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leyInside(밸리인사이드)를 시작하며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갑니다. 2009년 11월 22일, ‘내가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블로그의 첫 번째 글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제 개인 홈페이지에 10년간 끄적끄적 글을 남겼었고, 텍스트 큐브를 이용해서 이따금씩 블로그를 쓰기는 했지만, 워드 프레스로 옮긴 후 도메인을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건 그 때부터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린 글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의견을 주시는데, 더 많이 배운 쪽은 오히려 저입니다. 블로그를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아는 것이 늘어났고, 블로그 올린 후 댓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면들을 알게 되었고, 블로그를 알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면서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는 방법을 깨달았고, 그리고 방문 기록 통계를 보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은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들했고, 어떤 글은 별 기대 없이 1시간만에 뚝딱 썼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제 예측력이 생기더군요. 이번 글은 아마 천 명 정도가 볼 것 같다. 이번 글은 만 명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요. 신기하게도 이제 거의 예측이 들어맞습니다.

이 블로그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2010년 3월에 일어났습니다. 그 날이 사실 제 생일이었습니다. 웬일인지 아무 할 일이 없더군요. 혼자 조용히 방에 있다가 적적해서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검색 엔진 시장의 7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순 비난으로 끝나면 안되겠기에 그 전부터 모아왔던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글을 포스팅하고, 트윗하고 나서 새벽 2시까지 잠을 못잤습니다. 리트윗과 코멘트가 끝없이 올라왔기 때문이지요. 그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순식간에 방문자가 늘더니 하루만에 만 명이 넘게 방문했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NHN의 김상헌 대표가 ‘비판을 경청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미투데이에서 이 글에 대한 의견을 올렸습니다(자세한 내용을 후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자 오늘의 유머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또는 회사 사내게시판 등에 글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방문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3일만에 무려 800명이 넘는 사람이 트윗을 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내가 좋은 정보를 접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는 그런 것들을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서비스인 민트 이야기도 쓰고, 넷플릭스 기업 문화 이야기도 쓰고, 아마존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해 느낀 점도  쓰고, ZipCar 이야기도 썼습니다. 제가 얻은 깨달음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며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가끔 블로깅에 소홀해지고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따금 댓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을 통해 다시 힘을 얻고, 새로운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또 글을 써서 올리곤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감동을 주고, 힘을 주었던 댓글이 있습니다. 오늘 나를 웃게 만든 글과 울게 만든 글이라는 글 아래에 누군가 붙여주신 글입니다.

아침 사무실에 와 어제 디자인하는 친구가 알려준 네이버 잘못 끼워진 단추… 편을 다시 읽어 보다 이 포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펑펑울었습니다.
왜 우는 지도 모르면서 울었습니다.
료마도 만화책으로만 알고, 손정의도 대단한 기업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제가 감동을 받아서 공유한 것인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감동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새벽에 일어나고, 아니면 남들보다 늦게 자면서라도 계속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지요.

아래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10개의 글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방문 수가 38만입니다.


Home page 119,091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47,786
넷플릭스 (Netflix)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16,020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12,770
무엇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Harvard Business Review) 11,706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9,580
안철수 교수의 실리콘 밸리 강연 8,537
Who Am I? 8,488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그에게서 배우는 교훈 7,343
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6,795

이런 통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특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 블로그의 제목도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바꿨습니다.

지난 5월의 일입니다. 제가 즐겨 가는 레드락 카페에서 아내와 마주 앉아 안철수 교수님의 강연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손가락이 춤을 추는 듯 움직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손가락에서 나오는 글자 하나하나를 통해, 제가 안철수 교수님에게 받았던 감동과 가르침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신이 났습니다. 5월에 포스팅한 후 지금까지 만 명이 넘는 분들이 이 글을 봤습니다. 그 때 안철수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계속해서 되새겼던 것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둘 때면 아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했습니다.

  • 의미 있는 일인가?
  •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가?
  •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봤습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위에 올라온 것은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통해 다른 분들께 감동을 전달하니 의미가 있었고, 쓰면서 스스로도 신나고 재미있었고, 또 오랫 동안 해왔던 일이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소식을 전해주는 미디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디어라고 말하니 거창하지만, 어쨌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블로그보다 조금 더 확장하고 집중해서 실리콘밸리에 특화된 사이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하워드님에게 연락했습니다. 하워드님은 야후에서 비디오 프로덕션 전문가로 계신 분입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엄마들를 위한 ‘베이마미‘라는 잡지도 창간해서 운영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고, 하워드님은 디자인과 영상을 담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했더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즉시 수락했습니다.

이름도 정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감,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인사이트 등을 모두 담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닷컴 도메인도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ValleyStory, SiliconValley, InsideSiliconValley, ValleyInsider 등등 이것 저것 해봤는데 남는 도메인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찾은 이름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도메인 등록이 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com과 .net 도메인을 구입했습니다. 트위터 계정과 유투브 계정 등도 만들었습니다. 밸리인사이드가 미국인에게 문법적으로 딱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ValleyInsider 또는 InsideValley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디시인사이드(DCInside)에 익숙한 한국 분들에게는 듣자 마자 감이 오고 외우기도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제 개인 블로그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소중한 아내와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자주 하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참여하실 분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구요.

새로운 블로그에 두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하나는 ‘애플 스토어 성공의 비결‘입니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갈 때마다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고, 대부분의 전자 제품을 아마존에서 사는 시대에, 왜 애플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것일까. 패션 아이템도 아닌데 오프라인 매장을 넓혀가는 경우는 드물고, 그렇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기대하기 힘든데, 왜 유독 애플 스토어에만 가면 항상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경우는 오히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곳의 애플 스토어를 들러 보고, 가서 사용해보고, 지니어스 바(Genius Bar)도 이용해 보고, 또 매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2년동안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제는 좀 알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페이스북 마케팅 전략팀장, 조용범‘이라는 글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살아보니 주변에 참 대단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첫 인터뷰 대상으로 저와 가까이 지내는 조용범(Benjamin Joe)을 선정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의 영향이 커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살아 온 인생을 통해 제가 많이 배웠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 배움을 전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밸리인사이드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문을 닫느냐구요? 아닙니다. 여긴 보다 더 개인적인 제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제 생각 위주의 글은 여기에 계속 올릴 것이고, 밸리인사이드는 인터뷰 위주의 블로그가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실리콘밸리 문화 이야기, 그리고 이 근처의 제가 가 본 중 좋았던 숨은 여행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올릴 것입니다. 지금만큼 자주 이 곳에 업데이트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블로그는 제가 평생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곳이니 제 삶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담기게 되겠지요.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2011년 10월 16일

조성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