, 만점에 가까운 ACT 점수(35/36)를 받았고(전국 상위 0.8%에 해당), National Honor Society의 멤버였고, MIT에서는 전 과목 A+ 학점 (5.0/5.0)을 취득했다.

이력서가 흥미로운데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열정도 있는 점이 마음에 들지만, 아직 1학년이고 프로그래밍 경력이 많지 않아서 우리 회사에서 기여하기는 좀 부족할 것 같다고 짧게 답장했다. 그 후에 온 이메일.

I understand your concerns that I am currently a freshman and I realize that I will be a stronger candidate in the coming years. That being said, if you decide to move forward with me this summer, I can guarantee you that I will give my 100% to getting on board with the current challenges that Chartmetric faces and contributing to its cause. If there’s another programming language that I would have to learn, I am willing to do that on top of my already programming-heavy schedule here at MIT. If you would like to further discuss my experience or opportunities for another year, I will be available to schedule a call sometime soon. With all that said, I have a lot of respect for your company so I understand and respect your decision if you don’t feel comfortable hiring me for this summer.

당신의 걱정을 이해합니다. 내년이 되면 더 강한 후보가 되겠지요. 하지만, 저와 함께 가기로 한다면 차트메트릭이 가진 도전들에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제 100%를 쏟겠습니다. 다른 수업을 미리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이미 빡센 MIT 수업 스케줄에 그 수업을 얹겠습니다. 제 경험에 대해 듣고 싶으시거나 내년에 있을 기회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다면 곧 전화 약속을 잡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당신 회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제가 아직 이번 여름 인턴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당신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G

위 영어 문구는 어디 저장해두고 템플릿으로 써도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하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또 거절할 수가 없어 며칠 후에 전화 통화를 하기로 약속을 했고, 30분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차트메트릭이 온 길과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줬다. 결국,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아직은 부족해서 올해 인턴으로는 부족할 것 같지만, 조금 더 수업을 들은 후에 내년에 꼭 지원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에도, 이렇게 인턴십 요청 이메일이 와서 처음에 거절했다가, 다시 온 이메일을 받고 감동해서 전화 통화를 하고, 결국 인턴으로 뽑아서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한국의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이런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내가 보낸 이메일에 이렇게 답장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냥 양쪽 교육 방식이나 문화에 어떤 차이가 있어서, 19살의 나이에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까.

한국은 주입식 교육이고, 미국은 창의적 교육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다인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주입식 교육이 있다. 암기는 교육의 일부이다.

내가 보기에 더 큰 차이는 책임을 지는 연습에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좀 더 성인으로 대우하고, 그렇기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대학교 1학년쯤 되었을 때는 이미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패턴은 미국 뿐 아니라 서유럽과 북유럽 학생들에게서도 보인다.

아래는 그 전에 또 다른 MIT 학생에게서 받았던 이메일:

My name is N, and I’m a junior at MIT pursuing a dual degree in computer science and music. I’m extremely interested in the industry that combines the two together, and came across Chartmetric when looking into music tech companies in the Bay Area.

My background is a good mix of software, music, and the cross section of the two. I’ve taken the classic set of algorithms/coding courses, as well as music theory and history. I’ve also taken an electronic music composition class (where I learned audio processing, recording, DAW’s, synthesizers), and I’m currently taking an interactive music systems class (with Eran Egozy, a co-founder of Harmonix). I’d love to explore a little bit more in the industry side of things with music and software, and found the work you guys are doing at Chartmetric to be really interesting!

As such, I was wondering if you guys were looking for interns next summer; if so, I’ve attached my resume to this email and would love to learn more about the specifics of your work.

Thank you so much for your time, and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soon!

제 이름은 N이고, 저는 MIT에서 컴퓨터 과학과 음악을 복수 전공으로 하고 있는 3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이 두가지를 결합한 인더스트리에 굉장한 관심이 있고, 실리콘밸리 지역의 회사를 알아보다가 차트메트릭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와 음악, 이 두 가지가 잘 배합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과 코딩과 관련된 수업들을 이수한 것은 물론이고, 음악 이론과 역사도 배웠습니다. 심지어 EDM 음악 작곡 수업도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고, 그래서 여러분들이 차트메트릭에서 하는 일이 정말 흥미로워요!

올해 인턴을 뽑는지는 모르겠네요. 제 이력서를 첨부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조만간 답장이 오기를 바랄게요!

