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품의 6가지 속성

위대한 제품이란 뭘까. 사람들은 각자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최근 Launch Festival에서 링크드인(LinkedIn)의 CEO인 제프 와이너(Jeff Weiner)가 이야기한 위대한 제품의 다섯 가지 속성(What Makes a Truly Great Product Great)을 듣고 많이 공감했는데, 그가 말하는 다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단 하나의 가치를 매우 뛰어난 방법으로 제공한다 Delivers on a singular value proposition in a world-class way (예: Google, Headspace)
  2.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필요를 예측한다 Simple, intuitive, and anticipates needs (예: Waze)
  3. 기대를 뛰어넘는다 Exceeds expectations (예: Sonos의 소비자 서비스)
  4. 정서적인 공감을 얻는다 Emotionally resonates (예: 테슬라 모델 S)
  5. 사람들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 Changes the user’s life for the better (아이폰 6+)

그가 제시한 요소들을 한 가지씩 살펴보자.

1. 단 하나의 가치를 매우 뛰어난 방법으로 제공한다

생각해보면 Sunrise Calendar, Slack, Appear.inInbox, Moo.do, Product Hunt, Pocket 등 요즘 내가 즐겨 쓰는 대부분의 제품이 이렇게 한 가지를 정말 잘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다른 경쟁자에 의해 잘 교체되지 않는다. 몇 년간 한 가지에만 집중해온 제품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제품은 사실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새로운 기능에 의해 그 ‘하나의 아이디어’가 묻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제품이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제품의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되거나 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은 ‘필터’ 한 가지를 정말 잘 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그래서 제프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 하나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그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얼마 전 2년만에 다섯 개의 필터를 추가했는데, 나는 이 새로운 필터들이 너무나 마음이 든다.

인스타그램이 2014년 말에 추가한 다섯 개의 필터들.
인스타그램이 2014년 말에 추가한 다섯 개의 필터.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쉽게 공유하는 기능도 좋고 버락 오바마무라드 오스만(Murad Osman)의 계정을 팔로우하며 끝내주는 사진이 업데이트되는 것을 보게 해주는 기능도 좋지만, 결국 인스타그램이 처음에 탄생하고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자 가장 잘해야 하는 한 가지는 스마트폰에서 사진이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소셜 네트워크의 성공에 취해 필터 기능을 소홀히하고 대신 가수나 영화 배우같은 유명인들을 팔로우하도록 유인하는 쪽으로 제품을 강화한다면 어땠을까? 일시적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Monthly Active User)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쟁 제품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있다.

에버노트는 그런 면에서 차츰 나를 실망시키고 있는 제품이다. ‘노트 기록’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고 이 한가지를 정말 잘 하면 좋겠는데, 지난 몇 년간 노트 기록의 기능에서는 거의 혁신이 없는 채 유료 기능인 프리젠테이션 기능 모드가 추가되고 협업 기능이 강화되면서 애플리케이션이 무거워지고 투박해져버렸다.

여기서 추가로 생각해야 하는 건, 한 가지의 기능을 정말 잘 하도록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한편 돈을 벌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새로 추가한 기능을 통해 매출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프가 쓴 글의 제목이 What Makes a Truly Great Product Great 인 것 같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좋은 제품도 많이 있지만, ‘진정으로‘ 위대한 제품(어찌보면 위대한 제품보다도 더 위대한 제품)은 한 가지를 정말 잘 하는 것이라는 뜻. 그 방향을 추구했을 때, 매출이 나오기까지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2.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필요를 예측한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라는 원칙은 위 1번에서 한 이야기와 중복되는 것 같고, 필요를 예측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것이 위대한 제품과 좋은 제품을 구별하는 좋은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요를 예측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대한 제품만이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고 싶은 제품을 예측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예측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예측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예측하는 제품이 되려면 그만큼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만큼 내가 그 제품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는 위대한 제품이 되는 조건이라기보다는 위대한 제품이 된 결과에 더 가까운 것 같다.

3. 기대를 뛰어넘는다

제프 와이너는 휴일 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성의껏 도와주는 소노스(Sonos)의 고객 서비스를 예로 들었는데, 나는 심플(Simple)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고 싶다. Simple은 시애틀에 본사를 둔 인터넷 은행이다. 처음 이 은행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그 이름에 걸맞게 UI가 좋은 새로운 은행인가보다 했다. 진정, 사용자 경험은 내가 전에 이용하던 Bank of Amercia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좋다. 하지만 사용할수록 내 기대를 뛰어넘는 기능과 서비스에 놀라게 된다. 전통적인 암호 방식이 아닌 패스코드(passcode)라는 방식을 채택해서 문장(예를 들면 ‘나는 필즈 커피를 좋아합니다’)을 암호로 사용하도록 유도한 점이 처음에는 신기했고, 가입하고 나서 배달된 카드의 포장 디자인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고, 카드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그래프로 분석해준 것이 좋았는데, 여기에 또 한 번 내 기대를 뛰어넘은 것은 너무나 간편하게 수표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UI와 고객 서비스였다.

