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지원서

MIT 1학년 학생으로부터 며칠 전에 받은 이메일 하나:

Hi! My name is G, and I, like you absolutely love music! Without writing a complex algorithm I could probably name a few artists off the top of my head that I believe could become chart toppers! But I don’t know how accurate that would be so if I added a few if statements here and there I could really contribute something useful to your project this summer. I am a freshman computer science major at MIT, and I would love nothing more than to be a part of your team this summer in a data analytics role! If you would like to further discuss my experience or opportunities with Chartmetric, feel free to contact me at this address!

하이! 제 이름은 G이고, 저도 당신처럼 음악을 정말 사랑합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쓰지 않아도 이미 저는 앞으로 뜰 가수 몇 명을 바로 골라낼 수 있을 저도이죠! 그렇지만 그런 접근법은 얼마나 정확할 지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한다면 당신의 프로젝트에 이번 여름에 뭔가 유용한 걸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MIT 1학년 학생인데, 차트메트릭에서의 데이터 분석 인턴십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G

아래는 그와 함께 온 이력서(resume)이다. 이름과 주소 등은 지웠다. 고등학교 때 축구팀 주장이었고, 40시간의 비행 훈련을 마치고 홀로 10시간 비행한 경험까지 있다. 거기에 더해 내신은 1등급(3.9/4.0)이었고, 만점에 가까운 ACT 점수(35/36)를 받았고(전국 상위 0.8%에 해당), National Honor Society의 멤버였고, MIT에서는 전 과목 A+ 학점 (5.0/5.0)을 취득했다.

이력서가 흥미로운데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열정도 있는 점이 마음에 들지만, 아직 1학년이고 프로그래밍 경력이 많지 않아서 우리 회사에서 기여하기는 좀 부족할 것 같다고 짧게 답장했다. 그 후에 온 이메일.

I understand your concerns that I am currently a freshman and I realize that I will be a stronger candidate in the coming years. That being said, if you decide to move forward with me this summer, I can guarantee you that I will give my 100% to getting on board with the current challenges that Chartmetric faces and contributing to its cause. If there’s another programming language that I would have to learn, I am willing to do that on top of my already programming-heavy schedule here at MIT. If you would like to further discuss my experience or opportunities for another year, I will be available to schedule a call sometime soon. With all that said, I have a lot of respect for your company so I understand and respect your decision if you don’t feel comfortable hiring me for this summer.

당신의 걱정을 이해합니다. 내년이 되면 더 강한 후보가 되겠지요. 하지만, 저와 함께 가기로 한다면 차트메트릭이 가진 도전들에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제 100%를 쏟겠습니다. 다른 수업을 미리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이미 빡센 MIT 수업 스케줄에 그 수업을 얹겠습니다. 제 경험에 대해 듣고 싶으시거나 내년에 있을 기회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다면 곧 전화 약속을 잡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당신 회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제가 아직 이번 여름 인턴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당신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G

위 영어 문구는 어디 저장해두고 템플릿으로 써도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하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또 거절할 수가 없어 며칠 후에 전화 통화를 하기로 약속을 했고, 30분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차트메트릭이 온 길과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줬다. 결국,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아직은 부족해서 올해 인턴으로는 부족할 것 같지만, 조금 더 수업을 들은 후에 내년에 꼭 지원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에도, 이렇게 인턴십 요청 이메일이 와서 처음에 거절했다가, 다시 온 이메일을 받고 감동해서 전화 통화를 하고, 결국 인턴으로 뽑아서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한국의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이런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내가 보낸 이메일에 이렇게 답장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냥 양쪽 교육 방식이나 문화에 어떤 차이가 있어서, 19살의 나이에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까.

한국은 주입식 교육이고, 미국은 창의적 교육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다인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주입식 교육이 있다. 암기는 교육의 일부이다.

내가 보기에 더 큰 차이는 책임을 지는 연습에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좀 더 성인으로 대우하고, 그렇기에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대학교 1학년쯤 되었을 때는 이미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패턴은 미국 뿐 아니라 서유럽과 북유럽 학생들에게서도 보인다.

