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스스로를 관리합니다”

지난 15년간 사람들을 채용하고, 관리하고, 해고하고, 그리고 지금은 스타트업을 하며 직접 부딪치면서 더 크게 공감하게 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담긴 비디오. 그가 말하는 불변의 진리를 여기에 번역해서 올린다.

The greatest people are self-managed – they don’t need to be managed. Once they know what to do, they’ll go figure out how to do it – they don’t need to be managed at all! What they need is a common vision – and that’s what leadership is. What leadership is, is having a vision, being able to articulate that, so that people around you can understand it – and getting a consensus on a common vision.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스스로를 관리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관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알면, 그들은 가서 그 일을 해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통의 비전이고, 그것이 바로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이란, 비전을 가지고,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한 후에, 그것에 사람들이 동의하게 하는 것입니다.

We wanted people that were insanely great at what they did, but were not necessarily those seasoned professionals, but who had at the tips of their fingers and in their passion the latest understanding of where technology was, and what we could do with that technology, and we wanted to bring that to lots of people.

우리는 너무나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필요했지, 경험 많은 프로들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최신 기술을 아주 잘 이해하고, 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줄까를 매일 고민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

So the neatest thing that happens is when you get a core group of, you know, ten great people, it becomes self-policing as to who they let into that group. So I consider the most important job of someone like myself is recruiting.

아주 신기한 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두면, 그들이 다른 어떤 사람들을 그 그룹에 들여보낼 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사람이 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은 사람들을 찾는 일입니다.

We went through that stage in Apple where we went out and thought oh, we’re gonna be a big company, let’s hire professional management. We went out and hired a bunch of professional management. It didn’t work at all. Most of them were bozos.

우리도 그런 시기를 거쳤습니다. “이제 큰 회사가 될 거니까 전문 관리자들을 고용하자”. 그래서 잔뜩 뽑아봤습니다. (한숨을 쉬며)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멍청이들(bozos)이었습니다.

They knew how to manage, but they didn’t know how to do anything! And so, if you are a great person, why do you wanna work for someone who can’t learn from it? You know who the best managers are? They are the great individual contributors who never ever want to be a manager. But decided they have to be a manager, because no one else is gonna be able to do as good a job as them.

그들은 사람들을 관리할 줄만 알았지, 할 줄 아는 게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면, 배울 게 없는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겠습니까? (깨달았다는 듯이) 누가 가장 뛰어난 매니저인 줄 알아요? 절대 매니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전문가입니다. 본인이 가장 일을 잘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만큼 일을 잘해낼 수 없기 때문에 관리자가 됩니다.

격하게 공감하는 한 마디 한 마디 말들. 우리 회사에는 중간관리자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하는 이런 회사를 보았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이 전문가들이고, 자신의 분야에서 정말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칼이 아닐까.

50,000 Dollars

또 다른 큰 마일스톤. 작년 5월에 2000달러를 기록했던 월 정액 매출이, 9개월 후 2만달러, 그로부터 7개월 후인 지금 5만 달러가 됐다. SaaS (Software as a service) 사업은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 결제 되는 금액이 하나씩 모여서 매출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하나 하나에 감사하며 일한다. 마케팅 또는 영업에 쓰는 돈은 거의 없고,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알아낸 것들을 공유하고, 어드바이저를 통해 의사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기존 고객들이 주변에 알리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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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우리가 고객이라고 부를 수 있는 회사들도 늘어났다. 좋은 점은, 한 두개의 회사가 우리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은, 한 두 고객이 우리더러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품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어제 랜딩 페이지를 손보며, 팀원들 프로필 사진을 하나씩 찍어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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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하면서 Celina Lee가 진행하는 Give One Dream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Kobre & Kim이라는 글로벌 로펌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대표인 Michael Kim과의 인터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15년전에 부엌에서 갓난아기를 돌보며 창업한 회사를, 이제 10개 오피스에서 300명을 고용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시켰는데, 그런 그에게 ‘성공의 기준’ 또는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가 했던 대답이 재미있었고 공감이 됐다.

