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 Dollars

Chartmetric의 월정액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5월 월매출이 2,180달러가 됐을 때 글을 썼는데,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그 액수가 10배가 되었다. 이제 Chartmetric이라는 이름이 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서 아무런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이 없어도 매일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하고, 또 그 중 일정 수가 프리미엄 고객이 되고 있다. 아래는 월별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 성장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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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겨울,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터를 거치며 3개월만에 뚝딱 만들어낸 프로토타입이, 시간을 지나 이제 제법 제품의 모습을 갖춰서 사람들에게 입소문도 나고, 돈도 만들어오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가장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건, 고객들로부터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 아래는 얼마 전에 실수로 나에게 도착한 이메일.

OOO, can you inquire with Sung about the 20% discount she is offering if we upgrade to the premium plan? She also mentions there that the standard plan is also going to be discounted. This could be beneficial for us since our business relies heavily on this platform for stats and reports.

OOOO OOOOOO
Co-Founder | Director
Global Head of OOOO

내부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보낸 이메일인데 실수로 내가 참조가 되어 나에게 도착한 것이다. “우리 사업이 차트메트릭이 제공하는 통계와 리포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니까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씨익 웃고 그냥 모른척 할까 하다가 아래와 같이 답장을 보냈다.

Just wanted to let you know that I was cc’ed on this email thread by mistake. 😉 It really made my day though!I am here to help. I really want to see you to grow your business, with the help of the engineering / data crunching work we do here. Let me know how it goes.

p.s. I’m a boy. 🙂

사업의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 참 많지만,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된 건, 모르는 분야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고객들과 통화를 할 때, “나는 이 인더스트리 출신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 약점일 수 있지만 동시에 무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업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고, 또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조금의 개선을 이루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또 한가지 나 스스로에게 항상 리마인드하면서 더 큰 확신을 가지는 건, ‘정말 만족하는 100명의 고객이 중요하다’는 폴 그래험(Paul Graham)의 유명한 조언이다. 아래는 그 내용을 설명한 대목.

There are two reasons founders resist going out and recruiting users individually. One is a combination of shyness and laziness. They’d rather sit at home writing code than go out and talk to a bunch of strangers and probably be rejected by most of them. But for a startup to succeed, at least one founder (usually the CEO) will have to spend a lot of time on sales and marketing.

The other reason founders ignore this path is that the absolute numbers seem so small at first. This can’t be how the big, famous startups got started, they think. The mistake they make is to underestimate the power of compound growth. We encourage every startup to measure their progress by weekly growth rate. If you have 100 users, you need to get 10 more next week to grow 10% a week. And while 110 may not seem much better than 100, if you keep growing at 10% a week you’ll be surprised how big the numbers get. After a year you’ll have 14,000 users, and after 2 years you’ll have 2 million.

– 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

현재 100명의 유저가 있고, 일주일에 10%씩 성장한다면 1년 후 그 숫자는 14,000명이 되고, 2년 후에는 200만명이 된다는 것. 진짜일까? 아래와 같이 계산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100에서 시작하여 주당 10%씩 2년(104주)의 성장:

100 * (1 + 0.1)^104 = 2,017,619

그래서 마케팅에 별로 시간과 돈을 쓰지 않았다. 갑자기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이상의 숫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보다, 우리를 알게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관찰하고, 의견을 물어보고, 또 만족시키고 싶어서. 이제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사람이 따로 생겼지만, 그래도 시간만 되면,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항상 시간을 잡아서 직접 통화를 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내가 더 많은 올바른 결정들을 내리고, 또 잘못된 결정들로부터 더 빨리 배울 수 있기를.

즐겨 듣는 팟캐스트 두 개 소개

1. Masters of Scale with Reid Hof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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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이 끝나고 나서 시즌 2가 언제 시작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이번주 에피소드는 다름 아닌 슬랙(Slack)의 창업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드 호프만 씩이나 되는 바쁜 억만장자가 자기 시간을 들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일일이 편집해서 (물론 팀이 있지만) 팟캐스트를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다니, 팟캐스트가 정말 대세이긴 하다.