아래는 그 전에 또 다른 MIT 학생에게서 받았던 이메일:

My name is N, and I’m a junior at MIT pursuing a dual degree in computer science and music. I’m extremely interested in the industry that combines the two together, and came across Chartmetric when looking into music tech companies in the Bay Area.

My background is a good mix of software, music, and the cross section of the two. I’ve taken the classic set of algorithms/coding courses, as well as music theory and history. I’ve also taken an electronic music composition class (where I learned audio processing, recording, DAW’s, synthesizers), and I’m currently taking an interactive music systems class (with Eran Egozy, a co-founder of Harmonix). I’d love to explore a little bit more in the industry side of things with music and software, and found the work you guys are doing at Chartmetric to be really interesting!

As such, I was wondering if you guys were looking for interns next summer; if so, I’ve attached my resume to this email and would love to learn more about the specifics of your work.

Thank you so much for your time, and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soon!

제 이름은 N이고, 저는 MIT에서 컴퓨터 과학과 음악을 복수 전공으로 하고 있는 3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이 두가지를 결합한 인더스트리에 굉장한 관심이 있고, 실리콘밸리 지역의 회사를 알아보다가 차트메트릭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와 음악, 이 두 가지가 잘 배합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과 코딩과 관련된 수업들을 이수한 것은 물론이고, 음악 이론과 역사도 배웠습니다. 심지어 EDM 음악 작곡 수업도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고, 그래서 여러분들이 차트메트릭에서 하는 일이 정말 흥미로워요!

올해 인턴을 뽑는지는 모르겠네요. 제 이력서를 첨부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조만간 답장이 오기를 바랄게요!

N

아래는 그와 함께 온 이력서. 2016년에 입학하자마자 MIT 의 음악 기술 실험실에서 경험을 쌓았고, 1학년 마친 여름 방학, 그리고 2학년 마친 여름 방학에 모두 인턴십 등으로 실질적인 경험을 쌓은 것이 돋보인다. 그 외에 MIT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여성 엔지니어 클럽, 그리고 수영 팀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았다는 것도 눈에 띈다. 또한 만점에 가까운 학점 (4.8/5.0)도.

이력서를 보자 마자 흥미가 생겨서 답장을 했고, 내가 1차 인터뷰를 먼저 하고, 2차 기술 인터뷰를 마친 후에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월급 4,000달러가 담긴 오퍼 레터를 보냈다. 그 후에, 작년 인턴 때 받은 급여 기준과 그 사이 쌓인 자신의 실력에 따르면 월 5000달러가 합리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장이 왔다. 그것에 대해 내가 다시 한 번 딴지를 걸었고, 아래는 그 후에 온 이메일이다.

Thank you for taking the time out of your busy schedule to continue the conversation and for understanding where I’m coming from.
I definitely see your concern about the salary of an intern with respect to the pay of full time employees. I agree that, above all, working at Chartmetric will be an incredible learning experience for me—which I am very grateful for the opportunity to do so. However, though I may not have the experience of a senior software engineer, I can guarantee that I am not just another college intern. I believe that the salary that I proposed accurately reflects the type of work that I am going to put in, and I know that I will step in and make an impactful difference. I know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saying that through an email, and actually seeing results; I assure you that you will not be disappointed.
That being said, the remainder of my interviews are also located in the Bay Area. As I mentioned before, if you’re able to come closer to matching the offer, I’d be willing to discontinue my other interview processes and give you an answer sooner. Otherwise, for the reasons mentioned above, I will be able to give you a clearer answer upon completing my conversations with the other companies I am talking to.
Thanks again for your time, and look forward to touching base soon.

