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회사,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

오늘은 재미난 회사 비교를 한 번 해보려 한다 – 블록버스터(Blockbuster)넷플릭스(Netflix). 이 두 회사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뭘까? 영화를 대여해서 돈을 버는 회사라는 것. 차이점은 뭘까? 하나는 전통적인 모델을 고수하다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다른 회사는 혁신을 일으키며 연일 주가를 상승시켜가고 있다는 것.

아래 주가 변동 그래프를 보자 (주: Google Finance). 2005년 중반부터 넷플릭스 주가가 200%상승하는 동안 블록버스터 주가는 95%가 하락했다. 오늘 (2010년 3월 1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주가는 70.7달러 (시가 총액: $3.8B, 약 4조원), 블록버스터는 며칠 전 무려 30% 이상 주식이 하락한 걸 포함해서 끝없이 주가가 추락해서 현재 주가는 0.32달러 (시가 총액: $61.6M, 약 700억원) 이다. 블록버스터는 작년 4분기에만 무려 $435M의 손실을 내었고, 지금 파산을 앞두고 있다. 그나마 블록버스터 회사가치가 700억원을 버티는 건, 블록버스터가 소유한 부동산과 수많은 영화와 게임 DVD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 2008년 비즈니스 스쿨에 있을 당시 이 두 회사에 대해 조사하면서 블록버스터가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당시 1달러이던 블록버스터 주식을 쇼트 short (주: 주식이 내리면 돈을 버는 것)하면 어떨까 하다 너무 위험해서 안했는데 (short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엄청난 돈을 잃을 수 있다), 돌이켜 보면 만약 short를 했다면 거의 70%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회사 아이템? 본사 위치? CEO의 자질? 브랜드 로열티?

이런 케이스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Disruptive Technology (파괴적 혁신).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 나오는 “Disruptive Technology“라는 단어 만큼 신생 회사의 눈분신 성장을 더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파괴적 혁신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저비용/저가격으로 눈에 안띄게 등장했지만 주류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기존 기술을 이기고 결국 승자가 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두 회사를 분석하기 전에 두 회사에 대해 조금만 소개를 해 보자. 먼저 블록버스터는 쉽게 생각하면 ‘비디오 대여점’이다. 1985년에 창업되었으며, 현재 25개의 나라에 9000개 (미국에 3750개)의 대여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디오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DVD, 게임 CD, 게임 DVD등을 대여해주며 돈을 받고 있는데, 대여기간에 따라 돈을 내고, 나중에 약속한 기한이 지나서 반납하면 꽤 큰 연체료를 물게 되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걸어가서, 혹은 시장 보고 돌아오다가 비디오를 빌려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전역 구석구석에 매장을 개설했다. 거의 맥도널드 보듯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매장도 깔끔하고 초대형인데다 말그대로 “블록버스터”급 비디오는 대량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영화가 DVD로 출시되면 블록버스터에서 거의 항상 대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거의 독식하면서 정말 잘 나가던 회사였다. 1997년에 넷플릭스라는 작은 회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호주의 한 블록버스터 매장

보스턴 출신의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는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라는 회사를 세워 직원이 640명에 달하는 회사로 키웠으나 인수 합병과 관련한 골치 아픈 문제를 겪은 후, 여전히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던 1998년에 “온라인 비디오 대여”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 넷플릭스는 10만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만명의 유료 회원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퓨어 소프트웨어를 매각한 후 비디오를 하나 빌려 봤는데,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 가입하면 비디오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자” 했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던 거다. 창업자 자신도 이게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단다. 비디오는 빌리는 건당 돈을 내는 것이 너무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월정액을 내면서 비디오를 배송받는 생소한 개념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No Late Fee (연체료 없음)”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 초기의 강력한 성공을 불러 온 개념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연체료를 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특히 미국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연체 한 번으로 DVD를 하나 살 만큼의 돈을 낸 사람은 아마 평생 그 고통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 그러나 블록버스터같은 대여점은 연체를 봐줄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를 65 달러를 내고 사거나 스튜디오와 수익을 나누는데, 특히 블록버스터급 비디오가 빨리 돌지 않으면 큰 손실을 면할 수 없다. 지역별로 차이가 심해 한 도시에서는 비디오가 남아도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없어서 대여를 못 해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는데다 월 사용료를 받으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오래 보유하고 있는게 사용자에게 공짜는 아니다. 비디오를 돌려주지 않으면 새로운 비디오를 빌릴 수가 없으므로 (한 번에 몇 개씩 빌릴 수 있는지는 월정액 액수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넷플릭스에 돈은 내고 있는거다. 게다가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니까 수요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비디오 하나가 한 집에서 오랫동안 있더라도 블록버스터에 비해 덜 손해를 보게 된다. 참고로, 지금 집에 있는 넷플릭스 비디오는 도착한 지 무려 3주가 넘는다. 그동안 시간이 안나서 못보고 있다가 오늘 밤에서야 봤다 (David Foster & Friends라는 공연 DVD인데 큰 감명을 받았다). 3주나 갖고 있었지만 내가 보는 손해는 없다. 내가 월 사용료로 내는 돈은 고작 $5이다.

