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를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

요즘 MBA 지원 시즌이다. 지난 주에는 구글에서 열린 UCLA 앤더슨 스쿨 인포메이션 세션이(information session) 있어 동문 자격으로 참석했다.

2007년에 내 지원서를 보고 나를 뽑아주었던 사람, 지금 입학심사를 담당하는 Craig Hubbell이 학교에 관심있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설명을 했고, 나를 비롯한 6명의 동문들은 그의 설명이 끝난 후에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행사에 동문으로서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 MBA 지원을 준비하며 이 학교 저 학교 인포메이션 세션에 참석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MBA에 대해 무엇을 기대했던가. 졸업한 후 2년이 지난 지금, 난 2년의 MBA 학교 생활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또 무엇을 남겼는가?

인포메이션 세션에서 받았던 주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정리를 해볼까 한다. 지금 MBA 지원을 준비하고 있거나, 언젠가 미국에서 MBA를 하려고 계획하는 분들을 위한 글이다.

MBA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너무 많아서 한 가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예전에 블로그에서, 난 MBA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미국인들만큼 영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그들만큼 미국 문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리더가 되어 상대방의 신뢰를 얻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둘째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눈이 바뀐 것이다. MBA 수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케이스 스터디이다. 하버드에서 만든 MBA 케이스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1987년 10월, Donner 회사의 사장인 Edward Plummer는 1988년의 기업 운영 계획을 짜기 위해 현재 회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 후 케이스는 회사의 간략한 역사, 회사의 주요 제품, 경쟁사, 재무 제표 등을 설명한다. 거의 대부분의 케이스가, ‘내가 CEO라면 이 정보를 이용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의 생각과 비교해본다. 이런 훈련을 계속 하다보니, 어떤 사업이든 자연스럽게 경영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된다.

셋째,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에는 병원, 스포츠 용품 회사, 수도 계측기 회사,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 패션 의류 디자인 회사 등에 아는 바도 없었을 뿐더러, 큰 관심도 없었다. MBA 케이스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이런 회사에 대해 배워야 하고, 그러다보니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케이스를 수백 개 다루다보면, 어느덧 어떤 비즈니스를 보아도 결국은 공통의 맥이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비즈니스란 인풋(input)을 가공(operate)해서 아웃풋(output)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닌가.

넷째, 미국 학교생활의 일면을 맛볼 수 있었다. MBA가 일반적인 석사와 색깔이 아주 다른 점인데, MBA에 진학한 학생들에겐 대개 학문의 연구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공부 이외의 많은 활동들을 한다. 오리엔테이션, 파티, 소셜 이벤트, 클럽 활동, 학생회, 펀드레이징 활동 등을 통해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미국 대학 생활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다섯째, 마케팅에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을 배웠고, 데이터 분석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마케팅 전략’, ‘1:1 마케팅’ 등의 advanced marketing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는데, K-means clustering, Conjoint 분석, 다변수 회귀 분석, 크리스탈 볼, MarkStrat 게임 등을 직접 해보면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적용해서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지 등, 전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생각하던 것들을 훨씬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수업하다보면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일이 자주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볼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수업 도중,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장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인포메이션 세션에서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했다. 기회 비용을 제외하고 대강 계산한다면 다음과 같다.

일단 학비가 든다. 학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1년에 5만불 정도 계산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2년이니 학비만 약 10만불이다.

여기에 책값, 케이스 구매 비용 등이 포함된다. 1년에 5천불 해서, 2년에 1만불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다.

MBA 왔는데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친구들이랑 식사도 해야 하고, 가끔 맥주도 한 잔 해야한다. 클럽에서 각종 소셜 이벤트를 여는데 대개 행사마다 10~20달러 정도 든다. 이게 2년동안 1만불 정도 된다고 가정하자.

