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카(Zipcar), 10년에 걸쳐 만들어낸 1조원의 기업

Zipcar 로고

2011년 4월 14일. Zipcar라는 회사가 나스닥(NASDAQ:ZIP)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2010년에 $186MM(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마이너스였던 이 회사의 가치가, 상장 첫 날 주가가 66%나 상승하며 순식간에 $1.2B (약 1.3조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WSJ 기사). 왜 투자자들은 10년 동안이나 운영했지만 최근 3년간 적자를 보았던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워싱턴 네 개 도시에서 전체 매출의 60%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세전 이익이 20%가 넘는다. 주:WSJ) 회사에 1조원이 넘는 가치를 매긴 것일까? 이 주가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 회사가 가진 비전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아마존이 창업 초기 내내 큰 적자를 냈지만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던 것처럼.

Zipcar란, 카 쉐어링(car-sharing) 서비스다. 얼핏 보면 렌터카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당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종류에 따라 시간당 약 6달러에서 13달러 사이면 자기가 원하는 차를 골라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 차를 소유하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 또는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차비가 너무 비싸 (이들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따로 돈 주고 빌리는 경우가 많다.)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인기가 많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Zipcar

2007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Zipcar 회원이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Zipcar는 아니고 Zipcar가 나중에 인수한 Flexcar라는 회사였다 (Zipcar와 비즈니스모델이나 서비스가 동일하다.). 상당히 편리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1) 인터넷이나 전화로 손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2)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기름값이 시간당 요금에 포함된다), 3) 시간당으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보다 저렴하고, 4) 보험을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5) 차 위치가 집에서 매우 가깝고 (보통 아파트 입구, 또는 기숙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다. 보스턴에 사는 내 친구는 Zipcar가 바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자동차를 보유하는 대신 오랫동안 Zipcar를 이용했다.) 5) 다양한 차들을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세단을 빌리고 IKEA에서 가구를 사야 할 때는 밴을 빌리고, 중고 가구를 사서 옮길 때는 Truck을 빌렸다). 결국 LA에서는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결국 차를 샀지만, 내가 대학생이거나, 대도시에 산다면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Zipcar는 다음과 같이 이용한다.

1.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지도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자동차를 확인한 후 사용 예약을 한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2. 차로 걸어가서 멤버십 카드를 자동차 유리창에 있는 센서에 가져다 댄다. 그럼 자동차 문이 열린다.

집카 멤버십 카드
집카 멤버십 카드

3. 차를 이용한다. 기름이 다 떨어지면 차 안에 들어있는 카드로 어디서든 주유하면 된다. 기름값은 따로 내지 않는다.

4. 차를 다 사용하면 원위치에 놓은 후 차를 잠근다.

이렇게 간단한다. 혹시 사고가 나면, 콜센터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처리해준다. 자동차 수리 및 유지보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한 매년 차의 가치가 감가상각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차를 쓰는 동안에만, 쓰는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Zipcar의 공동창업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

이러한 Zipcar의 탄생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2008년, MBA 수업시간 때의 일이다. 창업가정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수업 중에 Zipcar에 대한 하버드 케이스를 다루었다. 재미있게도 창업자 두 사람(Robin Chase와 Antje Danielson)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을 통해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체이스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였고, 다니엘슨은 다섯살 난 아들을 둔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다. 1999년, 독일 출신의 다니엘슨은 당시 교통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던 중 당시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공유’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를 당시 친구였던 체이스에게 이야기했다.[주:위키피디아] 체이스는 1986년에 MIT에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와 학교 교직원을 거쳐 과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10살이 안된 아이 셋을 기르면서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198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2000년이면 나이가 약 44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일을 그만두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체이스는, 다니엘슨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즉시 뛰어들었다.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글렌에게 가져갔을 때 그는 “이 아이디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두 배의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두 배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사업 아이디어는 분명했으나, 비즈니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자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컨버터블 론(일종의 대출) 형식으로 5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이를 이용해서 차 세 대를 리즈(lease)했다.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했고,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이 추가로 필요했으나 결국 벤처케피털로부터 유치하는데 실패하고 엔젤 투자 또는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매년 두 배씩 회원 수가 성장했고, 2008년에 Flexcar를 인수한 후에는 22만 5천명의 유료 회원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0년에는 56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미국 14개 도시 및 230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 WSJ)

2001년, 즉 Zipcar가 탄생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때에 쓰여진 하버드 케이스를 읽어보면 창업자인 체이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탄탄한 시장 조사는 물론이고, 가격 정책과 사업 계획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초기 회원 가입비 300달러, 시간당 사용료 1.5달러로 시작했으나, 가입비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회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회원 가입비를 75달러로 대폭 낮추고, 대신 시간당 사용료를 $4.5~$7로 인상했다.

