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에 초기 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막판에 퇴짜 맞았던 한 투자자의 이야기

얼마전 Airbnb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썼던 ‘7번의 거절‘이라는 글이 화제가 되었고, 이에 대한 내 의견을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다. 어제, 이 일과 관련하여 페이지 크레이그(Paige Craig)라는 한 엔젤 투자자가 Airbnb 투자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가 2008년에 Airbnb를 발견하고 그 시장성을 보고 나서 큰 관심이 가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자들을 만났으며, 4주동안 밸류에이션에 대해 합의하고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를 만든 후 이를 축하하는 저녁 식사까지 했는데 막판에 Y컴비네이터에서 투자를 받기로 했다며 그를 퇴짜놓았다는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린 셈인데, 이 경험에서 자신이 배운 것들을 차분하게 정리해놓은 내용이 너무 좋아 간략한 번역과 함께 소개한다 (원문이 훨씬 길지만 읽어보길 추천한다).

Airbedandbreakfast.com 사이트를 보고 나서 사인업을 하고 제품을 써봤다. 나는 워싱턴 DC에 있는데 이메일을 주고 받고 나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창업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After stumbling into “Airbedandbreakfast.com” that August, I immediately signed up, played around and reached out to the guys via their Contact Us email. I was based in Washington, DC at the time, but after a short email thread and review of the original deck I responded within 48 hours that I’d fly out and meet them face-to-face the next week at the Brainwash.)

우리가 협상을 하는 동안에 다른 모든 엔젤 투자자들은 떨어져 나갔다. 결국 이 라운드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나만 남았다. 상관 없었다. 나는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Over those extra weeks, however, the other investors who had been circling all dropped out of the deal…instead of a handful of us coming together as I expected, I was the one lone dude writing a check for the entire seed round. But ultimately that was fine by me — I was good to move ahead.)

모든 협상을 마치고 나서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먼저 좋은 소식을 들었다. Y 컴비네이터가 마음을 바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투자자들이 모두 빠졌지만 Y 컴비네이터가 회사를 믿어줬다면 좋은 일이니까. (I hear back from him later in the day. Initially, he had great news to tell me: Y Combinator had changed their mind and was in fact going to participate in the round. “Awesome,” I thought, “that’s another great investor for the guys to have involved,” and it gave me some appreciated reassurance after all the prior investors had opted out.)

그리고 그가 안좋은 소식을 전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Y 컴비네이터만 참여할 것이라고. 좋은 소식 후에 이런 X같은 소식을 전하다니.. 실망스러웠다. 그게 이야기의 전부이다. 6주동안 노력했는데 결국 투자에 참여 못했다. (And then Brian told me the second part — that only YC would be participating. Talk about good news followed by ugly fucking news. YC was taking the full allocation and I was getting bumped. And that was it — end of story. After 6 weeks of work, I didn’t get to invest.)

그 후 100개가 넘는 스타트트업에 투자하고 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 투자를 놓친건 내 실수였지 그들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 때 다시 돌아가서 투자하겠다고 했었어야 옳다. 당시 나는 좀 경험이 미숙했다. 요즘은, 내가 마음에 드는 딜을 발견하면 죽기로 작정하고 쫓아가서 투자를 하고야 만다. (Looking back now with the experience of having invested in well over 100 startups since, I recognize that losing out on this deal had been my fault, not theirs. After getting the boot, I should have gone back to them and found a way to get in. At the time I was still a novice unaware of how venture capital, YC, and the competition for deals works. The reality is I should have worked my ass off to get in that deal even after YC’s decision. These days when I find a deal I want, I chase it until I’m dead and I almost never believe any deal is definitively “closed” off.)

또한, 다른 모든 투자자들이 중간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믿고 투자를 결심했던 건 긍정적 경험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들이 누구냐이지 숫자가 아니다. 사람을 믿는다면 확신을 잃지 말라. 다른 투자자들이 빠진다고 해서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면 안된다. (It’s the positive reasons why I liked Airbnb at the time and recognized its potential when other investors didn’t that have served as my most powerful lessons though. First and foremost — and something I practice every day — is to focus on the founders of a startup, not the metrics. And secondly, if you believe in those people, then don’t lose your nerve when other investors fall out. There is a lot of misguided trust (conscious and subconscious) in social cues among tech investors, and you can’t let it distract your judgement. I went ahead with the deal even after every single other VC and angel dropped out because I trusted my gut about the team and the thesis I had outlined. Don’t be afraid to do the same if you find a startup team you feel the same way about.)