생활비는 동네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LA의 경우 월 방세가 1000달러 정도 든다. 그 외 식비, 기름값, 보험료 등을 포함한 생활비가 월 1000불 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20개월 (2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약 20개월이다)에 $2,000*20 = 4만불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MBA 과정 동안 쓰게 되는 돈은 최소한 16만 달러 든다고 봐야 한다. 기회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그 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가? 자기가 MBA를 하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yes, 그렇지 않다면 no이다. 내 경우엔 물론 그 정도의 가치가,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고, 평생동안 내가 얻게 될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UCLA MBA 좋은 점은 무엇인가? 왜 UCLA를 택했는가?

UCLA 및 앤더슨 스쿨 캠퍼스

보통 여러 학교를 지원하고 그 중 랭킹이 높은 학교를 택한다. 나는 UCLA 말고도 워튼 스쿨, 미시건, 카네기 멜론, 그리고 버클리에 지원했었다. 미국 동부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동부 학교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몇 개 학교는 탈락 메일을 보냈고 몇 개 학교는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에 올라갔다고 통지가 오던 중 UCLA에서 축하한다며 합격 메일을 보냈기에 주저없이 UCLA를 선택했다. 2년간 학교를 다녀보니 만족스러운 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 2년이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후회는 없다. 일단 LA에 산다는 것이 좋았다. LA 하면 한인타운을 떠올리지만 UCLA는 사실 한인 타운보다는 산타모니카 또는 베벌리 힐즈에 가까운 곳이다. 부유한 아름다운 마을 한 가운데에 학교가 있었고, 원하면 언제든지 20분만에 한인타운에 갈 수 있었고, 태평양 바다를 보고 싶으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일년 내내 온화하고 쾌적한 기후는 LA에서의 삶을 한층 더 즐겁게 해주었다.

통계에 의하면 UCLA 졸업생의 60% 이상이 캘리포니아에 취직한다. 내가 보기엔 캘리포니아 회사에서 UCLA 졸업생들을 더 많이 뽑아준다기보단, 학생들이 LA에서 2년 살고 나면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졸업하고 당장 취직을 안하더라도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보다는 LA에 남아있으면서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LA 생활의 좋은 점은?

LA에는 헐리우드 등 유명한 관광지가 많지만, 실제 살아보면 그런 곳은 갈 일이 없다. 그보다 훨씬 좋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산타모니카에 살면 매일매일 리조트에 사는 기분마저 든다. 화창한 주말 아침, 집 밖을 나와 아름다운 동네를 산책하고 조깅하던 때의 상쾌함과, 12월 한겨울에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때를 잊을 수 없다.

학교에 다닐 때 살았던 동네, LA 서부 산타모니카

학교 다니면서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한국 가기에 편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LA의 코리아타운은 전설적이다. 서울만큼 세련되진 않았지만, 음식 맛으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무제한 바베큐가 인기인데, 19 달러만 내면 차돌박이와 갈비 등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 고기 품질이 괜찮고 친구들이 좋아해서 많이 가곤 했다.

지원서에서 주의할 부분은?

GMAT

점수가 700점을 넘어야 하는가, 아니어도 괜찮은가? 여러 번 시험 보면 불리한가? 이에 대한 대답은 없다. 결국 뽑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어느 학교나 평균 GMAT 점수를 공개하고, 이것이 학교 랭킹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GMAT에 높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합격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미국인의 경우엔 GMAT 점수가 700이 안되는 경우가 좀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 분 학부 성적이나 GMAT 점수가 아주 좋았다. 대부분 비즈니스스쿨은 내국인:외국인 비율을 70:30, 또는 60:40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 결국 외국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은 ’40’이라는 외국인 비율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므로, GMAT 점수는 일단 700점을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에세이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답은 역시 없다. 돌이켜보니,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형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입학 전에는 너무 튀는 에세이를 쓰면 위험할까봐 많은 사람들이 피드백을 받고 어느 정도 정해진 틀에 독창적인 내용을 넣으려고 했는데, 입학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장점들이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남이 시켜서 무슨 일을 했는데 잘했다, 이런 것보다는 자신이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를 STAR 글쓰기라고도 한다. 즉, Situation (상황) – Task (과제) – Action (행동) – Result (결과) 순서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내가 가진 장점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주욱 나열한 후에 (Initiative, Goal-oriented, Optimistic, Passionate, …) 이 각각의 특징이 에세이, 추천서, 이력서 등등에 골고루 반영되는지 확인해서 ‘조성문’이 어떤 사람인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패키지를 만들었다.