그가 호스트이다보니 실리콘밸리에서 그가 부를 수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정도이다. 아니나 다를까, 출연진이 너무나 화려하다. 에어비엔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 Walker and Co. CEO 트리스탄 워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알파벳 의장 에릭 슈미트,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등. 어떻게 이런 사람들의 시간을 한 시간씩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도 공짜로.

이들을 인터뷰하며 호프만은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다. ‘스케일’. 즉,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고, 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이들 CEO들이 그 순간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파고들어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이 팟캐스트가 독특한 점은, 단순히 질문과 답변 형식이 아니라는 것. 그들을 인터뷰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중간 중간에 리드 호프만이 끼어들어 설명한다. 왜 그들의 말이 옳은지, 왜 스케일한다는 것은 스케일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인지, 어떻게 그 자신도 링크드인을 만들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렸는지를 부연 설명하는데, 너무나 친절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기분이다.

특별히 어느 에피소드가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흥미진진하다. 에어비엔비 창업 스토리는 이미 익숙하지만, 브라이언의 입을 통해 들으니 또 들어도 재미있었고, 마크 저커버그 에피소드에서도 처음 듣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었다. 특히 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기 전에 어린 시절(12살)때부터 만들었던 앱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페이스북 초기 시절에 내렸던 제품에 대한 고민과 결정들을 들으면서 페이스북이 결코 우연이나 운에 의해 탄생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CEO로서 그가 내린 수많은 의사 결정 중 제품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한 이야기이다. 그는 일생을 거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에 가장 관심이 있었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아 제품의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의사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페이스북이다.

얼마 전에 UCLA Anderson (MBA) 출신 CEO 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 연사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CEO로서 당신이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가?”

참석자들이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대답했는데, 내가 했던 대답은 ‘제품과 관련된 의사 결정’이었다. CEO로서 회사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있고, 좋은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것도 있고, 또 고객을 만나고 그들을 데려와야 하는 것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가 회사에 한 가장 큰 기여는 제품의 방향을 결정한 일들이었던 것 같다. 고객들이 요청하는 기능은 무척 많고, 우리가 그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 또한 매 순간 변하기 쉽다. 내 스스로가 엔지니어였었고 (지금도 엔지니어이고), 또 오라클에서 제품 관리자 역할을 해봤던 것이 이런 결정을 빨리, 그리고 맞게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2. How I Built This (by Guy Raz)

세상에 널리 알려진 무언가를 만든 사람들을 한 명씩 인터뷰하며 만든 팟캐스트. 비슷한 목적의 팟캐스트는 많지만 이 팟캐스트가 유난히 빛나는 이유는 진행자가 가이 라즈(Guy Raz)이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가 지금까지 빌게이츠, 에미넴, 테일러 스위프트, 지미 카터, 알 고어 등을 포함해 6,000명을 넘게 인터뷰했다고 하는데, 그는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인터뷰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그의 인터뷰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항상 ‘행동의 동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이미 이야기들을 모두 쏟아내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Guy 앞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그게 실력이다. Ted Radio Hour를 통해 그의 목소리가 이미 귀에 익었는데, 이 How I Built This 시리즈는 그의 매력을 또 다른 차원에서 발산한다.

아래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최근 에피소드들, 그리고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