투자라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많은 공감이 된다. 몇년 전 단기간에 매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을 놓쳤다. 뼈아픈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나에게 그 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며 ‘그런 건 안될 거라고’ 조언해준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지만, 결국 내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고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였다. 그 이후에는 나 자신을 믿자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가치를 봤다면, 그 초기 확신을 믿자고. 결국 그래야 잘 되도 후회가 없고 잘 안되어도 후회가 없다.

유투브 초기 투자했던 시콰이어 캐피털이 공개한 문서 요약

며칠 전 아래와 같은 트윗을 했었다. 15번의 리트윗에 비해 Favorite 등록이 100건인 것을 보니 많은 분들이 나중에 보려고 저장해둔 것 같다. 사실 41페이지나 되는 빡빡한 문서라 일일이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5월 6일에 했던 트윗
5월 6일에 했던 트윗

그래서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재미있게 본 부분만 몇 개 발췌해서 옮겨볼까 한다. 시콰이어 캐피털이 보관하고 있던 이 문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유는 소송 때문이다. 2007년에 미디어 자이언트인 Viacom이 자신의 컨텐트가 유투브를 통해 유통된 것을 유투브에서 막기는 커녕 오히려 도왔다며 구글-유투브를 상대로 $1B (약 1조원)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이 소송은 재심, 항고 등을 거치며 2013년까지 끌다가 둘이 합이하면서 끝이 났다. 어쨌든, 그 덕에 이런 재미난 사실이 알려졌으니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Roelef Botha
Roelef Botha

이 글을 쓴 사람은 Roelef Botha로, 벤처 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현재는 시콰이어 캐피털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매킨지 요하네스버그 사무실을 거쳐 스탠포드 MBA를 졸업한 후, 2001년에 페이팔에 조인했고, 곧 CFO가 되었는데 이든 해에 회사가 상장했다. 그 때 그의 나이가 28세였다고 하니 무지하게 운이 좋다(물론 뛰어난 인재여서 잡은 기회이지만). 2003년에 페이팔이 이베이에 $1.5B 에 매각된 후 그는 회사를 떠나 시콰이어 캐피털에 합류했으며 그 이후 좋은 회사들에 많이 투자했다. 유투브는 그가 2007년에 발굴한 대박 회사이며, 그 후 에버노트, 인스타그램, 몽고DB, 스퀘어 등에도 투자했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총 가치가 $12B (약 12조원)나 된다고 한다. 이 문서를 보면, 그가 당시에 시장을 어떻게 봤는지, 회사에 투자할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아래 요약. 2~8페이지는 2005년에 유투브를 처음 알게 되어 세 명의 창업자들을 만나고 투자를 결심하기로 된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투브 창업자들이 그들의 비전을 뭐라고 설명했는지도. “사람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가장 주된 장소가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비디오를 찍는 기기들의 값이 싸지면서 사람들이 비디오를 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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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콰이어 캐피털의 Roelef가 쓴 문서. 유투브 창업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유투브가 저작권이 있는 컨텐트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의식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한다. 즉, 비아콤이 주장하는대로 유투브가 그런 활동을 도왔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과, 유투브가 그런 컨텐트로부터 돈을 벌 의도도 없었다는 점을 주장한다. 다음엔, 유투브 창업자들의 처음 보여줬던 문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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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를 만들 당시 관찰했던 비디오 공유의 문제점들: 1. 비디오 파일의 크기가 너무 크고, 2. 비디오 파일 형식도 다 다르고, 3. 연관된 비디오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

당시의 경쟁자들은 구글 비디오와 24 hour laundry, 그리고 DailyMotion과 Vimeo. 난 Vimeo가 유투브를 보고 따라 만든 건줄 알았는데 유투브보다 먼저 만들어진 사이트라는 점에 놀랐다. 당시에는 기술이 별로 안좋았다고 설명. 그리고 Google Video는 개인 비디오가 아닌 할리우드 비디오를 신경쓰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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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쟁자들. 물론 구글 비디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사업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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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설명된 네 가지 모두 훗날 유투브의 가장 주된 수익원이 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1. 플레이되고 있는 비디오와 연관성 있는 광고 비디오를 옆에 보여줌. 2. 비디오 상영중에 광고를 오버레이로 보여줌. 3. 비디오 시작전에 짧은 비디오를 보여줌.