사업이 성공하기 시작한 후 넷플릭스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포장과 배송의 혁신이다. DVD가 등장해서 좋은 점은 부피가 작다는 거다. 소포가 아니라 우체통 안에 쉽게 들어가는데다 무게도 가볍고 파손 위험도 적다. 넷플릭스에서 비디오를 빌리면 DVD가 든 작은 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이게 동시에 DVD를 반납하는 봉투가 된다. 비디오를 다 본 후에는 여기다 넣어서 집 근처 우체통 아무 곳에나 넣으면 그만이다. 넷플릭스는 우체국과 딜을 해서 배송료를 혁신적으로 낮추어서 비용을 절감했고, 또한 배송 속도를 높여 사용자 만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그 날 또는 다음 날이면 비디오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날아오고, 하루가 더 지나면 내가 큐에 넣어 둔 새 DVD가 집에 도착한다. 겨우 이틀만 기다리면 다음 비디오가 오니까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차피 영화를 매일 볼 수도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앞서 설명했듯이 3개를 한꺼번에 빌리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월 15불). 그러면 하나 끝날 때마다 우체통에 넣으면 항상 집에 3개의 DVD가 존재하게 된다.

넷플릭스 포장 봉투

둘째는 물류의 혁신. 지역마다 넷플릭스 물류 센터가 있다. 이 물류 센터의 주소는 봉투에 새겨져 있다. 우체국에서는 알아서 가장 가까운 시설로 배송한다. 이곳에서는 비디오가 도착하면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회원에게 도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고, 즉시 다음 큐에 있는 비디오를 찾아서 배송한다. 보통 인기 있는 DVD는 미처 창고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한 회원에서 즉시 다음 회원으로 옮겨지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해당 물류 센터에 해당 DVD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물류 센터에 연락이 되서 그 곳에서 발송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로스 가토스(Los Gatos)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셋째, 넷플릭스에는 ‘무제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있다.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약 7000개(계속 늘어나고 있다)의 다소 오래된 타이틀은 언제든지 컴퓨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DVD 대여가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항상 넷플릭스를 그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옛날 영화이고 화질이나 음질이 다소 안좋아도 괜찮다면 스트리밍으로 보는 거고, 더 좋은 화질을 원한다면 DVD를 대여하면 되는 거다. 두 가지 옵션이 다 존재하니 굳이 멤버십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추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 회원에 가입하면 다음과 같은 메뉴를 볼 수 있다.

주로 유명한 영화들을 위주로 타이틀이 보이고, 내가 별점을 매긴다. 재미있었던 영화는 별 다섯 개. 영 꽝인 영화는 별 0개. 이런 식으로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 는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걸 토대로 내가 어떤 영화를 재미있어할 지 추천할 수 있다. 아래는 넷플릭스가 나를 위해 추천해준 영화 목록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좋아할 지 어떻게 알까?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고르는 걸까? 넷플릭스 의 추천 알고리즘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비즈니스 스쿨에 있을 때 수업시간에 이것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배웠는데, 워낙 재미있는 개념이므로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잠시 설명을 해 보겠다. Brian 과 Chris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Brian은 A, B,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E, F 영화에는 별을 한 개 주었다.
Chris는 A,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F에 별을 두 개 주었다.