바쁜 시간을 내어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제 관심사를 이해하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가진 염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한, 차트메트릭에서의 인턴 경험이 분명히 끝내주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렇기에 기회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지만, 제가 평범한 대학생 인턴은 아니라는 점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월급은 제가 하게 될 일에 대한 정확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제가 합류하게 되면 분명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해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다른 인터뷰도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시한 조건에 조금 더 가까이 와주신다면 진행중인 다른 인터뷰를 취소하고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아니라면, 다른 회사들과 인터뷰를 좀 더 진행한 후에 제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시 연락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N

밤 9시 45분에 이 이메일을 받았는데,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제시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그리고 다른 회사와 인터뷰도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진행한 후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라고 말했다. 그 후에 받은 답장:

Of all the interviews that I did, I found our conversations to be the most relatable, fun, and genuine, and I could tell that everyone was clearly excited to work on the product. If you could send over a revised offer letter with the numbers that we discussed, I’d gladly sign it and send it back to you.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터뷰 중에 당신과 나눈 대화가 가장 공감이 갔고, 재미있었고,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팀의 다른 사람들 또한 이 제품에 대해 정말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수정된 오퍼 레터를 보내주시면 바로 사인해서 보내겠습니다.

– N

그녀가 합류하게 될 올 해 여름이 무척 기대가 된다.

곁다리로 하나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가끔 이메일을 받을 때 “갑작스럽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원래 그런 요청 이메일은 갑자기 보내는 거고, 그런 이메일을 한 두개 받는 것도 아니라 놀랄 일도 아닌데, 너무 미안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낸다면,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있어서 보내는 것일 것이고, 그렇다면 죄송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에서 교육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간략히 메모해 봤다.

** 우리 회사에서는 항상 내가 먼저 지원자와 통화를 한다. 보통 실무자가 1차 면접을 보고 그 후에 임원 또는 대표 이사 면접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 그 전에 실무자로 일할 때, 한참 시간을 들여 이력서를 골라 내고 기술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뽑자고 제안했는데, 위에서 다른 이유를 들어 거절했을 때, 시간 낭비했다고 느껴 기분이 안좋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서 내가 먼저 면접을 보고, 사람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엔지니어들과 2차 면접을 잡아서 기술 수준을 확인한다. 여기에서 오케이 사인이 오면 바로 연봉 협상으로 넘어간다.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거나 실망시켜서는 안되기 때문.

** 아래는 위 주제와는 관계 없지만, 내가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영화, ‘인턴십’이다. 🙂

수소로 가는 자동차, 토요타 미라이

MBA 를 마치고 드디어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 후 21,000달러를 주고 산 2006년형 중고 벤츠 C 클래스. 너무 아끼는 차였고, 훨씬 더 오래 쓰고 싶었지만 10만 마일 (16만 km)에 가까워지자 여기 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칠 때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급기야 엔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2천 달러를 겨우 받고 차를 팔면서 더욱 절감한 사실이지만, 독일 차는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유용성과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진다. 다시는 아우디나 벤츠는 안사겠다고 결심.

어느 날 아침, 차가 반짝반짝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던 날

차를 업그레이드한다면 당연히 전기차로 하고 싶어서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물론 최고의 옵션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대안으로 닛산 리프(LEAF), 쉐비 볼트(Bolt EV), BMW i3, 혼다 클래러티(Clarity) 등을 차례 차례 타봤다. 그리고 요즘 대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전기와 가솔린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 프리우스 프라임 (Prius Prime)을 마음에 두고 있던 중, 거리에서 토요타 미라이 (Toyota Mirai)가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그 옆에 연료 전지(fuel cell) 기술이라고 써 있었는데, 특이해서 뭔지 알아봤더니 수소로 가는 차였다.

토요타 딜러십에 찾아가서 시승을 해봤다. 6만 달러짜리 차라고 했다. 하지만 리스(lease) 조건이 매우 좋았다. 정말 파격적인데, 대충 아래와 같다.

  • 3년간 리스 총 비용 15,000달러
  • 3년간 차량 유지 무료
  • 3년간 수소 무료
  • 총 21일간 토요타에서 어떤 차든지 렌트할 수 있는 자격

이것 뿐만이 아니다. 클린 에어 차량 (clean air vehicle)이라고 해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5천달러를 내 준다. 그래서 실제 비용은 아래와 같다.

총 리스 가격: $15,000
– 캘리포니아 주 정부 보조: $5,000
– 3년간 차량 관리비 절감: $1,000
– 3년간 연료 절감: $7,200 (그 전 차의 경우 기름값으로 최소한 월 200달러씩 나가고 있었으니, $200 x 36개월 = $7,200)
– 21치 무료 렌트: $2,000

이렇게 계산하면, 실제 비용은 -200 달러, 즉 3년간 차를 이용하면 200달러를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때 가장 적합한 영어 표현이 있다:

No brainer!

