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일기 쓰는 기분으로 끄적끄적. 다음주 참가할 Collision 컨퍼런스 준비도 할 겸 오랜만에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서 남은 일들을 처리했다.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제법 브랜드가 있는 큰 고객들도 하나씩 들어오고 있다. 제품은 더 빨라지고 강력해졌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직접 쓰기에 즐겁다.

우리처럼 월 구독(monthly subscription)을 해서 쓰는 웹/모바일 기반 소프트웨어를 SaaS (Software as a Service)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처럼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B2B SaaS라고 부른다.

B2B SaaS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주말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딸 둘의 아빠인 나로서는 이보다 큰 축복이 없다. 고객의 대부분이 미국 동부와 유럽에 있기에, 금요일 점심이 되면 거의 모든 이메일과 요청이 제로가 된다.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생길 우려도 거의 없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Mount Madonna County Park에서 캠핑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여유롭게 보낼 주말이 무척 기대가 된다.
B2B SaaS 스타트업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정적인 매출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또는 회사에서 일하는 개인들이 ‘일을 하는데 필요해서’ 돈을 내고 쓴다. 즉, 법인 카드로 결제가 되거나 회사 CEO의 카드로 결제를 한다. 일단 쓰기로 결정하면, 일하는 과정에서 점차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고, 그래서 쉽게 중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한 이변이 없는 한, 특별한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이 없더라도 이번달에 들어온 매출은 99%의 확률로 다음달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B2B SaaS 분야에 눈을 뜬 건 오라클에서 일할 때이다. 당시 클라우드 CRM 제품을 맡았는데, 경쟁사인 세일즈포스(Salesforce.com)의 제품과 전략을 보며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는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에 월간 일정액을 내고 쓰는 회사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사업을 하게 되면 반드시 B2B SaaS 스타트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 영감을 주었던 회사들이 결국 내가 이 방향으로 오도록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은 든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