“Being able to do what I want to do without anyone messing with me”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

회사를 창업할 때의 목표가 그것이었고, 15년이 지난 지금,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의 대답 역시 이것이었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고, 본인이 집중해서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내가 스타트업을 해야겠다고 했던 이유도, 돌이켜보면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창업자라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일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일에서 얻는 행복에 큰 영향을 주었다. MBA를 마쳤지만 나는 여전히 코딩하는 게 재미있고, 그래서 한때는 다른 건 아무 것도 안하고 하루 종일 코딩만 한 적도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미루거나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찾아서 맡긴 후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거나, 내가 꼭 해야만 하거나, 아니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에 집중한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툴들이 몇 개 있어서 소개한다.

업워크(Upwork)

프리랜서를 찾는 플랫폼이다. 시간 단위로 돈이 지급되고, 리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좋은 사람들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손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은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셜린이 바로 바로 처리해주고, 수동으로 인보이스 보내는 작업은 플로리다에 사는 애쉴리가, 그리고 정기적인 QA는 러시아에 있는 드미트리가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전문성에 따라 시간당 비용은 5달러에서 80달러 사이로 다양한데, 그 다양한 범위를 모두 커버한다는 것이 이 플랫폼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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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워크(Upwork)에서 내가 채용한 사람들

 

벤치(bench.co)

회계와 관련된 일은 모두 퀵북(Quickbooks)으로 처리하고, 현금 사용은 전혀 없어서 모두 자동 기록이 되기는 하지만, 장부를 정리하는 건 여전히 귀찮은 일이라 자꾸 미루게 된다. 몰아서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을 몇 번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지난 달부터 이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에 250달러 정도 내면 장부 정리를 알아서 해 주고, 항목별 매출과 비용 현황을 예쁘게 그려 준다. 아직은 써본 지 얼마 안되어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직원들이 너무나 친절해서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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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bench.co)

 

베어메트릭스(baremetrics)

SaaS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들인 월 정액 매출(monthly recurring revenue), 고객 유지 비율(retention rate),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등을 손 하나 안대고 볼 수 있게 해준다. 결제 시스템인 스트라이프(Stripe)와 연동해두면, 신규 유료 고객이 생기거나, 그 고객이 업그레이드하거나, 떠나는 사건 등이 미치는 영향을 바로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데모(live demo)를 클릭했을 때 보이는 데모가 바로 이 회사의 대시보드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가입했을 때 월 5만 달러 남짓 하던 매출이 지금은 월 10만 달러가 됐는데 내 일처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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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메트릭스(baremetrics)

미국의 콜 문화

우리 회사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고객의 대부분은 이 근처가 아닌 미국 동부 또는 유럽에 있다. 뉴욕, 런던, 그리고 LA가 음악 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이 이메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멀리 있는 고객을 위해 굳이 지사를 두거나 내가 그 곳으로 가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콜 문화’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리고 미국 땅 자체가 커서인지는 몰라도, 미국은 정말 전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내 캘린더의 오전 시간은 이런 짧은 전화 통화 약속들로 차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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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주의 내 캘린더

오라클에서 일할 때, 내 상사가 Senior Director (부장급)였는데, 그 사람의 달력을 볼 때마다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30분 또는 한 시간짜리 전화 약속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사무실에서는 항상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난 이 사람이 뭐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자신의 상사와, 직원들과, 고객들과, 그리고 파트너들과의 의사 결정 대부분을 전화로 하다 보니 그렇게 전화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일과가 전화 통화로 차 있다보니, 스타트업의 CEO로서 좋은 점은 그들의 시간을 얻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루 평균 10개의 30분짜리 콜을 한다고 하면 금요일을 제외하고라도 일주일에 40명과 대화를 할 수 있고, 한달에는 160명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큰 회사의 임원이라 할 지라도 2~3주만 기다리면 전화 약속이 잡히고, 약속이 잡히면 그 사람과 반드시 직접 전화 연결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직급이 낮거나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사람과 서로 시간 낭비를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 회사의 직원과 연결이 되더라도, 30분의 전화 후에는 그 사람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을 찾아 바로 연결을 해 주거나, 전화할 때 그 사람을 회의에 초대한다. 그래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면서 올라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를 연결해줄 때도, 상대 회사에서 정확하게 우리 회사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사람과 연결을 해 주는 것이 관행이고 일반적이다. 아래는 얼마 전에 누군가가 나를 다른 회사의 임원과 연결해주면서 보낸 이메일이다.

