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성공을 꿈꾸던 엔지니어, ‘자유’를 찾아 미국에서 창업가가 되다

아래는 숙명여대 ‘실리콘밸리 탐방’ 프로그램으로 찾아왔던 네 명의 학생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그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인데 최근에 하는 생각들이 잘 정리된 것 같아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원본 링크]

#About

  • 10년간 모은 유학 자금으로 미국행,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현실로
  • 게임빌 창업자를 보며 처음 발견한 ‘나도 사업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
  • 음악 데이터에서 기회를 발견해 아티스트 데이터 비즈니스 창업
  • AI 시대의 경쟁력은 자신만의 ‘Unfair Advantage’를 가진 Builder

#PROLOGUE. 사업은 나와 가장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음악 산업 데이터 분석 회사인 Chartmetric CEO, 성문님은 어릴 때부터 뚜렷하게 하나의 직업만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대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에는 관심이 많았다.

자격증을 따고 좋은 회사에 입사해 승진하고, 연봉이 높아지는 삶. 학교에 맥킨지나 BCG 같은 컨설팅 회사 사람들이 설명회를 오면 멋있어 보였고, 교수들의 권위 있는 모습을 보면 교수가 되고 싶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표하는 것을 볼 때면 대기업 엔지니어의 삶에도 마음이 갔다.

한때는 신문에서 평균 연봉이 높다는 이야기를 보고 변리사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보다 더 오래 가지고 있던 꿈이 하나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어요. 사업이 됐든 교수 자리든, 언젠가는 미국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었죠.”

반면 사업은 자신의 선택지에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했던 사업가는 돈이 많고, 목소리가 크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사람들을 강하게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봐온 사업의 모습도 좋지 않았다. 집안에서 사업을 했던 사람들이 실패하며 돈과 건강을 잃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부정적으로 굳어졌다.

“사업을 하면 사람이 다 저렇게 힘들어지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착실하게 공부해서 교수나 전문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에게 사업은 오랫동안 ‘나와 가장 맞지 않는 길’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한 것은 거창한 창업 교육이나 성공한 CEO의 책이 아니었다.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한 선배가 실제로 사업을 해내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PART 1.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업가를 보며 처음 발견한 가능성

진로가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게임빌 창업자인 송병준 대표를 만나면서였다.

당시 그는 “코딩을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면 같이 게임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서 실제 창업자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업가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했던 사업가는 목소리도 크고 리더십도 엄청 강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분도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거든요. 조금 소심하기도 한데, 하나씩 착착 해내는 게 신기했어요.”

두 학번 위의 선배였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천재도 아니었고, 엄청난 배경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사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자유였다.

그에게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니었다.

“사업하는 사람을 보면서 제일 부러웠던 건 자유였어요.”

직장인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결국 조직 안에서 누군가가 정한 방향을 따라야 한다. 교수 역시 연구비를 확보해야 하고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자신의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적어도 자신의 삶과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조금씩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사람이 원하는 게 결국 자유로운 거잖아요. 새처럼 훨훨 날고 싶은 것. 시간의 자유, 그리고 잘되면 경제적인 자유까지요.”

물론 창업한다고 곧바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달랐다.

사업은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데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PART 2. 두려움이 없어져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시작했다

창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결국 책임이다.

사업이 실패하면 돈을 잃는다. 투자받은 돈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자본을 잃게 된다는 부담이 남는다. 직원이 생기면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책임도 생긴다.

그 역시 처음부터 그런 책임을 가볍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 시작하는 순간에는 실패할 가능성 50%, 성공할 가능성 50%인 동전 던지기처럼 느껴지잖아요. 저도 당연히 실패가 두려웠어요.”

그는 오히려 대학생 때부터 아무 두려움 없이 창업하는 사람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도 다녀보고, 여러 사람과 일해보고, 무언가를 직접 해내보면서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경험이 쌓여야 책임의 무게 역시 조금씩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송병준 대표가 사업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업할 용기를 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이 또 있었다.

뉴욕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을 창업한 정세주 대표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직원 수천 명 규모의 회사를 만들어낸 그의 이야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성공의 규모가 아니었다.

