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어 이름 사용에 대한 생각

아래는 이틀전에 했던 트윗.

오늘 했던 트윗
기억하기 무척 어렵지만 그대로 쓰는 인도 이름들

91번의 리트윗에 더해, 많은 분들이 트위터에서 의견을 주셨다. 한국 이름을 어디서나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 이름을 주변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어쩔 수 없이 결국 영어 이름을 선택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아래에 몇 개 인용해본다 (이해가 쉽게 약간 수정하고, 트위터 프로필을 옆에 썼음).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에디터)

받침 때문이 아닐까요? 한글 이름에 저처럼 받침이 많으면 다들 발음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정.연. 대신 JY라고 묻지도 않고 부르기도 합니다^^

 (씨디네트웍스 CTO)

저걸 다 발음해 주나요? 🙂 보통 인도인도 이름이 너무 길면 줄여서 불러 줍니다만. 물론 그건 줄여서 부르는 거지 완전히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거는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퀄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저는 (정말 외국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이름이 설사 범석이라도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한국이름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말씀대로 인도친구들은 여기서 태어나는 아이들 조차 다 자국이름 쓰게 하더군요.

(LookAllure CEO/Founder)

개인적으로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것이 좋은것 같아 그렇게 하는데,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더라구요. 최근 몇년간 보면 한국에서도 미국 이름 쓰는 사람들 많던데요. 트윗에서도 그렇고.

경험상 인도 사람들은 이름을 줄여서 많이 쓰고 줄이면 발음이 쉽죠. 우리나라 사람도 발음이 쉬운 사람들은 거의 그대로 쓰는 편이고요. 일본이나 대만, 중국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사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발음 문제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삼성 모바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처음엔 한국이름을 쓰다 비지니스용으론 상대에게 발음 및 내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도 어렵단 결론을 얻고 영어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족합니다. 인도친구들과 일할때 그들의 긴 이름때문에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약어로 보통 부릅니다.

 (후지쯔 글로벌 비즈니스 매니저)

참고로 싱가폴과 일부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들은 일부는 영어이름을 일부는 그냥 중국식 이름을 부르는듯 해요. 그밖에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본래이름을 이용하고요. 필리핀은 본인이름과는 별도로 애칭을 가집니다.

동감! 영어이름보다 한국어 이름을 부르는게 더 재미있다는 외국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는 듯 합니더… 요즘 어린 아이들한테 영어이름을 만들어주는 풍습(?)도 생겨나고 있다던걸요.

미국에 와서 이름 문제로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나의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Brian)’이었다. 게임빌에 있을 때 영어 강사를 불러 영어 회화 연습을 같이 하곤 했는데, 첫 시간에 각자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보라 하길래 문득 떠오른 이름이 브라이언이라 그걸로 정했다. 내 맘대로 정한 거지만 어감도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미국, 유럽 회사와 일하게 되면서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고, 모두들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7년간 이 이름을 쓰자 그냥 내 원래 이름처럼 자연스러워졌다.

MBA에 입학하면서, 법적 이름 외에 닉네임(nickname)이 있느냐고 묻길래 Brian이라고 썼고, 학교에 입학했더니 네임 텐트(name tent: 수업 시간에 책상에 올려두어 교수가 이름을 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를 주었는데, 한 면에는 Sungmoon Cho, 다른 면에는 Brian Cho라고 써 있었다. 나는 Brian Cho가 잘 보이게 항상 놓아두었다. 주변을 보니 보니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경우에는 80%가 영어 이름을, 한국에서 온 경우는 절반 정도가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일본인 중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6년 이상 살면서 지금까지, 영어 이름을 가진 일본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일본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었다.

학교 초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났다. 그들 모두에게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더니 즉시 알아듣고, 내 이름도 쉽게 기억해서 참 편했다. 그렇게 6개월간 ‘브라이언 조’로 지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관찰된 변화가 있었다. Rex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에서 온 친구가 어느 날부터 Qingbai (칭빠이) 라는 중국 이름이 달린 이름판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쉬는 시간에 가서 물었다.

너 렉스라는 이름을 잘 쓰고 있었잖아. 왜 칭빠이로 쓰기로 결심했어?

칭빠이가 원래 내 이름이야. 나는 그냥 이걸 쓰기로 결정했어.

‘칭빠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어렵고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내 우려와는 달리, 교수와 친구들은 곧 그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콜드 콜(cold call: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갑자기 질문하는 것)’ 을 적게 당하고 싶어서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이름이 칭빠이라 해서 덜 불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대답을 많이 했다. 남들이야 어떻든 중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브라이언? 성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이라는 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참 힘든 건데, 앞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 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러던 중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 마이클이 한 마디 했다.

난 ‘성문’이란 이름이 좋더라. 부르기 쉽고 어감도 좋아. 난 그냥 ‘성문’으로 부를래.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친구가 편하게 느낀다고 하니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도 난 모든 사람들에게 브라이언으로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장단점을 적어 보았다.

미국식 이름 한국식 이름
장점 다른 사람들이 외우고 부르기 쉽다. 나만 가지고 있는 내 이름이다.미국에서 Sungmoon Cho라는 철자를 가진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하다.
단점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아닌데 좀 어색하다.’브라이언’은 흔한 이름이라, 나랑 같은 이름과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외우고 부르기 어렵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딜로이트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플랜 컴퍼티션(business plan competition)’에 나갔는데, 각자 나누어 일을 한 후에, 나중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슬라이드를 발표했다.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도 긴장되는데, 1등 자리를 놓고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팀의 다른 멤버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을 했다. 슬라이드에는 Brian Cho라고 내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아마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라고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발표할 내용을 완벽히 외우지를 못해 결국 할 말을 메모에 적은 후, 발표 시간에 메모를 슬쩍 보면서 이야기했다. 더듬기도 했고, 할 말도 다 못했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심사를 맡은 2학년 학생과 딜로이트 컨설턴트들이 우리 각자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브라이언은.. 내용은 괜찮았는데 종이를 보고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졌네요. 다음부터는 발표할 때 내용을 다 숙지하고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 이름을 가진 미국인 ‘브라이언’은, 결국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발표할 때 말을 더듬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미국에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일이 많을텐데, 어느 쪽이 나은걸까? ‘브라이언’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지고 말을 시작했는데 듣고 보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는게 좋은 걸까, 아니면 ‘성문’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듣고 보니 발음이 좋더라고 생각하는게 좋은 걸까.

결론이 분명해졌다. 그래, 나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한, ‘성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다.

그 때부터 네임 텐트를 바꿔 달았다. Sungmoon Cho. 그리고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줬다. 나는 ‘성문’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다들 금방 적응했다.

가만히 보니 내 이름 Sungmoon을 Sun (해) 과 g, 그리고 Moon (달)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Sun and the Moon in the sky (하늘의 해와 달)’라고 소개하면 다들 바로 기억했다.

그 이후로 미국에서의 내 이름은 줄곧 Sungmoon Cho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키거나 물건을 살 때는 줄여서 ‘Sung’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그리고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쓴다. 헨릭(Henrik), 니콜라스(Nicholas), 밀코(Milko) 등. 장-프랑소아(Jean-Francois) 처럼 이름이 길 경우에는 J.F.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Sergei), 알렉산더(Alexander), 바딤(Vadim), 카테리나(Katerina), 올가(Olga) 등 그대로 써도 큰 무리가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이나 중동,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무하메드(Muhammad), 자말(Jamal), 오페르(Offer) 등의 이름을 쓰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일본 사람들도 거의 일본식 이름을 쓰는 편이다.

인도의 경우가 흥미롭다. 인도 이름은 대부분 길고 발음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 이름을 지어 쓰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스티브 바타차야라(Steve Batachayara)’ 같은 이름은 볼 수가 없다. 이름을 줄여서 쓰거나 약간 변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MBA 때 전략 과목을 가르치던 교수님 이름이 수부라마니암 라마나라야난 (Subramaniam Ramanarayanan) 이었는데, 첫 시간에 들어와서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쓰면서, 자기보다 ‘n’자가 성과 이름에 더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그는 앞 세글자를 딴 후 부르기 쉽게 만든 수부(Subbu)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무 문제 없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렀다. 이름이 자이프라카시(Jaiprakash)인 이전 동료는 앞 세글자들 따서 Jai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은 제이라는 발음으로 불렀다.

여기서 예로 나라들이 다 영어 알파벳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페니키아의 문자에서 유래된 알파벳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래 쓰던 이름 스펠링이 1:1로 영어 알파벳으로 대응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원래 이름을 뒤로 하고 미국식 이름을 지어 쓰는 곳은 거의 세 나라로 좁혀진다.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미국식 이름 사랑은 각별하다. 내가 미국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거의 90%가 미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남자중에서는 알렉스(Alex)가 가장 흔하고, 여자중에서는 제니퍼(Jennifer)가 흔하다. 릴리(Lily)와 같이 일반 명사를 이름으로 쓰는 독특한 경우도 봤다. 가끔 이런 재미난 일도 생긴다.

Mickey Kim 트윗. (2013년 2월 18일)
미키 김의 트윗. (2013년 2월 18일)

이들에게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이름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과연 쉽지 않은 이름들을 가졌다. 펑리, 후아구오, 바오동, 웨이리아 등.. 게다가 원래 알파벳 형식으로 쓰였던 발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알파벳으로 옮겨놓고 나면 한 눈에 잘 안들어오고 기억하기 어렵다.

한국 이름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발음이나 철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희’, ‘혜’, ‘현’, ‘혁’ 과 같이 ‘ㅎ’으로 시작하는 발음이 어렵고, ‘승’ 과 같이 ‘ㅡ’ 모음이 들어가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 영어 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문(Ki-moon)’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마이클 반’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지난번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강석희 어바인 시장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 다만 철자가 ‘Sukhee’라서 사람들이 ‘수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꼭 발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영어 이름을 지어서 부르면 서로 호칭을 부를 때 직함을 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영어 이름이 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과 외국인이 섞여 있는 자리에서 외국인에게는 ‘샘’이라고 부르면서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는 ‘김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불편할 것이다. 이런 때는 둘 다 샘, 제임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편하긴 하다.

또한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영어로 된 닉네임이 있으면 남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이름이 미국 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더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익숙해지면 좋겠다. 인도 이름이 그렇게 어려워도, 인도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 사람들이 이제 인도 이름에 참 익숙해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아 한국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편,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외국에서 이름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상민, 수민, 지아, 유나’처럼 조금 쉬운 발음으로 된 이름을 주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업데이트 (4/7): 몇달 전 미국에서 만난 한 일본계 미국인 가족. 그들은 자신을 ‘타’ 패밀리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의 이름은 타다시, 아내의 이름은 타미카, 첫째는 타키코, 둘째는 타로. 그들은 부모님 세대에 미국에 이민왔으므로 자신은 이민 2세, 그리고 자녀는 이민 3세가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므로 일본어는 거의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적도 몇 번 없다. 그래도 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3세 자녀들에게 일본 이름을 지어주고,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미국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좋아보였다.

