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실리콘밸리 여행지 7곳

베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Bay Area라고 부르는 이 곳 실리콘밸리. LA에서 2년의 공부를 마치고 이 곳에 와서 정착한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참 많이 했는데, 가끔씩 LA의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날씨가 그립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산, 강, 바다, 호수가 고르게 섞여 있어 더 다채로운 자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관광객 또는 방문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다가 돌아가지만, 사실 볼만한 좋은 여행지는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난 곳에 있다. 그동안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받기도 하고, 내가 나서서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이번에 글로 한 번 정리를 해볼까 한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있지 않으므로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

1. 빅 서(Big Sur) 1번 도로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이어지는 1번 도로

이 곳에 여행오는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보고 가야 한다고 추천해주는 곳이다. 왼쪽엔 깎아지른 산, 오른쪽엔 끝이 안보이는 바다, 그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광고의 한 장면, 그런 곳을 차로 직접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간 때는 거의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파란 하늘과 산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아,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1번 도로는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남미까지 아주 길게 이어지는 서부 해안도로가이다. 시간이 없다면 위 지도에서 보이는 줄리아 파이퍼 번즈 주립 공원 Julia Pfeiffer Burns State Park까지 가서 아름다운 폭포를 보고 돌아오면 된다. 한 번은 래기드 포인트 인 Ragged Point Inn에서 하루 자고 아침을 맞은 후 돌아왔고, 그 다음에는 빅 서 Big Sur에서 캠핑을 했는데, 둘 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하려면 ReserveAmerica.com을 이용하면 된다. 줄리아 파이퍼 번주 주립 공원 캠프그라운드에 갔었는데, 캠프사이트도 크고, 샤워 시설 등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근처에 하이킹 코스도 많아 좋았다.

한 번은 산호세에서 출발하여 3일에 거쳐 1번 도로를 타고 LA까지 운전해서 내려가면서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앞에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10분마다 차를 세워야 할 정도였다. 그 때 찍은 중,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을 골라보았다.

캘리포니아 해변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끝없이 볼 수 있다.
Julia Pfeiffer Beach. 폭포, 모래사장,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절경.

2. 몬터레이(Monterey)와 카멜(Carmel-By-the-Sea)

몬터레이와 카멜

두 번째로 꼽고 싶은 여행지. 아내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다. 집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서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는 길에 거대한 딸기 농장도 볼 수 있다. 한 번은 가다가 차를 세워 밭을 구경했다가 커다란 딸기 두 박스를 공짜로 얻기도 했다.

몬터레이에는 유명한 17 마일 드라이브가 있다. 차 대당 약 9달러를 내야 입장할 수 있는데, 최소한 4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여기를 같이 갔더니 “여기에 안 와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며 무척 좋아하셨다. 해변을 따라 길게 나 있는 도로 중간 중간 아름다운 곳이 많다. 바다 옆에 서서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7 Miles 드라이브에서 만날 수 있는 골퍼들. 여기서 바다를 건너 무사히 맞은편까지 티샷을 날려야 한다.

17마일 드라이브 끝자락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세계 10대 골프장의 하나로 꼽은 페블 비치 골프장이 있는데, 이 곳에 도착하면 페블 비치 랏지(The Lodge At Pebble Beach)의 레스토랑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테라스에 앉아 페블 비치 골프장의 18번 홀과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다. 미국은 골프가 참 싸지만, 이 곳은 예외다. 18홀에 약 500달러 정도 하며,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랏지에서 숙박하려면 가장 싼 방이 하루 715달러이다. 이 근처에는 말도 안되게 크고 고급스러운 집들도 잔뜩 있다.

17 Miles Drive 끝자락에 있는 페블 비치 골프장 18번 홀. Lodge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편, 몬터레이 북쪽 해안을 따라 걸어서 Lovers Point Park에 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기를 걷다가 바닷가의 돌에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이 곳에 아쿠아리움도 있어 가보았는데 크지는 않지만 꽤 괜찮았다.

몬터레이 아래에 위치한 카멜-바이-더-씨 Carmel-By-the-Sea는 그 이름 그대로 바다 옆에 있는 매우 아름답고 부유한 마을인데, 특히 이국적인 분위기의 다운타운이 아주 매력적이다. 예쁜 샵들과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호텔 들이 자리 잡고 있어 걷기 좋은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입구쪽에 위치한 쇼핑몰과 갤러리들, 그리고 다운타운 중간쯤의 PortaBella라는 프랑스 음식점이다. 뉴욕타임즈의 ‘카멜에서 36시간 보내기 36 Hours in Carmel-by-the-Sea‘라는 기사도 참고.