아래는 2000년 5월에 만든 사업 계획서에 포함된 파이낸셜 플랜(Financial Plan)의 일부이다. 회원 수 증가율, 회원 수 감소율, 회원 일인당 가입비, 마일당/시간당 요금, 차 한대당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뿐 아니라 오버헤드(Overhead) 비용을 기업 단위와 보스턴 단위로 나누어 계산해 놓았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창업 다음해까지도 월급을 하나도 못 가져가고 계속 투자해야 했던 그들은 마케팅에 예산을 쓸 수 없었다. 2년째가 되던 해에 마케팅에 사용한 총 비용은 $7,300 (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다음은 체이스가 한 말이다.

On the marketing side, we have succeeded in keeping pretty close to budget, spending between $1,000 and $1,500 per month, or about $7,300 so far. People have been amazed that we have kept marketing this low. The key has been incredible, free publicity; advertising generated by the cars; brochures, which we put wherever we park a car; and just great word of mouth. Basically, we had no money, so this forced us to be incredibly disciplined. I knew we had to prove the business model, and showing we could acquire customers at a reasonable cost was a very important part of that. (마케팅 측면에선, 예산과 근접하게 썼습니다. 월 $1,000~$1,500씩, 지금까지 $7,300정도 사용했죠.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적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놀랍니다. 믿기 어려운 비결은 공짜 퍼블리시티(publicity)입니다. 자동차에 쓰여진 로고, 자동차 주차장에 놓여진 브로셔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소문의 힘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절제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는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창업자는 Zipcar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체이스는 Goloco라는, 카풀 서비스를 중재해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녀에 대해서 RobinChase.org, 또는 그녀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체이스는 2007년 3월에 “Zipcar와 또 하나의 빅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Zipcar 사례를 읽고 조사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사업을 시작할 때, 나이나 환경을 탓할 수 없다. 두 창업자는 10살이 채 안된 아이들의 엄마였고, 사업을 시작해본 경험도 없었다. 공동창업자 체이스의 나이는 당시 약 44세였다.
2.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강렬하게 믿고 추진할 수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월급 한 푼 없이도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3. 파이낸셜 모델링,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꼼꼼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케이스에서 체이스가 만든 모델을 보며 그 꼼꼼함에 감탄했다.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많이 들어맞았고, 그녀의 초기 아이디어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56만명의 회원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고, 미국 내에서 ‘카 쉐어링’이라는 문화를 정착시킨 Zipcar, 1조원이라는 기업 가치는 거품일까, 아니면 이제 본격적인 사업 성장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뿐일까? 앞으로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업데이트 (2011/5/15): 상장 후 한달이 지난 지금, Zipcar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조원을 건실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2013/1/2): Avis에서 Zipcar를 $491 million에 인수했습니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MBA에 관심 있는 사람이 동시에 창업에도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MBA를 졸업하면 창업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굳이 지식이 아니더라도,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또는 창업 후 투자 받을 때 유리할 것 같은 MBA라는 타이틀..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 MBA를 하고 나면 웬지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 2.5년을 돌이켜 보면,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당장 창업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면, 일단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두 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1. MBA에 드는 비용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의 한 해 등록금이 4만불 (약 4천 6백만원) 이나 그 이상이 된다. 대강 5천만원이라고 잡자. 대부분 MBA는 2년 과정이니까 2년에 학비로만 1억이 든다. 한편 월 1000불 정도 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중고차 한 대 굴리고 골프도 종종 친다고 하면 월 2천500~3천불 정도 나가고, 학교를 마칠 때까지 20개월이 걸린다고 하면 5만~6만 불 정도 나간다. 즉 6000~7000만원. 합쳐서 대충 1억 7천만원 정도가 순수하게 비용으로 소비된다고 하자. MBA 지원할 정도의 경력이 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연봉과 보너스를 합쳐 한국에서 연 6천만원 정도 받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즉, 월 500만원. 여기 20개월을 곱하면 1억이다. 두 개의 숫자를 합하면 약 2억 7천만원이다. 만약 미국에서 여름 방학동안 인턴을 한다면 약 2만~3만불 정도를 벌 수 있으니 이건 빼자. 그러면 2억 4천만원이다.

2억 4천만원. 기회 비용을 제외하면 1억 4천만 원.

이 돈이면 사업을 한 번, 아니 어쩌면 두 번 이상이라도 해볼 수 있다. 원래 재산이 충분히 있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건 정말 큰 돈이다. 이 돈을 쓰고 나서 사업을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2년간 MBA 를 통해 배우는 것과 사업을 하며 배우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어느 것이 더 나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본인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다.