업데이트 (4/7): 중학교 때부터 캐나다에서 자란 후 싱가폴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고 현재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Hyuk-Tae Kwon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도 캐나다에서 살았던 중, 고, 대학교까지는 영어이름 David으로 살아왔다. (중략) ‘한국이름이 어려워 외국인이 발음을 못할듯해서 바꿔야해!’ 라고 주입식으로 말했던 사람들에겐 이제 자신있게 말한다 1) 내 이름조차 외우려는 노력을 안하는 사람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 2) 오히려 교양이 있는 외국인들은 나의 한국이름을 더 알고 싶어한다 3) 특히 일본친구들이 “중국친구들이나 한국친구들은 왜 영어이름을 하는지 모르겠어..”할때의 기분이란… 100년 전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창씨 개명을 종용했고 우리의 조상들은 이를 거부하였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영어선생님들이 나서서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상황. 개인적인 거라 문제 될건없지만 한번 생각해봐야할 일.”

업데이트 (4/7): ‘에스티마’ 임정욱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영어원어민에게 발음이 어려운 한국이름을 쓰는데 무슨 철학이나 사명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바꿀 생각도 없고 사회생활, 학교생활 잘 하고 있음. 다름을 존중해주는 문화이기에 우스운 이름만 아니라면 자기 본래이름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

업데이트 (4/8): 위에서 놓친 나라가 있는데, 홍콩은 90% 이상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습니다. 영국 식민 통치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업데이트 (4/8): 2012년에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앙일보에 기고했었네요.’한국: 불가능한 나라‘ 책의 저자이지요. 자기가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브래드, 제니퍼 등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게 부르기 싫다고. 남들이 자기를 철수라고 부르기를 원하지 않듯, 자기도 한국 친구를 브래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99 thoughts on “한국인의 영어 이름 사용에 대한 생각

  1. 저는 이름을 새로 만들었어요. 한국(한자)어로 의미도 있고, 쉽게 부를 수 있는 제 스스로가 저에게 준 이름을. 한 10년은 고민한 거 같아요.

  2. 저도 초기에는 영어이름을 썼었는데 생각보다 한국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 언급하신대로 인도, 유럽, 동남아 친구들은 본인 이름을 쓰는 반면 대부분의 중국, 대만, 한국인들은 영어이름을 많이 쓰더군요. 인도분이신 교수님께서 뭐하러 좋은 니 이름 놔두고 영어이름 쓰냐고, 발음하기 편하니 그냥 쓰는 것도 좋겠다고 하시기에 그 다음부터는 고민없이 한국이름을 사용합니다.
    한국인인 제가 한국 이름을 쓰니 오히려 한국인이 영어이름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아는 미국인 친구가 놀래더군요. 자신이 생각하는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는 한국인이라 생각되었나 봅니다.
    저 역시 스타벅스에서 커피오더할때처럼 간단히 이름이 필요한 경우에는 편하게 last name으로 알려줍니다. 흔하지도 않고 부르고 듣기에도 편해서요. 굳이 자신의 이름을 미국인들 편하라고, 두번 세번 가르쳐 주는게 번거로워서 쉬운걸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 생각할 수록 자존감이 낮은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발음이 정이 어려운 경우엔 다른 분들처럼 편한 한 글자만 부르게 한다던지 약자로 부르게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지켜갈 수 있기도 하니까요. 이전에도 배우고 가는 글들이 많았지만 일상에서 공감가는 글에 평소와 달리 댓글을 남기고 갑니다.^^

    1. 예지님, ‘이번에는’ 이렇게 길게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종종 남겨주세요. 🙂 예지라는 이름은 그냥 써도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3. 일본인 와이프,
    딸을 둔 애아빠 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출생국가를 불문하고 한국인의 미국 사랑은 익히 알고 있지만 (요즘 TV 아이돌 작명 좀 보세요)
    홍콩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은 의외네요..
    역사에 대한 대단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 영어화 시켜버리는군요.
    각설하고 비교적 어느 나라 사람도 발음하기 쉬운 유나로 하려고 생각중에 이 글을 보네요.
    유나, ゆな…입니다만 영어로는 Yuna보다 Youna가 가까울까요?

    장래는 미국에서 살 생각이라 미국식 이름을 지어 주려 했는데(새라, 에리카, 케리 등)
    조성문님의 글을 보고 참 고민되네요.^^

    1.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미국이름보다 순한글 + 일본어 이름을 지어주고 거기에 맞게 이니셜을 쉽게 할수있거나 독특하게 닉네임을 만들어줄수 있는걸 추천합니다.

    2. 유나라는 이름 예쁜데요.. 김연아 덕에 전 세계에 알려진 이름. 아마 지금 태어나는 아이 이름 중 인기 순위 상위 10등 안에 들 것 같습니다.

  4. 일본,인도, 북미 합해서 15년차 떠돌이여행자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하자면,

    우선 표에서 정리한 장단점은 100% 맞는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일본어와 다르게 중국어나 한국어는 뭐랄까 영어 원어민이 발음할때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종수라는 이름을 말하면 Jongsu 인데 어느지역에서 왔느냐에 따라 옹수 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J가 묵음). 중국어는 그나마 발음을 스펠링 그대로 하면 Liu Bei는 보이는대로 (리우-베이: 한국말로는 유비) 할만한 반면에 영어로 한국이름을 발음 할때는 곤란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형 (Hyoung)을 발음한다 하면 히-영을 빠르게 하는 느낌인데 한국말로는 바로 형 ‘ㅕ’을 발음합니다.

    어감상으 보자면
    중국이름이나 한국이름은 영희라고 한다면 한국말로 할땐 자연스럽게 영희~라고 하지면 북미사람들이 발음하면 영, 희? 하고 한번 나눠서 말하게 되고 영어 대화 느낌과 구조상 나눠서 말하는 경우가 없어서 맨 앞에 Young만 말하게 되던가 한국이름을 표현할때 Young Hee Kim이라고 하게 되서 Hee를 middle 이름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

    일본어는 반면에 묵음을 할일이 없고 일본 문화가 많이 퍼져있기에 더 쉽게 발음하는거 같습니다.
    잡설이였습니다 ^^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냥 이니셜로 불리는게 가장 편합니다. 아니면 자신과 관련된 영어이름.

  5. 저희 회사는 구성원 간에 직함, 존칭을 피할 목적으로 영어 이름을 사용합니다.
    큰 회사도 아니고, 수평관계가 중시되는 벤처 회사에서 사장님, 대표님, 이사님, 팀장님 등의 호칭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한국 이름을 쓰고 싶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1. 그런 목적으로 영어 이름 사용하는 경우 많이 있지요. 아주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빌에서도 그래서 영어 이름을 모두 만든 후에 종종 섞어 쓰곤 했습니다. 지금은 저를 ‘성문’이라고 그냥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저보다 어린 사람이 저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3살짜리 꼬마가 저한테 ‘성문’, ‘성문’ 하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시키는데 재미있더군요. 🙂 한국의 직함 중시 문화가 좀 없어지면 모두가 편할 것 같은데요..

  6. 10년 넘게 미국에 살았던 이민1세입니다.
    이름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르기 쉬우면 그리 고민이 없을 듯 합니다.
    대개 성은 그리 어려워들 하지 않아요. 하지만 통상 이름을 부르는게 익숙한 동네에서 발음이 어려운 이름이라…
    저도 내도록 한국이름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름을 Hyunsue로 표기하는데, “hyun” 발음이 어려운지 HSLee로 줄여부르더라구요. 결국 마케팅 일을 하면서는 David 이라고 미국이름을 씁니다. 여전히 한국이름이 우선이지만, 발음 못해서 줄여부르는것 보다는 이름에 발음이나 뜻이 연관된 영어이름을 같이 사용하는건 어떨까 합니다.

    1. ‘현’이라는 발음이 들어가면 고민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Sue로만 쓰면 여자 이름이 되구요. David으로 결정하기까지 고민 많이 하셨겠네요.

  7. 저도 영어이름에 대해서 생각이 종종 해봤습니다. 일본인이나 인도인들은 영어이름을 안쓰는 반면에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은 영어이름을 많이 사용하죠.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로 발음이 어렵고, 영어에 대한 사대주의(?)도 있을 수 있는데, 조금 더 생각하면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대부분의 영어이름은 유럽식(지역/세례명) 과 유태인식(성경/탈무드) 이름으로 나누어지는데, 많은 부분이 종교적이거나 지역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에 대해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은 큰 거부감이 없는 듯 한데, 이름의 근원에 대해서 보다 알게된다면 사용하는게 어색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로는 중국과 한국이 생각보다 성 (Family name) 과 이름(Given name)의 변화(Variation)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인도나 일본의 경우 Family Name이 상당히 많은 것에 비해서 중국과 한국은 한자어로 거의 단 한 글자로 떨어지는 성(Surname)과 한두 글자로 발음되는 이름이 있고, 그중에 거의 한 글자는 돌림자를 사용되어 왔던거 같습니다. 이로인해서 한자나 한글 First Name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과 큰 차이가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한자 이름을 짓는다고 해도 친척중에는 같은 이름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죠. 이러한 문제는 서양에서도 종종 나오기에 Middle Name을 이용해서 구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인이나 한국인의 경우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다름 인종들에게 불리기 편한 영어이름이 Middle Name이 아니라 First Name으로 더 많이 사용되기에 영어이름이 많이 나오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8. 성문씨의 글은 언제 읽어도 인사이트 넘치고 재미있네요. 저도 Taekyung Kim 이라는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바꾸기 싫어서 그냥 TK 라고 하고 있는데, 살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친구들 중에서 TK 가 아니라 저의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친구들에게는 제 이름을 발음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인도인들이 되도록이면 영어 이름을 만들지 않는 ‘자존심[?]’ 은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1. 제 회사의 거의 2인자에 해당하는 사람 이름 약자가 TK입니다. Thomas만 부르면 흔하니까, 모두가 그를 TK라고 부르지요. TK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압도적인 포스가 느껴지는데요. 하하하. 의견 감사합니다. 태경님 블로그도 잘 보고 있습니다.

    2. 저랑 같은 발상으로 같은 이니셜을 사용하는 분을 뵙는군요!
      저도 상대편에게는 처음에는 한국 이름을 알려주고, 어려우면 이니셜 TK로 부르라고 하고 있습니다. 재밌고 반갑네요.