그리고 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이 나오는데, 투자자라면 군침을 흘릴 법한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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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

그 아래에는 Botha가 직접 작성한 문서가 나온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시콰이어 캐피털 내부의 다른 파트너들, 그리고 외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쓴 것 같다. 시콰이어가 투자하고 싶었던 액수는 $1M + $4M. 그래서 회사의 30%를 소유. 만약 이대로 계약했다고 하면, $5M 투자해서 1년만에 495M를 벌었으니 연 10,000% 수익률인 셈이다. 초대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당시에는 엑싯 가능성이나 액수에 대해 그렇게 크게 보지 않고 있었던 듯. 유투브와 비슷한 회사들이 별로 크지 않은 금액에 매각되었다고 설명함. 예로 든 회사들은 $70M, $50M 정도에 매각. 트립어드바이저는 같은 부류는 아닌데 $100M에 엑싯했다고 설명 (사실 당시엔 이것도 상당히 큰 엑싯으로 생각했을듯). 그 다음엔 비용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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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운영 비용 추정. 비디오 한 개의 평균 크기를 7MB 로 낮게 잡았다. 컴퓨터 한 대당 하드디스크 크기는 320기가로 가정.

마지막엔 유투브 창업자들이 발표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드 중 하나. 1년 후 1조 7천억에 팔리게 될 회사의 발표 자료 치고는 참 소박하다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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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가 시콰이어 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위해 발표할 때 사용했던 슬라이드

여기까지다. 전문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드롭박스가 Y컴비네이터에 처음 도전할 때 질문에 답변했던 내용도 참 흥미로웠는데, 이 문서를 보니 유투브 초기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재미있어서 공유해본다.

마크 서스터에게 배우는, 성공하는 엔젤 투자가가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마크 서스터,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된 창업가

마크 서스터 (Mark Suster).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다. 남가주(LA, 샌디에고 및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가장 큰 벤처캐피털인 GRP Partners의 파트너이고, 전에 회사를 두 개 만들어서 매각한 후 (BuildOnline은 한 프랑스 회사에, Koral은 Salesforce.com에 매각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업가/벤처캐피털리스트의 두 가지 경험을 가지는 자기만의 특성을 살려 “Both Sides of the Table”(테이블의 두 면)이라는 블로그를 쓰고 있다. 그의 블로그엔 정말 배울 것이 많다.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블로그에 올린 자기 소개 또는 Crunchbase의 프로필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실 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2009년 MBA 수업시간이었다. “Business Plan Development (사업계획서 개발)”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우리가 한 학기동안 발전시켜온 사업 아이디어와 계획서를 최종 발표하는 마지막 시간에 마크가 와서 심사를 했었다. 한 팀 한 팀 발표 끝날 때마다 평을 해주었는데, 날카롭고 명쾌한 지적을 들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VC(벤처캐피털리스트)가 원하는 비즈니스 플랜은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 문제가 무엇인가?
  • 현재 솔루션들(또는 경쟁자들의 제품)은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가?
  • 당신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당신이 이 문제를 현재 회사들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증거를 대라.
  • 해결할 경우, 시장은 얼마나 큰가? 수백억짜리 시장인가 수십조원짜리 시장인가? projection해봐라.
  • 정말 간단하지만, 사업의 핵심적인 것을 짚을 수 있는 좋은 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크 서스터가 얼마 전 블로그에 5개의 시리즈로 올린 “좋은 엔젤투자가의 조건“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들을 여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체 원문 보기)

    첫 번째 조건: 딜 플로우 (Dealflow) – 당신은 제대로 된(right) 포커 테이블에 앉아 있는가?

