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소 섭취량 (Vo2 Max)

최근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에 ‘달리기’라는 대답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게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요즘엔 그 어느때보다도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달리고 있다.

원래 나는 달리기에 정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 지루한 걸 무엇하러 하나’. 농구, 테니스, 수영, 골프 등 그보다 더 폼나고 재미도 있는 운동이 많은데, 달리기란 정말이지 고독하고 지루하기만할 뿐인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다. 게다가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데다 운동 시설도 따로 사용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다른 운동을 할 줄 모르거나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을 때만 하는 운동이랄까.

그러다가 갑자기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 후배 덕분이었다. 구글에 다니다가 나와서 자신의 스타트업을 하는 후배였는데, 그 때문에 종종 만나서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안부를 물어보곤 했었다. 운동을 워낙 좋아한다길래 같이 샌프란시스코 아쿠아틱 파크에서 만나 바다 수영도 하고, 다음엔 또 무슨 운동을 같이 하면 좋을까 이야기하며 지냈는데, 후배가 어느날 제안을 했다. 11월에 몬터레이에서 열리는 하프 마라톤에 같이 나가자는 것.

하프 마라톤은 정말 오래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한 이후 완전 잊고 지냈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서 고민하다 막판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체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목표가 생기면 그동안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마라톤까지 남은 시간은 3주 남짓. 각자 샌프란시스코, 팔로 알토에서 살고 있어서 주말 오전에 한 번씩 만나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 중간 지점인 Sawyer Trail 이 적당해 보였다. 실리콘밸리에서 하프문 베이로 가는 관문에 있는 거대한 호수 옆길에 난 달리기 코스였는데, 10월의 일요일 아침 7시 반이라 꽤 추웠지만,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그 차가운 공기를 스치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가볍게 5마일만 뛰자 했는데, 뛰고 나서 보니 8km 가까운 거리였고, 둘이 함께 뛰니 5.14/km로 속도도 꽤 빨랐다. 이렇게 몇 번 더 훈련하면 할만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프 마라톤 트레이닝의 첫 시작

1주일 후, 그리고 마라톤 1주일 전에 한 번 더 만나서 뛰었고, 이번엔 14.5km를 달렸다. 5:46/km 의 페이스였는데, 마지막 1~2 킬로미터는 확실히 힘들었다. 함께 훈련한 후배가 워낙 잘 뛰어서 겨우 따라갔지, 혼자였으면 이 중간에 벌써 포기했을 거다.

하프 마라톤 두 번째 훈련

15km 가까운 거리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니 스스로에게 놀랐는데, 그래도 21km를 달려야 하는 하프 마라톤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도 일단 질렀으니 도전해볼 수밖에.

드디어 마라톤. 하루 전날 2시간 정도 운전해서 몬터레이에 가서 빕(Bip) 등을 받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근처 호텔에서 잤다. 마라톤 당일은 새벽 4시~5시쯤 일어난 것 같다. 긴장한 마음으로 대회 장소에 가니 추운 새벽임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중에 보니 이날 무려 700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몬터레이 시 전체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몬터레이 해변도로를 함께 달리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몬터레이 하프 마라톤 코스 (출처: https://www.runningusa.org)

하프 마라톤을 2시간 이내에 달리면 괜찮은 기록이라길래 2시간을 목표로 했는데, 마지막 1마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힘을 내었고, 단 한번도 걷지 않고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다. 정말 아쉽게도 2시간을 살짝 넘긴 2시간 2분의 기록이었다.

몬터레이 하프 마라톤 결과

서론이 많이 길었는데, 원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이 달리기의 결과로 높일 수 있게 된 중요한 지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 지표는 바로 ‘최대 산소 섭취량 (Vo2 Max)‘. 말 그대로 단위 시간당 몸이 얼마나 많은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느냐는 지표인데, 아래는 그록(Grok)의 설명이다.


Vo2 Max는 단위 시간당 신체가 흡수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의미하며, 보통 밀리리터(ml) 단위로 몸무게(kg)와 시간(분)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예를 들어, “ml/kg/min”로 표현된다. 이는 주로 심폐 지구력(심혈관계 건강)과 유산소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 V는 “Volume(부피)”을 뜻하고,
  • O2는 “Oxygen(산소)”를 의미하며,
  • Max는 “Maximum(최대)”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Vo2 Max 수치가 높을수록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운동선수나 건강한 사람에게 중요한 체력 요소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엘리트 마라톤 선수의 Vo2 Max는 보통 70-85 ml/kg/min 정도이고, 일반인의 경우 30-50 ml/kg/min 수준일 수 있다.

측정은 보통 러닝머신이나 자전거 같은 기구를 사용해 최대 운동 강도에서 호흡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수치가 높으면 뭐가 좋은 걸까? 일단, 전반적으로 몸이 가뿐하다고 느끼고 덜 지친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가빠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담배를 피우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흡연자가 아닌데도 쉽게 숨이 가쁨을 느낀다면 아마도 이 수치가 낮을 것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소위 ‘헉헉거림’이 확 줄게 된다. 숨이 쉽게 가빠지지 않으니 일상 생활에서 가뿐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이 필요하거나 지구력이 필요한 활동에서 숨이 쉽게 가빠지지 않아 훨씬 편안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달리기 등의 운동을 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지표에 대해 처음 알게된 건 눔 정세주 대표를 통해서였다. 약 2년 전에 함께 멕시코에서 열리는 창업자 리트릿에 갔었는데, 딱 한가지만 젠다고 하면 이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야기해준 것이 최대 산소 섭취량이었다. 애플 와치 등 스마트 와치를 차고 있으면 자동으로 측정이 되는데, 당시에 이 지표를 보니 ‘평균 이하’라고 나와서 무척 실망을 했었다. 알고 보니 다이어트하고 운동을 많이 한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심장 박동수를 최대로 높이는, 즉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격렬한 운동을 해야 높아지는 수치라고 했다. 그 때부터 이 지표를 종종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뭘 해도 잘 안올라가는 걸 보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지표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35 정로도 ‘평균 이하’에 머무르던 수치가 마라톤 훈련을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그 후 단기간에 상승하여 44.6까지 올라간 것이다 (최근 좀 게으름을 피웠더니 살짝 떨어졌지만). 아이폰 사용자라면 ‘건강(Health)’ 앱에서 이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최대 산소 섭취량 (Vo2 Max)의 1년간 수치 변화.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싶어서 전문 측정 기관에 가서 산소 마스크 같은 것을 쓰고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서 측정을 해봤고, 여기서 얻은 수치는 49였다.

전문 측정 기관에서 측정한 결과

연령대별 이상적인 최대 산소 섭취량 수치는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자 기준).

출처: https://www.bicycling.com/health-nutrition/a61914330/vo2-max-by-age/

아래는 이 수치가 가지는 의미, 과학, 그리고 왜 ‘무병장수’와 깊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수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한 영상.

요즘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앱을 열어 이 지표를 보여주고 즐겨찾기에 등록해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표를 알게 되고,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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