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톤 Peloton 예찬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1,000달러 이상의 높은 가격때문에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유산소 운동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해서 몇 달 전 펠로톤 바이크를 샀다. 약 3달간 사용해봤는데 결과는 대만족!

펠로톤 수업 화면

원래 나는 자전거를 타던 사람은 아니었다. 유산소 운동을 한다고 하면 주로 트레드밀에서 뛰거나, 수영을 하거나, 아니면 그룹 레슨에 참여하곤 했다. 스핀 클래스도 몇 번 들어봤지만 별로 땡기지 않았다. 하지만 펠로톤을 시작하고 나서 자전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재미있으면서도 운동 효과가 정말 좋다. 아래는 첫 한 달간의 운동 기록이다.

내가 애플이나 테슬라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느 하나만으로는 의미가 없도록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어서인데, 펠로톤도 그런 면에서 애플 제품을 연상시킨다. 이런 아름다운 제품을 사용하다보면 그 제품을 만든 사람들의 노력과 철학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계속 자전거 안장 위에 앉고 싶도록,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요소가 세 가지 있는데, 천재적인 디자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첫째, 대시보드. 자전거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속도(cadence / rpm)와 저항성(resistance)이다. 그 두 가지의 결합으로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이 정해진다. 당연히 펠로톤 대시보드에는 이 두 가지가 항상 표시되어 있는데, 수업을 하는 동안 강사가 목표 케이던스와 저항성 범위를 준다. 내가 그 목표 안에 들어가면 노란색으로 바뀌고, 벗어나면 흰 색으로 바뀐다. 이게 아주 미세한 건데, 양쪽을 같이 노란색 범위 안에 들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내가 범위 안에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강사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펠로톤 멤버들이 보는 것도 아닌데도 이 안에 들도록 노력하게 만든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기가 막힌 디자인이다.

화면 아래에 속도(cadence)와 저항성(resistance)이 항상 표시된다.

둘째, 리더보드. 케이던스(회전 속도)와 리지스턴스(저항)의 조합으로 출력값(output)이 달라지는데, 이 수치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에 따라 내 순위가 정해진다. 실시간 수업을 참여하면 동시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비교가 되고, 녹화 수업을 참여하면 그동안 그 수업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과 비교가 되며 순위를 보여준다. 이게 정말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이다. 내 바로 앞에서 가는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내가 따라잡으면 그 사람은 다시 힘을 줘서 나를 앞지르고.. 그 사람에게 하이파이브를 보내고 또 받는다. 친구 맺기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미세한 디자인이 들어 있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일시 정지를 하는 시간이 1분 이상이 되면 내 순위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다. 그럼 좀 억울한 생각이 드니 결국 끝까지 하게 된다. 일단 시작하면 물 마실 틈도 없이 끝까지 하게 되는 것. 이보다 더 좋은 운동 효과가 있을까.

셋재, 최고 수준의 강사들. 수십 명의 강사들이 있는데 다들 정말 실력이 출중하다. 이런 저런 수업을 듣다 보니 가장 맘에 드는 강사들이 둘 생겼는데 리앤 하인스비 Leanne Hainsby벤 앨디스 Ben Aldis이다. 일단 외모가 출중하고, 수업도 깔끔하게 잘 하고, 영국식 액센트가 매력적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쉼 없이 잘 한다. 이 글을 쓰다가 처음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둘이 커플이다!

벤 앨디스(Ben Aldis) 펠로톤 스튜디오 수업 장면

펠로톤을 시작하면서 이제 시간이 없다든지 날씨가 안좋다든지 하는 핑계는 댈 수가 없게 됐다. 새벽 5시에 할 때도, 밤 11시에 할 때도 있는데, 에어팟을 꼽고 30분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운동하고 나서 찬 물로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최상이다. 아, 또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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