  9. 제 이름은 영문으로 Chwun Mo Hur 입니다.
    대학시절 교수님들께서 덜 부르실땐 츄안 모 헐~이렇게 부르시곤 했는데 한국친구들과 얘기할때 한국어 발음을 들으시더니 진짜 이름이 뭐냐고? 왜 이렇게 영문이름을 쓰냐고? 하시더군요.
    영어음성학 박사이신 작은 아버지덕분에 오리지널 미국사람의 구강구조상 가장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 만들어지 제 이름이라 어렵지만 저만 가지고 있는 이름이라는게 참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 미국친구에게 “너 이름 의미가 머냐” 아무의미없다. 부모님이 TV드라마 보다가 맘에 드는 배우 이름으로 했다고 했습니다. 한국사람이 영문이름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좋은 단어로.. 제 둘째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first name은 영문명, middle name은 한국이름. 그럼 왜 한국이름을 first name으로 안했냐 질문하시면, 출생신고할때 미국 공무원들도 발음하기 힘들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편의상 그렇게 된거지요. 미국에서 middle name은 보통생략하니까요. 한국여권 만들때도 영문명을 저렇게 적었습니다. 왜냐구요? 대사관에서 미국입국시 항공권 구입시 이름이 동일해야만 문제가 없다고 추천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결론은 이름은 동양문화에서만 의미를 부여하는거고, 서양에서는 그냥 편한게 부르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거죠.

  11.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어이름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를 민족성이나 자국에 대한 애국심 결핍으로 확대해석하시면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글을 보고 그렇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영어이름을 만드는 이유중의 하나는 앞서 여러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발음상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한국인, 중국인, 대만인의 이름은 정확히 영어로 표기하기 힘든 이름들이 많습니다. 받침이 없는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라고 봐야겠죠. 처음 보는 사람이나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국이름을 그대로 영문형으로 표기했을 때 몇 번씩 되묻게 됩니다. 그런 혼란을 가져오지 않기 위해 대부분 영어이름을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도 마찬가지니까요. 영어이름을 가졌느나 한국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느냐 이런걸로 이슈를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 주위에도 일본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본이름 그대로 씁니다. 왜냐하면 발음하기 쉬우니까요. 그 이유 하나입니다. 외국에 나오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애국심을 순위로 매겼을 때 중국인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들은 대단히 단합과 결속력이 강하죠. 하지만 그들은 영어이름을 씁니다. 영어이름을 씀으로써 상대방과의 거부감을 줄이고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구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일 수 있는 일인데 사견으로 인해 자칫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염려스럽네요.

    1. 저도 Daniel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성문님의 원글이 영어 이름을 쓰는데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댓글이나 인용하신 트윗을 보면 Daniel님이 염려하시는 뉘앙스의 의견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온라인 포스팅에서 영어 이름을 쓰는 거에 대해 단순히 노력 부족이라거나 생각이 짧다거나 애국심 부족/사대주의 등으로 해석 하는 글을 보면 오해를 받는 것 같아서 좀 억울하더라구요.. 영어 이름을 쓰는 대부분의 경우는 발음 때문이고 본인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이름’이다 보니 저나 나름 영어 이름 사용자분들도 많이 고민해서 결정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한국 이름은 한국 사람들도 거의 90% 잘 못 알아듣는 애매한 발음인데다, (엄고운 – 보통 ‘고은’이라고들 들으시고, 전화상으로 소개를 하면 ‘보은’으로도 듣기도해서, 솔직히 좀 스트레스죠..늘 두번 세번 또박 또박 힘주어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십년 ㅎㅎ ) 이걸 영어로 표기하려면 꽤 애매합니다. (‘엄/운’ 둘다 자음 없이 알파벳 표기하면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발음들이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교포/미국 찬구들에게 물어봐도 네 이름은 알파벳으로 쓰기가 애매하네라고 하구요 ㅎㅎ 성과 이름이 모두 글로벌한 시대에는 좀 에러;)

      외국인이 90%이상인 곳에서 몇년간 근무하다가 지금은 미국 유학중인데 하도 번거로워서 그냥 포기하고 영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제 이름같지 않아서 아쉽긴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각인 시키기도 어렵고 너무 번거로워서 영어 이름을 쓰니 어딜가나 수월하기는 한 것 같아요. (물론 한번에 제대로 발음해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데 기억은 잘 못하더라구요)

      학교나 지금 일하는 미국 회사에서도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주 업무하는 사이가 아니면 다들 부르거나 기억하기 어려워하구요. (“ㅇㅇㅇ 이름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늘 헷갈려.”)
      발음이 편하다면 한국 이름을 자주 사용해서 미국 사람들이 익숙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발음이 어려운 한국 이름이라면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굳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 앞서 Daniel님에 의견에 이어 Kate님의 의견도 잘 봤습니다. ‘고운’은 의미가 좋은 너무 예쁜 이름인데 못쓰고 있다니 아쉬워요. 그래도 남들이 기억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라면 정말 고려해 봐야지요. 그리고 중국인들이 그렇게 해서 동화되는 것에도 의미가 있구요.

        이 글을 쓰고 난 후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자칫 애국심 영역으로 확대 해석하면 안될 거라고도 생각이 되구요. 다른 분들도 같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의견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한국인이 외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듯이 외국인도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때 상대방을 위해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양에있는 배려의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이런 의식이 강하신 분은 외국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 이름을 선호합니다. 이유는 유명한 분들은 대 부분 한국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박찬호나 류현진)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 주위에는 많은 스티브와 데이비드, 테리가 있는데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합니다. 그래서 혹시 영어권 사람이 이름만 듣고 영어로 말 걸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13. 한번 쯤 고민해봤을 얘기입니다. 빠른 년생처럼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지요. 저도 일본에 유학했었는데. 일본에 온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 이름을 사용합니다. 영어권 유학생들과 대조되는 부분이죠. 추측컨대 발음을 떠나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더욱 멋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의 역사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전쟁을 겪고 빈민국일때 경제대국 미국의 도움을 받고 그들의 문화를 선진국이라며 받아들인 탓이라 조심히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어는 기원이 비슷하기에 부르기 편한 이름이 많다다 읽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일본어 또한 받침이 없는 발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발음이던지 영어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영어 이름으로 사용하기 힘든 이유는 빋침이 있는 발음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즉, 한글이 단순한 구성이지만 더 많은 소리를 낼 수 있는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고 갑니다.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많이 생각하고 갑니다.

  14. 작년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많이 고민했던 주제인데, 잘 정리된 글을 보니 반갑네요. 저에게도 아직 답은 없습니다만 앞서 나온 여러 의견들에 몇 마디 거들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미국의 모 MBA 1학년이고, 같은 클래스에 비슷한 한국 이름이 여럿 있습니다. 상욱, 상준, 석준, 영준 등등 성도 거기서 거기죠. 박, 김, 이, 최, 조… 첫 학기에 한국인들이 클래스 내에 어떤 혼란(!)을 불러일으켰을지 상상이 되시는지? 재밌는 일화도 많지만, 웃지 못할 일도 많았죠. 오해도 생기고… 1년이 지난 지금에는 ‘친해진’ 일부 미국 아이들과는 발음이 어렵거나 비슷한 이름이 별 문제되지 않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한국인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은 집짓는 자원봉사를 나갔는데, 거기 ‘십장’이 일을 시킬 때 저에게만은 다른 미국 친구를 거쳐서 지시를 하더군요. 쉬는 시간에 왜 그런지 물었더니, 미안해 하면서, 제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할 지 몰라서 (가슴에 네임택을 붙였음에도) 그랬다더군요. 저도 유학생활 처음에는 ‘정체성’ 문제로 한국이름을 고수하기로 했었는데, 그때 불현듯 한국이름 사용한 걸 후회했습니다. ‘네트워킹’이 중요한 MBA 학생으로서, 과연 내가 ‘이름’때문에 놓쳐버린 기회가 없을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여전히 본명을 고집하고는 있지만, (중간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더 혼란을 가중시킬수도 있으니) 새로 사귄 몇몇 친구들에게는 새로운 옵션을 줍니다. 이름 대신 짧게 성을 부르도록 하는 것이죠.
    저는 이미 버린 몸이고(!), 아이들 이름 지을 때나 토종 한국 이름이면서도 영어로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고르는 걸로, 일단 내적 갈등을 끝내버렸지요.

    1. 경험에 바탕한 현실적인 고민.. 감사합니다. 공감되네요. 한국 이름 좀 비슷비슷해서 헷갈리고, 특히 네트워킹 하면서 짧은 순간에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경우에는 더 어려울 수 있죠. 한글 이름이 뭐였길래 (‘상욱’이라면 쉬운 이름 같은데요.) 미국 친구들이 어려워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졸업하고 미국에서 일 시작하시면 생각이 바뀌실 수도 있을 듯. 거기엔 한국 사람 많지 않을테니 남들과 헷갈리지 않을거고, MBA에서처럼 네트워킹에 목숨걸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도 졸업하고 여기 살면서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더군요.

  15. 왜 한국이름을 고수해야 하죠?… 부모님이 지어주셨으니까?… 한민족의 자부심?… 애국심 고취차원에서?…
    한국이름을 써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해야할 이유가 뭔가요?…
    차라리 이렇게 얘기해야죠… 한국이름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 라고… IT 하시는 분이 오픈 마인드여야지…
    뭐 이런 택도 없는 얘기를…

    1. 제 글이 성은님 신경을 건드렸나봐요. 한민족 자부심이나 애국심까지 거창하게 나가기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굳이 이름 안바꿔서 잘 살고 있는데 왜 굳이 중국인 한국인들만 이름을 바꿔야 할까, 전에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는 우리 고유 이름을 쓰면 어떨까 하는 정도의 제안입니다. 예전에야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한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금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살리면 이득이 더 많지 않을까요?

  16. 다행히 저와 제동생 모두 “순”한글이름으로 받침없이 보라미, 재미나 여서미국에서도 영어이름을 Borami, Jaemina 그대로 쓰고요. 미국인들이 저희이름 이쁘다는 얘기 많이 해줄때마다 뿌뜻하더라구요~ 순한글이면서 글로벌한 이름으로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지네요 ^ㅡ^

    1. 보라미, 재미나. 우와 정말로 예쁜 이름이네요! 한자어보다는 순한글말로 이름 지으면 세계 어디서나 잘 통할텐데, 그 생각을 못했군요!

  17. 이름이 기호 식품은 아니지요. 어머니께서 천주교 세례명으로 저를 부르곤 하십니다. 전 Michael 이라는 세례명 대신 조부님이 지어주신 Youngbok Rhee 라는 촌스러운 한글 이름으로 영문 표기를 소중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만, 문득 별명으로 새로 하나 만들어보고도 싶네요. 빈 수레 => Vince Rhee 이거 어떻습니까?

