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 Soup (돌국) 이야기에서 배우는 교훈

두 달 전에 새로운 팀에서 오퍼를 받아 Oracle Applications Labs로 팀을 옮긴 이후로 아주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다. 여전히 직함은 프로덕트 매니저이지만, 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엔지니어들과 주로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세일즈 팀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일즈라는 것이 항상 전쟁터와 같이 돌아가는 곳인지라 (정말 전쟁터와 비유하면 딱 들어맞는다), 그 사람들과 일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터지고 다이내믹해서 일이 참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

최근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는 세일즈 팀을 도와줄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무작정 만들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먹힐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갓 팀에 합류한 나보다는 경력 10년차 세일즈 컨설턴트들이 현실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으므로 그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소개에 소개를 받아 미국, 유럽 지역의 세일즈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며 어떤 점이 잘 먹히고,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들었다.

이제 할 일은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잘 버무려서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내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는 없으므로 세일즈 팀 사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남의 도움을 이용하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그들에게 하나씩 맡아서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분명 열심히 도와준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을 투입해서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쉽지가 않았다.

어제 매니저와 이런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Stone soup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Stone soup? 돌로 끓인 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물어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마을에 배가 고픈 군인들이 머물게 되었다. 허기진 나머지 마을 사람들 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가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다음날, 군인들은 마을 한 복판에 큰 솥단지를 놓고, 돌을 하나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끓이는 건가요?”

“돌 국을 끓입니다.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근데 양파를 조금만 더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양파를 가져왔다. 또 이야기했다.

“훨씬 낫네요, 이제 당근이 조금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당근을 가져왔다.

“이제 감자가 조금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자 아주 훌륭한 국이 만들어져서 군인과 마을 사람 모두 배불리 먹었다.

이것이 이야기이다. 내가 일단 뭔가 만들어 일을 시작하고, 결과가 아주 멋질 것임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료를 조금씩 던져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재미도 있지만 정말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의 범위가 커질수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일을 분할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나누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미국 회사에서처럼,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influence)을 발휘하고 있는가’가 리더십의 기준인 경우에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의 역할인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엔 더 그러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지만 엔지니어링 팀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팀에게 지시(order)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lead)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장면을 Stone soup 이야기보다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구글에서 “Stone soup”을 찾아봤다. 줄거리와 유래가 잘 정리된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 포르투갈, 헝가리, 프랑스, 북유럽, 동유럽, 러시아에 각각 조금씩 변형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북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손톱을 넣고, 동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도끼를 넣는다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Stone soup 이야기를 아이들이 언제 들어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해준 후에 아이들이 가져온 재료를 조금씩 모아 국을 끓인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도 찾았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자기가 첫 발음을 내딛어서 먼저 보여준 후에 사람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경영 관념’을 가르쳐준 것이 있었던가?

나는 어렸을 때 전래 동화를 참 좋아했다. 선녀와 나뭇군, 주인을 구한 개, 우렁이 색시, 효성스러운 호랑이, 은혜갚은 까치, 말안듣는 청개구리, … 이러한 전래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덕목은 충, 효, 예, 인, 지, 그리고 정직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유교에서 강조하는 덕목들이지만 경영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의 이솝 우화도 좋아했다. 선과 악이 대립되어 선이 이기는 이야기, 고난과 고통을 겪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Stone soup과 같은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Stone soup”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 (4주 전에 첫 딸이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