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블로그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번째 단추, 네이버) 후기

내 인생의 두 번째 극적인 사건이 어제 일어났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다음에 기회되면 ^^;)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단 하루만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글에 나오는 분석은 전적으로 저 혼자 생각해낸 것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얻은 것임을 밝힙니다.) 그 전에도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매우 관심있어했던 주제라 어느 정도 공감을 사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먼저 블로그 통계. 워드프레스에서 보여 준 통계에 의하면 이번 월, 화, 수요일에 무려 18,380명이 방문했다. (글을 올린 첫째 날:10,549건, 둘째 날: 7,842건) 그 전에도 글을 쓸 때마다 수백 명의 방문자가 있었지만 이번 블로그 때문에 다른 숫자는 난장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업데이트: 약 1년이 지난 2012년 3월 12일 현재, 이 글의 방문 수는 63,707이며, 다른 웹사이트에 퍼 날라진 글과 블로그 홈페이지 방문자까지 합치면 10만에 가까운 조회수가 나온 듯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것에 대해 임정욱 님이 “트위터의 파괴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는 제목으로 의견을 올린 바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글을 올린 당일 NHN의 김상헌 대표님이 이 글을 읽고 미투데이에서 아래와 같이 의견을 주셨다는 것. 처음엔 “우리 회사 미친 분들”이라는 뜻이 뭔지 몰라 한참을 쳐다보았다. 미투데이를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Crazy라는 뜻은 아니고, 아마 “미투데이 친구”를 줄여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재미있는 표현. 😉

글을 올린 이후에 올라오는 모든 RT, twitter 답글, 그리고 블로그 댓글을 읽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RT를 보며 트위터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RT할 경우 그 파워는 대단했다. 먼저, @xguru, @estima7, @mickeyk님 등이 RT를 한 것이 이중 RT가 되면서 글이 퍼져나갔고, 시간이 지나자 @HanBaDa_, @youthinking, @schbard, @hiconcep, @tWITasWIT 등의 RT를 받으며 한창 퍼져나갔다.

지금 이시각 Topsy에 따르면 무려 805분이 블로그 링크를 RT 또는 한줄 게시 등으로 트윗해 주셨다.

Topsy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정말 많은 분들의 “한줄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hiconcep 네이버, 삼성전자, SKT 문제는 철학이다. 자기들이 다먹고 내부자산화하고 외부의 싹은 죽인다. 외부 싹을 키워서 종묘가 되면 자신들의 산에 태워서 숲을 만든느 구글, 애플 등과 엄청난 차이 http://bit.ly/bYqRAd

judge249: “매우 공감 RT @lezhin: 네이버 검색의 가장 큰 잘못은 내가 찾고 싶은 정보가 나오질 않고 네이버가 보여 주고 싶은 정보가 나온다는 것. 어제 트위터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글 하나 링크. http://3.ly/eri6

jellyai: “나또한 아이폰을 하면서 완전 실감하게된 네이버 바깥 세상!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 Sungmoon’s Blog http://bit.ly/bYqRAd

tmgmobile: “RT @BladeKim: http://bit.ly/bN4MEs 정말 좋은 글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제가 네이버를 쓰지 않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greeksage: “1위 네이버는 바꿀이유가 없겠죠 RT @hs_r 실리콘밸리와 한국은 뭐가 달라서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말해보마] http://goo.gl/rC2K (via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http://goo.gl/sbim )

lucidz: “한국 IT생태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인거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원문의 댓글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http://bit.ly/cd5qR3

글이 가지는 파워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18,000명이라니, 만약 이것이 사람들 앞에서 나가서 하는 강연이었면 정말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대 연설을 한 셈이다. 물론 수십만 명에게 읽히는 언론에 비하면 작은 숫자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사실 상상이 되지 않는 숫자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내가 가진 생각을 전달했던 적은 없었다. 정말 좋았던 것은 내 글을 읽은 한 분 한 분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또 그 분들과 깊이 있게 교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쓰는 분들도 책이 출판된 이후 많은 피드백을 받겠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속도, 그리고 거기에 트위터가 더해져서 생겨나는 가속력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초월하는 것 같다.

트윗 및 RT 분석을 통해 트위터 계정의 영향력을 숫자로 표시해주는 Twitalizer를 통해 Retweeter를 분석해 보았다. 실제 이 사이트에서 통계를 돌렸던 사람들의 정보만 나오기 때문에 전체성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RT한 분들이 트위터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분들인지 알 수 있다. 또한 “Impact”와 Follwer 숫자는 1:1 비례하는 것이 아님도 알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서 흥미로운 생각을 해 보았다. 트위터에서의 정보 전달 방식이 대학 때 생물학 수업 때 배웠던 “신경의 신호 전달 방식”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즉, 트위터 세계는 거대한 신경망 (Neural Network)이다.

뉴런의 모습. (출처: http://neuralwiki.blogspot.com/)

사람의 두뇌는 뉴런이라는 최소 단위의 신경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뉴런 사이에는 시냅스(Synapse)라는 틈이 있다. 뉴런의 끝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확산되고, 이것이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어떤 정보가 A 뉴런에서 B 뉴런으로 전달되는 과정은 무조건적인 복사가 아니다. 여기서 ‘선택적인 전달’이 일어난다. 한 뉴런은 수많은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받은 후에 신호를 다음 뉴런으로 넘기게 된다 (여기서 전달할 지 말 지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매우 고도의 정보 전달과정이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다면 사람들은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된다. 우리 몸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자극이 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주변의 모든 소음이 들린다든지, 책상에 앉아있는데 엉덩이의 압박이 항상 전달된다든지, 영화를 보고 있는데 살갗 한 곳 한 곳에서 주변 온도에 반응해서 신호를 보낸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 모든 자극이 오면 극도의 혼란으로 인해 정신병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트위터의 ‘리트윗(retweet)‘이 마치 신호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 가공한 후에 원할 때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면 트위터 전체는 거대한 신경망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조 개의 뉴런이 모여 만들어진 한 사람의 뇌, 그 수많은 뇌가 모여 새로운 ‘거대한 뇌’를 이루는 곳이 트위터 공간이다.

주: 이 글을 쓰기 위해 트위터 분석 툴을 찾는 중에 다른 재미난 툴들을 발견했는데, 트윗을 하는 사용자라면 관심이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한다.

  • http://www.twitalyzer.com/ 이 글의 예시를 위해 사용한 툴. 트위터 이름을 입력하면 그 사람의 영향력을 숫자로 보여준다.
  • http://www.tweeteffect.com/index.php 자신이 트위터에 쓴 각각의 글로 인해 follower 숫자가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보여주는 툴
  • http://tweetstats.com/graphs/sungmoon 자신의 트윗 활동 현황을 날짜별, 요일별, 시간대별로 보여주며, 내가 누구에게 가장 많이 reply했는지, 누구의 글을 가장 많이 retweet했는지를 보여주는 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