  18. tv보다 채널 돌리다 깜짝 놀라서 들어와 봅니다.
    처음 남기는 댓글이지만… 항상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실리콘벨리는 좋은 일들 부러운 일들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어두운 면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말이죠…
    그나저나 저는 외국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었어서 제 이름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권’, ‘경’은 발음하기 어려울 듯 하니 그냥 ‘주~’ 라고 부르라고 해야겠어요.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말이죠.
    계속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19. 생각해볼만한 주제같기는 하네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도 오며가며 몇 년씩 살았었는데, 그냥 동양권에 있을 때는 한국이름 쓰고, 영어권에서 거주할 때는 영어 이름인 제 middle name을 쓰고 살고 있어요. 아무래도 직장생활에 있어서 나 자신을 굳이 설명할 필요 없고, 괜히 그 업무와 관련없이 prejudice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덜하고. (아무래도 stereotype라는 게 있는 듯… IT업계에서 인도분이 자기 이름 쓰면 오히려 더 신뢰감 상승? 분야에 따라 살짝 다를 것 같네요).

    발음 및 받침도 문제. 물론 이건 국가 차원의 일이지만, 저는 한글의 로마자표기법부터 다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름도 그렇지만 도로표지판 영문으로 적힌 거 보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할까… 발음하기 난해해요. 중국 이름도 비슷한 문제를 가진 것 같아요. Pinyin으로 영문표기를 하는데, 따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이름에 자주 쓰이는 “X”가 “sh”발음이라는 것을 모를테고, 또 성조가 있어서 발음에 문제가 많고. 이런저런 편의상의 이유로 많이들 영어이름을 쓰지 않나 싶어요. 인도 이름들은 길지만 쓰인 그대로 읽으면 되니까…일어도 마찬가지구요.

    예전에 우연히 몇 개 리서치에 대해서 읽었는데,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거나 그러면 기억에 남기도 어렵고 직장생활/사회생활에서 좀 손해를 보기는 한대요. 우리가 중국 이름들 머리에 쏙 안 들어오는 것 처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은 아무래도 노력을 더 기울이지 않으면 잊기 쉽구요. 아마도 우리 나라 이름들이 두 syllable에 뭔가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외국인들이 헷갈려하고 또 외우기 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되네요. “준” “진” “희” “성” “원” 등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름글자들이 반복되는 편이고.

    이러나 저러나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개개인이 자기 사정에 맞게, 자기의 선호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믿어요.

    관련 리서치 링크 첨부해요. https://ppw.kuleuven.be/okp/_pdf/Laham2012TNPEW.pdf

    1. 의견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리서치 읽어봤습니다. 익숙하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에 대해 사람들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느낀다는 결과이네요. 한국 이름이 아직은 어색할 뿐이지만, 더 흔해지고 나면 ‘익숙하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 되는 것 아닐까요?

      한국 이름은 글자가 두 개 뿐이라 다들 비슷비슷하게 보여서 헷갈리는 건 사실이에요. 글 쓰고 나서 많은 의견을 받았는데,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가진 장점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1. 저는 미국에서 제 한국 이름쓰면서 살고 있고 영어이름으로 바꿀 생각은 없지만, 자주 후회합니다 — 후회보단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두 글자 중에 그나마 쉽다고 생각되는 앞글자 “효”만 불러달라고 하고 있는데, “효”라는 발음 자체가 다른 언어체계에 쉽게 쓰이는 발음이 아니라 정말 못알아듣습니다. “효~”라고 발음해 주면 “초~”?? “쿄~”?? 하는 사람도 많구요. 친한 친구야 오래 걸려서라도 훈련을 시킬 수 있지만, 적당히 아는 사람은 “이름 어려운 애”라고 기억하는 사람도, 이름 철자까진 외웠는데 발음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시 만나면 제 이름을 기억해 주길 기대할 순 없습니다. 꽤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름 못외워서 미안/민망해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특히나 Hyo라고 쓰인 이름표 보고 바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없습니다. (보통 하이요) 살다보니, Heo라고 썼으면 몇명은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한국 표준 로마자 표기법에 따랐더니 읽을 수 있는건 한국인 뿐이죠. 이 모든건 분명히 사회생활에서 손실입니다.

        반면, 인도 이름은 보통 줄여서 부르면 그리 어렵지 않고, 길어서 그렇지 쓰인대로 읽으면 보통 거의 비슷하게 맞고, 일본 이름은 상당히 쉽습니다. 중국과 한국 이름들은 발음 자체가 상당히 어렵죠.. 저부터도, 중국 이름 중에 Quan이란 이름을 한동안 콴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아닌건 알겠는데, 추안..과 비슷한거 같은데 그것도 정확히 아니라고 하고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Sze는 다행히 “씨”라고하면 대충비슷한거 같지만 철자보고 읽을 엄두는 안나구요. 중국과 한국인중에 이름 바꾸는 일이 흔한 건 이 문제가 가장 클겁니다. 시다르타들은 보통 Sid로 통하고 어디 출신이건 타나카 같은 이름 발음 못하는 사람 못봤거든요.

        그리고 “국적별 정체성”이란것과 이름의 관계도 전 의문스럽네요. 예를 들면, “쉴라”란 이름을 듣고 어디 출신인지 알 수있나요? 제 진짜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제가 한국인이라 한국이름을 불러주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제가 듣고 제 이름으로 느끼는 개인적 정체성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중에도 그냥 한국 이름 절반을 쓰고있는 저이지만, 제 이름이 이 중에 하나였다면 저는 100% 영어이름 지었을겁니다… 유석, 석규…

        1. ‘효’는 정말 어려운 이름이네요. 지금 nickname을 HJ라고 쓰셨는데, HJ라고 소개하는 건 어떨까요? 훨씬 쉽고 듣기 좋은데요. 이 글을 쓰고 나서 저도 중국어 한국어 발음이 어렵고 기억하기도 힘든 점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 많이 공감합니다. 무작정 한국 이름을 고집할 일은 아닌 듯. 중국어는 특히 알파벳 표기법이 특이해서 더 어려운 점이 있지요. 그래도 원래 이름과 좀 비슷한 발음으로 바꿔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구요. 국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물론 이름만 듣고 어느 나라 출신인 지 모르는 경우 많습니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도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면 이름에 정체성이 묻어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거구요.
          한편, 일본 사람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도 자식에게 일본식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최근에 부정부패 스캔달로 인해 장관직에서 물러난 에릭 신세키(Eric Shinseki)를 보니 하와이에서 태어난 일본 사람인데 ‘에릭’이라는 이름을 쓰기는 했네요. 1901년 그의 할아버지 세대에서 미국 이민을 와서 이미 3세대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20. 전 제 한국 이름을 좋아하지만, 제 이름이 “혜경” 인지라 다들 발음 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첫날 핸폰 개통하러 가서 두 세번 시도하다가 결국 생각해두었던 미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경우 사람따라 제 본래 이름을 부르고 싶어하면, 그냥 그렇게 부르게 합니다. 결국 둘 다 제 이름이니까요. 세례명도 있고,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닉네임도 있엇기 때문에 이름은 그냥 이름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웬지 원래이름을 써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약간의 강박같은 불편한 마음이 한편에 일어나긴 하네요.
    답글 쓰면서 생각난건데, 조선시대 때는 이름이 셋이었다지요? 공식적 이름(관명), 어릴 적 부르든 이름(아명), 호(학자, 예술가)의 이름. 한국 사람들의 미국 이름쓰는 건 사대주의 발로라기 보다는 어찌보면 이러한 전통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중국사람들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요? 그 사람의 성장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 유연한 전통. 무의식적으로 영어이름을 하나의 호처럼 수용하고 있는건지도요. 평생 하나의 이름을 쭈욱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주변환경에 따라 다른 이름을 쓰는 것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이름을 쓰느냐 보다는 어떤 사람으로 사느냐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21. 저도 근래들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교환학생 온 외국친구들은 한국에서도 버젓이 자신의 언어만 쓰고 자신의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한국친구들이 외국인들에게 인사를 할 때 먼저 영어이름을 알려주며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을 보며 왜 한국에서까지 그 친구들한테 맞춰줘야하나 생각이 들며 외국에서도 내 식대로 할테다!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스페인어권 나라에서 에스테반이라는 이름으로 쓰다가 나중에는 제 이름인 태영(Tai Young)에서 앞글자만 따서 따이(Tai. 스페인어권 발음)라고 불러달라고 하니까 외국인들이 발음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더라구요. 나중에는 한국사람들도 발음이 싼티나고 입에 감겨서 좋다고 저를 따이라고 불렀습니다ㅋㅋ 오랜기간동안 외국에서 여러이름으로 불렸는데 마지막에는 쉬우면서도 이색적인 이름이 나왔네요

  22. 이번에 미국으로 대학을 가게 되는 학생이에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여자 영어 이름’ 을 구글링해보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 영어이름을 쓰든 한국어 이름을 쓰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저만의 이름을 다른 사람들이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름은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거니까요 ㅎㅎ 미국에 가서 과연 제 이름을 발음을 해줄까..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다행히도 이름이 쉬운편인 것 같아요 ㅎㅎ 덕분에 생각이 정리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23. 사실 양쪽 다 통용되는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한국어로 하다보면 그런 게 어려운 때도 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이름을 지으면 제한되는 부분도 있다 보니..^^

  24. 안녕하세요~ 저도 이번에 미국으로 유학가게 됐는데, 저도 이름때문에 고민중이라 글을 남겨봅니다..
    영어 이름을 Jessie 라고 만들긴 했는데 쓰면서 내 이름같지 않고 약간 오글거려서.. ㅜ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었는데 의견이 정말 분분하네요!
    글을 다 읽고 난 제 생각은, 외국인들이 부르기 쉬우나 정체성은 잃지 않는 쪽으로 가는건데..
    저 같은 경우 “정”의 J 만 불러달라고 하는건 어떨까요? Jay라는 남자이름이 있어서 너무 남자이름처럼 들릴까요? 의견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저도 미국에서 학교다니고 있어요. Jay라는 이름 제 경험으로는 남녀 모두 쓰는것같아요 여자이름으로 소개해도 많이 안 어색할것같아요. 제친구는 정 “Jung”이라는 이름 그대로 쓰는데 그것도 다들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더라구요. 재밌는 유학생활되시길 바래요~

  25. 안녕하세요ㅎ 저는 지금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여학생입니다^^ 친구 영어 이름을 찾아주려고 영어이름이라고 쳤더니 이 글이 제 눈에 번뜩!! 보이길래 살포시 저도 댓글 하나 남깁니다.
    예전에 제가 영국에서 한 달정도 친구들과 공부할 기회가 생겼었는데 오티때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름을 말하게 되었어요. 한 친구 이름이 서형이였는데 아무리 발음을 해줘도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래서 영어이름을 가르쳐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아이를 그걸로만 부르게되었죠.
    참고로 제 이름은 나리입니다. 여담이지만 어릴 때 참 놀림 받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제 이름에 담아주신 소중한 뜻과 누가 읽어도 거의 틀리지 않는 쉬운 발음으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위에서 말한 저런 경우 때문에 영어이름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지만 저는 주변의 제 또래에게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영어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리고 비교적 이름이 쉬운 저도 영어유치원 혹은 학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무조건 하나씩 준비해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꼭 한국이름을 고수해야한다던가 영어이름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기소개를 할 때는 한 번 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이름도 말해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의 상황은 유연하게 생각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보는거죠ㅎ
    모바일로 쓰면서도 글이 길어졌네요 이런ㅜ
    제가 꿈으로 그리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계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리겠습니다~~

    1. Nari는 참 쉽고 좋은 이름이네요. 그리고 한글로도 참 예쁜 이름이기도 하구요. 부모님이 미래를 생각해서 지어주신 이름 같군요. 🙂 이야기한대로 한글 이름을 한 번 시도해보고 나서 너무 어려워하면 그 때 가서 고민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의견 감사!