심플(Simple)의 직불 카드
심플(Simple)의 직불 카드가 배달된 모습

아래는 웹에서 수표(check)를 보내는 UI이다. 받을 사람을 설정하고 금액을 입력한 후에 확인해본 후 SEND 버튼을 누르면 수표가 인쇄되고 봉투에 담겨 상대방 집으로 배달된다. 수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볼 수도 있다.

Simple을 통해 수표를 보내는 방법
Simple을 통해 웹에서 수표를 보내는 방법

내 기대를 뛰어넘은 또 한 가지는 Touch ID를 이용해서 앱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한 것. 암호를 입력하는 대신 엄지손가락을 아이폰에 대고 있기만 하면 앱에 로그인되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아주 안전하면서 편리한 방식.

심플 로그인 화면
심플(Simple)의 모바일 앱 로그인 화면

그 외에도 내 기대를 뛰어넘는 기능들은 많지만 심플을 소개하고자 시작한 블로그가 아니니 여기에서 줄인다.

4. 정서적 공감을 얻는다

제프는 여기에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테슬라를 운전하면서 미래에 이미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Driving the future), 이 느낌은 자기만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건 정말 위대한 제품만 가지는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good product)은 유용하다(useful). 즉,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치(돈이나 시간을 절약해주는 등)를 제공한다. 하지만 위대한 제품(great product)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서적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버진 아메리카(Virgin America)가 하나의 예이다. 보라색 조명, 착륙할 때 나오는 라운지 음악, 노래하는 직원들, 그리고 빨간색 티켓.

버진 아메리카 기내 조명
버진 아메리카 기내 조명

또는 동물 캐릭터 등을 활용해 제품의 감성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MailChimp, TaskRabbit, Hipmunk 등은 침펜지, 토끼, 그리고 다람쥐를 전면에 내세워 감성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고, 사용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Hipmunk는 회사 소개 페이지에서 아래와 같이 직원들이 다람쥐 복장을 하고 찍은 사진을 올렸고, 각 임직원들 사진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다람쥐 옷을 입은 사진으로 바뀌게 했다. 정서적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Hipmunk.com의 회사 소개 페이지
Hipmunk.com의 회사 소개 페이지

5. 사람들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

‘좋은 방향’이라는 단어가 키워드. 제프는 그가 쓰고 있는 아이폰을 예로 들었다.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예는 사실 너무나 많다. 징가(Zynga)의 포커(Poker) 게임을 생각해보자. 좋은 제품이고 큰 인기를 누리는 제품이다. 그런데 위대한 제품인가? 나도 이 게임을 한동안 많이 했고, 덕분에 포커를 배우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내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은 안든다. 반면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는 쇼핑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돈도 아낄 수 있게 해주어, 이 제품이 등장한 후 확실히 내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6. 영감(Inspiration)을 불러일으킨다

위 리스트에 내가 추가하고 싶은 위대한 제품의 속성 하나는 ‘영감(Inspiration)’이다. 위대한 제품은, 그 제품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파생 제품을 탄생시킨다. 에어비엔비(Airbnb)는 공유경제 시대를 활짝 열었고 “Airbnb for X”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우버(Uber) 역시 그런 효과를 낳았다. 아래는 Quora에서 발견한 “Uber for X” 제품 리스트인데, 위대한 제품은 이렇게 영감을 통해 그 제품이 속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러한 글은 결과론적이다. 즉,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방법을 묘사한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위대한 제품들을 보고 속성을 분석해서 제목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가는 방향이 위대한 제품으로 한 걸음 가까이 가는 방향인가’를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인스타그램(Instagram), 2년만에 1조원의 회사 가치를 만들어내다

