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 대표 무죄 판결

호창성 대표에 대해 법원이 어제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한마디 한마디 공감이 되는 이번 판결문의 일부.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따르면 운용사에게는 창업팀이 팁스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멘토링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호씨 등이 창업팀들에 반드시 팁스에 선정될 것을 약속했다거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는 직무 범위 내에서 적법한 것. 초기 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자본금 외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투자계약 체결에서 고려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벤처 가치를 더 낮게 잡고 적은 액수의 투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자자와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며 팁스 운용지침에도 운용사가 창업팀에 지원하게 될 보육서비스를 고려해 투자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건 창업팀들이 대등하게 투자 지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협상이 유리했다 하더라도 이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팁스의 목적을 위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이용한 것이니 허위 계약서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계약서상에 피고인들이 제공한 서비스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은 것은 맞으나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팀 또한 법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통해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창업팀이 지원 범위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받은 근거도 없다.

판사는 맞는 말을 했지만, 이를 보도한 연합신문과 한국일보의 기사에 쓰인 표현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처음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국일보가 쓴 ‘엔젤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부정적 표현도 너무 황당했는데, 분명 법원에서 모든 증거를 확인한 후에 고심 끝에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기사에는 왜 여전히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귀한 재산을 사용해서 성공할 지 실패할 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두 회사의 합의 하에 합당한 지분을 획득하는 것은 당연한 법적 권리인데다, 이미 판사가 무죄 선언을 한 후인데도 ‘지분을 받아 챙긴’다든지, ‘받아내다’라는 이상한 표현을 굳이 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언론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

호씨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5개 스타트업으로부터 29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지분만을 챙겨야 하지만, 팁스로부터 받을 보조금을 자신의 투자금액에 포함해 지분을 과다하게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호씨 등이 이를 토대로 허위 투자계약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해 팁스 지원금 총 22억7천183만원을 받아낸 부분도 중소기업청을 기망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호창성 대표에게 7년 징역과 29억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그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이 난 후에 중앙일보는 이번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사설을 올렸다 (다행히 여기에는 ‘받아 챙기다’는 등의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유죄를 자신했던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했을 때 벤처업계와 학계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스타트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막무가내식 법 적용”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엔젤투자협회와 대학교수들까지 나서 호 대표에 대한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의 주도로 만들어진 팁스(TIPS)를 홍보하고 활성화하려는 명분으로 호 대표를 끌어들였다가 봉변만 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이 법원에 제출했던 탄원서의 일부. 감동적인 글이다.

TIPS 는 성공한 창업가 등 우수한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선진국형 창업 선순환 생태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호창성 대표에게 투자를 받은 피투자사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호창성 대표의 도움에 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사건에는 피해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없는 이 사건에서 호대표가 처벌 받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수한 선배들을 창업 생태계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우수한 민간 자원의 창업 생태계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 즉 국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내가 호창성 선배를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 여름, MBA 준비를 할 때였다. 대학 동문 선배가 마침 스탠포드 MBA에 막 합격한 직후에 학원에서 특강을 한다길래 찾아갔고, 그 때 이메일 주소를 받아 연락했다. 당시 나는 서울대 글로벌 MBA 프로그램에 합격한 상태였는데, 내가 원하는 진로를 고려했을 때 그걸 포기하고 미국 대학 MBA를 가는 것이 좋을 지를 하는지를 물었다. 호선배는 입학 준비로 중에도 이메일로, 그리고 시간을 내어 만나서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만약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미국 대학 MBA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GMAT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초 UCLA에서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07년 가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연휴에,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템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짧은 동영상을 언어의 장벽 없이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다. 남들은 월에 천만원 이상을 받고 인턴십을 할 시간에 하버드대학 석사 과정 재학중이던 아내 지원씨와 함께 학교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2009년,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두 부부를 다시 만났을 때는, 제품이 어느 정도 사람들로부터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아직 방송사와 정식 계약을 맺기 이전이었고, 수익 모델 또한 확실하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요즘 무슨 일을 하며 지내냐는 내 질문에, ‘번역가들이 보내는 질문에 대답하며, 그리고 그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해명하느라 하루 종일 이메일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스탠포드 MBA, 하버드 석사를 졸업하면 즉시 억대 연봉을 받고 취직할 수 있는데, 자신의 옳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어려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

수년의 고생 끝에, 라쿠텐으로부터 2000억원이라는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이 회사를 초기부터 믿고 투자한 엔젤 투자자들, 그리고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재정적 보상에 더해 ‘성공적으로 엑싯한 스타트업’이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겨주었다. (MBA 친구 중 한 명이 이 회사에 초기에 입사했었는데, 지금은 회사를 옮겨 상해에서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또 원하는 곳은 어디에 가서든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은 한국을 택했다. 빙글(Vingle)이라는 서비스를 새로이 만들었고, 또한 더 벤처스(The Ventures)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해서 뛰어난 후배 스타트업들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TIPS 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연계 투자 프로그램이다.

TIPS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처음 생길 때부터 알고 있었고 주변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 지원을 받은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내가 아는 TIPS 운영사들은 모두 정직하고 실력 있는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가 했던 창업 지원 사업 중에 가장 의미 있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TIPS를 통해 지원 받은 회사 중에는 내가 함께 투자한 회사도 있었기에 양쪽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는데, 호창성 대표를 구속하게 된 사유인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여 실제 투자액보다 더 많은 지분을 취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주 한국에서 두 사람을 잠깐 만났다. 법원에 갔다가 갑자기 내린 구속 영장 발부로 인해 구치소에 들어갔다가 110일 후에야 나온 호창성 대표, 그리고 남편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업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감당하며 마음 졸이는 생활을 해온 문지원 대표.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고, 들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아무 죄가 없다는 사실이 판결을 통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한국 경제가 지난 60년간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힘 없고 선량한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취해 자기 배를 불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기득권 눈치를 보기보다는 소신 있는 수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재산을 편취한 사람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서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고소를 한 것도 아닌데다 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가를 갑자기 잡아서 구치소에 넣고 재산을 가압류한 후 110일 동안이나 가둬놓은 것은 정말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영문도 모르고 100여일간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아들에게는 또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을까. 그리고 무죄 판결이 나기까지 그 가족이 감내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어떤 형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작년에 어머니가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잘못된 의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 심한 마음 고생을 하고 계셨다. 그쪽에서 어머니에게 거래 과정에 죄가 있다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법대로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자세한 상황을 들은 후에, 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물어봤더니 그런 것은 죄로 성립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더니 즉시 꼬리를 내렸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법’의 이름을 등에 업고 마음 약한 사람을 상대로 재정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최근 법학대학원을 통해 변호사의 숫자가 늘어나고, 또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금액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신 있게 처벌할 수 있고, 또 언론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 못지 않게 죄가 없는 사람들의 권리 또한 잘 보호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의 한국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음 세대를 위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청년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공감하게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