  26. 안녕하세요. 이름 영문표기에 대해 찾다가 좋은글 읽고 갑니다.
    죄송하지만 여권에 사용할 한국이름 영어표기에 대해서 질문좀 드려도 될까요? 제이름이 인수인데 여권에 사용할 영문표기를 고르는데 좀 고민이되서요..
    이름 인수를 보통 INSU, INSOO두가지로 사용하던데 우리나라 표기법은 INSU라고하고 사람들은 INSOO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고민이되네요..

    INSU는 외국인들이 인서, 인슈 라든지 발음을 이상하게 하거나 발음을 어려워 할까요..?

    Insu를 검색해보면 보험같은게 나오던데 INSU로 사용하면 Insurance의 줄임말이라든지 다른 약자처럼 보인다거나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요..? 혹시 Insu가 무슨 뜻을가지고 있거나 할까요??

    여권에 사용할 이름으로 INSU, INSOO 어떤것을 사용하는게 좋을까요?

    1. 김인수님, Insu 에 무슨 뜻이 있지는 않은데, ‘인수’로 발음할 지 ‘인서’로 발음할 지 애매해지는 문제가 있네요. 제 의견에는 Insoo가 좋을 것 같습니다.

      1.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표기법이 su라고해서 고민했는데 Insoo쪽으로 생각해 봐야겠네요.
        혹시 Insu로 써도 외국에서 큰 이상은 없을까요..? ㅜ

        1. 인수님, 답변이 늦었습니다. Insu도 전혀 이상 없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Insurance의 앞 음절이기는 한데 엄연히 이름이니 발음은 잘 할 듯.

  27. 다른 주제 검색통해 성문님 블로그에 왔다가,
    흥미있는 내용이라 리플까지 다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쓰신 글 공감됩니다.

    저의 이름도 발음이 어려운데,
    항상 듣던 이름과 다르게 불러주는 것을
    듣는게 싫더군요.
    그래도 이름 바꾸는건 생각을 안했습니다.
    보스턴에서 4년
    실리콘벨리에서 4년 살고 귀국했는데.

    아이러니한건,
    한국에 귀국한 후로 되려 영어이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방문/거래/연구/협업 하는 외국계 관계자들과는 짧은 관계와 만남이 대부분인데,
    여러 한국동료와 명함 교환하며 이름을 이야기 하는 상황에서
    영어 이름을 쓰면, 확실히 기억을 잘해줍니다.
    미팅에서 더 부드럽게 호칭이 되고 진행이 되는 느낌이구요.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들 두녀석의 이름 지을때 알게된 사실입니다.
    귀국해서 아들 둘을 득남하였고,
    영어 이름과 유사한 발음으로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서
    소위 국제적인 다의어 이름을 지었는데

    첫째 아들, 시언 이라 짓고 영어이름의 Sean 을 염두함.
    둘째 아들, 주언 이라 짓고 영어 이름의 John 을 생각함.

    한국에는 출생신고 시에 작명용 한자가 제한적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영어도 제한이 있다는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기위해 아이들의 여권신청에 영어 이름을
    Sean, 과 John 이라 했더니,
    안된다고 합니다.

    발음은 비슷할지 모르나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될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결국 처음에 계획한 목적을은 물거품 되어습니다.
    푸념을 여기서 늘어놨네요.
    블로그 글에 재미있고 유익하게 많은거 같습니다.
    자주 오겠습니다. ^^

    1. 답장이 늦었습니다. 시언, 주언.. 국제적이고 멋진 이름인데요. 센스 있으십니다. 저는 한국적인 이름을 딸에게 주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만.. 그런 발음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Sean, John이라니 좋네요. 비록 여권에 넣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커서 영어 이름 쓰며 그런 센스를 가진 아빠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겁니다. 🙂

  28. 정말 공감 많이 되는 글이네요.
    영국에 있을때 부터 한국이름을 써왔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더라구요.
    내 이름은 INHO야 했더니 다들 발음하기 어려워했고 어떤 중국 친구들은 잉호 라고 부르기 까지 했으니깐요.

    하지만 저는 한국인이 영어 이름을 갖는 것에 대해 이해 할 수가 없었고 저 나름대로 쉬운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름은 ‘인호’ 이지만 한국에서도 친구들은 제 이름을 발음 할때 ‘이노’ 라고 부르니깐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식으로 제 이름을 소개 했습니다. Do you know ‘you know’? My name is ‘Ino’. 이처럼 영어이름은 짓지 않아도 태어났을때부터 써온 우리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홍콩에서 직장생활중인데 홍콩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중국이름과 홍콩이름을 두개다 짓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영국 식민지 국가였지만 모국어로 된 이름이 있는데, 왜 평소에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 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의문이 드네요.

    태어나서 모르는사람의 글에 처음으로 답글 남겨 보는데, 블로그에 흥미있는 글이 많네요!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29. 초등학생때 싱가폴을 거쳐서 인도에 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싱가폴 공항에서 제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항 직원분이 Hyundong Kim 이라는 영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시더라구요 ㅜㅜ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히언… 하이언 덩” 이라고 부르는데 하얀똥이 된 것 같아 슬펐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놀이터에서 인도 아이들과 같이 노는데 제 이름 듣고 아주 빵 터지더라구요ㅎㅎ; 대부분의 나라에서 dung, dong은 말그대로 shit한 느낌으로 동일한가봅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이름은 발음과 해석되었을 때의 뜻이 그들에겐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30. 2008년 미국에서 일을 할 때, 제 보스와 했던 대화를 짧게(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남겨봅니다.
    Boss (B): 너는 왜 원래 이름을 쓰지 않고, 영어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느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거니?
    I: 특별한 이유는 없고, 미국 사람들한테 내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만든거다.
    B: 좋아. 그럼 만약 러시아를 가면 러시아 이름을 만들고, 프랑스를 가면 프랑스 이름도 만들거야?
    I: 아니, 꼭 그렇지는 않는데? 그들도 영어이름이면 부르기 쉽지 않을까?
    B: 영어를 배우지 않은 러시아인, 프랑스인이 너의 영어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그들은 너의 한국이름이나 영어이름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일걸?
    I: 흠..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영어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져있고, 또 어느정도는 발음도 비슷하기 때문에 좋을것 같은데.
    B: 그 말도 맞긴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영어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나, 한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의 크기는 많이 다를 것 같지 않아. 그리고, 누군가 너를 필요로 하거나 너와 친해지려고 한다면, 네 이름을 정확히 발음해서 불러야 하는건 온전히 그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더불어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몇번이고 다시 알려주는 너의 노력도 필요하겠지. 나는 그게 이름을 여러개 만들어서 너를 고유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그 이후로 영어 이름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느낀 점이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생활을 해본 한국사람들은, 조직내에서 이름을 불릴 일이 거의 없었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사원시절에 잠깐? 그 이후로는, 김대리, 권과장, 이차장, 박부장…. 이름은 어디갔나요? 그리고, 회사에 김대리는 무수하게 많고, 권과장, 이차장, 박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처럼 이런 경우 많으셨을겁니다. “김대리님!” 하고 부르면 주변에 김대리들이 모두 대답하고는 자기가 아닌걸 알고 뻘쭘하게 다시 자기 모니터로 고개 돌린 경험… 그리고, 상대방의 이름은 알지만 직함을 모르면 아예 부르지를 않습니다. 아니면, 주변에 누군가에게 저 분 직함은 뭐야? 라고 물어보고 부르는 말도 안되게 비효율적인 상황도 빈번하게 연출이 됩니다.

    이름을 부르면 너무 쉽고, 빠르고, 친근한걸…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직함으로 부르고 그러는지 (알고는 있지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왠지 이 포스팅을 하신 이유가 저와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댓글이 길어졌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영어이름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정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불리기 위해 조금 더 노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게 결국 나를 브랜드화 하는 첫번째 노력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제 아침을 기분 좋게 해준 감동적인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형’자가 들어가는 다소 어려운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이름을 쓰시고 있는 것이 대단하네요. 두 번째 드신 예도 공감이 많이 됩니다. 사람을 독특하게 해주는 것이 이름인데 회사에서 이름을 쓸 일이 많지가 않지요. 그래서 저는 ‘성문님’처럼 이름에 ‘님’자를 붙여 서로를 부르는 것을 선호합니다. 상대방 직함이 사장이든 부장이든 직원이든.. 어떤 회사는 그냥 ‘님’자도 빼고 서로를 부르는 경우도 봤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성문, 오늘 제가 드린 기획서 보셨어요?’ 라고 이야기하는거죠. 뒤에 ‘아’자만 붙지 않으면 나이가 더 어린 사람이 저를 그렇게 부르더라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요.

    2. 어떤 상황에서 보스분께서 그런 말씀을 꺼내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상사분께서 님의 실제로 사용하는 영어 이름과 페이퍼에 있는 본명이 헷갈려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그래서 노력을 해서라도 직원들을 계몽하라고…ㅎㅎㅎ

  31. 제 이름은 “ㅇ”받침이 2. “ㄴ”받침이 있는 덕분에 한번에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도 없고 마지막 글자는 항상 훈? 운? 아니 은! 운? 이런식이다 보니.. 전화상으로는 물론이고 문서 이외에 말로만 이름을 알려줄 땐 항상 곤란함과 진땀이 동반됩니다.

    결론은 제이름을 듣고 다시 만난 99%는 절 은영이라고 부릅니다 ㅡㅡ
    그리고 50% 정도는 김은영이라고 성까지 바꿔버리구요.
    한국인들사이에서 조차 제대로 전달안되는 이름이 싫어서 개명하려고도 했는데 어른들은 왜 이름을 바꿔야하는 지에 대해 이해를 못하시더군요

  32.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화 하는것은 당연히 ‘부르기 쉽고 기억에 남기 쉬운 이름’ 입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네셔널리티와 정체성에 자부심과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위의 메리트를 포기하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택하는 거지요.

