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도달하는 새로운 방법: 소셜 네트워크

얼마전 오랜 동안 알고 지내온 분과 만나 식사하면서 나온 이야기이다.

“나 평생의 소원이 하나 있어. 내 이름으로 된 을 내는거야. 어떻게 하면 될까? 내가 남들보다 훨씬 잘 하는 일은 글을 쓰는 능력이라 자부하는데, 출판사에 찾아가면 번번히 거절당한다.”

“형이 글 잘 쓰시는 건 제가 정말 인정합니다. 그동안 쓰신 글들을 보면 정말 탁월해요. 그런데, 출판사가 소극적으로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출판사란 원래 블록버스터로 먹고 사는 곳인데, 기존 성공 기록이 없는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주게 되기 힘들지요. 오랜동안 서로 알아온 사이라면 모를까..”

“그럼 어떡하지?”

일단 블로그를 만드세요.”

“블로그를 만든다고 누가 들어와서 읽겠냐?”

“트위터도 시작하세요. 블로그에 글을 한 열 편쯤 올려보세요. 형이 글 솜씨가 있다면 그 중 한 두 편이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 않을까요? 트위터를 통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과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소통을 시작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연락이 안 오면 이번엔 블로그 주소를 출판사에서 보내보세요. 형 블로그가 인기가 있다면 그쪽에서 다시 생각해볼 겁니다. 일단은 어떻게 하면 책을 낼까를 고민하지 마시고, 형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세요.

내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형은 곧 트위터 계정을 만든 후 블로깅을 시작했다. 언젠가 그 분이 책을 내게 될까? 소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RSS feed를 보다가 Fast Company에 올라온 재미난 글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은 “레이디 가가 vs 저스틴 비버, 소셜 미디어 쇼다운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뜬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비버 (출처: Fast Company)

유투브에서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의 뮤직비디오 조회수 총 합이 거의 10억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구 위에 사는 전 세계 인구의 총 합이 60억이다. 이 중 아프리카나 중국, 인도 오지에 사는 약 10억 명은 아마 컴퓨터조차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디 가가 뮤직비디오 조회수 총합이 10억이다. 물론 10억명이 봤다는 건 아니다. 중복을 고려하여 한 명당 10번씩 비디오를 봤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무려 1억 명이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1억..!

그 비결은 뭘까? 간단하다. 소셜 네트워크. Fast Company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Currently, Lady Gaga has more than 19 million fans on her Facebook page. On Twitter, she boasts 6.6 million followers. Even on Ping, Apple’s slow-to-grow social network for music, the pop sensation has close to a half-million followers. Justin Bieber is almost as popular, with 12 million fans on Facebook and 5.5 million followers on Twitter. But if anything, his fans are more active. Twitter recently revealed that at any given time, more than 3% of its servers are devoted to supporting Bieber tweets.

지금 레이디 가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1900만명의 팬이 있다. 트위터에서는 660만명이 그녀를 팔로우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도 마찬가지로 인기있다. 페스북에서 그의 팬은 1200만명이고, 트위터에서는 550만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버의 3%가 저스틴 비버를 지지하는 트윗을 처리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로 끝맺는다.

Social media has become integral to every pop star’s arsenal, just as crucial as the white gloves and cone-shaped bras of yore. Ask yourself this question: will anyone be truly successful in music again without being successful in social media?

소셜 미디어는 팝 스타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라: 앞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성공하지 않고 음악계에서 진정으로 성공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애플걸”, 김여희가 있다. 많이 아시겠지만, 무명이었던 그녀는 유투브에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아래 비디오의 조회수가 무려 3백만이 넘는다. 한국 뿐 아니라 아닌 전 세계에서 그녀의 노래에 열광한다.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그녀의 팔로워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었다. 내가 처음 그녀의 트위터 아이디(@0applegirl0)를 찾아내어 팔로우했을 때는 겨우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무려 14,821명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팔로워가 많은 사람 중 한 명인, 소설가 이외수 씨가 그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애플걸’은 “떴다”.

김여희와 이외수
6월 1일에 올린 김여희씨의 트윗

요즘엔 소셜 미디어를 상거래에 응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소셜 커머스‘이다. 얼마전 서비스를 시작한 “이야기가 있는 가게” Torsto의 대표 정지웅(@jiwoongchung)씨는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소셜 네트워크가 상거래에서 정말 파워풀한 이유는, 타게팅(targeting)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기본은 STP, 즉,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과 타게팅(Targeting), 그리고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이론적으로는 탁월하지만 실천이 어려운 개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걸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다들 영화 보기와 음악 듣기,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이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다. 모두 스타일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경제력이 다르다. 이들을 가려내어 내가 파는 제품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시장조사에 돈을 쏟아붓거나, 비싼 TV 광고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을 알린다. 서치 광고가 생기면서 타게팅이 보다 쉬워졌다. 그래도 내가 가진 상품을 좋아할 만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는 비슷한 사람들을 묶어준다.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끼리는 지식 수준, 경제력, 그리고 취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고, 생활 스타일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가지 증거가 있다. 바로 ‘비만의 소셜 네트워크‘이다. 하버드 의대와 UC 샌디에고에서 공동으로 조사해서 2007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출처: Eurekalert.org)

the researchers found that obesity spreads through social ties. When an individual gains weight, it dramatically increases the chances that their friends, siblings, and spouses will likewise gain weight. The closer two people are in a social network, the stronger the effect. Interestingly, geographical distance between persons in a social network appears to have no effect.

연구자들은, 비만이 사회적 유대를 통해 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한 사람의 몸무게가 늘어나면, 그의 친구, 형제, 배우자도 비만이 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사람들끼리 가까울수록 이 효과는 크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간의 지리적 거리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Fat kids have fat friends (출처: http://www.weightlosssurgerychannel.com)

In same-sex friendships, individuals experienced a 71 percent increased risk if a friend of theirs became obese. This pattern was also observed in siblings. Here, if a man’s brother became obese, his chances of becoming obese increased by 44 percent. Among sisters, the risk was 67 percent.

동성 친구의 경우, 친구가 비만이 되면, 자기도 비만이 될 확률은 71퍼센트나 증가한다. 형제끼리도 마찬가지이다. 형이나 동생이 비만이 되면 나머지 한 명이 비만이 될 가능성이 44퍼센트 증가한다. 자매간에는 이 비율이 67퍼센트이다.

물론 유전 인자도 영향이 있을 거고, 비만인 사람들끼리 취향이 비슷하므로 (예를 들어, 둘 다 고기 먹는 걸 좋아하므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그건 상관 없다. 중요한 건, 비만인 사람들끼리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단백 식품을 팔고 싶어하는 회사가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제품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소셜 네트워크.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의 묶음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해서든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 있는 한 명에게 도달하면 그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전파되고, 그 중의 몇 명을 통해 성격이 비슷한 옆 소셜 네트워크로 정보가 전달된다.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자신의 제품을 좋아할 만한 고객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그것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결고리를 통해.

Fast Company에서 지적했듯, 앞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