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링크드인에 쓴 글에 이런 질문이 달렸다.
“회사가 커지면서 어떤 제품 관련 의사결정은 창업자가 계속 직접 해야 하고, 어떤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좋은 질문이다. 이때 나름대로 사용하는 기준이 하나 있다. 그 일이 누군가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더 큰 동기를 느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큰 책임을 맡고,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가 앞으로의 커리어와 보상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반대로 별로 배우는 것도 없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할 수도 없고, 그 일을 잘한다고 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 일이라면, 그런 일에 진심을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회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엔지니어 한 명과 둘이서 일했다.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많았지만, 그중에는 그에게 별로 재미있지 않은 일도 있었다. HTML/CSS 조금 고치는 일, Python 스크립트의 자잘한 버그를 수정하는 일, 별로 어렵지도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울 것도 없는 일들이다. 그런 일은 내가 했다. 오히려 그런 일을 내가 가져오는 것이 좋았다. 나는 그런 일을 하는 데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그 사람은 그 시간에 좀 더 어렵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를 키우면서 생각해보니 이것이 단순히 “내가 일을 많이 한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임이라는 것은 내 일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더 좋은 일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일을 위임할 때는 “내가 이걸 할 수 있나?”보다 “이 일을 이 사람이 하는 것이 이 사람에게도 좋은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경우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낸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대로 이유가 있고,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대로 이유가 있고, 세일즈나 고객지원팀도 각자의 이유가 있다. 각각의 의견이 모두 맞을 때도 많다. 문제는 그렇게 하나하나 듣다 보면 결정 하나 내리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내가 관여한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완벽한 결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계속 논의해서 내리는 완벽한 결정과 오늘 내리는 80점짜리 결정 중에서는 후자가 훨씬 나을 때가 많다. 이것이 창업자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계속 의사결정의 병목이 되면 안 된다. 한 번 결정하고 나면 다시 그 팀이 자기 일을 하도록 놔두는 것이다.
어떤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내가 하는 것이 회사에 더 좋을 수 있고, 어떤 일은 아무리 중요한 일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그 사람과 회사 모두에게 더 좋을 수 있다. 아직도 그 경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어렵다. 무엇을 위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만큼, 왜 그것을 위임하는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간 매니저로 일할 때도 어떤 일을 위임할 지, 아니면 내가 직접 처리할 지 결정하는 게 쉽진 않더라구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