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카(Zipcar), 10년에 걸쳐 만들어낸 1조원의 기업

Zipcar 로고

2011년 4월 14일. Zipcar라는 회사가 나스닥(NASDAQ:ZIP)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2010년에 $186MM(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마이너스였던 이 회사의 가치가, 상장 첫 날 주가가 66%나 상승하며 순식간에 $1.2B (약 1.3조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WSJ 기사). 왜 투자자들은 10년 동안이나 운영했지만 최근 3년간 적자를 보았던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워싱턴 네 개 도시에서 전체 매출의 60%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세전 이익이 20%가 넘는다. 주:WSJ) 회사에 1조원이 넘는 가치를 매긴 것일까? 이 주가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 회사가 가진 비전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아마존이 창업 초기 내내 큰 적자를 냈지만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던 것처럼.

Zipcar란, 카 쉐어링(car-sharing) 서비스다. 얼핏 보면 렌터카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당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종류에 따라 시간당 약 6달러에서 13달러 사이면 자기가 원하는 차를 골라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 차를 소유하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 또는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차비가 너무 비싸 (이들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따로 돈 주고 빌리는 경우가 많다.)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인기가 많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Zipcar

2007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Zipcar 회원이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Zipcar는 아니고 Zipcar가 나중에 인수한 Flexcar라는 회사였다 (Zipcar와 비즈니스모델이나 서비스가 동일하다.). 상당히 편리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1) 인터넷이나 전화로 손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2)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기름값이 시간당 요금에 포함된다), 3) 시간당으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보다 저렴하고, 4) 보험을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5) 차 위치가 집에서 매우 가깝고 (보통 아파트 입구, 또는 기숙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다. 보스턴에 사는 내 친구는 Zipcar가 바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자동차를 보유하는 대신 오랫동안 Zipcar를 이용했다.) 5) 다양한 차들을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세단을 빌리고 IKEA에서 가구를 사야 할 때는 밴을 빌리고, 중고 가구를 사서 옮길 때는 Truck을 빌렸다). 결국 LA에서는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결국 차를 샀지만, 내가 대학생이거나, 대도시에 산다면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Zipcar는 다음과 같이 이용한다.

1.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지도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자동차를 확인한 후 사용 예약을 한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2. 차로 걸어가서 멤버십 카드를 자동차 유리창에 있는 센서에 가져다 댄다. 그럼 자동차 문이 열린다.

집카 멤버십 카드
집카 멤버십 카드

3. 차를 이용한다. 기름이 다 떨어지면 차 안에 들어있는 카드로 어디서든 주유하면 된다. 기름값은 따로 내지 않는다.

4. 차를 다 사용하면 원위치에 놓은 후 차를 잠근다.

이렇게 간단한다. 혹시 사고가 나면, 콜센터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처리해준다. 자동차 수리 및 유지보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한 매년 차의 가치가 감가상각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차를 쓰는 동안에만, 쓰는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Zipcar의 공동창업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

이러한 Zipcar의 탄생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2008년, MBA 수업시간 때의 일이다. 창업가정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수업 중에 Zipcar에 대한 하버드 케이스를 다루었다. 재미있게도 창업자 두 사람(Robin Chase와 Antje Danielson)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을 통해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체이스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였고, 다니엘슨은 다섯살 난 아들을 둔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다. 1999년, 독일 출신의 다니엘슨은 당시 교통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던 중 당시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공유’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를 당시 친구였던 체이스에게 이야기했다.[주:위키피디아] 체이스는 1986년에 MIT에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와 학교 교직원을 거쳐 과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10살이 안된 아이 셋을 기르면서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198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2000년이면 나이가 약 44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일을 그만두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체이스는, 다니엘슨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즉시 뛰어들었다.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글렌에게 가져갔을 때 그는 “이 아이디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두 배의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두 배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사업 아이디어는 분명했으나, 비즈니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자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컨버터블 론(일종의 대출) 형식으로 5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이를 이용해서 차 세 대를 리즈(lease)했다.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했고,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이 추가로 필요했으나 결국 벤처케피털로부터 유치하는데 실패하고 엔젤 투자 또는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매년 두 배씩 회원 수가 성장했고, 2008년에 Flexcar를 인수한 후에는 22만 5천명의 유료 회원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0년에는 56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미국 14개 도시 및 230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 WSJ)

2001년, 즉 Zipcar가 탄생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때에 쓰여진 하버드 케이스를 읽어보면 창업자인 체이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탄탄한 시장 조사는 물론이고, 가격 정책과 사업 계획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초기 회원 가입비 300달러, 시간당 사용료 1.5달러로 시작했으나, 가입비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회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회원 가입비를 75달러로 대폭 낮추고, 대신 시간당 사용료를 $4.5~$7로 인상했다.