    마크는 엔젤 투자자를 포커 플레이어에 비교한다. 정말 말이 되고 이해가 쏙쏙 된다. 포커에서 으례 그렇듯이 프로가 몇 명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돈을 잃는다. 투자자의 세계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공평한 테이블에 앉아 있고 성공할 확률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틀린 생각이라고 한다. 포커 테이블에서 이기는 사람은 다섯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딜 플로우 액세스 (Deal Flow Access)”이다. 모든 투자자들이 뛰어난 사업가들을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 Keith, Reid, Dave, Peter, 이 네 사람은 모두 한 때 페이팔(Paypal)에서 일했다. 그들은 이후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했거나 벤처 투자자들이 되었고, 지금 많은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이 이들을 먼저 찾아간다.
    * Aydin, Chris는 XG 벤처스에서 일한다. XG는 X-Googler, 즉, 한 때 구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창업한 트위터의 초기 투자가가 한때 구글에서 에반과 같이 일했던 Chris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많은 위대한 회사들이 이미 성공적인 벤처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런 사람들은 가장 먼저 어떤 투자가들을 찾아갈까? 마크 앤더리슨(넷스케이프 창업자), 제프 클라비어, 마이크 매이플스(Motive Inc의 공동창업자)등의 성공적인 초기 단계 벤처 투자가들이다.

    두 번째 조건: 전문 분야 지식 (Domain Knowledge)

    제품을 잘 알고, 기술 저널을 읽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몇 사람을 알고 있다고 해서 당신이 그 분야의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이야기한대로, 글로 뭔가를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결국, 주말 플레이어인가, 프로페셔널 포커 플레이어인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주말에만 포커를 하는 경우, 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베팅을 하는 거다. 처음에 몇 번 이기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나중에 많이 잃는다. 프로페셔널들은 여러 해 동안 매일 플레이하기 때문에 언제 돈을 걸어야 할 지 알고, 카드를 세고, 결과를 통제한다.

    세 번째 기술: VC 인맥 (Relationship with VCs)

    VC는 기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투자가들은 이 사실을 안다. 예를 들어,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First Round Capital)은 CEO 이벤트나 믹서에 유명한 VC들을 초대한다. VC들한테 트윗을 보내거나 VC들이 게으르다며 욕하고 있을 게 아니다. 좋은 엔젤이 되려면 좋은 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엑신(exit)까지 오래 걸릴 때 엔젤 투자자가 돈을 버는 건 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럼 잇따라 투자할 VC들을 찾느냐 못찾느냐 하는 것이 전략적 차별성이 된다. 당신이 엔젤 투자자라면, 시간을 쪼개서 VC들과 친분을 쌓는 데 사용해라.

    네 번째 기술: 두툼한 주머니 (Why You Need Deep Pockets to Win Big)

    다시 포커를 생각해보자. 포커에서 이기려면 당신한테 좋은 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첫 두 장의 카드가 좋다면, 다음 카드를 보기 위해 계속 따라가야 한다. 세 번째, 네 번째 카드가 나오면서 상황이 더 명확해지고, 이길 확률을 더 잘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카드가 유리하게 나온다면 더 용기있게 투자를 해야 하는데, 만약 테이블에 칩이 충분하게 없으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중략) 때로 가지고 있는 카드가 충분히 좋지 않아서 게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다음 경기를 위해 돈을 아껴두는 것이다. 포커에서 모든 경기를 다 이기려고 하는 건 지는 전략이듯이, 모든 투자가 다 잘되도록 만들려고 하는 것도 지는 전략이다.

    다섯 번째 기술: 바이어(buyer) 인맥 (The Most Underrated Skill: Access to Buyers)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딜을 찾아내고, 어려울 때 팀을 도와주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최고의 투자가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들을 살 회사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략) 당신이 래리와 세르게이(구글 창업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챈(유투브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핑커스(징가 창업자), 또는 에반 윌리엄스(트위터 창업자)에게 초기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정도의 친분이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거고, 당신이 투자한 회사와 연결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투자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들 중 한명과 한때 동료였다면?

    론 콘웨이가 계속해서 투자 실적이 좋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을 지원해 왔다. 그들이 아직 어리고 접근 가능할 때 아는 사이가 되었고, 투자를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잊지 않는다. 그들이 회사를 사려고 할 때 론이 분명 연결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VC들에게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시콰이어는 구글과 유투브 양쪽에 투자했고, 그 결과 유투브가 구글에게 인수되었다.

    내가 3년 전 실리콘 밸리에 살 때의 일이다. 당시 한 스타트업 회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 살고 있어서 우리는 아이를 재운 후에 매일 밤 회사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녀는 회사를 팔고 싶다고 했고,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그 회사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제프 클라비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는 야후와 만날 때 이 회사 이야기를 꺼내었다. 야후가 결국 산 건 아니지만, 야후가 관심을 보이면서 회사를 팔기 쉬워졌고 결국 회사를 매각할 수 있었다.

