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독서 후기. When Breath Becomes Air.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스탠포드대를 졸업한 신경외과 의사. 3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폐암 판정을 받고, 불과 2년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가, 마지막 힘을 모아서 쓴 책. 원래 영문학을 전공했기에 언젠가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그래서인지 정말로 글을 잘 쓴다. 고전 문학에서 따온 인용구를 섞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너무나 훌륭한 단어와 문장으로 담았다. 영어 버전으로 읽었는데 하나하나의 표현들이 주옥 같아서 일일이 다 외우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가 담담하게 어린 시절을 묘사할 때, 자신의 아버지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갑자기 바뀌게 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때는 재미있는 수필 정도로 읽었다. 의사로서, 특히 뇌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아왔기에, 막상 자신이 폐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놀랍도록 담담하게 맞이했다. 특정 변이의 폐암이기에 약을 먹는 것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고, 그 약을 먹은 지 몇 달이 지나 암이 축소되었다고 했을 때 같이 기뻐했다.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How Long Have I Got Left?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나요?” 가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 순간, 암이 호전되었을 때 쓴 글이다. 명문중의 명문이니 꼭 읽어보면 좋다. 아래는 그 글의 일부.
CT 스캔이 완료되자마자 저는 이미지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단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폐를 덮치고 척추를 변형시키는 종괴. 암입니다. 나는 신경외과 수련 때 다른 의사들을 위해 수백 번의 스캔을 검토했지만, 수술로 어떤 희망도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어 차트에 "넓게 전이성 질환 - 수술할 여지 없음"이라고 낙서하고 지나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스캔은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제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 이제 제가 진단 받은 후 거의 정확히 8개월이 지났습니다. 힘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암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점차적으로 일상 업무로 돌아왔습니다. 과학 논문의 먼지를 털고 있습니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5시 30분에 알람이 울리면 죽은 듯한 몸이 깨어납니다. 옆에서 아내는 잠들어 있습니다. 다시 스스로에게 생각합니다: "더 이상은 갈 수 없어." 그리고 1분 후에 제가 수술복을 입고 있고, 수술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살아있습니다: "난 계속 갈 거야."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서 종일 열심히 일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동안 암은 다시 진전되었고, 이번에는 더 큰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새로운 암 덩어리를 봤을 때 그의 심정이란..
결국 항암요법을 시작하면서 병세는 다시 크게 악화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 아래 문구는 그가 쓴 글의 마지막 문단.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무려 2만 명이 넘게 하이라이트한 대목.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지 불과 몇 개월이 된 딸을 보며, 그 아이가 적어도 자신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자신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 간절한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얼마나 바랐을까, 1년만 더 살 수 있게 되기를. 안타깝게도 이 대목까지 쓰고 나서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진 것 같다. 몇 달 후, 딸이 8개월 되었을 때,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단다: 인생에서 자신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는 많은 순간 중 하나에 왔을 때, 너가 무엇이었고, 무엇을 했으며 세상에게 무엇을 의미했는지에 대한 장부를 기록해봐. 나는 기도한다. 너는 죽어 가는 한 남자의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채웠다는 것을 무시하지 말기를. 내가 그 전에 한 번도 알 수 없었던 기쁨. 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 만족을 주는 기쁨.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그것은 엄청난 일이야.

원서를 직접 읽는 것을 강력 추천하지만, 한글 번역본은 교보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읽는 내내,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하면서 읽던 책이네요. 🙂 딱 8개월차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나니 정말 이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아요. 겸사겸사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명문이에요. 몇 번 다시 읽어도 좋을 듯한. 이런 글은 ChatGPT가 못따라가죠. 아직은.
어린 아이가 있으니 더 공감이 되겠어요. 아이의 모습을 딱 8개월까지밖에 못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상상이 안돼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