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 돈을 내는 것이 좋은 이유

If you are not paying for it, you are the product being sold(돈을 내지 않으면 당신 자신이 상품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돈을 내지 않으면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대개의 경우 고객의 정보를 팔게 된다는 뜻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이며, 당연히도 이들 회사는 고객 정보를 분석하여 이들을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광고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약 5년 전 처음 워드프레스에서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했던 고민 중 하나가 설치형으로 할 것인가 가입형으로 할 것인가였다. 설치형으로 하게 되면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서버 호스팅에 돈을 내야 하고 서버를 직접 책임져야 하며, 가입형으로 하게 되면 즉시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지만 나만의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고 싶으면 매년 13달러를 내야 한다. 연 13달러는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되어 처음부터 돈을 내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커스텀 디자인(CSS, 폰트)를 위해 연 30달러, 그리고 광고를 없애는데 연 30를 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워드프레스에 고정적으로 연 73달러씩을 낸 지가 5년이 되었다.

Screen-Shot-2013-10-22-at-8.44.14-PM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깅 플랫폼, 워드프레스 (WordPress)

처음에는 내라고 하니까 냈지만, 몇 년동안 돈을 내고 써보니 이렇게 보람 있게 돈을 쓰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년간 워드프레스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관리자 페이지가 강화되었고, 글쓰기 모드가 훨씬 쾌적해졌으며, 무료 테마가 계속해서 추가되었고, 그 외 다양한 새로운 기능도 추가되었다. 매년 말이 되면 1년간의 통계를 보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버 관리를 워낙 잘 해 주어서 서버가 다운되거나 해킹되는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내가 돈을 내는 만큼 혜택을 누린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3일 전에는 워드프레스가 또 한 번 Billie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되었는데, 마침 내 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처럼 그동안 내가 원했던 기능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이런 긍정적은 피드백들을 계속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 계속해서 돈을 내고 싶고, 그만큼 서비스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그 외에도 내가 기꺼이 돈을 내고 쓰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들이 많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판도라 라디오도 월 3.99달러를 내고 쓴 지 오래됐고, 최근엔 스포티파이(Spotify) 월 9.99달러의 유료 회원 가입을 했고, 온디맨드 코리아는 그동안 돈 안내고 버티다가 최근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기 위해 월 6.99달러를 내고 프리미엄 회원이 되었는데, 회원이 되고 나니 광고가 전혀 나오지 않아 정말 쾌적해서 진작 프리미엄 회원이 될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내가 즐겨 쓰는 프로토타이핑 툴인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은 몇년 전 89달러를 주고 사서 계속 쓰고 있고, 태크스 관리 툴은 약 60달러를 주고 Things를 사서 썼는데, 그 이후 계속해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일기는 약 15달러를 주고 Day One을 사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만족스럽다. 코딩할 때 가장 즐겨 쓰는 툴인 Sublime 텍스트 에디터는 무료로 써도 기능상의 제약이 없지만 이런 훌륭한 제품을 만든 개발자에게 보답하고 싶어 79달러를 냈는데 뿌듯한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써온 마크업 툴,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
오랫동안 써온 마크업 툴,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

페이스북과 구글 서비스들을 제외하고, 내가 정말 잘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몇 가지를 꼽으라면 드롭박스(Dropbox), 에버노트(Evernote), 텔레그램(Telegram), 그리고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이다. 선라이즈 캘린더는 무료 버전만 제공하니 어쩔 수가 없고 (얼마전 회사가 MS에 약 1천억원에 팔렸다), 드롭박스는 프로 버전이 너무 비싼데다 (연 99달러), 프로 버전의 혜택이 1TB의 저장 공간인데 나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어서 돈을 못 내고 있다. 연 10달러에 30GB 정도의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면 잠재 고객이 많을 듯하다. 에버노트의 경우, 지금의 무료 기능으로 충분한데다 프리미엄 버전이 제공하는 추가 저장 공간은 전혀 필요치 않아 돈을 안내고 쓰고 있는데, 역시나 그러다보니 별로 애착이 안생긴다. 그래서 심플노트(Simple Note)와 같은 다른 노트 앱을 발견하게 되면 기웃거리게 된다. 이 점이 재미있다. 무료로 쓰는 소프트웨어는 언제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내 개인정보를 얼마만큼의 노력을 들여 보호하고 있는지 보장이 안되고, 오랜 기간동안 충성도를 가지고 쓰게 되기가 힘들다. 게다가 무료 소프트웨어들은 임의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현존하는 가장 좋은 캘린더 앱,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
현존하는 가장 좋은 캘린더 앱,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

예전에 스키치(Skitch) 라는 맥용 스크릿 캡쳐 & 에디팅 앱을 무료로 썼었다. 무료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앱이었다. 그렇게 잘 쓰고 있던 차, 스키치가 에버노트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제품이 만나서 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나중에 터졌다. 내가 전에 썼던 블로그에 스키치에서 편집한 후에 스키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두고 사용한 이미지들이 많이 있는데, 이 이미지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에게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서버를 닫아버렸다. 결국 이 이미지들을 되살리느라 몇 시간을 소모해야했고,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내가 유료 사용자였더라도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처리했을까? 내가 스키치에 항의한다 한들 예전 파일들을 살려줄까? 돈을 안내는 고객에게는 권리가 없다.

한동안 무척 유용하게 쓰던 맥용 스크린 캡쳐 툴, 스키치(Skitch)
한동안 무척 유용하게 쓰던 맥용 스크린 캡쳐 툴, 스키치(Skitch)

좋든 싫든 소프트웨어는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는 돈이 든다. 지금 무료로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지갑을 열어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