자, 이제 Chris를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면 좋을까? 일단 B가 유력하다. Brian이 비슷한 비디오를 보고 비숫하게 평점을 매긴 걸 봐서 Brian과 Chris는 영화에 대한 취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Chris에게 B를 추천해주면 Chris가 보고 좋아할까?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hris가 영화를 보고 B에 대해 평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또 배우게 된다. Chris가 B를 싫어했다면, 또 그런 패턴을 가진 사람을 새로 찾아내면 된다. 회원이 천만 명이니 비슷한 취향의 사람은 또 나오게 마련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것이 넷플릭스의 중요한 네 가지 성공 비결이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을 이루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뭘 했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넷플릭스가 자신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는 신작 DVD를 대량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게임 대여 사업을 했다. 그러나 트렌드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video를 보기 시작했고, 게임은 Xbox Live 등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에서야 ‘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남의 것을 따라한다고 자기도 성공할 리가 없다. 넷플릭스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블록버스터는 $4.1M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넷플릭스보다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넣었다. 즉, 온라인으로 빌린 영화를 대여점에 갖다 주면 뭐든 원하는 영화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좋은데 실행력이 받쳐 주질 못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옛날 영화를 빌린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최신 영화로 바꿔오고… 이런 게 누적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최신 영화를 끝없이 사야 했고… 넷플릭스만큼 훌륭한 물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를 따라해보려 하다가 결국 돈만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부터는 레드박스(Redbox)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편의점에에 자동 DVD 대여기를 설치해서 사업하는 회사인데 개념이 재미있어서 나도 몇 번 써봤다. 매장도 필요없고 사람도 필요없는 low cost 사업모델이므로 DVD 한 편 대여료는 고작 $1밖에 안된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하려면 약 $5가 든다. 블록버스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익스프레스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12월에. 이미 편의점에는 레드박스의 기계가 다 깔려 있는데 블록버스터가 과연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

마지막 발악이랄까… 블록버스터 는 2005년에 “연체료 무료”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보면 연체료가 쌓이고, 연체료가 DVD 구매가격보다 높아지면 DVD를 소유하게 해주겠다는 거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반대를 샀고, 무려 48개 주에서 소송을 당했다. 여기 저기서 깨지면서 결국 블록버스터는 변호사 비용으로 $9.25M (100억)을 지출했고, 연체료를 환급금으로 약 $100M (천억여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미국에 3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한때 랜드마크가 되었던 회사인데, 블록버스터는 지난 10년간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이렇게 망하는 건 필연적이었을까? 물론 기회는 있었을 거다. 기회는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자꾸 내리면서 회사가 내리막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회사에서 빠져나갔을 거고, 결과적으로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된 거다. 다른 한편으로 필연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바로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서 클레이튼(Clayton)이 주장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기존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로 돈을 버는 회사가 굳이 온라인 회사로 전향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게 되면 기존 고객에게 잘 서비스하지 못하게 되므로 블록버스터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 구글이 야후를 이기고,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고, 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강력한 맞수로 등장하고… 다윗처럼 작은 신생 회사가 골리앗같은 기존 거대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그만큼 많은 배울 거리를 남긴다.

업데이트: 라이코스 임정욱 사장(@estima7)님이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에 관한 내용을 블로그로 정리해주셨는데 뉴스 자료 및 Vint Cerf의 의견 등 좋은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방문하시길 권장합니다.

Mobile World Congress 일정을 마치고 나서 (삼성 Bada)

Mobile World Congress. 마지막 날 행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쳤고, 내일 새벽이면 San Francisco행 비행기에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도 좋긴 하지만 역시 California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여기서 있었던 개인적인 일과 전시회에서 본 것들을 위주로 정리를 해볼까 한다.

1.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도시. 2004년에 유럽 배낭 여행하며 처음 방문했는데, 그 때 가우디 건축물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우디가 설계한 Sagrada Familia 등 주요 여행지는 지난번에 이미 둘러본 터라 이번에는 이 도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고, 또 맛있는 음식도 좀 더 사먹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온 터였다.

처음 바르셀로나 공항에 내려서 내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은 건 공항이었다. 인천 공항이 제일 좋은줄 알았는데 더 현대적으로 더 깔끔하게 지은 공항이 있는지 몰랐다. 지난번 왔을 때는 못느꼈는데, 아마 터미널을 새로 추가했거나 그 사이 renovation을 한 것 같다. 바르셀로나 방문객이 1992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늘었다더니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Wikipedia에서 찾아보니 올림픽이 이 도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아래는 Barcelona 공항에 방문하는 연간 승객 수이다. 정확히 1992년을 기점으로 앞뒤 기울기가 완전히 다르다.