지금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돌이켜봤을 때 얻은 것은?

네트워킹 스킬

원래 학교 가기 전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비즈니스스쿨에 있으면서는 정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모르는 사람들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훈련을 많이 한다. 학교에서 입학 때부터 워낙 강조를 하는데다, 친구들이 모두 네트워킹에 열심이라 2년이 지나고 나서 미국에서 취업할 때 즈음이 되면 어느 정도 도사가 된다. 이에 관해서는 에피소드가 셀 수도 없이 많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내 소개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다. MBA 인턴십을 풀타임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도 네트워킹의 힘이었다. 당시 인턴으로 회사 생활하는 동안 앤더슨 선배 및 디렉터, VP 등과 잠깐씩 만나고 싶다고 요청을 많이 했고 모두들 재미있어하며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나중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짜릿할 만큼 흥미로운 일이 된다.

마케팅 지식

나는 마케팅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Bass Difusion Model, Customer Lifetime Value, Customer Segmentation, Conjoint Analysis, Multivariate Regression, One-to-One marketing 등은 실제로 지금 하는 일(product manager)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학기 마지막에 네 명이 팀을 짜서 LA에 위치한 Wiredrive라는 회사의 CEO와 CFO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컨설팅을 하기도 했는데, 학교 수업에서 배웠던 것을 실제로 적용해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또 컨설팅 과정에서 CEO와 CFO의 신뢰를 얻으며 자신감도 향상되어서 나에게 잊지 못할 많은 교훈을 남겼다. 지금도 종종 그 회사 어떻게 되고 있는지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곤 한다.

전략

비즈니스 플랜 (Business Plan) 수업 또는 마케팅 전략 수업도 잊을 수 없다. 비즈니스 플랜 수업은 10주동안 팀을 짜서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고 발표한 후에 교수와 VC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수업이다. 마케팅 전략 수업에서는 MarkStrat이라는 게임을 10주간 했는데, 회사를 만들고, 신상품을 출시하고, 광고, 유통 채널, 리서치 등에 할당할 예산을 수립하며 다른 팀과 경쟁하는 게임이다. 데이터가 워낙 상세하게 나오고,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잘 만들어 놓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정말 재미있었고, 큰 도움이 되었다.

MBA 수업 중 많이 사용되는, 가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른 팀과 경쟁하는 게임, Markstrat. 출처: http://teamamarkstrat.blogspot.com/

졸업 후 진로는?

MBA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가? 한국 사람의 경우 아래와 같은 패턴이 보인다.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

  • 전략 컨설팅 (맥킨지, BCG, Bain & Company, …)
  • 투자 은행 (메릴린치, 골드만 삭스, HSBC, 삼성 증권…)
  • 대기업의 전략 또는 신사업 부서 (삼성전자, SK Telecom, …)
  • 대기업의 사내 컨설팅 부서 (두산 Tri-C)
  • 스타트업

미국에 남는 경우

  • 전략 컨설팅
  • 투자 은행
  • 대기업의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사업개발 매니저

졸업 후 미국에 남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수적이다. 오라클에 입사한 후 몇 번 면접을 해 보기도 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래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나고 나서 아쉬운 것?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 열심히 2년간 살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한 두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영어

한국에 있을 때 나름대로 영어 잘 한다고 자부했는데, 학교에 와 보니 크게 부족했다. 지금 하는 만큼 영어를 잘 하는 상태에서 학교를 다녔더라면 학교 생활이 몇 배 즐거웠을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의견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먼저 심장이 쿵닥쿵닥하며 말할 내용을 정리하느라 머리가 빙빙 돌고, 막상 준비가 되었을 때 즈음에는 주제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놓친 적이 많았다. 그 때 훨씬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내 의견을 더 많이 펼쳤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생활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 실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창업 경험