  • Southwest Airlines: Herb Kelleher
    • 변호사이던 그가 텍사스에서 항공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50만달러를 투자받았으나, 당시 대형 항공사가 소송을 거는 바람에 4년동안 비행기 한 대도 띄우지 못하고 투자금을 모두 날린 사연
    • 즐겨 먹는 ‘와일드 터키(Wild Turkey)’가 그를 항상 낙천적인 사람으로 만든 사건
  • Starbucks: Howard Schultz
    • 맨하탄에서 제록스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그가 시애틀 출장갔다가 커피 향에 반해, 당시 커피 원두만을 팔던 ‘스타벅스’에 1년동안 졸라서 겨우 취직하고, 또 창업자들을 설득해 매장에서 커피를 직접 팔게 된 이야기
    • 이탈리아 출장에서 사람들이 여유 있게 커피를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제 3의 공간‘을 생각해내고, 이를 스타벅스에 적용한 이야기
    • 자기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배신을 당해 스타벅스를 잃을 뻔하다가, 같이 농구하던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빌 게이츠의 아버지를 만나고, 그를 통해 구원을 받은 이야기
  • Chipotle: Steve Ells
    • 공장에서 만들어져 배급되는 맥도널드 방식의 패스트 푸드에 반기를 들고, 그 날 매장에서 썰어 그 날 파는 신선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멕시칸 레스토랑을 만들게 된 사연
    • 맥도널드의 투자를 받아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지만, 결국 철학이 맞지 않아 다시 갈라서게 된 사연
  • WeWork: Miguel McKelvey
    • 건축을 공부하고 맨하탄의 한 건축 사무실에 취직한 그가, 사무 공간을 임대하는 아이디어를 얻기까지의 과정
    • 2009년 경제 위기에 맨하탄의 빌딩들이 줄줄이 비어갈 때, 과감히 도전해서 사업을 키워가는 이야기
    • 위워크(WeWork)라는 이름을 생각해내게 된 계기
  • Five Guys: Jerry Murrell
    • 텍사스에서 가족을 위해 버거를 굽던 아버지가, 멀쩡한 직업을 그만 두고 햄버거 가게를 차린 사연
    • 아들 4명이 모두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일을 하고, 궁극적으로 Five Guys를 미국 전역에 퍼뜨린 이야기
    • ‘Five Guys’라는 이름이 자신과 네 명의 아들을 지칭하는 뜻이라는 것
  • Whole Foods Market: John Mackey
    •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머니가 사 오는 즉석 음식에만 익숙해진 그가, ‘건강’과 음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 야채가게 직원으로 취직해서 자신의 인생을 찾게 된 이야기
    •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작한 작은 오가닉 스토어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진 과정
    • 홍수로 인해 모든 걸 날리고 사업을 접기 직전까지 갔던 이야기
    • ‘Organic Foods’ 등 다른 이름을 제치고 ‘Whole Foods Market’이 이름으로 선정된 사연

참고로 아래 팟캐스트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지만, 혹시 아직 못 들은 분을 위해 몇 가지 추가한다.

  • 시리얼(Serial)
    • 1999년, 발티모어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이해민(Hae Min Lee)이 어느날 실종되고, 인근 공원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당시 그의 남자친구였던 아드난 사이드(Adnan Syed)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다른 학교 친구의 증언으로 아드난이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일까?
    • 진행자인 사라 쾨닉(Sarah Koenig)은 당시 사건을 기록한 수천 건의 문서를 다시 뒤지며, 어쩌면 아드난이 살해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이 사건을 되짚는다. 마침내 아드난과의 인터뷰까지 시도.
  • 스타트업(Start-Up)
    • NPR 출신인 알렉스 블룸버그(Alex Blumberg)가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팟캐스트 회사를 차리고, 동업자와 지분을 협의하고,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만나 투자를 받고, 회사를 성장시키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녹음해서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 특히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크리스 사카(Chris Sacca) 앞에서 엘리베이터 피칭을 하다가 제대로 실패하고 당황하는 장면은 최고다. 당시에 미국 투자자들을 만나 내가 제대로 피칭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알렉스가 버벅대는 것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
    • 시즌 1을 들어야 한다.
  • TED Radio Hour
    • 위에서 소개한 가이 라즈(Guy Raz)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TED를 보며 영감을 얻고 싶은데 일일이 볼 시간이 없다면, 라디오 형식으로 편집되고, 연사의 인터뷰까지 담은 이 팟캐스트가 매우 유용하다. 나는 운전할 때 가끔 듣는데, 들으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었다.

카카오 임지훈 대표의 카이스트 강연

모두가 읽고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글이고, 공감 가는 말이 너무나 많아 여기에 옮겨본다. 2년 전쯤, 임지훈 대표와 약속이 있어 판교 카카오 본사에 방문했을 때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통로마다 빽빽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대화의 소리가 너무 커서 회의에 방해가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회사 문화가 웬만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능가할 정도로 좋다고 느꼈는데, 결국 훌륭한 리더들이 만들어낸 결과.