2. 졸업 후 동기들의 진로
사람마다 다르고, 어디에 취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취직하면 약 10만~15만불 사이의 연봉을 받는다. MBA 오기 전에 “난 컨설팅에 관심 없어” 또는 “나는 투자 은행에는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도 자기 바로 옆에 앉아서 공부하는 친구가 유수의 consulting firm 또는 investment bank에서 job offer를 받아 이 정도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생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꼭 consulting, investment bank가 아니더라도 Silicon Valley의 high-tech 회사에 취직하면 역시 그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통장 잔고가 1억 4천만 원이 내려간 상태에서 10~15만불 연봉의 job을 마다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럼, business school은 창업에 도움이 안되나? 그렇지는 않다.

첫째, business school에서 맘이 맞는 창업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Anderson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 중 하나는 classmate들을 창업 멤버로 recruit해서 한동안 사업을 했다.

둘째, business school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갖춰 놓은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nderson School에는 Business Plan Competition이 있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25,000의 지원금을 받고, 또 California의 유수 Venture Capitalist들에게 소개를 받아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기회를 가진다. 나와 가까운 예로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Viikii.net을 창업한 호창성 선배가 있다. 한 강연에서, Stanford에 있는 동안 창업을 한 덕분에 Classmate들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검증을 받는 기회를 많이 가져 도움이 많이 되었고, 또 더 나아가 VC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실제로 seed money (창업 자본금)을 classmate를 통해 조달하기도 했으니 도움이 된 셈이다.

셋째, 명문대 MBA는 credential로 작용한다. AdMob.com의 창업자인 Omar Hamoui가 있다. 그는 Wharton School을 다니는 동안 학교를 휴학하고 회사를 시작했다. Wharton school의 명성 때문이었는지, 그의 수완이었는지, 아니면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되어 Silicon Valley에서 가장 유명한 VC중 하나인 Sequoia Capital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창업한 지 약 3년 후, 그는 회사를 Google에 $750 million (8500억원)에 매각했다.
혁신적인 회사 Invisalign (투명 교정)을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Zia Chishti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본인이 교정을 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 회사를 창업했고, 이를 NASDAQ에 상장시켰는데 1월 24일 현재 시간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이 $1.23 billion, 즉 약 1.4조원이다.

MBA 졸업 후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UCLA Anderson의 경우 약 12명이 졸업 후 창업을 했다. 전체 졸업생이 약 360명이니까 약 3%에 해당하는 셈이다. 대부분은 domestic 학생이었다. 물론, 학교마다, 그리고 연도마다 통계 차이가 클 것이다.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졸업 직후 창업하는 숫자 비율만 중요한 건 아니다. 졸업 후 일단 회사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2, 3년쯤 지나서 창업을 하거나 start-up에 join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은 나는 왜 MBA를 선택했나? 나는 사업을 한다면 이곳, Silicon Valley에서 하고 싶었다. Valuation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이다. 이전 블로그에서 밝혔지만, 한국에서 성공한 회사와 Silicon Valley 에서 성공한 회사, valuation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뿐만 아니라 여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기에 좋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에서 정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job을 찾고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또 미국 사람들, 한국의 대학은 잘 모른다. 미국의 대학을 졸업해야 “아~ 이 정도의 학력을 가졌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신분’의 문제도 있다. 미국 시민이 아니라면, 여기서 정식으로 학교를 졸업해야만 OPT(Optical Practical Training)이라는 회사에서 약 1년간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일을 시작해야 H1-B라는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전 블로그 썼듯이, 내가 MBA를 통해 얻고 배운 것은 그 외에도 정말 많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민트(Mint)