카멜 다운타운의 프랑스 음식점, 포르타벨라 PortaBella (출처: Yelp.com)

카멜 다운타운 끝에는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파도가 적당해서 서핑을 해도 좋고, 부기 보드(Boggie Board)를 가지고 그냥 들어가서 놀아도 좋다. 다만, 물이 약간 차가우니 Wet Suit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카멜 해변 Carmel Beach

3. 소살리토 (Sausalito)와 티뷰론 (Tiburon)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는데 소살리토에 들러보지 않고 돌아가면 안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예쁜 곳이다. 2004년쯤 출장 왔다가 처음 방문했는데,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곳이었다.

소살리토 언덕위의 집들 (출처: Flickr)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면 바로 나온다. 다운타운도 인상적이지만, 집들도 각각 특색 있고 예뻐서 언덕 위의 집들을 천천히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법 비싼 집들도 많이 있는데, Zillow.com에서 찾아보니 2010년에 지은 방 네 개 짜리 집 하나는 가격이 $2.85M, 즉 30억원 이상이다 (무척 좋아 보이기는 한다).

소살리토의 고급스러운 집 중 하나. 현재 $2.85M(약 3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보다 재미있게(그리고 의미있게) 소살리토에 가는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내가 항상 가는 곳은 블레이징 새들스 Blazing Saddles이다. 역사적인 건물인 기라델리 초콜렛 Ghirardelli Chocolate 공장 바로 옆에 있는데, 이 곳에서 출발하면 자전거 도로를 통해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에 도달할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걸리고, 금문교까지 올라갈 때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기억에 남을 이벤트가 될 것이다. 가는 길에 금문교 아래쪽으로 빠지면 금문교 다리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금문교를 건너다가 중간에 멈춰서 다리 아래에 지나가는 보트들을 구경해도 좋다. 일단 자전거로 소살리토까지 가게 되면 대형 보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 자전거 빌릴 때 아예 돌아오는 보트 티켓을 사면 편하다.

소살리토에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Horizons이다. 여기 패티오(Patio)에 앉으면 바다 건너편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리모델링 후 The Trident라는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

어떤 사람들이 도대체 여기 사는가 해서 한 번 말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의 엔지니어이인데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가끔 회사에 간다고 해서 참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회사에도 그렇게 좋은 마을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기는 하다.

한때 자동차 이름으로 쓰여 익숙한 마을 티뷰론 Tiburon 은 소살리토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금 더 멀어서 그런지 보다 한적하고 조용한데, 소살리토보다 더 부유한 마을이다. 주말에 가면 다운타운 근처에 바다 위를 하얗게 메꾼 요트들을 볼 수 있다.

티뷰론 Tiburon 마을을 하늘에서 본 것 (출처: Flickr)

티뷰론을 천천히 한 바퀴 돌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마찬가지로 집들을 구경하면 재미있는데, 주말에 가면 오픈하우스 (팔려고 내놓은 집을 공개하는 것) 하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샌프란에서 더 멀지만 집값은 소살리토보다 더 비싸다. 이 곳에는 무려 100억원이 넘는 집도 있다. 해안에 위치한 어떤 집 안에 들어가서 본 적이 있는데, 집집마다 뒷마당에 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다. 보트를 타면 금방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도착할테니, 거기 살면서 보트로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영화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에 보면, 마지막 장면에 침펜지들이 탈출하여 나무가 가득한 자연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나무 중 하나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를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Muir Woods이다. 높고 곧게 뻗은 레드우드 나무가 가득한 숲인데, 들어가면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소살리토와 티뷰론 사이 정도에 있으니 같이 묶어서 여행해도 좋다. 하지만, 하이킹을 제대로 하려면 일정을 따로 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주말에 워낙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주차를 굉장히 멀리에 하고 걸어들어가야 한다.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출처: Fluidr.com)

사실, 레드우드 나무는 캘리포니아 북쪽에 매우 흔해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5. 하프문 베이(Half Moon Bay)의 리츠칼튼 호텔

고급스러우면서 아름다운 곳. 하프문 베이 자체도 예쁘지만, 여기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이 정말 좋다. 골프장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내는데, 여기 레스토랑이 분위기도 좋으면서 맛이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은 호텔 코트야드인데, 여기서 바다를 보며 칵테일 한 잔을 하면 좋다. 요청하면 담요를 주고, 군데 군데 난로(?)가 있어 바닷 바람이 다소 차가워도 괜찮다.