    당신이 투자한 회사를 바이어의 상품 담당 부사장, 또는 CEO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는가? 투자 성과가 좋은 엔젤들은 그렇게 한다. 투자의 전체 과정을 생각해 보라. 결국 돈을 모으고, 코칭하고, 투자하고, 마지막으로 엑싯(exit)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사업가라면 이것들을 잘 할 수 있는 투자가를 찾아야 한다.

    아이딘 센쿳

    한편, 최근 새로 알게 된 성공적인 엔젤 투자가가 있는데, 이 사람을 보니 바로 위에서 설명하는 다섯 가지 기술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름은 아이딘 센쿳(Aydin Senkut)이고, 펠리시스 벤쳐스(Felicis Ventures)의 설립자이자 매니징 디렉터이다. 최근 50개의 회사에 투자했고, 이들 중 많은 회사가 4개월에서 44개월 이내에 구글, 인튜이트, 트위터, AT&T,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에 팔렸다. 벤처 투자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구글의 매우 초기 멤버(1999년 입사)이자 시니어 매니저였다. 보스턴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와튼 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펠리시스 벤처의 팀 소개 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회사를 인튜잇(Intuit)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민트(Mint)의 창업자 아론이 아이딘에 대해 쓴 글이다.

    Mint의 엔젤 투자가로서, 아이딘은 제품에 대해 피드백을 많이 주었고,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이딘은 실제로 우리를 시리즈 A 투자자한테 연결시켜줬어요. 어찌 보면 우리는 그를 안 덕분에 지금 430만달러(약 50억)만큼의 돈을 더 번 셈이죠. 개인적으로,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진실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제품과 투자 전략뿐 아니라 심지어 창업가가 겪는 스트레스까지도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었어요.

    개인적으로 최근 엔젤 투자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됐는데, 이 글들을 읽고 생각해보니 진짜로 엔젤 투자자로서 성공하려면 아직은 배울 것이 많고 갖춰야 할 기술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

    오늘은 전부터 벼르던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Angel Investment)이다. 실리콘 밸리를 들여다보면, 엔젤 투자자들이 이 곳의 잘 갖춰진 창업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위크, 그리고 스타트업의 기록을 모으는 YouNoodle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한 740개의 신생 회사는 328,698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벤처 캐피털로부터 $15.2 billion (약 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주: Business Week, 2010년 2월 25일)

    한국에 있을 때, 자신을 ‘엔젤 투자자’라고 소개한 사람한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게임빌 창업 직후인 2000년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다가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난 후였는데, 갑자기 내 책상의 전화기가 울렸다. 게임빌에 관심이 있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다니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한테 투자받았다가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안좋아졌다. 사기꾼한테 전화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들로부터의 계속되는 전화를 무시한 후에, 우리는 동양투자증권으로부터 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서는 얼마 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들은 두 엔젤 투자자 Ron Conway와 Mike Maples의 스탠포드대 강연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와 벤처 캐피털이 불을 지펴주는 실리콘 밸리의 잘 갖춰진 창업 환경에 대해서는 이전 블로그, 실리콘밸리의 창업 환경에서 소개한 바가 있고, 또 얼마 전 Mickey Kim(@mickeyk)님이 잘 정리해 주신 Entrepreneur가 성공하는 환경과 문화 만들기라는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투자가, 론 콘웨이

    먼저 론 콘웨이 Ron Conway에 대해 잠시만 소개하겠다. 그는 컴퓨터 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훗날 Personal Training Systems라는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 회사를 SmartForce/Skillsoft라는 회사에서 팔았고, 여기서 꽤 많은 돈을 번 것 같다. 그 돈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투자한 회사 상당 수가 크게 성공해서 마이다스의 손이 되었다. 그동안 무려 500개의 실리콘밸리 회사(대부분이 웹 기반 컨텐츠)에 투자했고, 작년에만 70개 이상의 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까지만해도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돈으로만 투자를 했다. 그가 최근에 투자한 회사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Facebook, Twitter, Google, PayPal, TweetDeck 등이 눈에 띈다. 그가 안목을 갖고 투자한 회사들이 앞으로 잘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강연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티나 Tina 교수가 엔젤 투자자인 론과 마이크와 한 대화는 엔젤 투자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엔젤 투자자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론: ‘리스크(위험)를 지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엔젤 투자자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50K~$100K (5천만원~1억)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193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엔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지요.