“그 친구가 사업이 정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고 얘기해요. 그런데 항상 마지막에는 ‘근데 재밌어요’라고 끝내더라고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어차피 어떤 일을 선택하더라도 힘들다.

회사에 들어가도 스트레스를 받고, 사업을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어려움을 선택하고 싶었다.

“인생이 어차피 힘들다면, 재미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창업에 뛰어든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보다 ‘언젠가는 될 것 같다’는 가능성과 ‘이 일이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커졌기 때문이었다.


PART 3. 좋은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알아볼 수 있는 경험이다

현재의 아티스트 데이터 사업 아이템도 처음부터 오랜 시간 고민해서 발굴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는 오히려 우연히 찾아왔다.

한국에서 스파크랩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 음악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어드바이저를 소개받았다.

그는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의 음악 데이터를 다루면서 업계에 수작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 데이터를 자동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그분이 주셨어요.”

엔지니어였던 그의 눈에는 해결 방법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였다.

파이썬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차트 API를 연결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면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창업 아이디어를 반드시 창업자 자신이 처음부터 발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이것이 될 것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였다.

그 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미국 기업에서 근무하고, MBA를 하고, 오라클에서 일했던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만들어졌다.

“그동안의 경험이 있으니까 ‘이거는 될 수도 있겠다’는 감이 훨씬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보다도 그에게 더 중요한 기준이 하나 있었다.

“되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재미있겠다는 거예요.”

그는 숫자와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MBA 과정에서 진행했던 컨설팅 프로젝트에서도 하루 종일 회사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 가격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일이 유독 재미있었다.

지금의 음악 데이터 사업 역시 그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개인적인 관심까지 겹쳤다.

“제가 아이유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일을 하면 언젠가 아이유를 만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심도 있죠.”

창업 아이템을 찾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남들이 지나치는 기회를 알아보고,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문제를 푸는 과정이 나에게 재미있는가’를 판단하는 힘을 키우는 것.

그것 역시 창업가에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다.


EPILOGUE. AI 시대에는 ‘Unfair Advantage’를 가진 Builder가 되어라

만약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열심히 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표현 하나를 이야기했다.

“Unfair Advantage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 조금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만 가지고 있는 경험, 기술, 관계, 콘텐츠, 전문성처럼 다른 사람이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그것을 좋은 환경에서 물려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Unfair Advantage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는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 코딩을 할 수 있다는 점, MBA를 했다는 점이 하나씩 경쟁력이 됐다.

오랫동안 운영한 블로그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자산이 됐다.

음악 산업과 데이터를 분석한 글을 꾸준히 쓰면서 업계 사람들에게 ‘이 회사는 음악 데이터를 잘 다룬다’는 신뢰가 생겼고, 블로그를 통해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투자자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냥 글을 썼는데, 그게 나중에는 다 Unfair Advantage 역할을 했어요.”

그가 사람을 채용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 역시 비슷하다.

좋은 학벌이나 자격증보다 스스로 동기부여되는 사람, 누군가 시키기 전에 필요한 일을 발견하고 직접 움직이는 사람을 선호한다.

“일을 시켜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재미있어서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좋아요.”

그가 최근 주목하는 인재를 표현하는 단어도 Builder다.

단순히 주어진 코드를 잘 작성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직접 만들고,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경영학과 출신도 Builder가 될 수 있고, 디자이너나 음악 전공자도 Builder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특히 컴퓨터공학을 이해하는 Builder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한다고 해서 엔지니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일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가 훨씬 중요해진다.

“엔지니어가 AI한테 일을 시키는 것과 비전공자가 시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회사에서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면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같은 결과를 만들어도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시하는 사람은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결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히 ‘코딩을 얼마나 잘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고,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무기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AI 시대의 Builder다.

그리고 자신만의 Unfair Advantage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10년 동안 모은 돈이 미국 유학의 기회가 되고,

직장 경험이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감각이 되고,

오랫동안 써온 블로그가 투자자를 만나게 하고,

엔지니어로서 쌓은 기술이 AI를 더 잘 활용하는 경쟁력이 된다.

당장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경험도 결국 연결된다.

남들에게 없는 무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 나만의 Unfair Advantage로 만드는 것.

그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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