아래는 2000년 5월에 만든 사업 계획서에 포함된 파이낸셜 플랜(Financial Plan)의 일부이다. 회원 수 증가율, 회원 수 감소율, 회원 일인당 가입비, 마일당/시간당 요금, 차 한대당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뿐 아니라 오버헤드(Overhead) 비용을 기업 단위와 보스턴 단위로 나누어 계산해 놓았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창업 다음해까지도 월급을 하나도 못 가져가고 계속 투자해야 했던 그들은 마케팅에 예산을 쓸 수 없었다. 2년째가 되던 해에 마케팅에 사용한 총 비용은 $7,300 (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다음은 체이스가 한 말이다.

On the marketing side, we have succeeded in keeping pretty close to budget, spending between $1,000 and $1,500 per month, or about $7,300 so far. People have been amazed that we have kept marketing this low. The key has been incredible, free publicity; advertising generated by the cars; brochures, which we put wherever we park a car; and just great word of mouth. Basically, we had no money, so this forced us to be incredibly disciplined. I knew we had to prove the business model, and showing we could acquire customers at a reasonable cost was a very important part of that. (마케팅 측면에선, 예산과 근접하게 썼습니다. 월 $1,000~$1,500씩, 지금까지 $7,300정도 사용했죠.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적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놀랍니다. 믿기 어려운 비결은 공짜 퍼블리시티(publicity)입니다. 자동차에 쓰여진 로고, 자동차 주차장에 놓여진 브로셔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소문의 힘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절제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는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창업자는 Zipcar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체이스는 Goloco라는, 카풀 서비스를 중재해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녀에 대해서 RobinChase.org, 또는 그녀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체이스는 2007년 3월에 “Zipcar와 또 하나의 빅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Zipcar 사례를 읽고 조사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사업을 시작할 때, 나이나 환경을 탓할 수 없다. 두 창업자는 10살이 채 안된 아이들의 엄마였고, 사업을 시작해본 경험도 없었다. 공동창업자 체이스의 나이는 당시 약 44세였다.
2.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강렬하게 믿고 추진할 수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월급 한 푼 없이도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3. 파이낸셜 모델링,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꼼꼼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케이스에서 체이스가 만든 모델을 보며 그 꼼꼼함에 감탄했다.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많이 들어맞았고, 그녀의 초기 아이디어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56만명의 회원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고, 미국 내에서 ‘카 쉐어링’이라는 문화를 정착시킨 Zipcar, 1조원이라는 기업 가치는 거품일까, 아니면 이제 본격적인 사업 성장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뿐일까? 앞으로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업데이트 (2011/5/15): 상장 후 한달이 지난 지금, Zipcar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조원을 건실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2013/1/2): Avis에서 Zipcar를 $491 million에 인수했습니다.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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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맥빌