하프문 베이 리츠칼튼 호텔 (출처: Oyster.com)

6. 스탠포드 대학과 팔로 알토 유니버시티 거리 (University Avenue)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이 아름답다는 것은 굳이 여기에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미국 동부와 유럽, 중국 등의 다양한 캠퍼스를 많이 방문해 보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본 중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최고였다. 2004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중해의 리조트에 있는 느낌이었다. 캠퍼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공부에 과연 집중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막상 그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캠퍼스를 감상할 틈도 없는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 앞의 유니버시티 거리(University Avenue)는 언제 가도 참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워낙 자주 가기 때문에 주요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다 한 번씩 가본 것 같다. 사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만남의 장으로 알려진 유니버시티 카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 가게인 플루토스(Pluto’s)도 있고, 몇달 전 오픈한 파리바게뜨도 있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무엇보다, 이 곳에는 Palantir Technologies, Survey Monkey, Waze, Quora, Shazam, TuneIn, Flipboard, Ning등 수많은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 렌트비가 무척 비싸다. 페이스북도 처음에 이 곳에서 시작했다.

팔로 알토 다운타운, 유니버시티 거리. 어느 토요일 오후에 찍은 사진.

7. 타말파이스 주립 공원(Mt. Tamalpais State Park), 스틴슨 비치(Stinson Beach), 토말레스 베이 오이스터 농장 (Tomales Bay Oyster Company)

이 동네에 산이 많아 하이킹을 종종 하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타말파이스 산이다. 이곳은 산악자전거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틴슨 해변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면서 차츰 절경을 볼 수 있다. 이 산은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끼는데, 그래서 더 신선하고 좋다. 정상은 약 2571피트 (783미터)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스틴슨 비치는 이 산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따뜻한 해변이라 그런지 주말에 사람이 꽤 많다.

스틴슨 비치 (Stinson Beach). Tamalpais 산에 올라가면서 보면 더 멋지다. (출처: Wikipedia)

여기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의 토말레스 베이에는 굴 농장이 있다. 사람들과 몇 번 갔었는데, 정말 굴을 실컷 먹을 수 있다. 무시무시할만큼 큰 굴 50개가 75달러인데 이거면 8명이 가서도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굴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그 외

주요 여행지 7곳을 뽑았지만, 그 외에도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Big Basin State Park: 여기에도 레드우드 나무가 정말 많다. 수천년동안 그대로 유지해온 듯한 숲이다. 여기 캠프사이트도 정말 잘 되어 있다.
  2. Portola State Park: Big Basin 옆에 있는데, 여기도 레드우드 나무로 가득하며, 캠프사이트도 잘 되어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하이킹하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게 깨져있는 수많은 바위를 봤다. 풍화로 인해 바위가 이미 깨져 있었는데, 아무도 그 곳을 지나다니지 않다 보니 금이 가서 깨진 채로 그대로 있는 것이다. 이 바위를 발로 차거나밟으면 산산조각이 난다. ‘바윗돌 깨뜨려 자갈돌’이 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곳. 🙂
  3. Lake Merced Park: 샌프란시스코 서쪽에 있는 공원이다. 여기 골프장이 분위기가 좋다.
  4. Pacifica: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해변 마을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Taco Bell은 해변에 위치해 있어 미국 전체 프렌차이즈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한다.
  5. Gilroy: 큰 아웃렛이 있어 쇼핑하기 좋은 곳. LA 아웃렛 만큼 명품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브랜드가 많이 있어 그럭저럭 괜찮다.
  6. Chabot Regional Park / Campground: 호수가에 위치한 공원인데, 하이킹 코스도 잘 되어 있고, 캠핑도 가능하며, 호수가 꽤 커서 카약을 빌려서 타면 좋다.
  7. Battery Spencer: 금문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금문교 끝자락에 위치한 커다란 주차장에서 감상하지만, 이 곳에 오면 훨씬 가까이, 그리고 더 생생하게 금문교를 볼 수 있다. 근처의 마린 헤드랜드 (Marine Headlands)도 자연이 잘 보존된 아주 멋진 곳이다.
  8. Napa Valley: 너무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필요 없다.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예쁜 와이너리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한 모금씩 하다 보면 와인에 취하고 자연에 취한다.
  9. Tilden Regional Park: 버클리대 뒤쪽 언덕 위의 공원이다. 얼마 전에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한 친구가 있어서 처음 가봤는데,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았다.
  10. Mount Diablo State Park: 1,178m로, Bay Area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하이킹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11. Lick Observatory: 산호세 뒤쪽 Hamilton 산 위에 있는 천문대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올라가면 산호세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할 말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Pier 39은 사실 그다지 볼 게 없는, 지극히 상업적인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갈 일이 거의 없는 곳이고,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며, 근처엔 질 낮은 기념품 가게들로 가득하다. 전에, 이 곳 근처에서 오랫동안 관광 사업을 하신 분을 만나 들은 이야기인데, Pier 39 마리나 및 근처 대부분의 상점들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며, 조그마한 상점 하나 렌트비가 한 달에 무려 2만 5천달러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Pier39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2006년에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Warren Simons라는 사업가이다(). 그는 Chevy’s라는 성공적인 멕시칸 레스토랑의 창업자로도 알려져 있다.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파일럿으로 일하다가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는데, Pier 39에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결심하고 5년간 상인들과 공무원들을 설득한 후에 1978년에 처음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그곳이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는 관광 책자에 다 들어가 있으니 ‘사업 대박’이 난 셈이다. 지금은 그 회사가 Pier 39 Partnership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매일 관광책을 보고 찾아오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 덕분에 불황을 모르고 돈 방석 위에 앉아 있다.