캘리포니아와 토요타가 함께 이렇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유는 당연히 수소 자동차를 프로모션하기 위함이고, 또 한가지는 수소 충전소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충전소를 하나 설치하는데 $1M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 집에서 5분 거리에, 회사에서 5분 거리에 각각 하나씩 있어서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미라이로 결정. 미라이는 일본어로 ‘미래(未來)’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래는 작년 7월에 차를 인도받으며 찍은 사진.

미라이를 인도받던 날

8개월간 수소차를 타보고 느낀 장단점을 적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 장점
    • 일단 조용하다. 수소차라고 해서 수소가 바로 엔진을 돌리는 건 아니고, 수소를 에너지로 해서 전기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기차와 성능이나 느낌이 매우 유사하다.
    • 당연하겠지만, 차가 항상 깨끗하다. 엔진 냄새나 가솔린 냄새가 전혀 없다. 차 뒤쪽에 흔히 보이는 배기구가 없고, 차를 운전하면 물(H2O)만 배출된다. 2 H2 + O2 = 2 H2O!
    • 역시 전기차와 동일한 점인데, 가속이 좋다. 밟으면 확 밀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붕~하고 나간다. 전기 엔진은 기어가 없어서 기어 변속이 없다. 여기에 내가 찍은 비디오.
    • 대부분의 전기차에 비해 한 번 충전으로 훨씬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마일 (320km)가 한계인 반면, 이 차는 한 번 충전으로 240마일 (380km)를 간다. 물론,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숫자는 변하지만.
    • 기본적으로 6만달러짜리 차이므로, 차 안팎이 고급스럽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레이더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고속도로에서는 최고 속도만 맞춰 놓으면 달리면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이 기능이 가장 도움이 된다!
    • HOV 라고 해서, 고속도로에서 카풀(carpool) 차량만 다닐 수 있는 첫 번째 차선이 있는데, 여기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이것도 정말 큰 혜택이다.
    •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토요타와 캘리포니아가 주는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리스 비용을 제외하고는 차에 쓰는 돈이 아예 없다. 한 번 충전에 7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토요타에서 카드에 미리 15,000달러를 충전해줘서, 사실상 무제한 무료.
  • 단점
    • 나의 경우엔 큰 문제가 안되지만, 어쨌든 충전소가 아무데나 있는 게 아니므로 항상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충전하면 충분하지만, 어쨌거나 계산을 하며 다녀야 한다.
    • 한 번 충전에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드는데, 퇴근 시간에는 차들이 밀려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10분 정도 기다리기도 한다.
    • 차 안에 수소 저장 탱크 두 개가 들어 있는데, 그 때문에 실내 공간이 좁다. 뒷자석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다. 출퇴근용으로 쓰는 경우엔 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외에는 다른 단점이라고 할만한 점이 정말 없다. 거의 무료로 쓰는 차인데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ㅎㅎ;

수소 충전 스테이션. 충전 속도에 따라 H35, H70 두 가지가 있다.

간혹, 사고가 나서 수소가 폭발하면 어쩌냐는 질문을 받는데, 글쎄… 수소차 기술이 이제야 막 나온 것도 아니고, 10년이 넘게 연구하다가 2013년부터 현대 투싼 수소차를 출시하면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토요타가 만든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700기압 수준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는 연료탱크를 지녔는데, 연료탱크의 구조는 여러 겹으로 설계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나카이 히사시 토요타 기술홍보부장은 지난 해 국내 언론과 가진 자리에서 “수소는 오히려 폭발시키기 어려운 물질”이라며 “수소는 공기보다 가볍고 확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닷컴 카 라이프 (http://car.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1/2017082101829.html)

한국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를 ‘현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고 자처했다고 하는데, 당연히 충전소 설치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어쨌건 반 년간 써본 나로서는 강력 추천이다. 👍

$1 Million ARR

오늘, 차트메트릭의 연간 반복 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이 $1 million을 돌파했다. 12개월 전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SaaS 회사에게 있어서 $1 million ARR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종의 ‘유아기’를 거쳐서 유치원을 입학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많은 회사들이 이 시기에 시리즈 A 투자를 기관들로부터 유치하기도 한다.