쑥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미국에 공부하러 온 지 1년 쯤 되었을 때 미국인들을 처음 만나면 저더러 미국에 온 지 오래 되었느냐고 많이들 물었습니다. 그럼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짧은 여행을 왔던 적은 있지만 제대로 미국에서 산 것은 최근 1년 뿐이라고 으쓱하며 이야기합니다. 그럼 다들 놀라죠.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한거냐고. 그러면 ‘내 영어 공부 방법이 효과가 있기는 했나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실은 미국 티비 쇼를 통해 영어를 배웠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프렌즈”, “앨리 맥빌”, “로스트”, “24”, 같은 인기있었던 미국 드라마들을 나열하면 재미있어하다가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을 이야기하면 웃음을 빵 터뜨립니다. 남자가 좋아하기엔 좀 뭣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서인가보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기는 했습니다. 사실, 원래 좋아했다기보다는 잘 하게 되니 좋아하게 됐습니다. 왜 잘하게 되었느냐 생각하면 초등학교 5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았는데, 사촌형이 영어를 잘 한다는 걸 알고 저를 무작정 맡겼습니다. 사촌형은 당시 서강대에서 석사 논문을 쓰면서 대학원 강연을 하느라 바빴는데 숙모가 간곡히 부탁을 하니 할 수 없이 저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한 번 해보고 제대로 못따라오면 그만둘 생각으로. 다행히 제가 그럭저럭 시키는대로 따라갔나봅니다. 그 때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단어 제대로 안 외우면 손에 매를 맞으니까 열심히 외웠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사촌형이 저를 불러 앉혀 놓고 제일 먼저 가르쳤던 것은 발음 기호였습니다. ‘성문기초영어’를 펴놓고, 발음 기호 읽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그 후엔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성문기초영어 첫 열페이지 안에 있는 모르는 단어는 죄다 외우는 게 첫 번째 숙제였습니다. 95%가 모르는 단어였지요. 그 때 trousers(바지), scissors(가위)같은, 초등학생에겐 어려운 단어들을 처음 외웠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사촌형한테 가서 단어를 제대로 외웠는지 시험 보고.. 이를 계속했습니다. 3년을 그렇게 하니 고등학교 1학년 단어까지 다 알게 되어서, 독해 실력은 아직 부족해도 적어도 단어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 위에 문법을 쌓으니 영어 공부할 때 시간도 훨씬 적게 들고 영어 과목이 쉬워졌습니다. 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외국어 고등학교 영어과에 입학할 수 있었지요. 외고에서는 영어 작문, 영어 독해, 영어 회화, 영어 문법… 등등 영어 관련 과목만 무려 13단위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영어 공부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하니 영어 기초가 잘 쌓일 수는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리스닝, 스피킹이 뻥 뚫려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자신이 있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대입 수능 시험에 필요한 정도로 리스닝 실력이 늘어난 것 뿐이지, 여전히 CNN이나 AFKN 틀어놓으면 들리는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종로 파고다 학원에서 만난 인석민 선생님

리스닝, 스피킹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종로 파고다 학원 인석민 선생님의 AFKN/CNN 리스닝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찾아보니 지금도 파고다에서 강의하고 계시네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겨울 방학 때마다 2달씩 끊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여름방학때는 배낭여행이다 뭐다 해서 놀기 바빴지요..) 그렇게 2, 3년 하고 나니 스스로 느껴질 만큼 리스닝 실력이 늘더군요. 그게 재미있어서 나중에 회사 다닐 때도 토요 주말반을 신청해서 계속 강의를 들었습니다. 한 3년동안 토요일마다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학원에서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많이 되긴 했는데, 학원에 가서 앉아있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늘고 입이 열리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 때 인석민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제가 나름대로 썼던 방법이 있는데, 저한테는 이 방법들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해서 효과를 봤던 듣기/말하기 연습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영어 말하기/듣기 능력 향상법

1. 발음 나는 그대로 연습하기

저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던 방법 중 하나는, 여러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표현을 통째로 묶어서 발음을 연습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You ought to know about this by now.”

이런 표현을 읽을 때, 단어별로 발음을 익힌 다음에 그걸 이어서 발음하다보면 영 어색하고 폼도 안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유 오우투 노우 어바웃 디스 바이 나우” 이러다 보면 한이 없고, 또 그렇게 발음하며 이야기하면 듣는 입장에서도 좀 답답합니다. 그대신 “유 어러너바웃디스바이나우” 처럼, 발음이 나는 대로 연음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러노바웃”, “어러노바웃” 하면서 연습하곤 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He should have (should’ve) joined this meeting.”

마찬가지로, 이걸 “히 슈드 해브 조인드 디스 미팅” 이러기보다는 “히 슈르브조인디스미링“이라고 통째로 발음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슈르브”, “슈르브” 이렇게 연습하고, “조인디스”, “조인디스” 이렇게 연습했습니다. 영어에 이런 식으로 묶어서 등장하는 표현들이 많이 있는데, 나올 때마다 연습을 해두는 게 좋지요. 모든 문장을 이렇게 연습하겠다고 하면 수천가지의 변형이 있을텐데,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ought to, should’ve 같은 표현은 또나오고 또나오고 하거든요. 몇 십가지만 익혀둬도 듣기가 훨씬 수월해질겁니다. 그 후 하나씩 쌓아나가면 됩니다.