***,
Long time! Hope all is well. Wanted to introduce you to Sung over at Chartmetric. Not sure if you have been following them but they are doing some amazing things with the Spotify data and API and I thought the two of you should meet. They have pretty much become the gold standard when it comes to Spotify Playlist analytics. In the past, I enjoyed our conversations on everything Spotify and Playlisting and was hoping you could point Sung in the right direction when it comes to doing something more strategic with you guys (hopefully you already use their tools)….

Sung,
*** is the Vice President, Streaming & Playlisting Strategy at *** Records. She is a brilliant mind who saw all this coming while she was still at Sony. We worked together on some of the first Pre-save campaigns we did and was always impressed by her knowledge and insight and just her ability to get things done at Sony. Hopefully the two of you can connect and do something meaningful.

내가 답장을 보낸 후 바로 그 사람에게서 답장이 왔고, 서로에게 맞는 시간을 찾기 위해 자신의 비서를 이메일에 추가했다. 그가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 할 지라도 1~2주 후에 반드시 전화 약속이 잡힐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경우에 30분의 전화 통화면 중요한 이야기를 다 나눌 수 있다. 처음 5분은 각자 소개에 쓰고, 다음 15분동안 제품 소개를 하며 우리가 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이야기하고, 다음 10분은 그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하면 될 지를 이야기한다. 굳이 내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거나, 저녁을 먹고 술을 먹으며 2~3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친구 사이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아래는 지금 읽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 ‘Losing My Virginity‘의 한 대목인데, 전화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영국과 미국 기업 문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Nervously, I picked up the telephone, called Boeing and asked to speak to the CEO, Phil Conduit. I asked him whether, if we bought ten new Boeing 747-400s, he would throw in the individual seat-back videos in economy class. Phil was amazed that anyone was thinking of buying planes during that recession, and he readily agreed. I then called Jean Pierson at Airbus, and asked him the same question about the new Airbus. He agreed. After a few further enquiries, we discovered that it was easier to get £4 billion credit to buy eighteen new aircraft than it was to get £10 million credit for the seat-back video sets. As a result, Virgin Atlantic suddenly had a brand-new fleet of planes, the youngest and most modern fleet in the industry, at the cheapest price we’ve ever been able to acquire planes before or since.

– Richard Branson, “Losing My Virginity”, p399.

초초해하며 나는 전화기를 들어 보잉에 전화해서 CEO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보잉 747 10대를 살테니 이코노미 클래스 의자에 스크린을 설치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경기 불황 중에 비행기를 사겠다는 것을 놀라하며 즉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곧 에어버스(Airbus)의 CEO에게도 전화했다. 그도 역시 해주겠다고 했다. 몇 번 더 전화 끝에, £4B (약 6조원)의 융자를 받았고, 우리는 업계에서 가장 최신형의 비행기를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무려 6조원을 빌려서 비행기 수십 대를 산 과정이 전화 몇 통화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겨우 몇 시간만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진 않았겠지만, 몇 시간만에 일어났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리처드 브랜슨도  그렇고, 전화 통화를 한 상대방 역시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CEO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십, 수백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의 CEO가 다른 스태프들에게 물어보거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사업을 하면서 다른 회사의 CEO들과 직접 통화를 할 일이 많았는데, 그들이 얼마나 자세한 부분까지 깊이 알고 있는지를 보며 놀란 적이 많다. 그래서 나 역시 그들이 궁금해할만한 매우 자세하고 기술적인 내용까지도 항상 기억하게 된다. 몇달 전 큰 이슈가 되었던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사건과 관련해서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앞에서 소위 ‘청문회(Senate hearing)’를 했었는데, 이를 들어보면 얼마나 그가 페이스북의 정책과 기술에 대해 얼마나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래는 나를 가장 감동시킨 마크 저커버그의 답변 (비디오 보기):

