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조선비즈 박원익 기자와 했던 인터뷰가 기사로 나왔다. 사업을 시작한 후 지난 2년동안 했던 고민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두 시간동안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내 삶을,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예비 창업가에게 조언해 준다면?”이었다. 아래는 한참을 고민한 후 했던 대답.

창업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같은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창업한 후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얻는 게 있다. 일이 잘되면 진짜 좋은 것이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같은 사람 보면 행복해 보이더라. 산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인처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스스로 개척해서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이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에게든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무척 궁금했던 것이기도 하고. 창업하면 어떨까?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내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까, 아니면 더 힘들고 비참하게 만들까.. 이런 질문들. 창업을 꺼려하게 만드는 두려움들.

지난 5년간 많은 책을 읽었던 건 아니지만, 그 5년 동안, 아니 어쩌면 지난 10년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큰 감동을 주었고,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될 정도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이 하나 있다면 나이키(Nike) 창업자 필 나이트(Phil Knight)의 자서전인 슈 독(Shoe Do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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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나이트(Phil Knight)의 슈 독(Shoe Dog)

사실 읽었다기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오더블(Audible)에서 오디오 북을 다운로드해서 출근 길 차 안에서 들었다. 매일의 출근길이 기대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었다 (게다가 그는 글을 참 잘 쓴다). 나이키(Nike)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 그리고 일본의 신발 회사 ‘아식스’에서 신발을 들여와 미국에 팔기 위해 만든 회사가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였고, 그 회사가 나중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선택한 계기, 신발을 너무 사랑하는 세일즈맨을 만나 도움을 받은 이야기, 또 미국 국세청(IRS)에서 엄청난 세금을 메겨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에 이른 이야기 등은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숨막히게 했지만, 책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은 흥미롭게도 첫머리와 끝머리였다. 즉, 프롤로그에서 설명한, 창업을 하게 된 배경과 에필로그에서 설명한, ‘세계 브랜드 가치 1위 회사‘를 만들고 난 후에 그가 한 생각들은 두고 두고 남을 영감을 주었다.

그 중 시작 부분을 대략 설명하면 이렇다. 오레곤 대학(University of Oregon)을 졸업한 후 스탠포드 MBA를 마치고, 남들 같으면 억대 연봉을 받고 뉴욕의 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 취직할 시기에,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왔다. 1962년, 24살의 나이에 그가 한 일은 숲길을 뛰는 것. 그는 달리기 선수가 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뛰는 것을 좋아했는데, 뛰고 또 뛰며 그가 세운 인생의 한 가지 방향성은 아래와 같았다.

Work like play, play like work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기”. 내가 해석한 건 그렇다. 책의 서문에 있는 몇 가지 문장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I wanted to leave a mark on the world. I wanted to win. No, that’s not right. I simply didn’t want to lose. And then it happened. As my young heart began to thump, as my pink lungs expanded like the wings of a bird, as the trees turned to greenish blurs, I saw it all before me, exactly what I wanted my life to be. Play.

Yes, I thought, that’s it. That’s the word. The secret of happiness, I’d always suspected, the essence of beauty or truth, or all we ever need to know of either, lay somewhere in that moment when the ball is in midair, when both boxers sense the approach of the bell, when the runners near the finish line and the crowd rises as one. There’s a kind of exuberant clarity in that pulsing half second before winning and losing are decided. I wanted that, whatever that was, to be my life, my daily life.

Knight, Phil (2016-04-25T23:58:59). Shoe Dog: A Memoir by the Creator of Nike (Kindle Locations 67-74). Scribner. Kindle Edition.

나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었다. 아니,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젊은 심장이 고동치고, 나의 분홍빛 허파가 새의 날개처럼 펼쳐지고, 나무가 흐리흐리한 파란색으로 변하는 순간,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내가 삶에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플레이(Play).

바로 그거다. 바로 그 단어다. 행복의 비결. 방망이로 친 공이 하늘 높이 떴을 때, 그리고 권투 중 벨이 울리기 전, 달리기 선수가 최종 선에 가까이 가며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 이기고 지는 것이 결정되기 바로 그 전 0.5초 동안의 느낌. 그게 뭐였든 간에, 나는 그것을 원했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는 것처럼 일한다는 것,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이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진정 노는 것처럼 일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거나, 돈이 안되는데도 일하거나, 아니면 그냥 놀기만 하거나. 그렇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24살부터 지금 79세에 이르기까지의 자신의 전 인생을, 노는 것만큼이나 재미있게 살면서도 직원 6만 5천명이 일하는, 기업 가치 100조원짜리 회사를 만들었고, 개인 재산이 27조원에 이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일까?

내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선택하게 되는 진로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분면 중 하나에 이르는 것 같다. 각 숫자는 ‘사분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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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한 가지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거기에 머무는 것은 아니고, 인생의 과정에서 1, 2, 3, 4 사분면 중 하나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략 설명을 위해 이렇게 갈림길을 나눠보았다.

