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리더십 Fatherhood Leadership

얼마전에 비행기에서 영화 ‘아바타 2’를 다시 봤다. 그리고 아래 대사에서 눈이 멈췄다.

Jake Sully from Avatar 2

A father protects. It’s what gives him meaning.

아버지는 보호한다. 그것이 아버지 존재의 의미다.

Jake Sully from “Avatar 2”

갑자기 웬 가부장적 발언?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 것이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더 확장된 의미의 ‘부족’을 하늘 사람들(Sky people)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어떤 큰 희생을 치르게 되었는지. 그 내용을 알기에 두 번째 영화를 보며 이 대사가 나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대사를 외우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한 직원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일하면서 나가게 되는 경비 중 하나를 앞으로는 법인 카드로 처리해도 좋다고 말한 직후이다):

Wow wonderful!! Thanks for offering it. Always loved the benefits at Chartmetric. Can’t imagine working anywhere else honestly. 🙂

우와 끝내주네요! 고마워요. 언제나 차트메트릭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어요. 🙂

한 시니어 직원

이 직원이 차트메트릭 아니면 갈 곳이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아니 사실 정 반대다. 차트메트릭의 시니어 직원이고, 높은 학력에 더해 실리콘밸리 유수의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할 다른 회사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직원이 이렇게 말을 했기에 나에게 더 뜻깊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마법같은 일이 있었기에 이 사람이 어쩌면 나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 리더십 (Fatherhood Leadership)

어쩌면 그것이 아니었을까? 안전과 활동 공간, 그리고 자원이 보장된 환경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것은 뭘까?

남녀 역할 성차별을 하거나, 어머니 리더십은 회사에서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여성 리더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가 ‘아빠’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의 CEO 또는 리더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것과 꽤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1. 폭력과 위험이 있을 지 모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공간 제공 (집이든, 또 다른 어떤 것이든)
  2. 언젠가 내가 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
  3.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나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엄격함
  4. 그리고 이 모든 행동의 바탕이 되는 사랑

위와 같은 환경이 갖춰지만, 적어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본 터전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반대의 상황은 아래와 같고, 이런 환경에서 창의력과 실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아이가 자라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 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1. 항상 신변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환경
  2. 생존을 염려할 정도로 부족한 경제적 자원
  3. 엉뚱한 방향으로 가도 결코 받지 못하는 피드백
  4. 엄격함, 충격, 폭행만이 룰이 되는 공간

강연을 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리더십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럴 때 진부하게 “리더십이란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능력이다”, “리더십이란 종이 되어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기 싫어 내가 직접 경험한 나만의 정의가 무엇일까 고민하고는 한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리더십이란, 그 리더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동시에 회사의 공동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아래 간단한 도표를 보자.

왼쪽은 사실 꿈같은 상황이다. 창업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일치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위 두 서클이 되도록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면 일하는 시간이 돈을 위해 자신을 내다 파는 시간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더 가까워지도록 돕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자신의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면접을 볼 때, 그리고 이미 채용을 결정한 이후라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항상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목표와 꿈이, 지금 하는 일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지금의 일을 통해 자신의 꿈에 더 가까이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하면 동기부여는 자연스럽게 되지만, 이게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보상을 높여도, 아무리 좋은 일을 맡겨도, 일시적 동기부여는 되지만 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느낌‘은 가지게 되기 어렵다.

정확히 내가 경험한 것이다. 예전에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국 내 꿈은 미국에서 유학한 후 정착하고 사업하는 것이라서, 아무리 내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려고 해도, 아무리 상사가 그것을 도와주려고 해도 두 목적을 일치시키기가 힘들었다. 한때는 스스로 합리화하여 머무르기로 하고 일시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일치시키기도 했지만, 외부 자극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의 어린 시절의 꿈과 목표가 가슴 속에서 살아나 나를 괴롭히고는 했다.

오라클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할 때도, 첫 1년은 정말 동기부여가 잘 되었고 일치가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걸 잃고 방황했다. 회사에서 적지 않은 급여가 꼬박 꼬박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았다. 주식 보상과 보너스 등으로 보수가 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고민이 해결된 건, 사업을 시작한 후부터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조금씩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며, 나는 진정으로 나의 관심과 회사의 관심이 일치하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괴로워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만든 이 회사가 ‘자신을 위해 일하지만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터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이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뽑았다. 처음 인터뷰 때 생각했던 것과 실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서 이게 맞지 않는다 생각되면 서로 잘 이야기해서 일치시킬 방향을 찾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다른 길을 찾아 떠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다른 옵션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위주가 되었다.

우리 회사에서 ‘무제한 휴가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연차를 계산하지 않고, 휴가 제한을 걸지도 않는다. 매니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풀타임 직원 전체에게 적용된다. 사용하는 절차도 간단하다. 불과 일주일 전이라도 자신의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승인을 받기만 하면 된다. 그 유명한 ‘넷플릭스의 문화’에서 따온 것인데, 이 무제한 휴가제도는 ‘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일치하도록’ 돕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라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더 나아가 ‘내가 언제 쉴 지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자유가, 내가 사업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복지 중의 하나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복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간대에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한 엔지니어는 아이슬란드에서 2주간 여행하며 하루 4시간씩 일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뉴욕에서 채용했지만 가족이 있는 네덜란드로 이사하고 싶어해서 네덜란드로 이사한 후 거기에서 이어서 일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 회사에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친구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야기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가 유연하지 못하고 해고가 어려워서 이 둘을 일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양쪽 모두 박탈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채용한 사람이, 회사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도 쉽게 해고할 수 없고 (잘 알듯이 5인 이상 조직에서는 해고가 아예 불법이다 –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나는 반대다), 해고 당한 입장에서도, 쉽게 다른 회사를 찾을 수 없어 해고를 무척 두려워한다. 특히 가장 보상과 복지가 좋은 대기업들이 ‘공채’ 위주로 사람들을 채용하기에, 경력직으로 경쟁사 또는 다른 분야의 다른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결과는? ‘일은 일이고 개인은 개인이다’ 라는 철학이 중요해진다. 회사가 아무리 거지 같아도, 일하는 환경이나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월급 통장에 꼬박 꼬박 돈만 들어오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워라벨(work life balance)‘ 주의가 생겨난다. 어떻게든 ‘워크(work)는 줄이고 라이프(life)는 늘리자‘라는 생각. 일은 일일 뿐이라며 일을 통해 버는 돈을 취미 활동에 올인하는 사람도 있다.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활동이 안좋다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한때는 돈을 위해 일했고, 그렇게 해서 번 돈이 내 꿈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또한, 일과 놀이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삶도 중요하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다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날이 자꾸 미뤄지고, 어떤 불행한 경우엔 너무 늦을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전에도 언급했지만, 유재석 또는 신동엽 같은 방송인을 보다보면, 그들은 적어도 자신도 행복하고 다른 이들도 행복하게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들도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방송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들의 제약도 많아서 일상 생활에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무고로 상처를 입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은, 눈을 감는 순간 ‘다른 인생을 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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