    요즘은 많이 배우고 깨어있는 사람일수록 네셔널리티의 색을 연하게 빼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소속을 명확히 하지 않는것은 발판을 약화시키되 어디든 동화가 가능한 장점도 있습니다만
    반대로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지요

  33. 성문님의 글이 한 페이지에 포스팅 된 것을 보고 들어와서 읽다보니 끝까지 정독하게 되었네요. 저도 해외에서 10년째 나와서 살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어 정독을 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처음 해외에 나가서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안했었다는 건 거짓말일텐데요, 저는 이름이 받침도 없고 상대적으로 쉬워서 오히려 영어 이름으로 소개해주면 잘 기억 못 하더라고요. 이 글에 대한 저의 생각은, 한국 사람은 한국 이름이 좋다는 것 입니다. 저도 해외에서 살면서 놀란게, 아무리 이름이 어려워도 생각보다 발음을 다들 잘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승연 이라는 이름도 처음에만 힘들어하지 한 번 알면 다 제대로 하고요). 오히려 이름이 어려우면 기억을 하기 힘들다는 건, 예로 드신 인도식 이름의 경우 길어서 외우기 힘들어서 기억을 못하는거지 두 자가 대부분인 한국이름의 경우 길어서라기보다 발음이 어려워서 처음이 힘들지만 오히려 한 번 기억하고 나면 특이한 이름이라 잘 잊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Andy, Michael 등 영어로 된 이름은 흔해서 잘 까먹게 되고요. 또 한가지 제 생각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 살다가 해외로 가게 된 경우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인인게 티가 나더라고요. 반면 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예로 한국계) 얼핏 외모만으로 보면 한국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행동양식이나 문화적 관습 같은걸 통해서 느껴지는게 외국인이라는거를 알 수 있고요. 이런 분들은 영어 이름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예를 들어 저와 같은 사람은 그 나라에 오래 살고 아무리 적응 잘하고 그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도 영어 이름이 그렇게 100프로 어울리지는 않더라고요. 너무 두서없이 써서 읽으시는데 힘드셨겠어요ㅋㅋ 좋은 글 감사하고 앞으로도 종종 읽으러 올게요!

  34. 제 이름은 ‘오혜미’예요.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했는데, 원어민 수업시간에 다들 프랑스식 이름을 지어오라고 했죠. 굳이 뭐 그런 이름이 필요할까 싶어 ‘Je m’appelle 오혜미(내 이름은 오혜미입니다)’라고 했는데 프랑스쌤이 눈을 반짝이며 “Aurélie!(오헬리) 정말 예쁜 이름이다~!” 하시더라구요.ㅋㅋ 그런데 불어권에서 일을 하면서 저를 Aurélie라고 소개했더니 1)이름과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2)’오혜미’라고 하면 불어에서 h가 묵음이라 ‘오예미’가 되어버려서 Aurélier가 본래 이름을 더 잘 살릴 수 있다. 라는 장점을 발견했어요 ^^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35. 제 성은 ‘조’인데 영어로 Jo라고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Cho라고 쓰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모든 영문 이름을 Jo로 바꾸었지만 여권상에서 바꾸기가 힘들어서 동일인임을 확정짓기 위해 공식문서에서 Cho를 쓰는 현실이 슬픕니다 ㅠㅠ

  36. 제부가 미국인입니다. 조카들도 거기서 태어났으니 얘네들도 미국인이고요. 첫째 조카 이름은 Asher(애셔)이고, 둘째 이름은 Gippeumi(기쁨이)입니다. ^^ 닉네임이 아닌 출생 신고 이름이라 여권에도 당당하게 Gippeumi라고 되어 있지요. 한국사람들은 어떻게든 영어이름을 만드려는데, 둘째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는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엄마가 한국인이니 두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정체성을 나누어주자는 제부와 동생의 의도인 듯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제 사촌동생들 이름도 각각 Ginna(진아), Eugene(유진)이에요. 이는 발음을 고려하여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문제 없이 불리길 원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에서 오히려 American-Korean들은 어떻게든 한국 이름을 남겨두려는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엔 동남아 사람들이 참 많은데요, 자기 이름 놔두고 ‘동건’, ‘은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참 이상할 듯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하고, 이름이라도 바꾸면 미국인처럼 보일것이라는 착각..같지 않은 착각에서요.

    철 없을 때 만든 지메일에는 영어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10년전부터 저는 한국 이름으로 외국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더군요, 알아서들 발음을 해주니…

    1.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되네요. 기쁨이. 하하 멋진 엄마입니다. 저도 딸들에게 어떤 이름을 줄까 한참 고민하다가 한글 이름이지만 발음하기 쉬운 것들로 골랐습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좋아하면 좋겠네요.

  37. 싱가포르에 오게 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Je-min 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쓸까 하다가 고민끝에 발음이 비슷한 영어 이름을 찾아서 James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같은 곳에서는 제민이라고 말하고 제임스라고 불러달라고 하고있습니다만 점점 친밀해짐에 따라서 그쪽에서 먼저 한국이름을 불러주기도 하곤 하더라구요ㅋ

  38. 제이름 기쁨인데, 한자로는 없는 한글이름이죠. 그래서 미국 이름은 Joy예요.. 이 글이랑 조금 공감은 안되도 생각은 해보게 되네요. 저는 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주실때 너무 기뻐서 기쁨이라고 지어주셨는데 그 의미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들어요. 다들 이름의 meaning이 있으실텐데 그 의미를 잘살려서 이름을 만드는것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되겠네요. 다들 어렵지만, 그래도 한글의 한자의 하나의 의미만 부여해도 특별하긴하죠…ㅎ

  39. 우연히 이 포스팅을 보고 예전에 블로그에 남겼던 글이 생각나서 가져와봅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 특히 동양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에 미국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려주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y, eo가 들어가 있는 스펠링은 읽거나 발음을 어려워하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비슷한 음절이 있는 단어를 알려주면서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는게 잘 이해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알파벳이 아닌 다른 글자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학생들 중에 간간히 영어권 이름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Tom, Jane, Joey 등, 부르기 쉽거나 기억하기 쉽게 하려는 이유에서 말이죠. 그런데 여기 미국의 어린 학생들한테서 의견을 직접 전해 듣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30대 이상의 사람들은 실제 이름 알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 주변 가족,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거에요. 부르기 편하라고 만든 가짜 이름 보다는, 실제 그 사람의 identity를 알고 싶어합니다. 이름을 영어 이름을 알려주면, 그것 말고 실제 너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말이죠.

    이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데, 그 의견들을 듣고 보니 누가 나에게 발음이 어렵거나 가르쳐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이름을 알려주면 기분이 꽤 이상할 것 같아요. 누가봐도 미국사람이고 유럽사람인데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응 그냥 철수라고 불러줘”라고 하면 뭔가 거리감이 느껴질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진짜 친구가 될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렵더라도 자기 진짜 이름을 알려주고 불러보도록 해주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카페 가서 주문할 때 이름 물어보면 그냥 간단하게 last name만 알려줍니다 ㅋㅋ 긴 first name의 스펠링을 일일이 불러주기가…

    애국심 차원을 떠나서, 내가 누군가에게는 James이고, 누군가에게는 정호라면.. 이런 생각해보니 처음 발음이 쉽지 않아도 정확히 알려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40. 영어이름이 필요해서 검색으로 들렀다가 좋은 글 보고가요!
    전 외국인들이 제 한국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할까봐, 또 기억하기 쉬우라고 나름 배려차원에서 영어이름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 글과 댓글을 보니까 개성, 정체성, 자존감 등이 낮아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근데 전 한국이름이 ‘정은’이고 영어로 하면 Jeong-eun인데요. 아무래도 받침도 둘다 있고 해서 기억하거나 발음하기 어려울것같아요. 그렇다고 Jeong이나 Eun처럼 줄여서 부르는 것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구요. J.E.로 이니셜만 따서 부르는 것도 임팩트가 안느껴져요^^ 이니셜이랑 비슷하면서 뜻, 어울리는 이미지 같은걸 고려해서 Joy, Jocelyn, Jess 을 골라놨거든요. 현재 대학생인데 이름을 오랫동안 쓸 생각을 하면 신중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되네요. 조언 좀 부탁드려요!

    1. ‘정은’은 살짝 경계에 걸린 이름이네요. 🙂 약간 어려울 수도 있고 괜찮을 수도 있고.. J.E. 도 나쁘지 않고, Jeong으로 줄여서 쓰거나 (Eun만 떼면 어려워서), 아니면 ‘정은’에서 J만 딴 느낌으로 또는 J.E.를 발음하는 느낌으로 ‘Jay’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괜찮을 듯. http://www.thinkbabynames.com/meaning/0/Jay

  41. 어쩌다 블로그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음… 제 본명은 보시다시피, 김준수인데… 언젠가 외국인에게 이름을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 이름을 ‘전’이라고 부르덥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발음을 알기 쉽게 6월인 June에 빗대서 알려줬었습니다.

    내년 즈음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는데, 딱히 이름을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딱히 마땅한 이름도 없을 뿐더러, 준수라는 이름으로 20살도 넘게 살아왔으니 이름이 몸에 붙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나가게 되면 닉네임으로 June을 쓸 생각이긴 합니다마는, 과연 이게 어떨진… ㅎㅎ

  42.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이름이 발음하기 쉽죠… 음성학적으로 일본어 사용자는 영어 사용자가 사용하는 입 안 공간보다 훨씬 적은 공간을 사용합니다. 이름 뿐 아니라 사실 일본어 자체가 발음이 쉽죠… 기코만, 스시, 노리, 토요타… 심지어는 북유럽어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야키다, 노키아….. 처럼… 주로 타이완 분들이 선샤인이나 복숭아 같은 이름들 쓰시는 것 같더군요.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교민들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이름에서 서류 심사 탈락하는 레이시즘의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시는 경우도 많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43. 같은 레쥬메를 영어, 유럽계 동양계, 이슬람계 이름으로 돌렸더니 순서대로 취업률이 높더라는 조사 결과도 저희같이 평범한 일반인에겐 무시하기 어렵지요..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글쓰신 님같은 생각으로 한국 이름 쓰기를 고집 했지만 불편할 때가 많네요. 한국어로도 어차피 해리라고 발음되니, 처음 자기 소개할 때 해리 포터 할 때 해리다, 나이 드신 분들은 프린스 해리 같은 해리라고 이야기해 줍니다만… 은행 수속이니 병원이니 가면 캐리, 테리, 해일리, 하이리 등 오히려 내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이 있죠. 한 번 보고 말 직원한테 하나하나 말해 주는 것도 번거롭고… 한국어 이름을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로 만들어라. 저도 공감하고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윗분들 말씀대로 브랜드는 인지도와 현지인들에게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있네요…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사고와 서양적인 사고의 차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서양인들은 남과 다르다고 지적당하면 자부심을 느끼고 좋아하는데 동양인들은 일단 트집이라 생각하죠… 현대 사회에 익명성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여튼 글로벌 시대에 생각할 문제입니다. 덧붙여 영어 회화 강좌를 들으면 영어 강사들이 그냥 너네 영어 이름 하나씩 지으라고도 합니다. 좀 오만한 작태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영어권으로 가지고 나오는 분들도 꽤 계신듯해요.