2.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고, 듣는 것과 동시에 따라하기

소위 ‘앵무새 공부법‘이라고도 하는데, 저한테는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듣기 실력뿐 아니라 말하기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발음 교정도 되구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 학원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리스닝 수업을 듣거나 혼자 일정 분량을 연습합니다. 이 때는 영상을 보며 한 문장 한 문장 표현을 살펴봅니다.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새로운 발음들을 연습해 봅니다.
  2. 수업했던 내용, 또는 연습했던 내용을 MP3 플레이어에 담습니다. (비디오에서 오디오 트랙만 따로 뽑아내는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하나 나오네요.)
  3.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운전하는 동안에, 또는 짬이 날 때마다 이걸 반복해서 듣습니다. 10번 이상. 이미 한 번 익혔던 표현이므로 자꾸 듣다보면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단어 하나하나까지 귀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영상으로 봤던 장면이 하나하나 연상이 되어 꽤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내용이 재미있는 것이면 더 좋겠지요.
  4. 계속 듣다보면 다음에 무슨 표현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그러면 따라할 수 있습니다. 뉴스 앵커 또는 티비쇼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걸 그대로 따라해봅니다. 처음엔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지만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우물주물하면서 그냥 그 속도에 맞추어 따라해 봅니다.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프렌즈에서 모니카(Monica)가 하는 말을 같은 속도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 드라마를 보신 분은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모니카 말이 무척 빠릅니다.) 나중에는 뜻을 모르는 단어나 표현도 따라할 수 있게 됩니다. 뭔지 모르면서 일단 발음만 익혀보는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자꾸 새로운 표현을 듣기보다는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영어를 무작정 들으면 어느 날 귀가 뻥 뚫리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 종일 AFKN을 틀어놓아보기도 하고, 자는 동안에도 귀를 뚫자 하고 영어 방송을 틀어놓고 자 보기도 했는데, 별 도움이 안되더군요. 어느 정도 실력 이상이 되어 그 중 8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으면 이 방법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20%정도만 귀에 들어오고 10%만 이해하는데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다고 귀가 뚫리리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영어에서, 특히 구어체에서는 같은 표현이 자꾸자꾸 등장합니다. 차라리 이런 표현을 또 듣고 또 들어서 완전히 귀에 익게 만들면, 그 표현을 약간 변형한 말이 나온다 하더라도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3. 한글 자막만 켜놓고 미국 드라마/영화 보기

영어 듣기/말하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던 드라마, “프렌즈”

영어를 익히기 위해 일부러 영어 자막만 켜놓거나 한/영 통합자막을 켜놓고 미드를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한글 자막만 켜놓고 보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토요일 아침이면 미국 드라마를 몇 시간동안 보는 게 취미였습니다. 쉬면서도 동시에 영어 공부도 되니까 시간이 아깝지 않은 놀이라고 할까요.. 이 때 중요한 게 있습니다. 너무 드라마/영화에 빠져서 한글 자막만 멍하니 보면 안됩니다. 그 한글 표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문장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봐야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드라마 “프렌즈(Friends)”에 나오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자막에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합시다.

완벽한 일주일을 완벽하게 끝내는구나.

이 자막을 보는 순간 재빠르게 머리속에서 영어로 작문을 해봅니다.

You are finishing a perfect week perfectly.

그러는 동안 들어봅니다. 과연 주인공은 뭐라고 할까? 실제로 들어보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It’s the perfect end to this perfect weekend.

이걸 듣는 순간 “아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작문한 건 그냥 단순히 한글을 영어로 순서대로 옮긴 표현이었는데,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하니까 깔끔하게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 “아하~”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이걸 머리속에 일일이 담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물론 외우면 좋지요 ^^). 가끔 너무 재미난 표현이 나오면 메모를 하기도 했는데, 이걸 너무 자주 하면 흐름이 끊겨서 드라마 보는 재미를 잃게 되더군요.

반대로, 영어를 다 들을 때까지 한글 자막을 보지 않고 있다가 다 듣고 나서 무슨 말일까 한 번 생각해본 후 한글 자막을 보며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비교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물론 이 방법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작문 실력이나 리스닝 실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방법으로 연습을 어느 정도 한 후에 시도해 보는 것을 것을 권장합니다.