강연 원문 보기(하이라이트)

내가 가장 크게 공감했던 7가지 포인트:

  1. 문화는 사원이 바꿀 수 없다. 리더만 바꿀 수 있다.
  2. 다수결 방식은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 한 사람이 책임지는 쪽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3. 생각보다 한 가지를 쭉 파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은 언젠가 빛이 난다.
  4. 리더의 중요한 자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다. 심지어 옳은 답이더라도 ‘당신이 틀렸으니까 이거 해라’ 하면 싫어한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5. 형님 동생 문화 좋아하지 않는다. 평등한 대화가 어려워진다. 카카오는 젊은 사람이 리더가 되기 유리한 구조를 가졌다.
  6. 내 선택에 후회 안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7. 리더는 변명하면 안된다. “거봐 하지 말랬잖아. 결국 그렇게 해서 잘 안됐네”는 최악의 변명이다.

가끔 대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하시거나 중간 관리자 정도 되시는 분이 “회장님(사장님)이 우리 회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실리콘밸리에서 배워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런 질문 들을 때마다 정말 기가 막힌다. 그 사람이 100장짜리 상세 보고서를 써서 돌아간 후 리더들에게 발표한다고 해서 그 큰 기업의 문화가 1%라도 바뀔까? 리더가 직접 보고 느낀 후, 이를 실천해도 바뀔까 말까 하는게 문화다.

첨언하면, 내가 많은 한국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드라마들이 왜곡되고 비뚤어진 리더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마치 그게 멋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집 아들로 태어나서 젊은 나이에 임원 달고 책상에 삐딱하게 앉아서, 자기에게 보고하러 온 사람에게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묻는 건 정말 최악의 리더다. 그런 건 멋있는 게 아니고 그런 리더는 회사에서 해고당할만큼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거다. 진짜 리더는 함께 책임지고, 자기 아래 사람이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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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리더상

참고로,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

놀듯이 일하기, 일하듯이 놀기

얼마전 조선비즈 박원익 기자와 했던 인터뷰가 기사로 나왔다. 사업을 시작한 후 지난 2년동안 했던 고민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두 시간동안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내 삶을,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예비 창업가에게 조언해 준다면?”이었다. 아래는 한참을 고민한 후 했던 대답.

창업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같은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창업한 후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얻는 게 있다. 일이 잘되면 진짜 좋은 것이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같은 사람 보면 행복해 보이더라. 산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인처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스스로 개척해서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이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에게든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무척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고. 창업하면 어떨까?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내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까, 아니면 더 힘들고 비참하게 만들까.. 이런 질문들. 창업을 꺼려하게 만드는 두려움들.

지난 5년간 많은 책을 읽었던 건 아니지만, 그 5년 동안, 아니 어쩌면 지난 10년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큰 감동을 주었고,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될 정도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이 하나 있다면 나이키(Nike) 창업자 필 나이트(Phil Knight)의 자서전인 슈 독(Shoe Do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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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나이트(Phil Knight)의 슈 독(Shoe Dog)

사실 읽었다기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오더블(Audible)에서 오디오 북을 다운로드해서 출근 길 차 안에서 들었다. 매일의 출근길이 기대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었다 (게다가 그는 글을 참 잘 쓴다). 나이키(Nike)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 그리고 일본의 신발 회사 ‘아식스’에서 신발을 들여와 미국에 팔기 위해 만든 회사가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였고, 그 회사가 나중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선택한 계기, 신발을 너무 사랑하는 세일즈맨을 만나 도움을 받은 이야기, 또 미국 국세청(IRS)에서 엄청난 세금을 메겨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에 이른 이야기 등은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숨막히게 했지만, 책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은 흥미롭게도 첫머리와 끝머리였다. 즉, 프롤로그에서 설명한, 창업을 하게 된 배경과 에필로그에서 설명한, ‘세계 브랜드 가치 1위 회사‘를 만들고 난 후에 그가 한 생각들은 두고 두고 남을 영감을 주었다.

그 중 시작 부분을 대략 설명하면 이렇다. 오레곤 대학(University of Oregon)을 졸업한 후 스탠포드 MBA를 마치고, 남들 같으면 억대 연봉을 받고 뉴욕의 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 취직할 시기에,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왔다. 1962년, 24살의 나이에 그가 한 일은 숲길을 뛰는 것. 그는 달리기 선수가 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뛰는 것을 좋아했는데, 뛰고 또 뛰며 그가 세운 인생의 한 가지 방향성은 아래와 같았다.