    창업자들이 엔젤 투자자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요?

    마이크, 론: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첫째이겠지요. 그 다음은 인맥입니다. 엔젤 투자자들은 대개 인맥이 좋거든요. 즉, 사람들을 찾아줍니다. 사업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찾아줍니다. 세번째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엔젤 투자자들은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좋은 엔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엑싯 옵션 exit option“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xit” 이란 기업의 상장, 대기업 매각 등으로 지분을 가진 투자자 또는 창업자들이 수익을 남기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일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찾아서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찾아오면 뭘 먼저 살펴보나요?

    마이크: 우선, 투자액으로 봤을 때 저는 백만 달러(약 12억)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관심있게 봅니다. 제가 5억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투자 받도록 합니다. 둘째, 많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저한테 찾아오는데, 아이디어는 사실 매우 값싸고 흔합니다. 요즘처럼 테스트하는데 돈도 별로 안드는 때에, 만들어 보지도 않고 찾아온다는 건 확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상품을 살 사람들은 고객입니다. 저는 고객도 아닌데 제가 평가할 수 있나요? 고객이 있어야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제안이 몇 개나 들어오고, 그 중 몇개에 투자하고, 그 중 몇 개가 성공하죠?

    론: 하루에 약 5개가 들어오고, 그 중 3개가 거절되고 2개가 검토됩니다. 그러면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죠. 맘에 들면 회사를 만나봅니다. 한 달에 약 하나씩 투자하니까, 월 150개 제안서 중에 1개가 투자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년간 125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2, 3개가 록스타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물론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1/3, 1/3, 1/3씩 나누는데, 1/3은 망하고, 1/3은 원금을 돌려주고, 나머지 1/3은 3배, 5배, 10배의 수익을 남깁니다. 여기서 남긴 수익이 나머지 2/3을 충당하죠. 근데, 결국 그 1/3 중 하나가 히트합니다. 그 하나가 나머지 전체 투자액 전체를 책임지고도 남아요. 운좋게 저는 그런 게 매번 하나씩 있었지요. 결국 우리는 그 하나의 ‘히트’를 찾는 겁니다.

    실패한 후 되돌아오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겠습니까?

    에반 윌리엄스

    마이크: 물론이지요. 좋은 예가 한 가지 있어요. 제가 전에 오디오(Odeo)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가 에반 윌리암스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에는 애플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저는 에반을 믿었고, 팟캐스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주일 후에 애플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발표했지요. 몇 달 후에 에반이 돈을 돌려주겠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에 뭐하든지 신경 안쓸테니, 그냥 그 사업에 쓰세요.“. 그러자 에반이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트위터라고…”. “트위터? 이름 재밌는데요? 거기 투자할게요.”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아시겠지요?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겁니다. 저는 그걸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각 안해요. 뭐든지 다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론: 저는 창업자의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창업가는, 사업이 초기 아이디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그걸 알고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투자 안합니다. 저는 이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티나가 질문한다.

    티나: 실리콘밸리에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세요. 마크 저커버그를 보세요. 하버드에서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로 왔고, 여기서 성공했습니다. 자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티나: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론: 그럼 사업 시작하지 마세요.
    티나: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힘들어요. 유럽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실리콘밸리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최고의 창업가들이 여기 와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정말 성공적은 회사들을 보면 캘리포니아 출신이 만든 경우는 별로 없어요. 다들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경합을 벌이는 거죠.

    물론 이 대화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럽, 아시아 등 다른 곳에서도 혁신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날마다 새로운 회사가 생겨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특히 그것이 웹과 관련된 사업인 경우는 다른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실리콘 밸리로 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마크는 처음 하버드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곧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겼고, 여기서 사업을 크게 키워냈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론과 마이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려면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또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면 내용 전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한 축, 엔젤 투자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을까? 통계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링크트인(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

    첫째, 과거에 창업을 해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2010년 2월, 비즈니스위크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25명의 엔젤 투자자들을 보자. 이 중 1위인 Chris Dixon은 Skype에 투자했는데, 전에 Hunch의 공동창업자였고, 3위 Reid Hoffman은 LinkedIn을 창업했으며, Mark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를, 7위인 Jeff Bezos는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쇼핑 기업 Amazon.com을 창업했다. 앞서 설명한 Ron Conway도 역시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찰력과 직감을 이용해서 투자 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창업가들과 인맥이 좋기 때문에 이들을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연결해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엔젤 투자자의 프로파일이 아닌가 한다.