차트메트릭 Annual Run Rate

매출과 함께 내가 눈여겨보는 지표는 생애 가치(Lifetime Value)이다. 이 값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내고 제품을 쓴다는 뜻도 되고, 또는 한 번 고객이 되면 더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뜻도 된다. 이 수치는 12개월 전에 비해 무려 6배가 증가했다.

차트메트릭 고객 생애 가치 (Lifetime Value)

위와 같이 고객의 가치가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탈률(churn)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고객이 되면 고객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도 된다. 아래는 그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지난 한달간 매출 이탈률(revenue churn)은 5.5%였고, 이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탈 시간(Churn Time)은 1년 6개월로 계산되어 있는데 이를 해석하면, ‘매출이 발생한 후 그 매출이 사라질 때까지’ 1년 6개월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시간 또한 계속 길어지고 있다.

매출 이탈률 (Revenue Churn)

이렇게 이탈률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애초에 고객이 찾아오는 채널이 독특해서이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 또는 우리가 쓴 블로그 글을 읽고 찾아 온다. 처음부터 목적 의식을 가지고 찾아왔기 때문에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또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경우 돈을 낼 마음의 준비도 마친 상태이다.

둘째는, 우리가 어떻게 프리미엄(Premium) 기능을 소개하고, 보여주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 차트메트릭은 꽤 많은 기능을 무료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유료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는 기능은 아래와 같이 희미하게 (blurred) 보여준다. 이 기능이 궁금하면 아래의 “READ MORE”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그 기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돈을 낼 경우 어떤 것을 볼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

이러한 방식을 제품의 모든 곳에 적용해 놓았고, 그래서 무료 사용자들이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해본 후에, ‘정말 돈을 낼 준비가 되었을 때’ 유료 고객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유료 기능에 대해 더 알고 싶은면 우리에게 연락을 하고, 그러면 비디오 컨퍼런스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Uberconference 또는 Zoom을 쓰고 있다. Zoom은 정말로 끝내주는 컨퍼런스 툴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이러한 과정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유료 고객이 된 사용자들에게는 ‘지극 정성’으로 대한다. 그들이 하는 질문에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답장을 보내고 (많은 경우 내가 직접 보낸다), 그리고 그들이 제안하는 기능 중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 기능들은 빠르게는 하루만에, 또는 1, 2주만에 제품에 반영하고 답장을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고객들은 거의 이탈하지 않는다.

심지어 몇 달 전에 제품의 품질이 심각하게 낮아지는 사건이 있어서, 고민 끝에 모든 고객들에게 이것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을 보고 고객들이 크게 이탈하면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막상 이메일을 보낸 후에 단 세 명만 이탈했고, 대부분은 다시 회복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얼마나 걱정했었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나는 우리 제품의 디테일이 아주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내가 직접 코드를 수정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 이사가 제품 마감질에 시간을 많이 쓴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꺼림직하고 불편한 UI가 들어가 있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한가지 이유는 그런 작업이 엔지니어들에게 얼마나 소모적이고 귀찮은 일인지를 알아서이기도 하다.

차트메트릭

전에 일할 때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은, 상사 또는 파트너가 보낸 수많은 피드백과 버그 리포트를 보면서 하나씩 수정하는 것이었다. 처음 기능을 구현하고 제품을 만들 때는 재미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사소한 점 하나까지도 트집을 잡으며 고쳐달라고 하면, 설사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왠지 하기가 싫다. 그 중 최고는 게임빌에서 디즈니와 함께 일을 할 때였는데, 우리가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해서 만든 게임을 보냈더니, 디즈니의 제품 관리자가 무려 14장짜리 피드백을 적어서 보냈다. 그 중엔 미키마우스의 귀가 너무 작고 약간 모양이 다르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그 수정 작업을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시키면서 얼마나 미안하고, 속으로 짜증이 났었는지..