서울 올림픽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듯, 바르셀로나의 올림픽은 그 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바르셀로나와 가우디의 건축물을 전세계에 알렸고, 관광객의 숫자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번에 내가 참가한 Mobile World Congress도 그런 연장선상에 생겨난 전시회인 것 같다. 누가 기획했는지 몰라도 정말 타이밍과 장소를 잘 잡은 거다.

2. 호텔

출장중 내가 묵은 곳은 Passeig De Gracia 거리에 위치한 Mandarin Oriental Hotel이다. 오기 전에 찾아보고 호텔 참 좋아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Five star호텔인데 1년 전 호텔 전체를 renovation해서 방이 상당히 세련되게 잘 꾸며져 있었다.

Mandarin Oriental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동양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곳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동양적인 느낌을 잘 살렸길래 중국인들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호텔이겠거니 했는데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사실 서양인들이 모두 운영하고 있다. CEO인 Edouard Ettedgui는 프랑스 태생이고 1998년에 CEO로 취임해서 당시 11개이던 호텔 수를 42개로 늘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동양적인 느낌을 가진 곳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제일 나를 감동시켰던 건 직원들이 내 이름을 항상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하러 내려가면 식당에서 Good morning, Mr. Cho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호텔에서 나갈 때도 Concierge에서 Hi, Mr. Cho라고 인사하고… 이런 호텔에서 지낸다면 consultant로 일하면서 매일 호텔에서 사는 것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음식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음식! 어딜 가나 맛있다. 스페인 전통 음식인 Pallella와 Tapas 뿐 아니라 새우 요리, 스테이크, 생선, 해산물… 뭘 시켜도 실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와인에는 단 맛이 강하게 났는데 떫지 않고 대부분 맛이 있었다. 다만 단 맛이 너무 강해 내 입맛에는 좀 안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저께 저녁에는 한국에서 일하시는 Sun 동료 두 분과 식사를 했는데, 여기서 음식에 완전히 감동했다. Catalunya 광장 근처에 있는 Reial Cercle Artistic이라는 곳인데 바르셀로나에 가는 분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요리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내가 왕새우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appetizer로 먹었던 새우는 내 인생에서 맛본 가장 맛있는 새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4. Mobile World Congress

5만명이 참석했다고 하던데, 규모가 정말 컸다.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내가 실제로 제대로 본 곳은 정말 관심 있는 몇 군데뿐이라고 할 정도다. 모바일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다 모인 것 같다. 한국 회사중에는 삼성, SKT, 그리고 mobile browser 개발 회사를 비롯한 몇 개 회사만 눈에 띄었지만 전시회 관람하는 사람 중에 한국 사람이 많아 꽤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작년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하던데, 어쨌든 모바일 산업의 규모가 이렇게 커졌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2000년 말 처음 24KB짜리 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때가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고,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루었다. 성장하는 industry가 10년이 지나면 이렇게 되는 구나 싶다.

삼성의 투자가 인상적이었다. 일단 전시장 맞은 편에 초대형 Samsung Wave 광고가 있었고, 전시장 내부에서도 정말 큰 booth를 설치했다. 첫째 날 가봤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대부분 미국에서 많이 봤던 것들이고 TechCrunch를 통해 들어 본 것이라 특별히 인상적인 곳은 없었다. 몇몇 제품은 완전 기술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는데 나름대로 전시회장을 차릴 만큼 돈을 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Augmented Reality 기술을 가진 회사들 10여개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데모를 하는 시간이 있어서 가봤는데 거기에도 특별히 신기할 건 없었다. Map data, 카메라, GPS, Accelerometer, 그리고 Compass를 이용해서 구현했는데 기술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어 몇 개 보고 나니 다  똑같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기분 좋은 수확 한가지는 Android Developer Conference에 참석했다가 깜짝 선물로 Nexus One을 받은 것이다. 참석한 전원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사전에 등록한 개발자만 참석을 시켜주었기 때문에 나중에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다.