펄스(Pulse), 또 하나의 실리콘 밸리 성공 스토리

아이패드용 뉴스리더, Pulse

어제 오랜만에 친구 Andreas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재능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스탠포드대학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던 중 아이폰/아이패드용 Pulse 앱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그 디자인을 자기가 했다고 했다. 하루만에 한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밥먹다 말고 깜짝 놀라서 소리 질렀다. “Wow, I am honored to have lunch with you!” (와, 너랑 점심을 먹다니 영광인걸!)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필수 어플리케이션 Pulse. 아이패드 앱의 가격은 5천원에 달하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전부터 Pulse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먼저 Pulse에 대해 설명하면, 아이패드용으로 처음 개발된 정말 쓰기 편하고 디자인이 예쁜 RSS 리더이다. RSS 리더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앱인데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떤 개념인지 알 수 있다.

출시하자마자 뉴욕타임즈, CNN 등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곧 아이패드 스토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유료 앱이 되었다. $3.99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순식간에 15,000개가 팔렸고, 몇 달 후에는 50,000개가 넘게 팔렸다. 앱 하나당 4달러라고 치면 4달러 x 50,000 = 20만불 (2억 4천만원). 그 중 개발자가 70%를 가져간다고 하면 14만불, 즉 개발자는 몇 달만에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번 셈이다.

창업자 Akshay와 Ankit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22살과 23살의 인도 출신 스탠포드 학생 두 명이다. Akshay Kothari 와 Ankit Gupta이다. Akshay 는 퍼듀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쳤고, Ankit 은 인도에서 IIT 학부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 둘은 Launchpad라는 수업 (이 수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을 듣다가 만났고, 뭔가 재미난 게 없을까 찾던 중 Pulse를 만들게 된다. 제작 기간은 겨우 1달 반. 사실 이 중 Ankit은 우연한 기회에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래 NBC Bay Area 뉴스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뉴스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유명한 이유죠. (중략) 이번에는 구글이나 야후 얘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들이 자신의 앱을 IDEO의 데이빗 켈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략) 데이빗 켈리: 사람들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합니다. Social Value가 있는 것 말이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략) 리포터: 자, 여기 22세의 스탠포드 학생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시지요. Akshay: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서 배우게 될 것이고,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리포터: 2주 후면 그들은 졸업할 것이고, 아이폰 버전을 만들 거라고 합니다.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나에게 NBC 뉴스 출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WWDC 2010 키노트 연설에서, 성공적인 아이패드 앱들을 나열하면서 Pulse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성공의 뒷 배경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고, 스탠포드에서 디자인스쿨을 만든 IDEO의 데이빗 켈리가 있다. 스탠포드에는 d.school이라고,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라는 학교가 있는데 여기에 Launchpad라는 수업이 있다.

Launchpad 수업 마지막에 제품 발표하는 장면

“Design and launch your company into the real world.” (디자인을 해서 당신의 회사를 세상에 만들어 보세요.)

10주동안 진행되는 이 수업의 목적과 방식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10주. 처음 수업 몇 주와 발표에 필요한 몇 주를 제외하면 실제 제품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주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Ankit을 만난 건 이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Ankit과 같은 수업을 듣던 내 친구 Andreas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그 때 Ankit은 수업 과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때는 Pulse를 만들기 전이었으므로 특별한 건 없었고 그냥 똑똑한 스탠포드 학생인가보다 했다. 몇 달 후 그가 유명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정말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예사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고, 전에도 많이 언급했지만, 실리콘 밸리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창업의 꿈을 안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사람들이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있으며, 그런 창업가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 제 3의 Pulse 성공 스토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아래에서 Pulse와 두 창업자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뉴욕타임즈 소개 기사
TechCrunch 소개 기사
Pulse를 만든 회사 Alfonso Labs 홈페이지
Alfonso Labs 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