사업한다는 것이 무조건 큰 위험이라거나,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 무조건 작은 위험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사업을 하는 것은 취직하는 것에 비해 위험도가 조금 더 높은 일이다. 각각의 길에는 항상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결과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더 큰 위험을 부담할수록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더 크고, 반대로 실패했을 때의 손실이 더 큰 것은 물리적 법칙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놓고 한 번 생각해보자. 필 나이트는 분명 사업을 한 사람이고, 중간에 실패할 뻔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성공을 이루었고, 그래서 결국 위 도표에서 ‘1사분면’의 정점에 이르렀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이러한 화려한 성공 뒤에는 90%의 실패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우 큰 위험을 감수하고 큰 실패를 한 후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하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취직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위험을 선택한 경우, 성공을 하면 분명 안락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며, 또한 일과 개인적 삶을 구별한 인생을 살게 된다. 아무리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만든 회사가 아닌 이상은 결국 ‘남의 것’이고, 남의 것이 성장하는 것을 돕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을 ‘노는 것’처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내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그랬다. 게임빌의 첫 엔지니어로 회사의 눈부신 성장을 경험했고, 또한 오라클이라는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일하며 높은 연봉과 명예, 그리고 안락한 삶을 누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일을 노는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사업의 길은 반면, 실패하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되기도 하지만, 성공할 경우 ‘놀듯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나는 주변의 행복한 창업가들을 보고(그 중 몇몇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필 나이트의 책을 읽고 나서 그 느낌이 참 궁금했다. 노는 것처럼 일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긴 할까?

흥미로운 것은 모든 영웅 스토리가 그렇듯, 사업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단번에 1사분면으로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필 나이트도 그렇고, 리차드 브랜슨도 그렇고, 또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 대부분 사업 초기 또는 중기에 4사분면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4사분면에서 2사분면이나 3사분면으로 옮겨가는 사람도 있고, 4사분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4사분면에서 1사분면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기억한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 아니 가장 즐기는 것 중 하나는, 분명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지만, 결국 나는 ‘놀듯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업이 아직 초기인지라 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난 2년간 나는 필 나이트가 말한 그 느낌을 궁금해하며 그것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과장하면, 내 인생에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하루 하루가 흥분되는 날들이고, 이기고(winning) 지는(losing) 것을 매 순간 경험할 때마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작은 의사 결정들이 모여 ‘회사’라는, 일종의 나의 분신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건 일이 아니라 노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지는 것은 쓰라린 일이지만, 그 뒤에 아주 작은 승리라도 따라오기만 한다면 버틸 수 있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승리들은 너무나 달콤하다.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의 간호사가 쓴, 죽기 전에 하는 5가지 후회들(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글을 보면 가장 첫 번째로 꼽힌 후회는 아래와 같다.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not the life others expected of me.

“This was the most common regret of all. When people realise that their life is almost over and look back clearly on it, it is easy to see how many dreams have gone unfulfilled. Most people had not honoured even a half of their dreams and had to die knowing that it was due to choices they had made, or not made. Health brings a freedom very few realise, until they no longer have it.”

1. 나 자신에게 더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 걸.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이것은 죽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입니다. 그들의 인생이 거의 끝났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인생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많은 꿈들을 이루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꿈들 중 절반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데, 그것이 자신이 내리거나, 또는 내리지 않은 결정 때문이라는 겁니다. 건강은 무언가를 이룰 자유를 가져다주는데, 그 건강을 잃기 전에는 그 자유를 깨닫지 못합니다.

나는 이것이 도전, 즉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라고 해석했다. 죽는 순간에 하는 후회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도전을 한 번 해보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내가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도전을 할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또 가진 것도 없는데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이 정답인 것도 결코 아니다. 나는 이런 기회를 가질 여건이나 형편은 안되었지만, 다행히 게임빌과 오라클을 통해 한 번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내 인생을 정당화하자면 나는 그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 나이트 자서전 서문의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So that morning in 1962 I told myself: Let everyone else call your idea crazy . . . just keep going. Don’t stop. Don’t even think about stopping until you get there, and don’t give much thought to where “there” is. Whatever comes, just don’t stop. That’s the precocious, prescient, urgent advice I managed to give myself, out of the blue, and somehow managed to take. Half a century later, I believe it’s the best advice—maybe the only advice—any of us should ever give.

Knight, Phil (2016-04-25T23:58:59). Shoe Dog: A Memoir by the Creator of Nike (Kindle Locations 104-108). Scribner. Kindle Edition.

1962년 그 아침,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생각을 미쳤다고 한다고 해도, 계속 앞으로 가자. 멈추지 말자. 목적지에 도다르기 전에는 멈출 생각도 하지 말자. 그리고 그 목적지가 무엇인지도 생각하지 말자. 무엇이 오든, 멈추지 말자. 그것은 당시 나 자신에게 주었던, 내 앞날의 성공을 비춘 시급한 조언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는 그 조언을 따랐다. 50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나는 그것이 누군가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멈추지 말자. Stay hungry, stay foolish.

2 thoughts on “놀듯이 일하기, 일하듯이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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