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보스: 바하 프레쉬 편. 그리고 CEO 데이빗 김의 이야기

 

몇 달 전인가.. 한 친구가 CBS에서 방영하는 Undercover Boss가 정말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해서, 내 ‘해야할 일 목록’에 넣어두었던 적이 있었다.

CBS의 한 인기 방송, "Undercover Boss"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한 보스라는 뜻)

Undercover Boss, 즉 보스(CEO)가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한다는 뜻인다. CBS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끈 시리즈인데, 지금까지 MGM Grand, NASCAR, Subway 등의 CEO가 출연했다. 오늘 자기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 편을 보기로 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Baja Fresh편(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스트리밍이 막혀 있음).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Chipotle와 함께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멕시코 레스토랑 체인이다. Fresh라는 말에서 보듯, 맥도널드같이미리 만들어진 재료로 조립만 하는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라 모든 것을 원 재료부터 시작해서 만들어서 그 날 파는, 즉 항상 신선한 재료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레스토랑이다.

Baja Fresh의 CEO, 데이빗 김(David Kim)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는데다 재료가 신선하고 좋아서 LA 살던 시절부터 자주 사먹었었다. 300개 체인을 가진 Baja Fresh의 CEO는 David Kim. CEO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니 흥미로울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David Kim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이집트, 볼리비아, 싱가폴 등등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다가 30년 전에 미국에서 정착했다. 이민 온 직후 돈이 없어서 장난감을 팔며 힘들게 일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님이 일을 안해도 되도록 정말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비디오 리테일, 레스토랑 등등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고, 5년 전에 투자자들을 모아 당시 계속 매출 실적이 하강하던 Baja Fresh를 Wendy’s로부터 $31 million (약 330억원)에 사들였다 (웬디스는 2002년에 이를 $275 million에 샀으니, 큰 손실을 보고 판 것이다.) []

데이빗과 Baja Fresh 중역들

전에 레스토랑에서 일해봤다고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계산대, 주방 바닥 청소, 화장실 청소 등등 시키는 대로 온갖 일을 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다.

캐시어로 일하다가 너무 늦어져서 손님들에게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사과하는 장면.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변장한 데이빗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 방송에 등장한 Baja Fresh에서 일하는 매니저들 대부분이 이민온 가정의 가장이거나 그 가정의 자녀라는 것이다. 멕시코, 필리핀, 요르단 등에서 온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이런 부분이 데이빗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신이 Undercover Boss로 일하는 동안 인상 깊게 보았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서 깜짝 선물을 주는데, 이 부분이 참 감동적이다. 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학비로 15,000달러를 주고,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 한 직원에게는 프렌차이즈를 하나 열어주었다.

데이빗으로부터 생각지 못한 깜짝 선물을 받고 감동한 한 직원

이런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도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CEO들은 직원에게 잘 알려져 있을터라 진짜 몰라카메라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분야가 있을 것이고, 잘 기획하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컨텐츠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업데이트

14 thoughts on “언더커버 보스: 바하 프레쉬 편. 그리고 CEO 데이빗 김의 이야기

    1. 링크해주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Ignite라는 책 읽어보고 싶어서 킨들로 구매했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 국내에서는 엠비씨에서 방영되어 코메디언 박명수 씨가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섭웨이 편을 봤습니다. 제가 놀랐던 점은 체인점 직원들이 주인정신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직원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쩜 그런 직원들만 있는 체인점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인지… ㅎㅎ

    1. 저도 다음에 서브웨이편을 봐야겠습니다. 또 어떤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질 지 기대가 되네요. 다들 그렇게 열심은 아니고, 잘 못하는 직원들도 있던데 그런 건 방송에 안나가는 것 같습니다. CBS.com 가면 방송에 편입 안된 클립을 볼 수 있더라구요. 거기에 일 제대로 못한 직원 한 명 나옵니다. ^^

  2. 아침 출근후 성문님의 새 포스팅을 이메일로 받고 냉큼 달려왔습니다. ㅎㅎㅎ
    사실 한국의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아 우리 회장님이나 사장님이 진짜… 저런거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좀 해서…진짜 우리가 뭐 때문에 매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 겪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요. ^^;;

    아마 미국과는 상황이 좀 달라… 저렇게 했다가는 대번 잡혀서 트위터나 페북에 올라갈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좀 다른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예를들어 얼마전 MBC에서 히트를 쳤던 아바타 같은 분신을 대신 쓰게해서…..방송하게 한다던가…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네요.

    아침부터 즐거운 상상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1. 그러게요. 한국에서 똑같은 포맷으로 할 수 있을까 저도 의문점을 가졌었는데.. 그래도 잘만 분장하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하긴 한국에선 웬지 티가 잘 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언젠가 이런 사장이 되어 undercover를 직접 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3. 저도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MBC에서 방영해줄 때 꼭꼭 챙겨봤는데, 아이튠즈에도 있더라구요! 회사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되는 걸 보면서 힘을 얻게 되더라구요! 강추 프로그램입니다!

    1. 지저깨비님,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신기하게 타이밍이 맞았네요. 다시 보기로 한 번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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