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의 시장이 된 최초의 한인, 강석희

오늘 멋진 분을 만났다. 강석희 어바인(Irvine) 시장이다. 어바인은 22만명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 LA 남쪽 약 40분 거리의 부유한 도시이다[]. 이번에 행사가 있어서 내가 사는 동네에 오셨는데, 마침 아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가주 고대 동문회 사람들과 만나 저녁 식사하는 자리가 있다고 하기에 같이 나갔다(강석희 시장은 한국에서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09년에 출판한 책 “유리천장 그 너머-세일즈맨에서 시장까지, 강석희의 꿈과 도전“, 및 얼마 전에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글로벌 성공 시대 (미국에선 OnDemandKorea에서 볼 수 있다)’를 통해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질리 후드’가 이런 말을 한다.

질리 후드,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에 산다는 것도 즐겁지만, 또 즐거운 것은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이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전 LA타임즈 기자 ‘스티브 첨’은 이야기한다.

그는 항상 인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는 강합니다. 그리고 정말 한결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정당과 관계 없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한인 1세 최초 직선 시장‘, ‘어바인 시의 최초 유색인 시장‘, ‘64.1%라는, 어바인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시장’. 실제 만난 그는 매우 차분한 모습이었다. 열 다섯명 정도가 저녁 식사에 참석했는데, 질문이 하도 많아서 거의 식사를 제대로 못하셨다. 몇 가지 기억에 남았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본다.

질문: 어떻게 해서 시장에 출마할 생각을 하셨고, 당선이 되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생각 안했습니다. 서킷 시티에서 일하다가 나와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시장 출마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지요.

처음엔 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단 얼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4만 가구를 직접 돌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 주는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했고, 순식간에 제 이름과 존재가 어바인 시에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2만표 이상을 얻어서 시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질문: 서킷 시티(Circuit City)에서 일하신 것이 시장에 당선되는데, 그리고 시장으로서 일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전자제품을 파는 서킷 시티는 미국에 이민 와서 제가 처음 취직했던 곳입니다. 매장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최저 임금이었던 시간당 2.5달러를 받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서킷 시티에서 당시 금성 제품을 판 덕에 제가 한국 전자 제품을 담당했습니다. 금성, LG, 삼성으로 넘어가면서 한국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졌고, 제 매출도 올라갔죠. 고객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질문: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미국에 오셨는데 어떻게 영어를 극복하셨나요?

지금도 영어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heart-to-heart) 된다고 믿습니다. 청산유수의 말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에 맞게,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해서 인간적으로 만날 때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이 역시 서킷 시티에서 세일즈를 하며 배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이름이 ‘석희’입니다. 영어로는 “Suk-hee”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키’라고 발음합니다. 수키는 인도에서 ‘행복’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연설할 때는 이런 말로 시작합니다. ‘Suk-hee means happiness (수키는 행복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금새 누그러지고 사람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 번은 이런 AIPAC행사에 나가서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AIPAC이란 미국에 사는 유태인들의 단체인데, 힘이 매우 막강합니다. 대통령이라도 이 단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지장이 있을 정도이지요. 이 곳에서 연설을 할 일이 있었습니다. 유태인 1,000명이 앉아 있는데 어떻게 말을 시작할까 고민이 됐습니다. 섣부른 농담을 잘못 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말로 시작했습니다. “제 시 의회에 유태인이 세 명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두 명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동양의 유태인이라고 하더다.” 그랬더니 참석자 전체가 크게 웃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상원의원 등 많은 사람들이 연설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저를 찾아와서 제 연설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입니다. 듣는 사람들에게 맞추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합니다. 서킷 시티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 배운 교훈입니다.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보면 아시겠지만, 강석희 시장의 영어는 발음도 좋고 매우 유창하다. 그리고 말이 명확하고 발음이 아주 깔끔하다. 쉽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이 그 표현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강석희 어바인(Irvine) 시장님과 함께

그 외에도 시장으로 일하며 느끼는 어려움들, 그리고 보람 있었던 일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소셜 미디어를 지금보다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에 대한 의견을 말씀 드렸더니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숙제가 또 하나 늘었다. 🙂

강석희 시장은 내년에 미국 연방 하원 의원에 출마한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란, 미국 전역에서 435명밖에 뽑지 않는 자리이다. 3억 인구 중 435명.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하게 미국 전역을 지역구(county)로 나누고, 그 지역구마다 선거해서 지역구 대표를 뽑는다. 강석희 시장이 대표하는 지역구는 Irvine 시 뿐 아니라 라구나 힐(Laguna Hills) 등, 드라마 더 힐즈(The Hills)에 나오는 ‘오렌지 카운티의 비벌리 힐즈’ 같은 백인이 대부분인 부자 동네를  포함한다. 더구나, 어바인 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민주당 대표인 그로서는 시작부터 불리한 곳이다. 하지만, 한국인 이민자로서 어바인 시의 시장이 된다는 것도 애초부터 불리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의 열심과 끈기가 그 분을 어디로 이끌 지 매우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성공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 여기 옮긴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그의 인생 드라마를 잘 보여준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길 권한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진정성(consistancy)입니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똑같은 모습으로 임하는 모습,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살아온 여정이 그대로 지속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며 ‘진실되다.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 것이죠.

현재 그의 아들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의 컨설턴트로, 그의 딸은 Hulu 사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자기가 두 살때 강석희 시장에게 사진을 보냈었다고 자랑하며, 시장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강석희'라며 수줍게 웃는 한 꼬마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