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이데어(hithere.co) 플랫폼을 통해 중, 고등학교 학생들 몇 명과 온라인으로 멘토링 세션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그 중 한 질문이 “어떻게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시게 되었나요?” 였다.
사실 꽤 자주 받는 질문인데, 수많은 시간동안 고민했던 주제인 만큼 간단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제일 중요했던 요소를 꼽자면, “내가 이 일을 10년 동안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인가?” 였다. 이전에 EO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던 이야기이고, 지금도 자주 생각하는 주제인데, 이 세상에 한 가지 일을 10년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10년간 별로 소득이나 발전이 없어보이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가 위대해지고, 유명해지고, 뛰어난 실력을 가질 때가 되어서야 그 사람들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그 사람들은 원래 재능이 뛰어나서 그렇게 유명해졌거나, 그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어제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뉴진스의 예를 들었는데, 이제 겨우 15세에서 19세의 나이로 구성된 밴드가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한국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리고 이제 세계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하는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는 사실만을 들으면, 마치 1~2년만에 그 정도의 재능이 만들어진 것처럼 생각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방시혁, 소성진, 민희진 대표가 이런 걸 그룹을 구상하며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2019년 말에 16개 도시에서 개최하며 재능 있는 탤런트들을 발굴한 것이 2019년 말의 일임을 생각하면, 데뷔 전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는 뜻이고, 다섯 명의 멤버들은 그 오디션에서 합격하기 전에 이미 최소한 7년은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니엘은 7살 때부터 이미 레인보우 유치원에 출연했고, 가장 막내인 혜인도 2017년에 이미 키즈플래닛 등에 출연하고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회사나 브랜드들 – 쿠팡(2010년 설립), 배민(2010년 설립), 야놀자(2007년 설립) – 등도 10년이 훌쩍 넘은 회사들이고, 내가 몸담았던 게임빌 (컴투스)는 이제 설립된 지 만 22년이 넘었다. 그 모든 회사들의 첫 10년은 다소 지루한 듯한 시기였고, 아마도 설립하고 10년이 지나서야 ‘국민 브랜드’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초기 투자자로서 너무 잘 알고 있는 회사 눔(Noom)도, 지금은 직원들이 3000명이 넘는 회사가 되었지만, 첫 7년간 매출이 0이었고, 만 10년 정도가 되어서야 눈부신 곡선을 그리며 성장했다.
그래서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 ’10년의 시간’을 염두에 두었다. ‘음악 인더스트리’와 ‘데이터 분석’이라는 두 가지 주제, 이 두 주제만 놓고 10년동안 집중해도 여전히 그 일이 재미있고, 도전이 되고, 흥미로울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고, 그 대답은 예스(Yes)였다. 그랬기에 옆을 돌아보지 않고 지난 7년 반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차트메트릭은 이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원 35명이 연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아직 ’10년’의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다. 아직 2년 반이 남았고, 그 시간이 지나야 나는 회사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이제야 세상에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어떤 병이 발전하는 데에도 10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나 싶다. 내과전문의 닥터 케이라는 유투브 채널을 알게 되어 몇 가지 비디오를 봤는데, 당뇨 또는 당뇨 전 단계로 진행해서 치료를 시작한 사람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6개월에서 1년 꾸준히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했는데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아 고민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의사의 대답은 이렇다, “당뇨 또는 고지혈증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닙니다. 현재 혈당 수치가 높다는 것은 이미 그 전에 10년간 안좋은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쌓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패턴을 바꾸고 나서 5년은 기다려야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겠죠?“
아래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 하이데어(hithere.co)에 한 학생이 올린 후기:
11학년 학생입니다. 오늘 멘토님과 대화하면서 많은 걸 얻어가는것 같은데 그중 가장 와닿았던건 창업 혹은 직업을 고를때 내가 이일을 10년이상 흥미롭게 할수 있을까? 라는 질문 덕분에 앞으로 직업을 고르거나 창업을 준비할때 정말 유용할것같습니다! 오늘 대화에서 얻어가는게 너무 많았고 조성문 멘토님 정말 최고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개인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