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하여: 현재에 집중하기

예전에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나온 ‘TED Radio Hour‘라는 방송을 통해 알게 된 TED 강연 소개. 행복을 정의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 사람처럼 정량적으로 접근해서 공감할만한 결론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2011년 11월에 했던 강연.

행복이 무엇인가, 사람들은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지는가’를 연구하고 싶었던 그는, 하버드 대학 박사 과정 재학중에 Track Your Happiness, 즉 ‘행복을 측정하는 앱’을 만들었다. 이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은 하루 중 무작위 시간대에 알림을 받는데, 이 때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한다.

  • 지금 기분이 어때요? (아주 나쁨 ~ 아주 좋음) (How do you feel, on a scale ranging from very bad to very good?)
  •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22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 (What are you doing, on a list of 22 different activities including things like eating and working and watching TV?)
  •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나요? (Are you thinking about something other than what you’re currently doing?)

15,000명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했고, 이를 통해 그는 65만개의 데이터를 얻었다. 여기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 번째인데, 무언가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마인드-원더링(mind-wandering)이라 부른다. ‘딴생각’ 또는 ‘잡생각’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마인드 원더링, 즉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그의 연구에 따르면,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그 일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자꾸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행복 지수가 낮다. (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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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킬링스워스의 연구 결과. ‘마인드 원더링’을 하는 중에는 행복 지수가 떨어진다.

그 ‘다른 생각’이 즐거운 상상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대부분은 걱정 때문이다),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것. 예를 들어,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운전해서 회사에 출퇴근 하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행복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지어 이 때도 오로지 ‘운전하는 행위’에 집중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말이 된다. 운전하는 행위에 집중한다면, 운전대에 내 손이 올라가 있고, 발로 밟기만 하면 차가 움직인다는 사실, 또는 자동차라는 아주 개인적이고 조용한 공간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반드시 이 순서일까? 현재 하는 일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아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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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떠오를 수 있는 의문인데, 맷 킬링스워스의 연구에 따르면, 순서는 ‘마인드 원더링 -> 불행’으로 가는 것이지 ‘불행 -> 마인드 원더링’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명확히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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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에 따르면, 마인드 원더링 때문에 불행이 온다는 연관성(correlation)을 찾을 수 있었지만, 불행하기 때문에 마인드 원더링을 한다는 통계적 연관성은 없었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회사 일로 힘들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이 있었는데, 그 때 이 강연을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운동을 하는 시간이든, 일하는 시간이든, 아니면 그냥 운전하거나 걷고 있는 시간이든,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실제로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내가 본 중 가장 명확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리고 이 순간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분에게 약간의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 간략히 정리해 봤다.

p.s. 행복의 심리학적, 생리학적 작용에 대해 아주 잘 정리한 또 다른 TED 강연: Dan Gilbert: The surprising science of happiness. 이것도 많이 공감.

애플 페이(Apple Pay)

그동안 살면서 온갖 종류의 결제 방법을 다 써봤지만, 진짜 애플 페이를 통한 결제는 정말 최고다. 이보다 더 쉽고, 안전하며, 쾌적한 결제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최적화됐음. 홀푸드(Whole Foods)에서 장볼 때 항상 애플 페이를 쓰는 건 물론이고, 요즘엔 웹에서 결제할 때도 애플 페이를 뜨면 무조건 이걸 쓴다. 아래는 애플 페이를 통해 결제하는 장면.

  1. 먼저 결제 방법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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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액을 확인하고 아이폰에서 지문을 살짝 갖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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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초 후 결제 완료. 영수증이 이메일로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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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신용카드 번호 저장해두는 방법도 있고, 또 1Password를 통해 신용카드 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법도 있고, 페이팔 암호를 입력하는 방법도 있고, 세상에 모든 결제 방법들이 있지만, 손가락만 갖다 대면 결제가 끝나는 이런 기분은, 느끼고 또 느껴도 매번 기분이 좋다.

아마존(Amazon)

아마존 주식이 계속 오른다. 2011년에 아마존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한참 쓰던 시절, 이 회사와 사랑에 빠져 180달러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가 300달러 가까이 올랐을 때 기분 좋게 팔았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의 주가는 1,000달러가 넘는다. 기업 가치는 550조원. 최근 실적 발표 후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이 회사 주식은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 주가 상승 덕분에  제프 베조스가 자산 100조원을 넘겨 빌게이츠를 제치고 잠시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빌게이츠는 61세, 제프 베조스는 겨우(?) 53세. 30세에 시작한 회사가 23년만에 자신을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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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 회사도 없다. 하지만 아마존에 대해 처음 가졌던 신뢰가 흔들려서 주식을 판 건 아니다. 엔젤 투자를 하고, 또 내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가지고 있던 미국 주식을 팔았다. 내 투자가 더 높은 ROI(투자 수익)를 가져오기 바라면서.