Work like play, play like work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기”. 내가 해석한 건 그렇다. 책의 서문에 있는 몇 가지 문장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I wanted to leave a mark on the world. I wanted to win. No, that’s not right. I simply didn’t want to lose. And then it happened. As my young heart began to thump, as my pink lungs expanded like the wings of a bird, as the trees turned to greenish blurs, I saw it all before me, exactly what I wanted my life to be. Play.

Yes, I thought, that’s it. That’s the word. The secret of happiness, I’d always suspected, the essence of beauty or truth, or all we ever need to know of either, lay somewhere in that moment when the ball is in midair, when both boxers sense the approach of the bell, when the runners near the finish line and the crowd rises as one. There’s a kind of exuberant clarity in that pulsing half second before winning and losing are decided. I wanted that, whatever that was, to be my life, my daily life.

Knight, Phil (2016-04-25T23:58:59). Shoe Dog: A Memoir by the Creator of Nike (Kindle Locations 67-74). Scribner. Kindle Edition.

나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었다. 아니,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젊은 심장이 고동치고, 나의 분홍빛 허파가 새의 날개처럼 펼쳐지고, 나무가 흐리흐리한 파란색으로 변하는 순간,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내가 삶에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플레이(Play).

바로 그거다. 바로 그 단어다. 행복의 비결. 방망이로 친 공이 하늘 높이 떴을 때, 그리고 권투 중 벨이 울리기 전, 달리기 선수가 최종 선에 가까이 가며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 이기고 지는 것이 결정되기 바로 그 전 0.5초 동안의 느낌. 그게 뭐였든 간에, 나는 그것을 원했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는 것처럼 일한다는 것,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이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진정 노는 것처럼 일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거나, 돈이 안되는데도 일하거나, 아니면 그냥 놀기만 하거나. 그렇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24살부터 지금 79세에 이르기까지의 자신의 전 인생을, 노는 것만큼이나 재미있게 살면서도 직원 6만 5천명이 일하는, 기업 가치 100조원짜리 회사를 만들었고, 개인 재산이 27조원에 이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일까?

내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선택하게 되는 진로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분면 중 하나에 이르는 것 같다. 각 숫자는 ‘사분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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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한 가지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거기에 머무는 것은 아니고, 인생의 과정에서 1, 2, 3, 4 사분면 중 하나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략 설명을 위해 이렇게 갈림길을 나눠보았다.

사업한다는 것이 무조건 큰 위험이라거나,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 무조건 작은 위험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사업을 하는 것은 취직하는 것에 비해 위험도가 조금 더 높은 일이다. 각각의 길에는 항상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결과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더 큰 위험을 부담할수록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더 크고, 반대로 실패했을 때의 손실이 더 큰 것은 물리적 법칙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놓고 한 번 생각해보자. 필 나이트는 분명 사업을 한 사람이고, 중간에 실패할 뻔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성공을 이루었고, 그래서 결국 위 도표에서 ‘1사분면’의 정점에 이르렀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이러한 화려한 성공 뒤에는 90%의 실패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우 큰 위험을 감수하고 큰 실패를 한 후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하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취직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위험을 선택한 경우, 성공을 하면 분명 안락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며, 또한 일과 개인적 삶을 구별한 인생을 살게 된다. 아무리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만든 회사가 아닌 이상은 결국 ‘남의 것’이고, 남의 것이 성장하는 것을 돕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을 ‘노는 것’처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내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그랬다. 게임빌의 첫 엔지니어로 회사의 눈부신 성장을 경험했고, 또한 오라클이라는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일하며 높은 연봉과 명예, 그리고 안락한 삶을 누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일을 노는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사업의 길은 반면, 실패하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되기도 하지만, 성공할 경우 ‘놀듯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나는 주변의 행복한 창업가들을 보고(그 중 몇몇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필 나이트의 책을 읽고 나서 그 느낌이 참 궁금했다. 노는 것처럼 일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긴 할까?