It’s clear now that we didn’t do enough to prevent these tools from being used for harm as well. That goes for fake news, foreign interference in elections, and hate speech, as well as developers and data privacy. We didn’t take a broad enough view of our responsibility, and that was a big mistake. It was my mistake, and I’m sorry. I started Facebook, I run it, and I’m responsible for what happens here.

우리가 이 도구들이 나쁜 목적 – 가짜 뉴스, 외국인의 선거 개입, 비방, 개인 정보 침해 등 – 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취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책임에 대해 충분히 넓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것은 실수입니다. 그것은 제 실수이고, 그래서 사과합니다. 제가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지금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국회 앞이고,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을 할 때 마크의 표정을 보면 정말 진지하고,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실제로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의사 결정에 모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미국과 서양의 기업 문화에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이렇게 위로 올라갈수록 디테일에 강하고 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러한 상사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불필요하게 외부 미팅에 끌려다니며 수행원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가장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오랫동안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값이 높아지고, 다른 회사에서 곧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이런 현상이 극대화되어 모든 직원들이 소위 ‘전문직’의 품위와 보상을 누리는 곳, 그 곳이 실리콘밸리가 아닐까 한다.

[1] 구글에서 ‘콜 문화’로 검색해보니 에스티마(임정욱)님이 2016년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을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갑에게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전화로 대부분의 논의를 하는 것이 처음에 신기했다는 내용. https://estimastory.com/2016/01/24/conferencecall/

오늘의 일기

오늘은 그냥 일기 쓰는 기분으로 끄적끄적. 다음주 참가할 Collision 컨퍼런스 준비도 할 겸 오랜만에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남은 일들을 처리했다.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제법 브랜드가 있는 큰 고객들도 하나씩 들어오고 있다. 제품은 더 빨라지고 강력해졌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직접 쓰기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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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메트릭(Chartmetric.io)

우리처럼 월 구독(monthly subscription)을 해서 쓰는 웹/모바일 기반 소프트웨어를 SaaS (Software as a Service)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처럼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B2B SaaS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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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메트릭 가격표. 매월, 또는 매년 돈을 내며 쓰도록 되어 있다.

B2B SaaS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주말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딸 둘의 아빠인 나로서는 이보다 큰 축복이 없다. 고객의 대부분이 미국 동부와 유럽에 있기에, 금요일 점심이 되면 거의 모든 이메일과 요청이 제로가 된다.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생길 우려도 거의 없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Mount Madonna County Park에서 캠핑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여유롭게 보낼 주말이 무척 기대가 된다.

B2B SaaS 스타트업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정적인 매출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또는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들이 ‘일을 하는데 필요해서’ 돈을 내고 쓴다. 즉, 법인 카드로 결제가 되거나 회사 CEO의 카드로 결제를 한다. 일단 쓰기로 결정하면, 일하는 과정에서 점차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고, 그래서 쉽게 중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한 이변이 없는 한, 특별한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이 없더라도 이번달에 들어온 매출은 99%의 확률로 다음달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B2B SaaS 분야에 눈을 뜬 건 오라클에서 일할 때이다. 당시 클라우드 CRM 제품을 맡았는데, 경쟁사인 세일즈포스(Salesforce.com)의 제품과 전략을 보며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는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에 월간 일정액을 내고 쓰는 회사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사업을 하게 되면 반드시 B2B SaaS 스타트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 영감을 주었던 회사들이 결국 내가 이 방향으로 오도록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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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 스타트업들 – Angelist에서 검색한 결과
전에는 내가 이 순간에 시간을 어디다 어떻게 써야 가장 효율적일까, 가장 보람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며 살았는데,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은 각 순간에 내 시간을 어디에 써야 맞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서 마음이 참 편하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그 누구도 가지 않은 나만의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20,000 Dollars

