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미디어인 미디엄(Medium)의 로고가 달라졌다.

나는 사실 이 로고가 마음에 들었다. 멀리서 봐도 미디엄의 브랜드가 확실히 살았고, 미디엄의 UI를 상징하는 정갈한 폰트도 좋았다. 굳이 왜 바꾸려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이 로고는 너무 단순했고 흔했다. 그냥 M이라는 글자 하나일 뿐이었으니 다른 로고들과 좀 혼동이 되기도 했다. 특히 미시건 대학 로고와 좀 비슷했다. 그 외에 글자 M으로 시작하는 어떤 회사가 이런 비슷한 로고를 쓴다 해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미디엄 웹과 모바일 앱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새로운 로고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는데 그 글이 참 재미있다. 나는 이렇게 뭔가를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설명하는 글들이 좋다. 그래서 나도 제품을 만들면서 배운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런 글들을 더 많이 쓰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래는 새로운 로고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미지들. 뭐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쏙 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마지막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거기서부터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아래와 같이 색 변화를 하기 시작.
심지어 각 글자별로 세로 크기와 기울기를 조금씩 바꾸면서 비교해본다. 어느 정도 높이가 적당한지 알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탄생한 로고:

이 디자인이 전보다 더 좋든 말든, 더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이렇게 새로운 로고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글을 읽고 나면 로고, 그리고 이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디테일한 것에 정성을 들이는 회사라면 제품의 다른 모든 부분에서도 정성을 들이고 사용자의 편리함과 개인 정보 보호를 신경쓰지 않겠는가.
미디엄의 CEO인 에반 윌리엄스(Ev Williams)는 새로운 로고를 포함하여, 미디엄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들을 언급하는 글을 한 편 썼는데, 이 글 또한 매우 흥미롭다. 내 눈을 사로잡은 한 대목:
I’m proud of where we are, but, as I like to say: There’s always another level. (현재의 모습도 자랑할만 하지만, 나는 항상 “그보다 더 윗단계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미디엄의 기존 버전이 너무나 훌륭하고 디자인도 완벽해서 ‘어떻게 그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은가’라른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보며 미디엄이 그 다음 단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 뿐 아니라 모바일 앱도 크게 개선되어 쓰기가 더 즐거워졌다. 이제 미디엄에 돈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Liner 앱 다음 버전 작업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폰트를 골라내느라 수시간을 소비했다. 수백가지 종류의 폰트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다음 폰트 사이즈를 조금씩 조정하고, 다른 앱과 웹사이트들이 사용한 폰트와 느낌을 비교하고, 거기에 색깔까지 조금씩 변경하며 최적의 폰트와 크기, 그리고 색깔을 찾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을 들일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공을 들였다. 공방과 고민 끝에 이전에 쓰던 Apple SD Gothic을 버리고 구글 Lato 폰트를 선택하기로 했다. 단순히 regular / bold type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총 다섯 가지의 두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았고 UI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래는 새로운 폰트를 적용해 구성한 화면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무심코 지나갈 일이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작은 점 하나를 어디에 어떤 색깔로 찍을까도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의 과정들을 설명하는 글들이 요즘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미디엄이다. 그래서 난 이 블로그 미디어가 좋다. 3년 전에 에반 윌리엄스가 새로 만들게 될 웹사이트의 설명하는 팟캐스트를 들었을 때는, ‘이미 블로그는 넘치도록 많고 디자인도 좋은데다 블로깅 툴 시장은 워드프레스가 장악했는데 뭐하러 또 새로운 걸 만들려고 하지?’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공을 들여 만든 멋진 제품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정성이 들어가고 사용자를 생각한 제품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글도 그렇구요. Ev Williams씨의 말씀이 제 인생의 자세 또한 돌아볼 기회를 주네요.
안녕하세요. 조성문 선생님. 저 기억하시는지요.
몇 년 전 Mountain view에서 함께 저녁식사 했던 적이 있지요.^^
저는 다시 요즘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글에서 말씀하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극한으로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무엇을 하든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기억하지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저는 요즘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신승건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