흥미로운 것은 모든 영웅 스토리가 그렇듯, 사업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단번에 1사분면으로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필 나이트도 그렇고, 리차드 브랜슨도 그렇고, 또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 대부분 사업 초기 또는 중기에 4사분면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4사분면에서 2사분면이나 3사분면으로 옮겨가는 사람도 있고, 4사분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4사분면에서 1사분면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기억한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 아니 가장 즐기는 것 중 하나는, 분명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지만, 결국 나는 ‘놀듯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업이 아직 초기인지라 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난 2년간 나는 필 나이트가 말한 그 느낌을 궁금해하며 그것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과장하면, 내 인생에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하루 하루가 흥분되는 날들이고, 이기고(winning) 지는(losing) 것을 매 순간 경험할 때마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작은 의사 결정들이 모여 ‘회사’라는, 일종의 나의 분신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건 일이 아니라 노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지는 것은 쓰라린 일이지만, 그 뒤에 아주 작은 승리라도 따라오기만 한다면 버틸 수 있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승리들은 너무나 달콤하다.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의 간호사가 쓴, 죽기 전에 하는 5가지 후회들(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글을 보면 가장 첫 번째로 꼽힌 후회는 아래와 같다.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not the life others expected of me.

“This was the most common regret of all. When people realise that their life is almost over and look back clearly on it, it is easy to see how many dreams have gone unfulfilled. Most people had not honoured even a half of their dreams and had to die knowing that it was due to choices they had made, or not made. Health brings a freedom very few realise, until they no longer have it.”

1. 나 자신에게 더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 걸.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이것은 죽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입니다. 그들의 인생이 거의 끝났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인생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많은 꿈들을 이루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꿈들 중 절반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데, 그것이 자신이 내리거나, 또는 내리지 않은 결정 때문이라는 겁니다. 건강은 무언가를 이룰 자유를 가져다주는데, 그 건강을 잃기 전에는 그 자유를 깨닫지 못합니다.

나는 이것이 도전, 즉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라고 해석했다. 죽는 순간에 하는 후회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도전을 한 번 해보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내가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도전을 할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또 가진 것도 없는데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이 정답인 것도 결코 아니다. 나는 이런 기회를 가질 여건이나 형편은 안되었지만, 다행히 게임빌과 오라클을 통해 한 번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내 인생을 정당화하자면 나는 그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 나이트 자서전 서문의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So that morning in 1962 I told myself: Let everyone else call your idea crazy . . . just keep going. Don’t stop. Don’t even think about stopping until you get there, and don’t give much thought to where “there” is. Whatever comes, just don’t stop. That’s the precocious, prescient, urgent advice I managed to give myself, out of the blue, and somehow managed to take. Half a century later, I believe it’s the best advice—maybe the only advice—any of us should ever give.

Knight, Phil (2016-04-25T23:58:59). Shoe Dog: A Memoir by the Creator of Nike (Kindle Locations 104-108). Scribner. Kindle Edition.

1962년 그 아침,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생각을 미쳤다고 한다고 해도, 계속 앞으로 가자. 멈추지 말자. 목적지에 도다르기 전에는 멈출 생각도 하지 말자. 그리고 그 목적지가 무엇인지도 생각하지 말자. 무엇이 오든, 멈추지 말자. 그것은 당시 나 자신에게 주었던, 내 앞날의 성공을 비춘 시급한 조언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는 그 조언을 따랐다. 50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나는 그것이 누군가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멈추지 말자. Stay hungry, stay foolish.

레이크 타호 (Lake Tahoe) 여행

긴 주말을 낀 지난 휴일에 가족과 함께 레이크 타호(Lake Tahoe)에 다녀왔다. 사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막판에 갑자기 캠프 사이트에 자리가 나서 출발 3일 전에 결정해서 다른 계획을 취소하고 갔다. 전에도 몇 번 다녀 왔고 스키를 타러 갔다 오기도 했지만 이번 3박 4일의 여행은 유난히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레이크 타호 여행 계획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여기에 정리해본다. 호수 경관으로 치면 스위스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3시간 반 거리에 그에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본다. 실리콘밸리 여행지 소개와 함께 북마크 해두면 좋을 내용.