5. 삼성의 새로운 OS, 바다
얼마 전 업계를 떠들석하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삼성이 Bada라는 자체 OS를 출시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Mobile World Congress를 통해 처음으로 발표했다. 어떤 건지 무척 궁금했기에 30분동안 부스에 서서 하나하나 실행해보았다. 몇 가지 결론: 1) Google과 Android를 결합한 듯한 모습이다. 메뉴를 클릭하면 아래쪽에서 쪼로록 올라오면서 뜨는 메뉴라든지, 팝업 디자인 등은 Android와 상당히 닮았다.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 2) 아직은 준비가 안되었는데 무리하게 공개했다는 느낌. 몇몇 메뉴는 반응 속도가 너무 느렸고, application은 실행하다가 폰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3) 타이핑이 불편하다. Omnia에서도 불편을 느꼈던 부분인데, iPhone에서처럼 자동 correction이 안된다. 대충 쳐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없다. 실컷 치고 나면 화면에 오타가 가득했다.

나중에 Bada platform 개발을 제안하고 총 지휘한 홍상무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왜 굳이 새로운 OS를 만들었냐고 여쭤봤는데 Smart phone 뿐 아니라 삼성에서 feature phone을 잔뜩 출시할 건데 그 단말기들을 위한 OS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삼성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홍상무님에 대해 들었는데 삼성에서 혁신을 일으킬만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이라는 조직에서는 좋은 software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글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그래도 이왕 시작하고 돈 많이 들인 프로젝트인 만큼 성공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Android처럼 잘 만든 운영체제를 그냥 쓰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래는 Bada Platform 만져보면서 찍은 비디오 두 개이다.

미국 사회에서 인도인들이 가진 파워

예전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인종 차별.. 그런 거 미국에서 존재하지 않느냐고.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글쎄, 그런 게 있을 법도 한데… 내가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었던가? 내가 둔해서 못느낀 적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인종차별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미국 어디서나 똑같은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있었던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와서 처음 접한 Business School은 원래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오히려 타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므로 그런 게 없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근데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곳에서 minority에 해당하는 중국인들과 인도인들이 정말 큰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미국 와서 정말 생각이 바뀐 게 하나 있다면 인도인들을 보는 시각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 개발자를 찾던 중 인도인 개발자를 고용해보면 어떨까 했던 적이 있는데, 사실 회사 내에서 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만큼 인종차별 심한 곳도 드물다) 말이 안통하면 불편할거라는 의견이 많아 채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인들은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 “computer science” 와 “quantitative” skill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IT업계에서 인도인을 빼면 돌아가질 않는다. 우리가 대단한 제품을 만든다며 감탄하는 Google, Microsoft, Apple도 결국 들여다보면 실제 그걸 만드는 사람들은 인도, 중국,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들인 경우가 많다.

인도인들의 단체 중 TiE라는 것이 있다.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지부를 둔 인도인 사업가/투자가들의 모임인데, 워낙 재정이 많고 파워가 쎄서, 심지어 워싱턴 DC에서 거액의 연봉을 주고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H-1B Visa (한 해 발급 수가 50,000개로 제한된 취업 비자) 혜택이 특별히 인도인들에게 많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Wikipedia 에서 통계를 보면, 인도에서 전체 H-1B 쿼터의 25% 이상을 매년 가져간다.

그 뿐이 아니다. 아래 테이블을 보면 인도 회사들이 엄청난 숫자의 H-1B 비자 신청을 하고, 또 받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에 H-1B Visa를 받아 간 Top 10회사 중 무려 7개 회사가 인도에 본사를 둔 IT 회사들이다.

인도인들이 미국에서 파워 집단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보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문화에 친숙하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으면 정말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양한 나라 출신이 많다보니 각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하지만, 또 한가지 주제는 영화와 음악이다. 미국 영화에 대해 박식한 건 이해된다. 나도 자라면서 영화를 많이 봤으니까. 근데 음악에 대해서도 상당히 조예가 깊다. 미국 country music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친구들이 오히려 내용을 몰라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영어가 공용어인 이유가 클 것이다. 책, 영화, 음악 등을 원어로 어렸을 때부터 접하다보니 영어권 국가들의 문화에 친숙한 게 아닐까.

2. 아주 똑똑한 친구들이 많고 90% 이상이 engineering background를 가졌다. 그 중 IIT 출신들도 아주 많다.