2009년 11월 2일. 25세의 한 청년이 3년여에 걸쳐 만든 소프트웨어가 Intuit(NASDAQ: INTU, 시가총액 약 15조원의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이라는 회사에 $170 million (약 1900억 원)에 매각되었다[]. 6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고,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청년은, 처음엔 웹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순수히 필요에 의해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50만명에 이를 때까지도 사무실 비용, 광고비, 또는 변호사에게 줄 돈도 마땅히 없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실리콘 밸리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그의 이름은 애런 팻저(Aaron Patzer)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Mint는 미국에 금융 계좌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한국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 모든 걸 통합해서 아주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항목에 얼마 썼고, 지난달에 비해 이번달엔 얼마 썼고, 지난달보다 올해 자산이 얼마나 증가/감소했고, 등등등.. 굳이 일일이 가계부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Mint.com 초기화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썼던 방법은 은행에서 계좌 정보와 신용 카드 사용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또 다른 계좌에서도 엑셀로 받은 후 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그래프로 표시하고… 하는 것이었다. 한 번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해서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매번 여기 저기 접속해서 엑셀 데이터를 받아와서 입력하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결국 한 두번 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Bank of America 에서 매달 명세서를 보내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 위주의 데이터여서 가만히 쳐다봐도 내가 그래서 결국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고 수익이 어디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 어려운 것은 거래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이따금씩 확인해 보는 일이다. 처음 미국에 왔는데 한 미국 친구가 신용 카드 명세서가 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나서야 입금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모두 자동 이체로 처리하고 마는데, 매번 명세서 확인하고 입금하려면 귀찮겠다”했더니, 정색을 하며 신용카드를 갚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끔씩 자기가 레스트랑에서 낸 팁 이상으로 청구되기도 하고 때론 중복으로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종종 자동 이체를 쓰지 않고 매번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입금하곤 했는데, 신용카드가 여러 개 생기고 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져서, 이를 모두 모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오버뷰(Overview) 페이지: 이번 달엔 차 수리, 학교에 기부, 가족 선물 구입 등으로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말았다... 😦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민트(Mint)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가끔씩 민트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을 쭉 보고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예산 잡은 것보다 많이 지출된 항목이 뭔지 확인하고, 대출 계좌를 통한 각 계좌 지불이 잘 되고 있는지 보고, 증권 계좌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통합했을 때 내 현재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한 번씩 보면 끝이다. 전에는 몇 시간 걸렸을 일이 이제 겨우 몇 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래에 상세 정보 페이지를 몇 개 더 캡쳐해 봤다.

거래 내역 정보 페이지. 어떤 은행, 어떤 신용카드의 정보인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한 페이지에 통합되어 있다. 카테고리는 내가 직접 입력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쇼핑몰, 바 등의 이름을 정확히 인식해서 알아서 분류한다.
이렇게 각 분야별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
이렇게 월별 추이도 깔끔하게 볼 수 있다. 8월에는 이사하느라 돈이 많이 깨졌고, 10월 11월엔 쇼핑하느라.. 음.. -_-
증권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내 포트폴리오가 S&P 500에 비해서 얼마만큼 잘 하고 있는지 이렇게 보여준다. 구글과 애플 주식 덕분에 보기 좋게 나가고 있다. 🙂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과연 민트의 수익 모델은 뭘까? 아래에 그 비밀이 있다.

즉, 내가 현재 쓰는 신용 카드 및 증권 계좌 대신 다른 것을 쓰면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니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에 따르면, 애런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의 현재 가치가 자동으로 반영되어 입력된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내가 가진 자산 중 값어치가 있는 것 (차, 그림, 골동품 등등)도 모두 입력해서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집 주소를 입력하면 Cyberhomes로부터 현재 시세 정보를 가져와서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민트의 창업자, 애런 팻저(Aaron Patzer)

제품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 회사를 창업해서 Intuit에 매각한 뒷 이야기가 사실은 더 재미있다.  28세에 포춘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 40인(Top 40 business person) 중 한 명으로 등극한 [] 애런 팻저(Aaron Patzer)는 듀크(Duke)와 프린스턴(Princeton)에서 컴퓨터 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크(Geek)인데, IBM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민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간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전에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배우면서 부딪치면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

당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민트의 성공을 유투브의 성공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원래 매각 제시 가격은 $130 million (약 1500억)이었다고 한다. 창업자 Aaron은 이것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고, 몇 달 후 가격은 $170 million (약 1900억)으로 올라갔다. 겨우 몇 달 사이에 $40 million, 즉 4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번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혼자 기술 개발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인,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래내역  Yodle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 회사에는 연간 기술사용료로 평균 $2 million정도만을 지불했다. 그러나 Mint.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Hite Capital과는 지분 계약을 했고 (즉, 돈 대신 Mint의 주식을 주었고), 그 결과 Hite Capital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벌었다. 아마도 도메인으로부터 번 수입으로는 거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한편 Yodlee는 기술 다 만들어놓고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다. 계약 내용의 차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수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또 한가지 이 사례에서 배울 점. 근본적인 기술을 만들어야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좋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애런이 민트를 매각한 후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인용한다.

So that’s the Mint story. $0 to $170m in three years flat. While everyone else was doing social media, music, video or the startup de jour, we tried to ground ourselves in what any business should be doing: solve a real problem for people. Make something that is faster, more efficient, cheaper (in this case free), and innovate on technology or business model to make a healthy revenue stream doing it. (이것이 바로 민트 이야기입니다. 3년만에 0원에서 1900억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음악, 비디오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근본에 집중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싸게 (이 경우에는 공짜로) 만들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혁신해서 건강한 매출이 들어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참 와닿는 이야기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끼면 그 대가를 보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