레이크 타호를 방문할 때 대부분 헤븐리 리조트(Heavenly Resort)가 있는 South Lake Tahoe로 가게 된다. 대형 스키장이 있는데다 아무래도 숙소도 많고 편의 시설도 많기 때문. 우리도 이 쪽으로 자주 가봤지만, 사실 사람도 많은데다 상업적인 곳이라 만족감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이번에 간 곳은 남서쪽에 위치한 D. L. Bliss 주립 공원이었는데, 아름다운 에메랄드 베이(Emerald Bay)가 10분 거리에 있고 근처에 하이킹하기 좋은 곳도 많아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다음에도 이쪽으로 가게될 듯하다. 우리가 갔던 좋은 곳들을 아래 소개한다.

총 경비 약 235달러 (캠프사이트 $100, 기름값 $35, 식량 $80, 나무와 얼음 등 $20)

1. D. L. Bliss 주립 공원 (캠프 사이트)

너무나 훌륭한 150개의 캠핑 시설을 갖춘 곳. 하루 35불인데, 돈을 조금 더 내면 해변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해변은 메인 도로에서 꽤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더 좋다. 입장할 때 파크 레인저가 ‘만약 곰을 보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곰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안내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째 날 오후에 캠프 사이트에 곰이 나타나서 아이들과 함께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어떻게 기회를 봐서 먹을 것을 좀 얻을까 하는 태도였는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내니까 또 옆 자리에 나타나고.. 거의 한시간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대략 몸집으로 봐서 3~4살 정도밖에 안된 아기 곰 같았는데, 얼마 배고프면 여기 와서 위험을 감수할까 하는 생각에 좀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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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L. Bliss 주립공원에서 만난 곰

2. 이글 호수(Eagle Lake)

레이크 타호 남서쪽 이글 폭포(Eagle Falls)에서 약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하이킹해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호수. 땀흘리며 어렵게 올라간 후에 만나는 호수라 그런지 정말 반갑다. 산에서 내려운 물이라 물론 항상 차갑지만 여름에는 충분히 수영을 한 만한데,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까지 수영해서 갔다 온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다만 너무 차가운 물에 머리를 담그고 수영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로 얼얼해서 쉽지 않았다는. 샌드위치를 싸서 올라가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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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호수(Eagle Lake). 산 속에 위치한 호수라 더 아름답고 정감이 간다. 한여름에 수영하기 좋다.

3. 에메랄드 베이(Emerald Bay)

꼭 지중해 연안을 연상시키는, 내 생각에는 레이크 타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주차가 쉽지 않지만, 주차를 하고 나면 아래쪽 해변까지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간단한 걸음일 것이라 생각하고 고무 보트까지 들고 내려갔는데 해변까지 은근히 멀어 꽤나 고생을 했다는. 하지만 해변에서 보낸 시간은 꿈같았다. 내려가면 하루 85달러에 2인용 카약을 빌릴 수 있는데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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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베이(Emerald Bay). 도로에서, 또는 이글 호수(Eagle Lake)를 하이킹하며 보면 가장 잘 보인다.

우리는 가져간 고무 보트 덕분에 5달러에 노만 빌려서 종일 놀았다. 한 20분 노를 저으면 사진에서 가운데 보이는 작은 섬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가 대박이다. 돌로 만들어진 섬이라 섬 주변 물이 상당히 깊다. 즉, 돌 위에서 점프를 할 수 있다는 뜻. 여기 저기 호수로 점프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한 5미터 높이에서 몇 번 뛰어봤다. 꽤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물 속이 무진장 차갑기 때문에 머리로 먼저 점프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갑자기 수압이 높아져서 두통이..)

4. D. L. Bliss 주립 공원 해변

Lake Tahoe 주변에서 어디가 딱히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들만큼 해변이 많이 있지만, 이 해변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모래가 깨끗하고 물이 얕아서 놀기에 좋다. 이 해변의 이름이 따로 있지는 않은데 구글맵에서 대략 이 위치에 있다. 주차장이 바로 옆에 있어 카약을 차 위에 얹어서 오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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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을 보낸 D. L. Bliss 주립 공원 해변

여기에서 보트를 띄워두고 시간을 보냈다. 마침 누가 드론을 가지고 왔길래 가족 영상을 하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