미국 오라클에서 일할 때, 놀라고 즐거웠던 것 중 하나는 상사가 “여기 여기에 문제가 있어. 다시 해와”라고 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지시한대로 내가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지어서 가면, 크게 방향이 틀리지 않는 한, 마감 작업을 상사가 직접 했다. 그 중에는 영어 단어나 문법이 틀려서 일일이 교정하는 민망한 일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회사에서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I will take care of the rest. Don’t worry.”이다. 글꼴을 하나씩 바꿔 보고, 크기를 조금씩 수정하고, 단어 표현을 바꾸고, 그래프 스타일이나 색을 바꾸는 등의 일은, 웬만해서는 되돌려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다행인 점은, 이런 마감질을 내가 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일을 대충 해놓고 나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차트메트릭

차트메트릭은 현재 전 세계에 있는 1백 30만명 가수들의 데이터를 매일 모으고 있고, 지난 2년 반 동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API를 통해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줄 수 있기를.

불공평한 장점 Unfair Advantage

3년 전인가, 회사를 시작하던 초기 시절에 Start Up (스타트업)이라는 팟캐스트를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이미 너무 유명한 팟캐스트이고,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한 번 설명한 적이 있지만, 다시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알렉스 블룸버그(Alex Bloomberg)는 라디오 방송 프로듀서였다. 그런데 팟캐스트가 부흥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This American Life 와 Planet Money라는 유명한 방송을 만들고 진행한 후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구상한다. 그 아이디어는 전문 팟캐스트 미디어 회사. 그리고 그 회사의 첫 번째 팟캐스트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자신이 사업을 시작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논픽션으로 가감 없이 담기로.

그 안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의 독백도 들어 있고, 아내와 밤 늦게, 또는 새벽에 나눈 대화도 있고, 동료들과, 파트너들과, 그리고 투자자들과 나눈 대화도 들어 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간절히 궁금해하게 된다. 과연, 알렉스는 이 난관을 뚫고 자신의 사업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이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이고, 그 당시 나의 꿈이기도 했기에, 나는 알렉스의 성공을 간절히 바랬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알렉스가 전설적 엔젤 투자자인 로워케이스 케피탈(lowercase capital) 의 크리스 사카(Chris Sacca)를 만난 부분이다. 크리스 사카는 전 구글 직원이었는데, 트위터의 미래를 확신하고 신용카드 빚을 내어 트위터 주식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기회만 되면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아서, 마침내 트위터 주식이 상장될 때는 자신의 펀드를 통해 주식의 18%를 보유했고, 트위터 상장 이후 그 가치는 5조원이 넘었다. 순식간에 조단위 재산을 부호가 된 것이다.

그런 그가, 당시엔 아직 무명인인, 그리고 가진 것 없고 만든 것 없이 오직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찾아온 알렉스에게, 한 번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30초만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를 해 보라고 시킨다. 준비가 아직 덜 된 알렉스는 횡설수설 하다가 끝난다. 너무 민망할 정도로.. (사실 알렉스에게 너무 고맙다. 이 장면을 들으며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MBA에서 보던 현란하게 말을 잘 하던 미국인들이 다가 아니구나. 네이티브 스피커도, 그리고 전직 라디오 쇼 프로듀서도, 투자자 앞에서는 긴장하고 이렇게 헤메는구나.)

이 부분은 직접 한 번 들어봐야 한다. (17분 50초부터)

크리스: “지금 제가 우버를 부른다고 합시다. 2분 후면 차가 오겠죠? 그게 당신이 가진 시간 전부에요. 뭐라고 할래요?”

알렉스: “그러니까요, 제가 디지털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만들건데요, 어.. 그래서 우리가 모니터를 할.. 아니 그걸 충족시킬… ㅋ; 죄송”

Alex: “So, I am making a network of digital podcasts, ah.. that we will monitor, that, that will… that’s gonna meet, .. hehe. Sorry.”

알렉스의 피치가 끝나고, 크리스가 다시 자신의 언어로 엘리베이터 피치를 해 주는데, 표현이 간결하면서도 필요한 내용을 잘 담고 있어서 들으면서 하하 웃었던 기억이 난다. (19분 30초부터) 이 피치는 정확히 1분 50초가 걸렸다. 이거 일일이 타이핑하느라 힘들어서 번역은 생략. 이렇게 짧고도 좋은 피치를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것도 참 대단한 능력이다.