  44. 저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있는 학생입니다!
    hyun jin이라는 발음을,,, 절대로… 못하더라구요 친구들도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ㅋㅋ
    영어이름을 Alicia 라고 짓긴했는데 외국사람입장에서는 약간 흑인권이나 스페니쉬권이름이라해서 뭔가 조금 낯뜨겁기도하고
    그렇게 소개하기 좀 그래서ㅋㅋ 그리고 Alicia라고 하면 보통 Elisha로 알아듣더라구요.. ㅋㅋ
    대학가서 이름을 바꿀까 생각 중이에요 ㅠㅠ ㅋㅋ Ku라는 성에 잘 어울리는게 Irene이라길래 Irene Ku로..ㅋㅋㅋ
    이리저리 이름을 바꾸다 보니까 뭔가 어색하고 그렇네요 ㅋㅋ

  45. 저도 이름이 공대웅이라 미국사람들이 ‘웅’ 발음을 너무 못해서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생활 하는 동안 스티븐이라는 이름을 썼는데요 ㅋㅋ 저는 만족합니다. 오래쓰다보니 제 이름 같고 정도가고 ㅋㅋ 지금은 누가 뒤에서 스티븐이라고 부르면 자연스럽게 돌아봅니다. 스티븐 콩ㅋㅋ 두고 보세요 나중엔 스티븐 잡스만큼 유명해질겁니다 ㅎㅎ

  46.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할 문제일 뿐 어느 한쪽을 고른다고 정체성을 잃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본/ 인도식 이름의 경우 알파벳에 존재하지 않는 모음 및 받침발음 (ng 발음에 이은 모음발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름을 그대로 혹은 조금 줄여서 사용한다고 해도 혼란이 별로 없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조금 천천히 발음한다고 해도 한두번 들으면 바로 맞게 발음하죠. 하지만 한국/중국이름처럼 두 음절밖에 안되는데 받침과 영어단어에 존재하지 않는 발음의 경우 ㅡ , ㅓ의 경우 표기만 eu / eo로 할뿐 사실 존재하지 않는 발음입니다. 그런 발음을 한국식 ㅓ 혹은 ㅡ로 발음해주기를 강요하는것이나 다름 없지요. 붙여쓰면 발음이 달라지는 이름의 경우 띄어쓰기나 hyphen을 넣어야하는데 전산상 띄어쓰기 혹은 hyphenated 된 이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미국에서는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내 이름의 잘못된 발음” + 굳이 그 잘못된 발음을 여러번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하면서까지 기억하게하는 상황을 미국에서의 내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고 살것인가 아니면 본인이 불리길 원하는, 누구나 정확하게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정해서 살 것인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일 뿐 후자의경우라고 해서 본인의 정체성이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꼭 이름이 단 한개여야만 하고 한개의 이름으로만 불려야 정체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이름을 바꾸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요. 앞서 사람들이 말한대로 한국 국적자임을 미국에서 숨기고 싶을 수도 있으며 제가 위에 말한대로 잘못된 발음을 이름으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싫어서, 항상 힘들게 설명해야하는 상황이 싫어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경우라고 할지라도 정체성을 잃는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혹은 그 어느 나라를 가던 외국인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 사람들이 국적만으로 타인에 대해 차별을 두는 것이 정치적으로 맞건(politically correct) 틀리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사업가들이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내서 손님을 잃는 것을 꺼리듯이 외국인 또한 본인이 외국인임을 드러내기 싫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지사 입니다. 이름은 곧 브랜드인 만큼 연예인들이 본인의 이미지를 위해 예명을 사용하듯이 누구나 불리고싶은 이름으로 불릴 자유가 있고, 그렇게 다른 이름을 일정 기간이상 사용한다면 법적으로 바꿀 권리 또한 있습니다.

    1. 여기의 모든 글중에 가장 공감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는 보통 두음절의 이름을 가지고있는데 그것이 발음상 효선이 쵸우썬으로 발음된다면 이름이 쵸우선이 아닌데도 그걸 계속 들어야하는 경우가있습니다. 어차피 내이름대로 불리지 못할바에는 새로운 이름을 스스로 짓는것도 나의 권리인것이죠.

      제 이름에서 이니셜로만 불린다던가 앞이나 뒤의 글자를 따서 별명식으로 불린다던가 하는것은 (그래도 내 이름은 가져왔어) 라는 자부심을 느끼거나, 그러한 생각을 할수 있겠지만 어차피 제 이름 그대로가 불려지지않을바에는 저는 제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준이라는 이름에서 불리기힘든 영을빼고 준Jun이라고 불리는것과 그냥 영어이름을 쓰는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영어이름아닌가 싶네요.)

      * 외국어 이름을 겨냥해서 아이들의 이름을 시아 또는 준으로 짓는 것도 그럼 지양해야하는 걸까요? 선문님의 논리라면 이렇게도 해석이되기도 합니다. ‘한국인은 한국의 이름을 쓰자’ 라는 것과 거리감이 있지않나요?

      곧 유학을 가게 되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생각도 해보는데,
      저는 결국 수림으로 제대로 불리지않을바에는 한국이름을 미국으로 가져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댓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가장 공감이 가요

  47. 제 이름은 장미입니다. 한국어로는 정말 제가 사랑하는 이름이지만 미국에서 사용하기에 미라는 이름이 참 곤란해서 mia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ㅠ.ㅠ.. 성도 Jang이 쥉이라고 읽혀서 미쥉이 되버리네요.
    영어로도 잘 통용되는 이름들 정말 부러워요!

  48. 우연히 들어왔는데 좋은 글과 좋은 댓글이 많네요! 이런 감상을 찾고 있었거든요. 저 같은 고민을 하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제 이름도 받침이 모조리 들어가는 데다가 한국 사람들 마저 몇 번씩 되묻거나 항상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거나 써서 솔직히 기분이 나쁠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국 이름을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영어이름 같은 것도 정하지 않고 갔는데 여러번 그런 상황을 겪게되니 정말이지 짜증이 확 나더라고요. 옆에 아랍계나 인도 학생들의 이름은 잘 불러주시면서 교수님들 께서는 (한 분도 아니고 들어간 수업의 반 이상이…) 한 번도 제대로 제 이름을 발음 못하시더라고요ㅠㅠ 그러면서 계속 미안하시다며…게다가 매번 무슨 색깔의 옷 너, 라던가 혹은 항상 next 로 이름이 불려졌죠. 그래서 결국 영어이름을 짓긴 지었어요. 저는 그렇다보니 애국심의 지표가 이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간단한 이름들이 부럽긴 하군요.

    1.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사실은 짧게 만나는 사람이거나 처음 만날 때는 그냥 ‘sung’이라고 소개해요. 요즘엔 그렇게 되더라구요. 성영은 많이 어렵네요. 😉 자녀는 쉬운 이름으로 ^^

  49. 전 ESL 처음 등록할 때 영어이름 있으면 적어달라 그래서 (흔하디 흔한 김씨인지라..) KAY 라는 이름을 써놓긴 했는데,
    KAY라고 부르니 제가 못알아 듣고 대답을 못하더라고요 ㅋㅋ 그래서 그냥 발음 어려워도 제 이름을 만방에 알렸습니다.
    저는 ‘ㅢ’도 들어가고 ‘ㅓ’도 들어가고 받침도 있어서 정말 발음 못하는데도 그냥 계속 발음알려주고 ‘쟌’이라고 하든 앞자만 미들네임처럼 부르든 너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영어이름 쓰던 남미, 아시아권 아이들도 마지막에 헤어질 때 쯤엔 자기 본명 다 알려주고 자기 국가에서 불리던대로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한국이름 부르는게 좀 유니크하게 느껴졌는지 더 좋아하기도 했고요.
    아마 미국인이 아니라 다 외국인이라서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네요,
    ESL 선생님들도 이런 저희 고민을 이해해 주셔서 다 그냥 자기 이름으로 불러주셨어요. 좀 어설퍼도요.
    이번학기에 반에 한국인이 저 포함 두명인데 저는 한국이름 쓰고 한명은 영어이름 씁니다.

    그래도 커피숍에선 스펠링 불러주기 귀찮아서 그냥 KIM 씁니다.
    아니면 카드에 이름 써져있으니 그대로 써달라고 하든가요.
    비지니스는 좀 많이 다른것 같은데 여튼 흥미로운 주제네요.

    1. 안녕하세요. 댓글을 올리고 보니 제 정보가 너무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 댓글을 수정하려고 하는데 수정/삭제 키가 보이지 않네요.
      구글링 해보니 워드프레스의 구조상 문제로 블로그 주인 분께서 삭제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혹시 삭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50. 인도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이 블로그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네요 ^^ 저는 한국이름으로는 ‘민아’라서 영어로 Minah라고 표기하는데 한국에서도 민.아 라고 안 읽고 미나라고 읽듯이 외국에서도 다들 그냥 미나라고 부르더라구요. 저도 어릴 때 이민을 가서 쭉 외국만 떠돌고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매우 한국적인 뜻으로 민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외국에 나가보니 미나라는 이름이 없는 나라가 없었던 거 같아요.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등 어딜가나 미나가 영어 이름이냐며ㅋㅋ;; 묻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니다, 한국 이름이다 하고 뜻도 알려주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어릴 때 한국인이라는 티(?)를 내고 싶어서 왜 내 이름은 흔하디 흔한 민아인가, 현경, 은정, 이렇게 좀 누가봐도 한국이름 같은 이름이였으면 좋겠다라고 부모님께 불평한 적도 있어요ㅎㅎㅎ

  51. 성문님 이름은 발음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제 이름은 외국인들이 불러줬을 때 정작 제가 못알아듣겠더라구요.
    Jeonghyeok Lee
    예옹혜옥? 제옹혜옥? 뭐 이런… 그래서 아버지 아명으로 쓰던 성경인물 이름 갖다 씁니다.

  52. 얼마 전 유럽에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제 이름을 묻는 친구들에게 “상록”이라고 하면 어려워하길래
    “상록” means “Evergreen” 이라고 하니 저를 계속 evergreen이라고 불러주더라구요.
    이렇게 많이 알려진 명사를 이름으로 써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 외국에 나가게되면 evergreen 이라고 먼저 얘기해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더라구요.

  53.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자의 의미, 돌림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짓는 문화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한국이름을 짓는것은 그런 문화를 결국 일부 포기하는 것 아닌가요?
    어릴때 예쁜 한자 의미가 담긴 한국이름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그런 이름들은 발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결국 유나, 지나, 지아, 등등 외국이름인지 한국이름인지 모를 이름들이 유행하는것이 한국식 이름과 외국식 이름을 둘다 갖는것보다 나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로버트 할리가 하일, 비정상회담의 마크테토가 태현준, 베른하르트 크반트가 이참이라는 한국 이름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것을 보면서, 이름이 두개인 것이 한국스러움과 미국스러움을 둘다 가진 그들의 정체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꼭 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한국인도 외국에서 5년 10년 살다보면 결국 그 나라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양립해야하게 되죠.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부르기 어려워하는 한국이름만을 고집하는것, 또는 처음부터 한국이름을 지을때 한국고유의 문화보다 외국인들의 발음하기 쉬운점을 우선순위로 두는것 등이 정답으로 보이지 않네요.