Chartmetric의 월정액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5월 월매출이 2,180달러가 됐을 때 글을 썼는데,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그 액수가 10배가 되었다. 이제 Chartmetric이라는 이름이 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서 아무런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이 없어도 매일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하고, 또 그 중 일정 수가 프리미엄 고객이 되고 있다. 아래는 월별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 성장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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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겨울,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터를 거치며 3개월만에 뚝딱 만들어낸 프로토타입이, 시간을 지나 이제 제법 제품의 모습을 갖춰서 사람들에게 입소문도 나고, 돈도 만들어오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가장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건, 고객들로부터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 아래는 얼마 전에 실수로 나에게 도착한 이메일.

OOO, can you inquire with Sung about the 20% discount she is offering if we upgrade to the premium plan? She also mentions there that the standard plan is also going to be discounted. This could be beneficial for us since our business relies heavily on this platform for stats and reports.

OOOO OOOOOO
Co-Founder | Director
Global Head of OOOO

내부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보낸 이메일인데 실수로 내가 참조가 되어 나에게 도착한 것이다. “우리 사업이 차트메트릭이 제공하는 통계와 리포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니까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씨익 웃고 그냥 모른척 할까 하다가 아래와 같이 답장을 보냈다.

Just wanted to let you know that I was cc’ed on this email thread by mistake. 😉 It really made my day though!I am here to help. I really want to see you to grow your business, with the help of the engineering / data crunching work we do here. Let me know how it goes.

p.s. I’m a boy. 🙂

사업의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 참 많지만,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된 건, 모르는 분야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고객들과 통화를 할 때, “나는 이 인더스트리 출신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것이 나에게 약점일 수 있지만 동시에 무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업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고, 또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조금의 개선을 이루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또 한가지 나 스스로에게 항상 리마인드하면서 더 큰 확신을 가지는 건, ‘정말 만족하는 100명의 고객이 중요하다’는 폴 그래험(Paul Graham)의 유명한 조언이다. 아래는 그 내용을 설명한 대목.

There are two reasons founders resist going out and recruiting users individually. One is a combination of shyness and laziness. They’d rather sit at home writing code than go out and talk to a bunch of strangers and probably be rejected by most of them. But for a startup to succeed, at least one founder (usually the CEO) will have to spend a lot of time on sales and marketing.

The other reason founders ignore this path is that the absolute numbers seem so small at first. This can’t be how the big, famous startups got started, they think. The mistake they make is to underestimate the power of compound growth. We encourage every startup to measure their progress by weekly growth rate. If you have 100 users, you need to get 10 more next week to grow 10% a week. And while 110 may not seem much better than 100, if you keep growing at 10% a week you’ll be surprised how big the numbers get. After a year you’ll have 14,000 users, and after 2 years you’ll have 2 million.

– 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

현재 100명의 유저가 있고, 일주일에 10%씩 성장한다면 1년 후 그 숫자는 14,000명이 되고, 2년 후에는 200만명이 된다는 것. 진짜일까? 아래와 같이 계산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100에서 시작하여 주당 10%씩 2년(104주)의 성장:

100 * (1 + 0.1)^104 = 2,017,619

그래서 마케팅에 별로 시간과 돈을 쓰지 않았다. 갑자기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이상의 숫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보다, 우리를 알게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관찰하고, 의견을 물어보고, 또 만족시키고 싶어서. 이제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사람이 따로 생겼지만, 그래도 시간만 되면,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항상 시간을 잡아서 직접 통화를 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내가 더 많은 올바른 결정들을 내리고, 또 잘못된 결정들로부터 더 빨리 배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