IIT에 대한 일화 한 가지. 서울대에서 전공 수업을 들을 때의 일이다. 수업 중에 갑자기 교수님이 물었다.
“너희들, IIT라고 들어봤어?”
“아니요.. IIT요? MIT 짝퉁인가?”
“인도 No. 1 대학이다. 앞으로 너희들 유학가면 IIT 출신들 많이 볼 거다. 보면 일단 고개를 숙여라. 걔네들 무시무시한 애들이다.”
“네?”
“한 해에 서울대 입학생이 4000명이라고 하자. 한 해 수험생이 80만명 정도 되니까 매년 고3 수험생의 0.5% 정도가 입학하는 거다. 인도의 인구는 11.7억으로 한국의 25배가 넘는다. 근데 IIT에 몇 명이 입학하는지 아나?”
“……”
“똑같이 4000명이다.” (주: 2008, 2009년에 캠퍼스 수가 두 배로 늘어 현재는 약 8000명이 입학함)
“헉…!”
“그러니까, 인구가 25배인 나라에서 서울대랑 비슷한 숫자의 학생을 뽑는 거지. 같은 비율로 계산한다면 매년 0.02%가 입학하는 거지. 이제 왜 IIT 출신 만나면 고개 숙이라고 하는지 알겠지?”

그 때 머리에 아주 강하게 남았다. 나중에 IIT나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진짜 다르게 봐야겠다..하고.
근데 재미있는 건, 인도에서는 그렇게 희귀한 IIT 출신을 여기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도 12명 중 두 명이 IIT 출신이다. 역시 똑똑하다.). 인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IIT 졸업자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 온 사람들은 명문대에서 석, 박사를 마치고 high-tech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Sun Microsystems를 창업한 Vinod Khosla이다. 그외에도 Novell의 CTO Kanwal Rekhi, Cirrus Logic을 창업한 Suhas S. Patil 등 수없이 많다.

3. entrepreneurial하다.
이게 어디서 나온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 사람들 만나면서 창업 정신이 넘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주변 분위기 때문일까… 인도 사람들을 창업하는 회사에서 데려가려고도 많이 하고, 스스로도 창업해서 뭔가 해보겠다며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IIT를 졸업한 한 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두 가지 이유가 생각난다고 했다. 첫째는 인도에 산업이 없다는 것이다. 즉, 번듯하게 다닐만한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상공업 (mom and pop shop)이 인기가 있다. 자기 아버지가 조그마한 shop을 경영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고, 성장하면서 회사 취직보다는 자기도 그런 걸 만들어서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논리이다. 두 번째는 유전자에 ‘창업 정신’이 박혀 있다고 한다. 내가 그런 게 어딨냐고 반박하니, 인도 출신중에 미국 동부,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 등에 가서 사업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엄청 많다며 자기 생각엔 유전자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는 안하지만, 정말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만큼 인도 출신 사업가가 많은 건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TiE의 존재도 인도의 창업 정신을 부추기는 큰 힘인 것은 분명하다.

4. 졸업 후 미국에 남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는 얼마전 Wall Street Journal 기사에 나온 그래프이다.

2002년에 미국에서 과학, 공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2007년에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는 숫자를 센 것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41퍼센트가 5년 후까지 미국에 남아있는 것에 반해 인도는 615명 졸업생 중 무려 81퍼센트가 5년 후에도 미국에 남아 있다.

5. 영어를 잘한다.
어찌보면 이게 한국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영어가 공용어인 덕에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 한다. 억양 이상하고 발음 이상하지만 영어는 진짜 잘한다. 말하기 뿐 아니라 글쓰기도 잘한다. 인도에 수십가지 언어가 있기 때문에 인도사람들 끼리도 힌디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잘하니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남들을 관리하는 것도 잘 하고, 그래서 중국, 한국 엔지니어들과 똑같이 출발해도 더 빨리 윗자리로 올라간다. 옆에서 보면 안타깝고,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인도에서 태어난 후 미국에 건너 와서 성공한 인도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최근 내가 알게 된 Silicon Valley의 거물 세 사람만 소개해 보겠다.

Shantanu Narayen, CEO of Adobe
행사 때 Adobe를 대표해서 주로 발표하는 사람은 CTO인 Kevin Lynch이다. 이 사람은 백인인데, Adobe의 CEO는 누굴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인도 사람이 CEO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기술 위주의 회사가 아니라 Design 툴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인도 한 가운데 위치한 Hyderabad에서 미국 문학을 가르치는 어머니와 플라스틱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도에 있는 Osmania University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오하이오에 있는 미국 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로 유학왔다. 미국 내 순위 152의 학교이니 명문대라고 볼 수 없는 학교이다. Apple에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 후 Silicon Graphics에서 일했다. Pictra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1993년에 Berkeley 에서 MBA를 마친 후에 1998년에 product research의 VP로 Adobe에 입사했다. 그 후 승진을 통해, 2007년에 43세의 나이로 연매출 3.8조에 직원 8000여명을 고용한 회사, Adobe의 CEO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현재 그의 연봉은 $875,000, 즉 9억원 정도이다.