크리스: “Can I get two minutes from you? So here’s the thing. You probably know me as producer of This American Life, the successful radio show, top of the podcast, iTunes, etc. So here’s the thing. I realize there’s hunger for this kind of content, but there’s none of the shit. Just a bunch of jerk-off podcasts. Nothing’s out there. Advertisers are dying for, users are dying for. If you look at the macro environment, you will see more and more podcast integrations in the cars. People want this content. It’s a button on the latest version of iOS. Here’s the thing. Nobody else can make the shit. I know how to make it better than anybody else in the world. So, I’ve already identified a few key areas where I know there’s hunger for the podcast, we got the subject matter, we are going to launch this shit. I know there’s advertisers  who want to get involved with it. But here’s the unfair advantage. Because what I have done in my past career – This American Life and Planet Money – people are actually willing to straight-up pay for this. I am not just talking about traditional subscriptions. I am talking about …. So here’s what we are doing. We are putting together 1.5 million dollars that’s gonna buy us four guys. We are going to launch these 3 podcasts in the next 12 months. We think we can very easily get to the 300,000~400,000 net subscribers across the whole thing… I know what we are going to have in our hands here – we will have a network of 12~15 podcasts. The audience is there. They want it. Nobody else can do it like we can. Are you in?

그가 알렉스에게 했던 질문, 그리고 직접 만든 피치에 넣었던 문구가 내 눈길을 끌었다.

What is your unfair advantage? 당신의 불공평한 장점이 뭐죠?

나는 이 때 이 표현을 처음 들었다. 남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그 독특한 장점이 무엇인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나에게 해보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나에게만 있어서 남들이 불공평하게 느낄만한 장점이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게 느껴질 만큼의 장점은 확 떠오르지 않았고, 그 질문은 계속 내 머리속에 남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이제는 나의 불공평한 장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사업을 해보면 정말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남들보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맡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몇 가지 떠오르는 나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 부지런함, 그리고 꾸준함: 일을 하다보면 잘 되는 날도 있고,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날도 많다. 그리고 물론 포기하고 싶은 때도 생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고등학교 3년 생활을 통해 훈련을 받은 대로, 부지런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매일 조금씩의 성취를 만들었고, 그것들이 3년간 모이자 그럭 저럭 무언가가 이루어진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원천 중 하나는 아침 운동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짐(gym)에 가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2년 전부터 가지게 되었는데,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저녁 9시가 되기까지 피곤함을 안느낀다. 이 생활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사정이 있어서 며칠 운동을 쉬면 힘이 없고 의사 결정도 흐리멍텅해지는 것을 느낄 정도.
  • 빠른 의사 결정 능력: 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수백, 수천가지 의사 결정의 집합체이다. 하나하나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한 주에 내리는 의사 결정이 작은 것까지 포함해서 최소한 100개는 되는 것 같다. 이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게, 직원들과 파트너들, 그리고 고객들의 움직임이 내 의사 결정에 따라 결정되고, 그 속도 또한 여기에 좌우를 받는다. 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 사람을 뽑는 의사 결정, 그리고 마케팅 지출에 대한 의사 결정들을 나는 굉장히 빨리 내리는 편이다. 물론, 그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또 다른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그 일이 더 크게 잘못되거나 지출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다. 조금 어려운 의사 결정은 하루 이틀 정도 두고 본다. 그 다음날이 되어도, 또 그 다음날이 되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싶으면 그 때 결정을 내린다. 가장 긴 시간을 두고 생각했던 건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었다. 한 달을 고민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 새로운 분야에 대한 용기: 뭐랄까,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장점이랄까.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고, 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좋아하는 분야를 결정하고 점점 그 쪽으로만 능력 개발을 하도록 유도하는 미국의 교육과 달리, 한국에서는 모든 과목을 두루 다 잘해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외교,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모든 분야를 커버하고 외우는 훈련을 반복해서가 아닐까 하는데, 내가 처음 접하는 지식에 대해 별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다. 전자공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여기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인간의 머리로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며 당시에 끙끙거리며 공부했었는데, 특히 전자장 Electromagnatism이 가장 어려웠다. 이 수업을 들어 본 사람은 안다. 이건 사람의 머리로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결국 이 수업에서 C 학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수업을 경험하고 나니 세상의 모든 지식은 시간만 충분히 투자한다면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 경험: 분명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영역인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15년간 스타트업에서, 그리고 대기업에서 일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직원들을 대할 때,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내가 윗사람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을 때, 그리고 윗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했을 때 내가 가장 신이 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는지 자주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직원들을 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 중 가장 큰 건 믿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법인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으로 점심 식사를 원하는 대로 사먹을 수 있고, 주유도 할 수 있고, 일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마음 대로 쓰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것이 기분이 좋은 일임을 알고 있다. 나도 그러한 경험을 해 봤기에. 또 한가지, 우리 회사에는 연차 제도가 없다. 붐비는 시기를 피해 원할 때 휴가를 가고, 며칠 어디 가는지 세지도 않는다. 그리고 휴가와 일을 결합해서, 일주일은 쉬고, 일주일은 현지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일을 한다.

