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가는 자동차, 토요타 미라이

MBA 를 마치고 드디어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 후 21,000달러를 주고 산 2006년형 중고 벤츠 C 클래스. 너무 아끼는 차였고, 훨씬 더 오래 쓰고 싶었지만 10만 마일 (16만 km)에 가까워지자 여기 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칠 때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급기야 엔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2천 달러를 겨우 받고 차를 팔면서 더욱 절감한 사실이지만, 독일 차는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유용성과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진다. 다시는 아우디나 벤츠는 안사겠다고 결심.

어느 날 아침, 차가 반짝반짝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던 날

차를 업그레이드한다면 당연히 전기차로 하고 싶어서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물론 최고의 옵션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대안으로 닛산 리프(LEAF), 쉐비 볼트(Bolt EV), BMW i3, 혼다 클래러티(Clarity) 등을 차례 차례 타봤다. 그리고 요즘 대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전기와 가솔린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 프리우스 프라임 (Prius Prime)을 마음에 두고 있던 중, 거리에서 토요타 미라이 (Toyota Mirai)가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그 옆에 연료 전지(fuel cell) 기술이라고 써 있었는데, 특이해서 뭔지 알아봤더니 수소로 가는 차였다.

토요타 딜러십에 찾아가서 시승을 해봤다. 6만 달러짜리 차라고 했다. 하지만 리스(lease) 조건이 매우 좋았다. 정말 파격적인데, 대충 아래와 같다.

  • 3년간 리스 총 비용 15,000달러
  • 3년간 차량 유지 무료
  • 3년간 수소 무료
  • 총 21일간 토요타에서 어떤 차든지 렌트할 수 있는 자격

이것 뿐만이 아니다. 클린 에어 차량 (clean air vehicle)이라고 해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5천달러를 내 준다. 그래서 실제 비용은 아래와 같다.

총 리스 가격: $15,000
– 캘리포니아 주 정부 보조: $5,000
– 3년간 차량 관리비 절감: $1,000
– 3년간 연료 절감: $7,200 (그 전 차의 경우 기름값으로 최소한 월 200달러씩 나가고 있었으니, $200 x 36개월 = $7,200)
– 21치 무료 렌트: $2,000

이렇게 계산하면, 실제 비용은 -200 달러, 즉 3년간 차를 이용하면 200달러를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때 가장 적합한 영어 표현이 있다:

No brainer!

캘리포니아와 토요타가 함께 이렇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유는 당연히 수소 자동차를 프로모션하기 위함이고, 또 한가지는 수소 충전소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충전소를 하나 설치하는데 $1M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 집에서 5분 거리에, 회사에서 5분 거리에 각각 하나씩 있어서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미라이로 결정. 미라이는 일본어로 ‘미래(未來)’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래는 작년 7월에 차를 인도받으며 찍은 사진.

미라이를 인도받던 날

8개월간 수소차를 타보고 느낀 장단점을 적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 장점
    • 일단 조용하다. 수소차라고 해서 수소가 바로 엔진을 돌리는 건 아니고, 수소를 에너지로 해서 전기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기차와 성능이나 느낌이 매우 유사하다.
    • 당연하겠지만, 차가 항상 깨끗하다. 엔진 냄새나 가솔린 냄새가 전혀 없다. 차 뒤쪽에 흔히 보이는 배기구가 없고, 차를 운전하면 물(H2O)만 배출된다. 2 H2 + O2 = 2 H2O!
    • 역시 전기차와 동일한 점인데, 가속이 좋다. 밟으면 확 밀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붕~하고 나간다. 전기 엔진은 기어가 없어서 기어 변속이 없다. 여기에 내가 찍은 비디오.
    • 대부분의 전기차에 비해 한 번 충전으로 훨씬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마일 (320km)가 한계인 반면, 이 차는 한 번 충전으로 240마일 (380km)를 간다. 물론,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숫자는 변하지만.
    • 기본적으로 6만달러짜리 차이므로, 차 안팎이 고급스럽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레이더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고속도로에서는 최고 속도만 맞춰 놓으면 달리면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이 기능이 가장 도움이 된다!
    • HOV 라고 해서, 고속도로에서 카풀(carpool) 차량만 다닐 수 있는 첫 번째 차선이 있는데, 여기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이것도 정말 큰 혜택이다.
    •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토요타와 캘리포니아가 주는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리스 비용을 제외하고는 차에 쓰는 돈이 아예 없다. 한 번 충전에 7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토요타에서 카드에 미리 15,000달러를 충전해줘서, 사실상 무제한 무료.
  • 단점
    • 나의 경우엔 큰 문제가 안되지만, 어쨌든 충전소가 아무데나 있는 게 아니므로 항상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충전하면 충분하지만, 어쨌거나 계산을 하며 다녀야 한다.
    • 한 번 충전에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드는데, 퇴근 시간에는 차들이 밀려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10분 정도 기다리기도 한다.
    • 차 안에 수소 저장 탱크 두 개가 들어 있는데, 그 때문에 실내 공간이 좁다. 뒷자석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다. 출퇴근용으로 쓰는 경우엔 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외에는 다른 단점이라고 할만한 점이 정말 없다. 거의 무료로 쓰는 차인데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ㅎㅎ;

수소 충전 스테이션. 충전 속도에 따라 H35, H70 두 가지가 있다.

간혹, 사고가 나서 수소가 폭발하면 어쩌냐는 질문을 받는데, 글쎄… 수소차 기술이 이제야 막 나온 것도 아니고, 10년이 넘게 연구하다가 2013년부터 현대 투싼 수소차를 출시하면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토요타가 만든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700기압 수준의 수소를 보관할 수 있는 연료탱크를 지녔는데, 연료탱크의 구조는 여러 겹으로 설계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나카이 히사시 토요타 기술홍보부장은 지난 해 국내 언론과 가진 자리에서 “수소는 오히려 폭발시키기 어려운 물질”이라며 “수소는 공기보다 가볍고 확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닷컴 카 라이프 (http://car.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1/2017082101829.html)

한국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를 ‘현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고 자처했다고 하는데, 당연히 충전소 설치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어쨌건 반 년간 써본 나로서는 강력 추천이다. 👍

6 thoughts on “수소로 가는 자동차, 토요타 미라이

  1. 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캘리포니아에서 지원하는 금액 $5,000이 리스값에서 차감되는게 아니라 차량 값에서 차감되는게 아닌가요? 저는 BMW 330e를 타는데, 제가 이 차를 처음 오퍼받을 때 그런식의 오퍼가 있었어서요.

    1. 그 두 가지가 어떤 차이인가요? 아무튼 저는 차 받고 나서 6개월 후에 캘리포니아에서 5천달러 체크를 받았어요. 리스이든 구입이든 동일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2. 안녕하세요? 지난 번 KAL모임에서 만났던 Sebastian Shin입니다. 미라이 풀충전시 드는 비용 및 주행가능거리는 어느 정도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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