Sanjay Jha, CEO of Motorola
인도 동쪽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영국 Liverpool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코틀랜드의 University of Strathclyd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과 San Diego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94년에 Qualcomm에 조인했고, 들어간 지 4년만에 SVP(senior vice president of engineering)로 승진했고, 2006년에는 COO가 되었다. 들은 얘기로는 Qualcomm 내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일으키는, 파워가 아주 강한 임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8년 4월. 꺼져가는 모토롤라의 등불을 살리기 위해 Motorola에서 그를 CEO로 영입했다. Wikipedia에 따르면 연봉 48만 달러(약 5억여원), 주식 등을 포함해서 Motorola에서 총 $100 million (1000억원) 정도를 보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Motorola의 Droid 폰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감이 넘치고 Motorola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진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Thomas Kurian, EVP of Oracle
Sun이 Oracle에 합병되면서 우리 팀이 이 사람이 담당하는 그룹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나의 상사의 상사의 상사의 상사가 될 사람이다. 현재 나이는 42세. 매출 25조원 회사의 EVP라니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CNET에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 태어나 쌍둥이 남동생 둘과 함께 단돈 400불을 가지고 미국에 건너왔다. 공부하며 일하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미국 최고 명문대학인 Princeton 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 학비를 조달하면서도 수업은 최대한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summa cum laude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Stanford에서 MBA를 마쳤다. McKinsey에 입사해서 런던, 브뤼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한 후 Oracle에 입사했고, 지금은 Oracle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업인 middleware business를 담당하고 있다. 정확한 연봉은 모르겠지만, CEO인 Larry Ellison의 연봉이 $63 million (700억원)임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래는 얼마전 팀 사람들과 점심을 먹은 후 찍은 사진이다. 실리콘 밸리의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게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다들 포부가 많고 똑똑한 동료들이다. 내일도 나는 그들과 함께 카레와 인도 영화 이야기를 하며 인도의 문화를 한층 더 알아가게 될 것이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MBA에 관심 있는 사람이 동시에 창업에도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MBA를 졸업하면 창업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굳이 지식이 아니더라도,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또는 창업 후 투자 받을 때 유리할 것 같은 MBA라는 타이틀..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 MBA를 하고 나면 웬지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 2.5년을 돌이켜 보면,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당장 창업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면, 일단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두 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1. MBA에 드는 비용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의 한 해 등록금이 4만불 (약 4천 6백만원) 이나 그 이상이 된다. 대강 5천만원이라고 잡자. 대부분 MBA는 2년 과정이니까 2년에 학비로만 1억이 든다. 한편 월 1000불 정도 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중고차 한 대 굴리고 골프도 종종 친다고 하면 월 2천500~3천불 정도 나가고, 학교를 마칠 때까지 20개월이 걸린다고 하면 5만~6만 불 정도 나간다. 즉 6000~7000만원. 합쳐서 대충 1억 7천만원 정도가 순수하게 비용으로 소비된다고 하자. MBA 지원할 정도의 경력이 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연봉과 보너스를 합쳐 한국에서 연 6천만원 정도 받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즉, 월 500만원. 여기 20개월을 곱하면 1억이다. 두 개의 숫자를 합하면 약 2억 7천만원이다. 만약 미국에서 여름 방학동안 인턴을 한다면 약 2만~3만불 정도를 벌 수 있으니 이건 빼자. 그러면 2억 4천만원이다.

2억 4천만원. 기회 비용을 제외하면 1억 4천만 원.

이 돈이면 사업을 한 번, 아니 어쩌면 두 번 이상이라도 해볼 수 있다. 원래 재산이 충분히 있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건 정말 큰 돈이다. 이 돈을 쓰고 나서 사업을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2년간 MBA 를 통해 배우는 것과 사업을 하며 배우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어느 것이 더 나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본인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다.