아마존의 기업 가치가 이렇게 끝을 모르고 계속 올라가는 것에는 아마존 브랜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큰 바탕이 된다고 본다. 이제 막 생긴 애송이 회사도 아니고, 23년동안 정말 변함 없이 비전을 유지해 왔으며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다양하게), 또 그 비전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처음 수년간은 아마존 프라임의 혜택에 반해서 쓰다가, 그 다음은 반품의 편리함에 반했는데, 요즘엔 거실에 있는 아마존 에코(Echo) 스피커가 가족과의 시간을 더 즐겁게 해주고 있다.

에브리씽 스토어(Everything Store)라는 책에서 보면 아마존의 ‘첫 5년’ 이야기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 책을 따라가다보면 사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제프 베조스는 좀 특이한 사람이고, 지나치게 무모할 정도로 위험을 감수하며, 또 잘못된 판단을 내려 수천억원의 돈을 공중에 날리는 일도 계속 발생한다(아마존의 7가지 실패들). 2009년에는 Toys R Us와의 소송에서 패해 $51 million(약 550억원)의 벌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인간인데 전혀 의심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주요 임원들이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그는 앞으로 전진했다. 아래는 책 내용의 일부:

In the summer of 2000, with Ravi Suria continuing to press his case in public, the slide in Amazon’s stock price started to accelerate. In the span of three weeks in June, it dropped from $ 57 to $ 33, shedding almost half its value. Employees started to get nervous. Bezos scrawled I am not my stock price on the whiteboard in his office and instructed everyone to ignore the mounting pessimism. “You don’t feel thirty percent smarter when the stock goes up by thirty percent, so when the stock goes down you shouldn’t feel thirty percent dumber,” he said at an all-hands meeting. He quoted Benjamin Graham, the British-born investor who inspired Warren Buffett: “In the short term, the stock market is a voting machine. In the long run, it’s a weighing machine” that measures a company’s true value. If Amazon stayed focused on the customer, Bezos declared, the company would be fine.

2000년 6월, 3주만에 주가가 57달러에서 33달러로 하락하면서, 기업 가치의 거의 절반이 날라갔다.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베조스는 자신의 오피스 화이트 보드에 ‘나는 나의 주가가 아니다’라고 쓴 후에 직원들에게 말했다. “주가가 30% 상승했다고 해서 30%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듯이,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30% 멍청해졌다고 느끼면 안됩니다.” 그는 워렌 버핏에게 영감을 주었던 영국인 투자가 벤자민 그래함의 말을 빌렸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투표 기계이다. 장기적으로는 체중계가 된다.” 베조스는 선언했다. “아마존이 고객에게 집중하면 회사는 문제 없을 것입니다.”

Stone, Brad.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pp. 110-111). Little, Brown and Company. Kindle Edition.

아마존에 다니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존 초기 때부터 정해진 원칙들이 해가 지나면서 조금씩 더해지거나 빠지면서 현재 16가지로 정리된 것인데, 그 원칙 중 첫 번째는 ‘Customer Obsession’이다. 즉, 항상 고객으로부터 출발해서 거꾸로 가면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경쟁자를 신경써야하기는 하지만, 눈은 항상 고객에게 향해 있어라’

Customer Obsession

Leaders start with the customer and work backwards. They work vigorously to earn and keep customer trust. Although leaders pay attention to competitors, they obsess over customers.

이 리더십 원칙은 하나씩 정독해볼만한데, 제프 베조스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 그 중 하나는 ‘계속해서 배우고 궁금증을 가지라’는 것.

Learn and Be Curious

Leaders are never done learning and always seek to improve themselves. They are curious about new possibilities and act to explore them.

리더십 원칙을 맺는 마지막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하지만, 리더는 결국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고, 결코 거기서 안주하지 않는다.”

Deliver Results

Leaders focus on the key inputs for their business and deliver them with the right quality and in a timely fashion. Despite setbacks, they rise to the occasion and never settle.

P.S. 강정석님이 한글로 번역한 아마존 리더십 원칙을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eongseokkang/7

럭키 가이

 

“I think you are a lucky guy.”

오늘 처음 만난, 실리콘밸리의 한 성공한 사업가가 한참 동안 내 인생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과연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인가?

사실 나는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국인으로서 태어났고, 이혼하지 않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고, 또 지금은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0.1%에 속하는 행운을 잡은 것이 아닌가.