영어 리스닝/스피킹에 관한 내 생각

발음이 중요한가? 뜻만 통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뜻만 통하면 된다.’, ‘대충 말해도 다 알아듣더라’ 라고 이야기하는데, 글쎄요.. 저는 발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못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대충 말해도 미국인들은 다 알아듣기는 합니다), 스스로 민망해서 그렇습니다. 자신감에도 영향을 주고요. 제 발음도 네이티브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사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남한테 얘기할 때 스스로 ‘이정도면 괜찮은 발음 아냐’라고 느낄 만큼이 됩니다.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발음이요. 어느 정도 발음이 좋아야 만족할 수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어쨌든, 저는 이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게 되려면 처음 단어를 외울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단어를 외울 때 철자만 외운 다음에 나중에 가서 발음을 익히려고 생각하면 잘 되지도 않고 시간도 엄청 걸립니다. 새로운 단어를 외울 때 무조건 발음기호부터 보거나 전자사전으로 발음을 들어보고 익혀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발음을 모르는 채 새로운 단어를 외웠던 기억은 없습니다.

듣기가 먼저일까 말하기가 먼저일까?

많은 사람들이 듣기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기 전에 영어 회화 수업부터 신청해서 듣는데, 저는 그게 과연 효과적일까 의문이 듭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듣는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듣기 공부를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듣기가 되면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하고, 말할 때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듣기가 제대로 안되면 표현을 많이 들어도, 그걸 캐치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표현을 캐치하지 못하면 아는 표현만 자꾸 어색한 발음으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쓰는 표현만 또 쓰면 말하기 실력이 잘 늘지 않겠지요.

2. 듣기가 되어야 외국인들하고 대화할 때 대화가 끊기지 않고 연결이 됩니다. 첫 질문하는 건 쉽지만 그 다음 상대방 말에 대꾸를 못하면 대화는 그냥 중단되어버리고 상대방은 즉시 답답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 Hey, what’s up? (헤이, 잘 지내?): 이런 짧은 질문을 던지는 건 쉽습니다.
외국인: Not much. I am heading to the office now. 별로. 지금 사무실 가는 길이야 (이런 짧은 대답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요.)
나: Oh, I see. How are you today? 아 그렇구나. 오늘은 무슨 일? (그래서 짧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외국인: Not very good. My boss told me that they would announce reorg today. I am afraid that they will decrease the salesforce this quarter. Because we are already losing battle in the smart phone war, things might get worse if they cut…. 별로.. 보스가 내일 조직 개편을 하게 될거라고 하는데, 세일즈팀 숫자가 줄어들 것 같아. 스마트폰 전쟁에서 이미 지고 있는데, 세일즈팀을 줄이면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이제 듣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 ??? Pardon me? Excuse me? Can you say that again? Can you speak slowly? 뭐라고? 다시 이야기해줄래? 천천히 이야기해줄래? (뭔소리여…)

이렇게 못알아 들었을 때 다시 물어보면 되기는 합니다만, 이런 게 너무 잦아지면 상대방도 좀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대화가 오랫동안 이어지기 힘들겠지요. 상대 외국인이 학원 강사가 아니라면. 듣기라도 제대로 되면, 적어도 그런 상황에서 몸짓이나 짧은 단어 한 두마디로도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즉, 계속 대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해외 연수, 해외 여행, 필요한가?

잘 아시다시피, 해외에서 몇 달 있는다는 것만으로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호주 배낭 여행을 했는데(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이었지요), 2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전 블로그,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의 호주여행” 참고) 그 짧은 시간동안 영어 몇 마디 한다고 영어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다는, 이렇게 영어만 사용하는 곳에 가서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불편함을 느껴보니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되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썼었지만, 영어가 ‘공부할 대상’이 아닌 ‘의사소통 도구’로 인식이 된 거죠. 더 넓은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도구 말입니다.

결론

영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골치거리고, 정복해야 할 대상인 것 같습니다. 정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또 힘도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를 갖추는 셈이니까요. 모두 화이팅!


업데이트(2013/7/7): 이 글의 속편을 썼습니다. 같이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