이번 한 주 내내 각종 언론에서 인스타그램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극적인 이야기인가보다. 분명 인기가 있는 앱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현재 4천만명) 이용하고 있었지만, 돈을 전혀 벌지 못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2012년 4월 9일, $1 billion (1.1조원)에 페이스북에 팔린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전화하고 48시간만에 합의에 달했다고 하니 그 또한 극적이다. 구글이나 트위터, 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알게 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마크의 인수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2011년 초에 한 번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주: NYT] 하지만 창업자 케빈 스트롬(Kevin Strom)은 회사를 팔 생각이 없고 회사 확장에 주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1년이 지난 2012년, 마크는 그 때보다 몇 배의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바로 전날 Baseline Ventures, Benchmark Capital 등이 $50M을 투자하고 회사 가치를 $500M (5천 5백억원)으로 책정하게 되자 인스타그램이 모바일에서 페이스북을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Kevin Systrom. 출처: http://bits.blogs.nytimes.com/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보스턴 교외에서 자랐지만 2003년에 스탠포드에 진학하면서 실리콘밸리로 이사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대용량 사진을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Photobox를 만들었고, 이것이 마크 저커버그의 눈에 띄어 페이스북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공부를 마치기로 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트위터의 전신인 Odeo에서 인턴을 했고, 2006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구글에서 3년을 근무했으며, 구글 출신들이 만들었고 나중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Nextstop에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회사를 만들려는 꿈이 있었고, 사진 공유 서비스인 Burbn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제품명이고 회사 이름은 지금도 Burbn이다.)  2010년 1월에 한 스타트업이 주최한 파티에서 Baseline Ventures의 스티브 앤더슨을 만나 Burbn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한다. 스티브는 곧 25만 달러를 입금했고, 이어서 그 유명한 마크 안드리센(Mark Andreesseen)도 25만달러 투자했다. 브라질 출신의, 스탠포드에서 ‘신호 체계(symbolic systems)’를 전공한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둘은 사진 공유 서비스 Burbn을 개선하는 일을 하다가 기능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되어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아주 단순화시켜 인스타그램 (Instant + Telegram)이라는 제품을 2010년 10월 6일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렸다. 3주만에 30만 번 다운로드되었고, 곧 저스틴 비버 등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생겼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12년 4월 초,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 뒤는 역사가 되었다. 트위터 창업자이자 Square CEO인 잭 도시도 이 회사를 사고 싶어했는데 마크의 전화 한 통에 빼앗겨 기분이 안좋다고 한다. 그래도 그가 아주 초기에 투자했기 때문에 수십 배 금전적 이익을 남긴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올린 첫 사진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무려 130만명이나 된다. 2천만명이나 되는 트위터 팔로워 숫자에 비하면 적은 수이긴 하지만.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랩을 이용해서 올린 첫 사진. “LA 트래픽 최악이야!” 출처: http://instagr.am/p/IMhuj

하루 아침에 성공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앵그리버드나 Draw Something처럼 성공 전에 수십 번의 실패를 했던 것 까지는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이 나오기 전과 나온 후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사진 업로드/공유 서비스는 물론이고 이와 비슷한 류의 사진 필터링/공유 서비스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PicPiz, Burstn, Path, Flickr, Shutterfly, Lockerz, PhotoAccess, Pixamid 등 뿐 아니라 Hipstamatic도  인스타그램과 아주 유사한, 인기가 많았던 앱이었다. 왜 유독 인스타그램이 다른 모든 서비스를 제치고 영광의 자리에 오른 것일까?

인스타그램 실행 화면

첫째, 심플한 유저 인터페이스이다. 모든 것을 다 빼고 오직 사진을 찍고, 필터를 입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쉽게 하는데만 집중했다.

둘째, 창업자 케빈의 지도교수인 Clifford Nass가 이야기한대로, “디자인과 심리학의 승리“였다.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크리거가 심리학과 언어학, 철학의 종합 학문인 신호 체계를 전공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콘 디자인에서 UI 디자인, 그리고 각 필터에 붙인 감각적인 이름들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셋째, 사진이 멋있게 나오게 하는 필터 효과, 그리고 그것을 받춰 준 타이밍이다. 아이폰 3 카메라도 좋았지만, 아이폰 4가 출시되면서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 품질이 월등히 좋아했고, 이를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적용해서 올리면 전문 사진가가 비싼 카메라로 찍은 것과 나란히 놓아도 지지 않을만큼 그럴 듯한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집 근처 카페에 갔다가 인스타그램으로 찍어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던 사진

핵심적인 성공 요소는 아닐 지 몰라도, 사진을 한 쪽으로 길게 나오게 하는 대신 정사각형으로 나오게 한 것도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였다. 아이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 보통 옆으로 돌려서 찍게 된다. 사진이 세로로 길게 나오면 나중에 공유해서 컴퓨터에서 봤을 때 느낌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번 아이폰을 가로로 돌려 찍는 게 좀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이 없다. 가로로 돌리든 똑바로 세워 찍든 사진은 정사각형으로 나온다. 그래서 폰을 돌리기 귀찮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고 페이스북 인수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인스타그램의 유저 수는 10일 만에 3천만명에서 4천만명이 되었다. 하루에 무려 백만 명씩 가입한 것이다. 그리고 직원 11명짜리 회사에 회사 가치 1.1조원이 책정되었으니, 1년 반만에 한 명당 약 1000억원의 가치를 만들어낸 셈이다. 인스타그램의 이야기는 곧 집약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이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욱 더 많은 돈과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끌어들인다. 미국 경기가 아무리 휘청대고 유럽 경제가 암흑 속을 걸어도, 이 곳은 호황이다.

참고

Behind Instagram’s Success, Networking the Old Way,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