    저는 미들네임의 형태로 두 이름 다 간직하는것이 제일 이상적으로 보여요.

  54. 성문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평소에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웠어요!!

    영어가 공용어처럼 사용되는 것이 현실인 건 인정하지만, 많은 언어 중 하나일 뿐인데…
    중국, 인도에서 사업하면 중국어 이름, 인도어 이름 따로 만들어야 되나요?
    영어사용자보다 인구도 많은데…
    이러다간 글로벌 시대에 이름만 수십 개씩 되겠네요. 그쵸?

    성문님께서 예로 들었던 인도출신 교수님처럼 원래 이름을 쓰되, 정 발음이 어려우면 이름의 일부를 딴 별명을 병용하는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요?

    영어 이름 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한다고 이름 바꾸던가요? 영어이름을 한국어권에서 부르는 것도 한국 이름을 영어권에서 부르는 것만큼 똑같이 어려운 건데…
    이렇게 보면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발음의 편의성 문제도 있겠지만, 일단 굽히고 들어가는 ‘영어 사대주의’가 적지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름은 애초에 우리말을 로마자(영자가 아니라 로마자입니다)로 표기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다들 제멋대로 만들어 붙이니 우리도 헷갈리고 외국인도 헷갈리는 것 아닐까요?
    이름 쓸 때 로마자 표기법도 좀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운동선수들…
    해외에서 비지땀흘리면서 국위선양해 주어서 고마운데, 이름 쓸 때 로마자 표기법은 좀 지켰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자랑인 김연아 선수도 외국에서는 유나가 되어 버렸잖아요…
    연아를 연아라고 불러야지 왜 유나라고 불러요?
    일본에서 맥도날드 발음이 어려우니까 ‘마꾸도나루도’라고 부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꾸다나라도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박지성은 박지숭이 됐고,
    기성용은 더 특이하게 키-숭-예웅이 돼 버렸어요.
    손흥민처럼 정확하게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전에 김두현 선수 국대로 뛰실 때 저는 운동장(피치 말고…)에 김두현도 있고 김도헌도 있는 줄 알았어요.
    유니폼에 ‘Kim Do Heon’ 이라고 정확한 로마자 표기법으로 ‘김도헌’으로 표기했더라고요…

    기업도요… 삼성은 삼숭이 돼 버렸죠…
    ‘서울’의 /ㅓ/도 ‘eo’로 표기하는데, 이렇게 통일하면 서로 안헷갈리고 좋을텐데 말이죠…

    중국처럼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병음부터 가르치듯 로마자먼저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족이지만 저는 닭고기, 닭튀김도 ‘치킨’이라고 안부릅니다.
    내 꺼 있는데 왜 굳이 남의 걸 빌려다 씁니까?
    내 꺼 쓰려다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빌려 쓰는 거지요.. ‘텔레비전’처럼…
    내 연필이 내 필통에 있는데 굳이 짝꿍 연필 빼앗아 쓰는 이상한 학생인 셈 아닙니까?
    영어로 바꿀 거면 왜 닭고기만 치킨이라고 하나요?
    그럴 거면 식재로 이름 다 바꾸든지요…
    달걀도 에그로 바꾸고 돼지고기도 포크라고 하고, 소고기도 비프라고 하고…
    푸성귀도 베지터블스로 바꾸고요… 아니 채소도 각각 종류별로 따로 불러줘야죠…
    상추도 레티스로 바꾸고 무도 래디쉬로 바꾸고…
    더 이상한 건, 특히 닭튀김을 치킨이라고 하더라고요… 프라이드 치킨도 아니고…
    정확하지도 않은 콩글리시를 굳이 쓸 필요가 있는지…
    날달걀은 달걀이라고 부르고 달걀 부친 것만 에그라고 부르는 셈이잖아요?
    국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규칙도 없고 중구난방이었나요?
    참 안타깝습니다.

    이것 말고도 비슷한 것 많아요…

    래퍼들 노래할 때 한국어 낱말을 영어 발음으로 부르는 것! (전 이게 너~무 이상해요…)
    예를 들어 “고기”는 우리말에서 첫 자음에 세게 나와서 서양인이 들었을 때 /kogi/와 비슷하게 발음되는데, 굳이 이걸 /gougi:/로 바꿔서 /(으)고우기이~/ 처럼 발음하는 것.

    /고기/는 맛 없고 /gougi:/는 더 맛있나요?
    나무보다 tree가 더 멋있나요?
    사랑은 하찮고 러브만 영원한가요?
    필요는 충족하지 않아도 되고, 니즈만 꼭 충족해야 되나요?

    어줍잖은 영어 사대주의 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 영어 컴플렉스 있으신것 같습니다. 언어는 의미를 담는 여러가지 그릇중 하나일 뿐입니다. 언어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서로간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물론 의미가 통하지 않을정도의 언어파괴는 지양해야겠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은 코딩이 아니잖아요?

  55. 인도네시아의 경우, 중국계들은 수하르토의 중국어 말살 정책으로 인해서 이름은 대부분 중국어/민남어를 음차한 이름이나 그냥 영어 이름을 많이 씁니다. 특히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대부분 영어 이름이죠. 중국계를 제외한 토착인들은 이름을 보면 종교색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토착 이름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이름이 길어서 애칭을 많이 부릅니다. (예 : Rizky -> Kiky, Novianty -> Novi 혹은 Yanti 등등)

  56. 완전 동감입니다. 한가지 의견 더 추가한다면 한국인의 이름은 영어로 표기해도 성이 앞으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이 뒤로 가는 서양식이 국제표준은 아니죠. 현지표기법을 따르는게 국제 표준입니다.

    1. 정말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흔한 영어이름보다는 고유의 이름을 가지는 것이 역시 좋을 것 같은데, 그 고유의 이름이 한국이름에서 발음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이름이 다 다르니까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름이라도 발음이나 어감을 조금 듣기 편한 말로 새롭게 만들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57. 유럽계 미국인들도 이민 초기에는 미국식이름으로 개명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누가 어떻게 하니까 나/우리도 이러는게 좋겠다 라는것은 이름과 정체성을 논하는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르니 꼭 어떻게 해야한다거나 어떻게 하는것이 좋겠다는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영어와 미국/유럽의 문화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것은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가와는 별개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개인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감상은 다 다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각자가 세계인들과 자신의 이름을 공유 할때에 편리성과 만족감을 잘 저울질해서 스스로가 선택할 매우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름의 발음 난이도와 사는지역, 개인의 직업/신분에 따라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살면 특수한 상황이 아닌이상 굳이 한국이름을 영어이름으로 바꿀일이 없겠지요. 이런 상황에 영어 이름을 쓴다면 사대주의라는 오해를 받기 쉬울것 같습니다. 혹은 실제로 사대주의가 있는분일 수도 있구요. ㅎㅎ 세계화 시대에 사대주의가 과연 어떤의미인가에 대한것은 또 생각해볼 주제인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신분으로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하신다거나 딱히 사람을 만나는것이 중요한 일을 하는 분이 아니실 경우에는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성을 못느끼는 분도 계시겠지요. 또는 불편한점이 많아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그냥 한번 영어 이름이 써보고 싶어서 쓰는 분도 계실텐데 전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본명은 그대로 있고 공식서류에는 전부 본명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같은것은 크게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가 혹은 이민하시면서 귀화하게 되시는 경우와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때가 논란이 되는것 같습니다. 외국에 오래 사신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이름을 영어스펠대로 발음해보면 전혀 다른 이름이 되어있는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뿐만아니라 예전에는 이름을 한자씩 띄어 쓰면서 뒷자가 미들네임이 되고 반쪽짜리 이름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명이인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지기 때문에 전산오류가 쉽게 발생하고 엉뚱한 사람의 신용정보와 엮여서 고생하는 일들이 자주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람의 이름 특히 반쪽짜리 이름은 중국이름과 구분이 어렵습니다. 안그래도 생긴게 비슷해서 중국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데 중국사람들은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중국사람으로 오해를 받으면 불쾌할 뿐더러 운이 안좋으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분이 한국에 귀화하신분들을 예로들며 그분들의 정체성에는 한국인도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에 동의 합니다. 국적을 바꾸면서 굳이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겠다는건 물론 어떤 감정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느낌이 있네요. 물론 한국이름을 사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으셔서 바꿀 필요가 없는분은 굳이 바꿀이유가 없습니다만, 국적을 바꾸는 마당에 불편한 한국이름을 꼭 고집해야하나 생각합니다.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꾸더라도 한국이름은 미들네임으로 고이고이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려고 하면 친한 사람끼리는 한국이름을 써도 되고요.

    언어가 의미를 담는 여러가지 그릇중 하나이듯이 이름또한 나를 정의하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인것 같습니다. 어차피 나는 나이고 여러 방법으로 정의할 수있다면 이름정도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개 가져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58. 안녕하세요. 또 왔습니다. 위에 댓글을 올린 이후로 계속 이 주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다가 미국의 흑인들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미국 흑인들의 역사는 다들 아시는바와 같이 노예로 시작했지요. 대다수의 미국 흑인들의 조상은 노예로 끌려와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본인들의 이름과 언어를 잃어버렸습니다.

    반대로 백인들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않고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에 맞춰 이름짓는 일이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름과 성의 조합으로 포르투칼계인지 이탈리아계인지 그릭계인지 아일랜드계인지 대충 감이 온다고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이민을 했어도 이름을 지키고 자손 대대로 민족성을 간직하는것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영어이름보다는 본인의 이름을 쓰는것이 어떻냐는 미국인들의 조언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런 배려조차도 상대방의 문화를 약자로 인식하고 백인문화에 굴복하지 말라고 하는 그 기저에 깔려있는 어떤 우월감이 느껴저서 쎄한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조언해주시는 분은 거기까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100 퍼센트 선의로 해주시는 말일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인도인들의 경우에는 예전에 영국에 식민지배를 당했다보니 영미식 이름을 짓는데 거부감이 심할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 같은경우에는 일본이름이 발음이 어렵지않고 역시 2차대전때 때려맞은 역사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껄끄럽겠지요.

    한국, 대만, 중국, 싱가폴 같은 경우에는 한자이름을 쓰기때문에 발음이 어렵고 딱히 영/미에 반감이 없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 쉽게 적응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현지의 이름을 사용하는 문화가 생긴것 같습니다. 한자문화권의 사람들이 영미권에서 적응하기란 다른문화권의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일이거든요. 역으로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들도 한국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로간에 껄끄러운 과거가 없는 사이에 문화를 공유하는 일은 크게 자존심상해할 일은 아닌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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