What is your unfair advantage? 지금도 항상 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나에게 하게 될 질문이다.

P.S. 알렉스 블룸버그의 회사 ‘Gimlet Media’는 그 이후 청취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기관 투자를 받은 후에 더 많은 인기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이제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1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대형 미디어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후에 만든 팟캐스트 ‘Homecoming’은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여기에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했다. 줄리아 로버츠는, 처음 제의를 받고 ‘팟캐스트가 뭐야?’ 하다가, 아들 방에서 레고를 함께 정리하며 알렉스의 팟캐스트를 듣고 빠져들어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Start Up 팟캐스트 의 최근 에피소드, ‘Making A TV Series: The Stars of Homecoming‘에 나온다.

북극점 True North

영어에 True North 라는 표현이 있다. 고등학교 지구 과학 시간에 ‘진북’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했던 것 같은데, 자석 콤파스가 가리키는 북쪽 방향이 아닌, 지구 자전축을 기준으로 정 가운데에서 북쪽으로 이었을 때 닿는 곳을 말한다. 또한 이곳에 있는 별을 ‘북극성’이라고 한다.

요즘 ‘True North’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있다. 사업이 승승장구 잘 나가기만 할 것 같았는데, 지난주 월요일에 중대한 위기 상황이 있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매출이 반쪽이 되며 고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을 상상했다.

팀원들과 차분하게 이야기하며 대안을 검토하고 나니, 생각보다 큰 일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객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불편을 겪는 고객들에게는 전액 또는 일부 환불해줬다. 그들은 우리의 대처 방법을 좋게 생각했다. 그리고 오직 세 명만이 떨어져 나갔다.

아직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퍼즐을 풀어나가듯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또한 재미있는 도전임을 알게 되었다.

오늘, 내가 아는 한 사업가에게 이런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Business goes up and down, and we always wonder if we are doing it right or wrong. However, as long as there’s true north, we don’t have to worry. Hurricanes and storms come our way, but as long as we are heading to true north, we will somehow figure things out. Though we would never actually ‘arrive’ at the true north during our short life span.
We are heading toward the true north as long as we are ethical, treat people fairly, and have two ears open for criticism as well as compliments.

사업에는 부침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우리가 맞는 의사 결정을 하는지 잘못된 결정을 하는지 의심하곤 한다. 하지만, ‘진북’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허리케인과 폭품이 오겠지만, 우리가 진북을 향해 가는 한, 뭔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짧은 생애에서 실제로 그 북극점에 도달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도덕적인 한,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한, 그리고 칭찬 뿐 아니라 비판에 대해서도 두 귀가 항상 열려있는 한, 우리는 북극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것의 장점 중 또 한가지는, ‘나만의 북극점’을 스스로 정하고, 신념을 가지고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이다. 큰 회사의 위에 있는 누군가가 정한 북극점에 나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향을 정하고 나를 믿고 가면 된다. 내가 정한 북극점이 과연 옳은가 의심이 될 때도 많지만, 도덕적(ethical)이고 정직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옳은 길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하루 하루, 한 걸음씩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