MBA 스쿨은 대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는다. UCLA Anderson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참 많았는데, 당장 눈 앞에 닥친 취직 걱정에 학교에 있는 동안에 창업을 시도해보고 그런 기회들을 활용해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조언

마지막으로, MBA 입학하기 전에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년간의 MBA 과정은 마라톤이라기보다는 100미터 경주에 가깝다. 심지어 수업 시작하기 전부터 모든 것이 정신 없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막상 학교에 입학한 후 진로를 정하겠다고 생각했다가는 친구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을 보다가 갈피를 못잡고 헤메게 되기 쉽다. 그것이 모든 학교가 MBA 졸업 후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에세이 질문으로 채택하는 이유이다.

관련 블로그

마지막으로, 아래는 내가 MBA를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학교 생활할 때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블로그들이다.

1. 호미유끌로델님의 스탠포드 MBA 합격 수기

Viki.com의 창업자로 유명한 호창성씨의 MBA 합격 수기이다. 내가 MBA 준비할 때 이 글을 읽었고, 또 운좋게 이 분을 직접 만나게 되어 지금은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지원 배경, 에세이 주제, GMAT 시험 수기 등이 매우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2. 미키 김

삼성을 거쳐 버클리 MBA를 졸업하고 현재 구글 TV 사업제휴팀장으로 일하는 미키 김 님의 블로그이다. ‘버클리 도착!‘이라는 글에는 처음 미국 도착 했을 때의 감흥이 잘 담겨 있다. ‘MBA 지원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는 글을 추천한다.

3. R2 Extravagenza

삼성을 거쳐 미시건 MBA를 졸업하고 현재 CISCO 본사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는 노범준님의 블로그이다. 특히, ‘MBA@Michagan‘ 카테고리에 MBA 생활과 관련한 글들이 많이 있다.

4. San’s Playground

2011년 올해 스탠포드 MBA에 합격한 백산씨의 블로그이다. 특히 ‘MBA 지원기‘에 MBA 지원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주옥같은 조언이 많이 담겨 있다. ‘Typical한 하루‘라는 글은 정말 바쁜 그의 일상을 보여준다. 현재 MBA 1학년이므로, 앞으로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이 블로그에 많이 담길 것 같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MBA에 관심 있는 사람이 동시에 창업에도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MBA를 졸업하면 창업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굳이 지식이 아니더라도,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또는 창업 후 투자 받을 때 유리할 것 같은 MBA라는 타이틀..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 MBA를 하고 나면 웬지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 2.5년을 돌이켜 보면,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당장 창업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면, 일단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두 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1. MBA에 드는 비용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의 한 해 등록금이 4만불 (약 4천 6백만원) 이나 그 이상이 된다. 대강 5천만원이라고 잡자. 대부분 MBA는 2년 과정이니까 2년에 학비로만 1억이 든다. 한편 월 1000불 정도 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중고차 한 대 굴리고 골프도 종종 친다고 하면 월 2천500~3천불 정도 나가고, 학교를 마칠 때까지 20개월이 걸린다고 하면 5만~6만 불 정도 나간다. 즉 6000~7000만원. 합쳐서 대충 1억 7천만원 정도가 순수하게 비용으로 소비된다고 하자. MBA 지원할 정도의 경력이 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연봉과 보너스를 합쳐 한국에서 연 6천만원 정도 받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즉, 월 500만원. 여기 20개월을 곱하면 1억이다. 두 개의 숫자를 합하면 약 2억 7천만원이다. 만약 미국에서 여름 방학동안 인턴을 한다면 약 2만~3만불 정도를 벌 수 있으니 이건 빼자. 그러면 2억 4천만원이다.

2억 4천만원. 기회 비용을 제외하면 1억 4천만 원.

