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jiman_yoon)님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녹색 말풍선이란“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 보니 재미있고 공감되서 나도 몇 마디 적어본다. 이 블로그에서 인용된 원문은 Paul Ford가 쓴 “It’s Kind of Cheesy Beeing Green”이라는 글인데 요약하면 트위터에서 ‘녹색 말풍선(green bubble)’로 검색을 해보니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았다는 것.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폰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도 아이폰을 사용하면 iMessage임을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 말풍선을 보여주고, 아니면 녹색 말풍선을 보여주는데, 아이폰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푸른 색 = 좋은 것’, ‘녹색 = 열등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는 글에서 인용된 두 그림이다. 왼쪽은 애플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오른쪽은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아래와 같은 누군가의 재미난 트윗도 있다. 문자 메시지가 녹색 말풍선으로 뜨는 남자와는 절대 데이트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마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녹색을 즉시 부정적인 것과 연관짓게 만드는 현상은 미묘한 제품 결정이 어떻게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한다.
This spontaneous anti-green-bubble brigade is an interesting example of how sometimes very subtle product decisions in technology influence the way culture works. Apple uses a soothing, on-brand blue for messages in its own texting platform, and a green akin to that of the Android robot logo for people texting from outside its ecosystem (as people have pointed out on Twitter, iPhone texts were default green in days before iMessage—but it was shaded and more pleasant to the eye; somewhere along the line things got flat and mean).
그리고 애플이 왜이렇게 짜게 구냐며, 이왕이면 녹색 풍선 말고 좀 예쁜 색깔로 해주지 그러냐고 한 마디 하며 결론을 맺는다. 자신은 여전히 안드로이드를 쓸 것이라고.
I mean, why not let the people who can’t afford your products have a nice shade of green—fern or pear, pickle or pistachio, maybe even sea-foam, instead of something that looks like glow-stick at a rave? They’ll still feel poor, I promise. It’s probably one line of code to change the color, to reduce the tension between the blues and the greens, to make it possible for a broke dude stuck on Android 4.1 Jelly Bean to mack on a rich girl with an iPhone 6 without her knowing that he’s not in the same ecosystem. Why be so petty, Apple? In any case, I’m sticking with Android.
사실, 아이폰에서 문자메시지 색은 원래 모두 녹색이었다. 그러다가 iMessage를 발표하면서 아이폰끼리의 메시지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그냥 둘을 구별해주기 위해 그랬으려니 했는데,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나 역시 녹색 말풍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상대방이 아이폰이 아닌 경우, 즉, 말풍선이 녹색인 경우에는 문자를 보내기 전부터 타이핑하는 창에 iMessage라고 쓰이는 대신 그냥 Text 라고 표기되고, 보내고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분명 문자 메시지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유료’ 서비스라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이 싫다. iMessage가 뜨면 카톡이나 왓츠앱, 텔레그램, 또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마음이 가벼운데 녹색 말풍선은 뜨는 순간 무겁고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게다가 iOS 7에서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전체적인 UI가 통일되어 파란색이 많이 등장하는데 일반 문자메시지는 여전히 녹색으로 뜨고 있으니 더욱이나 ‘녹색 = 오래되고 낡음’이라는 공식이 생기는 것 같다.
애플이 계획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파란색 vs 녹색 말풍선에 대해 생겨난 인식을 애플 홈페이지에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SMS로 텍스트를 하는 사람들이(즉,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부러워할 것이라며. 경쟁사에 대해 우위 느낌을 주려는 전략으로서는 잘 먹힌 것 같다.

여기에서 더불어, ‘어차피 요즘 다 카톡이나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세상인데 문자메시지 색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여전히 문자 메시지가 자주 사용된다. 친구들끼리도 그렇고, 회사 동료나 고객과 같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더더욱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iMessage 사용자 수도 매우 많고, 그렇기 때문에 메신저 앱이 점유율을 높이기 힘든 시장이 되는 것 같다는 여담을 덧붙인다.
업데이트(2/23): 이 현상에 대해 Eli Schiff가 한 마디 덧붙여 쓴 글을 같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렇게 우월주위와 차별을 일으키는 생각을 경계하고 방어해야 한다는 논지.
저도 최근에 업무상 새로운 연락처(?)로 연락할 일이 종종 있었는데, 파란 말풍선이 뜨면 괜히 반갑더라고요.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녹색말풍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파란색으로 대화하면 이상한 동질감이 들곤 합니다.
그러게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낀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터디 준비하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라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링크 퍼갑니다. 문제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