    둘째, 회사 초기에 참여해서 회사가 상장/매각되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높은 비상장 회사에 취직했다가 회사가 상장하면 입사할 때 받은 주식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심지어 드물게는 수조원의 돈을 벌게 되는데, 이들이 이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일례로, 구글 초기에 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자가 되었다는 기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적이 있다. (“구글의 진짜 힘 – 엔젤 투자자들”)
    지난 6년간 구글이 상장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약 50명 정도가 엔젤 투자가가 되어 지금까지 400개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사람만 50명이고, 작은 규모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앞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상장하면서 이런 부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난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대기업 중역 또는 은퇴한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에 전에 일했던 VP는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며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지인 중에 미국의 한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 트위터 초기에 창업자가 투자를 해달라며 찾아왔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수소문해봤으나 아무도 투자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자기만 투자했고 한다. 트위터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그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또, 전에 내가 Menlo Park 장로교회의 성가대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엔지니어, 대기업 임원 등으로 있다가 은퇴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한 후에 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해서 탄생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젤 투자자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몇몇 선구적인 엔젤 투자자들이 물론 있다. 최근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하고, 그 후 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해서 NHN에 350억에 매각한 후 최근 본엔젤스를 공동창업해서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병규 대표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 (@douglasguen)는 대학생들의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왜일까?

    태퓰러스 창업자, 바트 디크렘

    첫째, 엑싯(Exit: 기업이 매각되거나 상장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의 차이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하여 고객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되면, 즉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레이더에 감지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구글, 야후,… 이들의 공통점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편입시켜 회사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매번 발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거의 한 달에 하나씩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다니는 오라클에서도 회사 인수는 언제나 논의되는 주제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에는 디즈니가 “탭탭 레볼루션”을 만들어 유명해진 아이폰/아이패드 게임 개발사 태퓰러스(Tapulous)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크 크런치(TechCrunch)에서 기사를 읽으면 거의 매일 하나씩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상장보다는 회사 매각이 훨씬 요구조건이 낮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매각이 이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투자액 회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엔젤 투자자들이 더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서 엑싯 모델(exit model)로 기업 매각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장이 되기 전에는 투자액을 회수하기 힘들다. 비상장 주식을 팔 수도 있겠지만,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비록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낮기 때문에 팔기도 힘들 뿐더러 팔아봤자 별로 재미를 못 본다. 한편, 그동안은 대기업들이 가치를 지불하고 뛰어난 기술을 사가기 보다는 복제한 후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따라서 엑싯이 불가능하거나 그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투자 인프라의 차이이다. 엔젤 투자와 벤처캐피털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에서 차이가 있다. 4명의 엔젤 투자자가 5천만원씩 2억을 투자했다고 해 보자. 그 돈으로 회사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창업가와 엔젤 투자자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찾아 나선다. Ron Conway같은 유명한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했다면, 100%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을 받는다. 그 후에 VC들은 A라운드, B라운드, C라운드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과 엔젤과 VC 모두 투자금을 회수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부작용도 있다. 엔젤 투자자와 관계가 좋은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기회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투자를 통해 돈이 활발하게 돌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

    셋째, 한국에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창업에 성공한 후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계속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실패한 사람들이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반면, 미국엔 연속적으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위에서 소개한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가 그런 경우고, 유투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는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였고, 이전 블로그에 소개한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도 그렇다. 모두 회사를 만든 후 매각했거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투자를 받고, 회사를 매각하고, 또 회사를 만들고 투자받고, 회사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며 더 크고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어낸다.

    엔젤 투자. 나 자신도 최근 2개 회사에 투자했고, 또 다른 2개의 미국 회사에 투자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으면 투자할 생각이다.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한국에서도 기업 인수, 합병, 매각이 활성화될 거고, 그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가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한인 모임인 Bay Area K Group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에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요약한 글을 소개한다. 한국과 미국의 엔젤 투자 환경의 차이에 대해 피부로 느낀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초기기업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느낌: 한국과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