이 돈이면 사업을 한 번, 아니 어쩌면 두 번 이상이라도 해볼 수 있다. 원래 재산이 충분히 있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건 정말 큰 돈이다. 이 돈을 쓰고 나서 사업을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2년간 MBA 를 통해 배우는 것과 사업을 하며 배우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어느 것이 더 나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본인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다.

2. 졸업 후 동기들의 진로
사람마다 다르고, 어디에 취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취직하면 약 10만~15만불 사이의 연봉을 받는다. MBA 오기 전에 “난 컨설팅에 관심 없어” 또는 “나는 투자 은행에는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도 자기 바로 옆에 앉아서 공부하는 친구가 유수의 consulting firm 또는 investment bank에서 job offer를 받아 이 정도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생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꼭 consulting, investment bank가 아니더라도 Silicon Valley의 high-tech 회사에 취직하면 역시 그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통장 잔고가 1억 4천만 원이 내려간 상태에서 10~15만불 연봉의 job을 마다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럼, business school은 창업에 도움이 안되나? 그렇지는 않다.

첫째, business school에서 맘이 맞는 창업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Anderson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 중 하나는 classmate들을 창업 멤버로 recruit해서 한동안 사업을 했다.

둘째, business school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갖춰 놓은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nderson School에는 Business Plan Competition이 있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25,000의 지원금을 받고, 또 California의 유수 Venture Capitalist들에게 소개를 받아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기회를 가진다. 나와 가까운 예로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Viikii.net을 창업한 호창성 선배가 있다. 한 강연에서, Stanford에 있는 동안 창업을 한 덕분에 Classmate들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검증을 받는 기회를 많이 가져 도움이 많이 되었고, 또 더 나아가 VC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실제로 seed money (창업 자본금)을 classmate를 통해 조달하기도 했으니 도움이 된 셈이다.

셋째, 명문대 MBA는 credential로 작용한다. AdMob.com의 창업자인 Omar Hamoui가 있다. 그는 Wharton School을 다니는 동안 학교를 휴학하고 회사를 시작했다. Wharton school의 명성 때문이었는지, 그의 수완이었는지, 아니면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되어 Silicon Valley에서 가장 유명한 VC중 하나인 Sequoia Capital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창업한 지 약 3년 후, 그는 회사를 Google에 $750 million (8500억원)에 매각했다.
혁신적인 회사 Invisalign (투명 교정)을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Zia Chishti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본인이 교정을 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 회사를 창업했고, 이를 NASDAQ에 상장시켰는데 1월 24일 현재 시간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이 $1.23 billion, 즉 약 1.4조원이다.

MBA 졸업 후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UCLA Anderson의 경우 약 12명이 졸업 후 창업을 했다. 전체 졸업생이 약 360명이니까 약 3%에 해당하는 셈이다. 대부분은 domestic 학생이었다. 물론, 학교마다, 그리고 연도마다 통계 차이가 클 것이다.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졸업 직후 창업하는 숫자 비율만 중요한 건 아니다. 졸업 후 일단 회사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2, 3년쯤 지나서 창업을 하거나 start-up에 join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은 나는 왜 MBA를 선택했나? 나는 사업을 한다면 이곳, Silicon Valley에서 하고 싶었다. Valuation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이다. 이전 블로그에서 밝혔지만, 한국에서 성공한 회사와 Silicon Valley 에서 성공한 회사, valuation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뿐만 아니라 여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기에 좋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에서 정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job을 찾고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또 미국 사람들, 한국의 대학은 잘 모른다. 미국의 대학을 졸업해야 “아~ 이 정도의 학력을 가졌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신분’의 문제도 있다. 미국 시민이 아니라면, 여기서 정식으로 학교를 졸업해야만 OPT(Optical Practical Training)이라는 회사에서 약 1년간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일을 시작해야 H1-B라는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전 블로그 썼듯이, 내가 MBA를 통해 얻고 배운 것은 그 외에도 정말 많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