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 3년의 임기를 무사히 잘 마쳤다. 3년여 전, 이사회 후보로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회사측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는 창업자 이수만씨와 SM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가 에스엠의 주식을 확보하고 지배주주 구조 개선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었고, 이 때 얼라인 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가 엄청난 활약을 했다. 그 후 하이브가 매수자로 나서면서 7~8만원이던 주가가 15만원대로 급등했고, 최종적으로 카카오가 제 3의 인수자가 되면서 회사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1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이수만 창업자가 5000억원 가량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떠났고, 이 과정에서 회사는 주주를 위해 일하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발표했다. 그 결과 추가 사외 이사를 선임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연결이 되었다. 참으로 드라마같은, 극적인 상황 끝에 에스엠의 사회 이사가 되었다. 많은 주주들이 지켜보고 있었고, 언론에도 많이 회자되었던 만큼 더 큰 책임 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이사회였다. 이렇게 해서 나를 비롯해서 총 5명의 사외 이사가 선임되었다: 김태희 변호사, 이승민 변호사, 문정빈 교수, 그리고 김규식 대표.


한국 상장 기업의 사외 이사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라 처음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사회가 차츰 진행되면서 주주를 대표하는 ‘독립 이사’의 역할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차 알게 되었다. 처음 명함과 뱃지를 받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아래는 3년의 임기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다.
- 30주년 기념 SM타운 콘서트 참석 (서울, 도쿄)
- 에스파의 아마겟돈, 수퍼노바가 출시되기 전에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뮤직 비디오를 볼 수 있었던 것. 솔직히 이 노래들 처음 들었을 때는 감이 안왔다. 나중에 그렇게 큰 인기를 끌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
- 라이즈(RIIZE), 하츠투하츠(H2H)의 데뷔
- 아이들과 함께참석한 NCT DREAM, 에스파 샌프란시코 공연
- 총 150건의 이사회 안건 처리. 30여회 이상의 이사회 참석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것은 보상위원회 위원장 역할이었다. 주식회사의 대표가 스스로의 보상을 결정할 수는 없기에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의 보상 체계를 만들고 이를 승인하는 것은 사외 이사, 특히 그 중에서도 보상위원회의 역할이다. 한국의 많은 상장사들은 소위 ‘오너’의 지배를 받기에 오너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주들’이 주인이 된 에스엠에서는 이사회, 특히 사외 이사들이 이를 전담하게 된다. 그래서 보상위원회에 속한 사외 이사들, 그리고 회사의 인사팀과 함께 이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년 있는 임원들의 단기 성과급 결정에 참여했고, 동시에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들의 보상이 주식과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장기 보상 체제를 만드는 데 시간을 썼다. 임기 만료 대주주의 동의를 얻고 이사회의 승인도 얻어서 구현하고 마친 점은 참 보람있는 일이었다.
3년간 SM 생각을 하며, 회사에서 명절 때마다 보내준 와인과 기념품들을 집에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핑크블러드가 내 안에 자리잡았다. SM 과 함께하는, 또 함께 하게 될 가수들이 모두 글로벌 무대에서 큰 활약을 하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 K팝 산업이 더 크게 자라서 전 세계에 더 많은 팬들을 사로잡게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