사업은 힘든 과정이고, 매일 매일 겪는 어려움이 있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어찌 보면 부차적인 일이고, 궁극적으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예전에 한 사업가가 나에게 자신의 성공 비결은 ‘나는 될 놈’이라는 것을 항상 믿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모든 사람들이 진작 포기하고 나자빠졌을법한 상황에서 ‘나는 될 놈’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시켜 제품을 만들었고, 훗날 그 제품은 회사에 월 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가져왔다. IQ와 EQ에 더해, 또 한가지 중요한 지수는 AQ라는 말을 오늘 들었다. AQ는 Adversity Quotient의 약자, 즉, ‘역경 지수’인데, 역경이 있을 때 이를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겨내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TED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라는 강연을 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스(Angela Lee Duckworth)는, 수많은 사례를 연구한 결과, 지능 지수도, 부모의 백그라운드도 아닌 그릿(Grit)이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라고 했는데, 이것이 결국 AQ와 맛닿아 있는 자질이 아닌가 싶다.

역경을 극복하는 힘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키워지는 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다만, 이것은 한 번에 키워지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더 큰 역경에 노출되고 이를 극복하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

만약 내 도전과 노력의 결과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한 가지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AQ의 성장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스스로 배워야만 하는 것들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의 프레드 윌슨의 글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But at some point, you have to learn things yourself. You can talk to peers until you are blue in your face about how to hire a great VP Engineering or CFO. But making a bad hire or two in these roles will teach you a lot more about it than talking to others. At some point, you are going to have to figure things out by yourself. There is no substitute for direct personal and painful experience. That’s just how life works.

그렇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직접 배워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임원을 뽑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몇 번 하고 나면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결국 이런 것들은 스스로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직접 겪는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원래 삶이 그런 것이다.

정말 정말 공감되는 말. 나는 글을 읽는 것을 항상 좋아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했고,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예를 든대로,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힘들더라도 스스로 배워야만 하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제품/마켓 핏(Product/Market Fit) 또한 스스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크 안드리센의 말에 따르면 제품/마켓 핏은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가지고 ‘좋은 시장’ 안에 들어있는 것”을 의미한다 (“Product/market fit means being in a good market with a product that can satisfy that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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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마켓 핏 (Product/Market Fit)

제품/마켓 핏과 관련한 스타트업의 고민은 대개 둘 중의 하나로 좁혀진다.

  1. 좋은 시장을 찾으면 경쟁자들이 너무 강력해서 제품을 만들 엄두가 안나서 고민 (돈이 너무 많이 들기에)
  2. 틈새를 찾아 제품을 만들면, 그 시장이 너무 틈새이거나 제품이 인기가 없어서 고민.

둘 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이에 대해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1. 좋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비슷한 – 이왕이면 훨씬 뛰어난 – 성능의 제품을 만들거나
  2. 그 ‘틈새’가 조만간 커지기를 기대하면서, 틈새 시장에서 당분간 머물러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오래 갈 준비가 되어 있거나(그러려면 투자를 충분히 받거나, 아니면 비용이 매우 낮아야 한다).

남이 만든 것을 보고 베껴서 만들었든, 이 세상 그 누구도 만들지 않은 것을 만들었든, 어쨌든 ‘제품’이라는 것은 색깔이 다르든 브랜드가 다르든, 뭔가는 다르다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그 제품만을 위한 시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어쨌건 승부를 해볼 가치는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시장이 결국 의미 있는 크기가 될 것인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 있는 크기’란, 단순히 유저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수에 1인당 생애 가치(Lifetime Value) 를 곱한 값의 합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만한 서비스라 해도 그들이 돈을 내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 실컷 고생하고 남 좋은 일만 해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게도 좀 과장한다면 에버노트가 그런 운명에 빠진 것 같다(이제 수익이 나고 있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나는 에버노트에는 돈을 한 번도 안냈지만(대신 CTO에게 와인병을 선물했다), 경쟁 제품인 Bear는 쓰기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연 $14.99달러를 내기 시작했다(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은 돈을 내게 될 것 같다). 아주 운이 좋다면 (그리고 창업자가 스탠포드 출신이면서 회사와 팀이 미국이나 서유럽에 있다면)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의 사례와 같이 돈을 벌려는 시도도 하기 전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와서 회사를 사가겠지만, 그런 확률은 지극히 낮으니 기대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

글을 써놓고 보니 ‘제품/마켓 핏’이라는 건 어찌 보면 별 의미도 없는데 듣기 좋으라고 만든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제품이 후졌거나 시장이 별로 필요로 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제품/마켓 핏이 맞지 않다’라고 포장하면 좀 멋지게 들리지 않는가. 사실 나도 많이 사용했던 말임을 고백. 또한 지금도 제품/마켓 핏을 찾아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