N

아래는 그와 함께 온 이력서. 2016년에 입학하자마자 MIT 의 음악 기술 실험실에서 경험을 쌓았고, 1학년 마친 여름 방학, 그리고 2학년 마친 여름 방학에 모두 인턴십 등으로 실질적인 경험을 쌓은 것이 돋보인다. 그 외에 MIT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여성 엔지니어 클럽, 그리고 수영 팀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았다는 것도 눈에 띈다. 또한 만점에 가까운 학점 (4.8/5.0)도.

이력서를 보자 마자 흥미가 생겨서 답장을 했고, 내가 1차 인터뷰를 먼저 하고, 2차 기술 인터뷰를 마친 후에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월급 4,000달러가 담긴 오퍼 레터를 보냈다. 그 후에, 작년 인턴 때 받은 급여 기준과 그 사이 쌓인 자신의 실력에 따르면 월 5000달러가 합리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장이 왔다. 그것에 대해 내가 다시 한 번 딴지를 걸었고, 아래는 그 후에 온 이메일이다.

Thank you for taking the time out of your busy schedule to continue the conversation and for understanding where I’m coming from.
I definitely see your concern about the salary of an intern with respect to the pay of full time employees. I agree that, above all, working at Chartmetric will be an incredible learning experience for me—which I am very grateful for the opportunity to do so. However, though I may not have the experience of a senior software engineer, I can guarantee that I am not just another college intern. I believe that the salary that I proposed accurately reflects the type of work that I am going to put in, and I know that I will step in and make an impactful difference. I know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saying that through an email, and actually seeing results; I assure you that you will not be disappointed.
That being said, the remainder of my interviews are also located in the Bay Area. As I mentioned before, if you’re able to come closer to matching the offer, I’d be willing to discontinue my other interview processes and give you an answer sooner. Otherwise, for the reasons mentioned above, I will be able to give you a clearer answer upon completing my conversations with the other companies I am talking to.
Thanks again for your time, and look forward to touching base soon.

바쁜 시간을 내어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제 관심사를 이해하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가진 염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한, 차트메트릭에서의 인턴 경험이 분명히 끝내주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렇기에 기회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지만, 제가 평범한 대학생 인턴은 아니라는 점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월급은 제가 하게 될 일에 대한 정확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제가 합류하게 되면 분명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해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다른 인터뷰도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시한 조건에 조금 더 가까이 와주신다면 진행중인 다른 인터뷰를 취소하고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아니라면, 다른 회사들과 인터뷰를 좀 더 진행한 후에 제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시 연락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N

밤 9시 45분에 이 이메일을 받았는데,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제시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그리고 다른 회사와 인터뷰도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진행한 후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라고 말했다. 그 후에 받은 답장:

Of all the interviews that I did, I found our conversations to be the most relatable, fun, and genuine, and I could tell that everyone was clearly excited to work on the product. If you could send over a revised offer letter with the numbers that we discussed, I’d gladly sign it and send it back to you.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터뷰 중에 당신과 나눈 대화가 가장 공감이 갔고, 재미있었고,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팀의 다른 사람들 또한 이 제품에 대해 정말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수정된 오퍼 레터를 보내주시면 바로 사인해서 보내겠습니다.

– N

그녀가 합류하게 될 올 해 여름이 무척 기대가 된다.

곁다리로 하나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가끔 이메일을 받을 때 “갑작스럽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원래 그런 요청 이메일은 갑자기 보내는 거고, 그런 이메일을 한 두개 받는 것도 아니라 놀랄 일도 아닌데, 너무 미안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낸다면,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있어서 보내는 것일 것이고, 그렇다면 죄송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에서 교육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간략히 메모해 봤다.

** 우리 회사에서는 항상 내가 먼저 지원자와 통화를 한다. 보통 실무자가 1차 면접을 보고 그 후에 임원 또는 대표 이사 면접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 그 전에 실무자로 일할 때, 한참 시간을 들여 이력서를 골라 내고 기술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뽑자고 제안했는데, 위에서 다른 이유를 들어 거절했을 때, 시간 낭비했다고 느껴 기분이 안좋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서 내가 먼저 면접을 보고, 사람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엔지니어들과 2차 면접을 잡아서 기술 수준을 확인한다. 여기에서 오케이 사인이 오면 바로 연봉 협상으로 넘어간다.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거나 실망시켜서는 안되기 때문.

** 아래는 위 주제와는 관계 없지만, 내가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영화, ‘인턴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