2. 졸업 후 동기들의 진로
사람마다 다르고, 어디에 취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취직하면 약 10만~15만불 사이의 연봉을 받는다. MBA 오기 전에 “난 컨설팅에 관심 없어” 또는 “나는 투자 은행에는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도 자기 바로 옆에 앉아서 공부하는 친구가 유수의 consulting firm 또는 investment bank에서 job offer를 받아 이 정도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생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꼭 consulting, investment bank가 아니더라도 Silicon Valley의 high-tech 회사에 취직하면 역시 그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통장 잔고가 1억 4천만 원이 내려간 상태에서 10~15만불 연봉의 job을 마다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럼, business school은 창업에 도움이 안되나? 그렇지는 않다.

첫째, business school에서 맘이 맞는 창업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Anderson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 중 하나는 classmate들을 창업 멤버로 recruit해서 한동안 사업을 했다.

둘째, business school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갖춰 놓은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nderson School에는 Business Plan Competition이 있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25,000의 지원금을 받고, 또 California의 유수 Venture Capitalist들에게 소개를 받아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기회를 가진다. 나와 가까운 예로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Viikii.net을 창업한 호창성 선배가 있다. 한 강연에서, Stanford에 있는 동안 창업을 한 덕분에 Classmate들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검증을 받는 기회를 많이 가져 도움이 많이 되었고, 또 더 나아가 VC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실제로 seed money (창업 자본금)을 classmate를 통해 조달하기도 했으니 도움이 된 셈이다.

셋째, 명문대 MBA는 credential로 작용한다. AdMob.com의 창업자인 Omar Hamoui가 있다. 그는 Wharton School을 다니는 동안 학교를 휴학하고 회사를 시작했다. Wharton school의 명성 때문이었는지, 그의 수완이었는지, 아니면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였는지 모르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되어 Silicon Valley에서 가장 유명한 VC중 하나인 Sequoia Capital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창업한 지 약 3년 후, 그는 회사를 Google에 $750 million (8500억원)에 매각했다.
혁신적인 회사 Invisalign (투명 교정)을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Zia Chishti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을 졸업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본인이 교정을 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 회사를 창업했고, 이를 NASDAQ에 상장시켰는데 1월 24일 현재 시간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이 $1.23 billion, 즉 약 1.4조원이다.

MBA 졸업 후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UCLA Anderson의 경우 약 12명이 졸업 후 창업을 했다. 전체 졸업생이 약 360명이니까 약 3%에 해당하는 셈이다. 대부분은 domestic 학생이었다. 물론, 학교마다, 그리고 연도마다 통계 차이가 클 것이다.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Stanford Business School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졸업 직후 창업하는 숫자 비율만 중요한 건 아니다. 졸업 후 일단 회사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2, 3년쯤 지나서 창업을 하거나 start-up에 join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은 나는 왜 MBA를 선택했나? 나는 사업을 한다면 이곳, Silicon Valley에서 하고 싶었다. Valuation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이다. 이전 블로그에서 밝혔지만, 한국에서 성공한 회사와 Silicon Valley 에서 성공한 회사, valuation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뿐만 아니라 여긴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기에 좋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에서 정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job을 찾고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또 미국 사람들, 한국의 대학은 잘 모른다. 미국의 대학을 졸업해야 “아~ 이 정도의 학력을 가졌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신분’의 문제도 있다. 미국 시민이 아니라면, 여기서 정식으로 학교를 졸업해야만 OPT(Optical Practical Training)이라는 회사에서 약 1년간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일을 시작해야 H1-B라는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전 블로그 썼듯이, 내가 MBA를 통해 얻고 배운 것은 그 외에도 정말 많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서울시 교통 체증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

서울에서 2주동안 생활하며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오늘은 운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할 것인가” 이다. 때로는 차가 빠르고 때로는 전철이 빠르다. 가끔 차를 운전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 운전을 했다. 그리고 곧 후회한다. 정체가 너무 심해 시간 낭비가 심한 데다, 화가 난 듯 운전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까지 성격이 안좋아질 정도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혹자는 “빨리빨리” 민족성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신사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아무래도 더 여유가 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번 국경을 넘어 맥시코로 나갔다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길에 차가 심하게 막히니까 다들 짜증내고 절대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의 교통 체증 문제에는 해답이 없다. 혁신적인 것이 있었으면 벌써 뭔가 나왔을 거다. 지하철 노선 확충과 버스전용차로 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들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차가 막히는 것은 여전하다. 운전할 때 짜증나는 것도 여전하다. 이것의 문제는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high tolerance). 막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신호등과 도로가 이상하게 꼬인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를 건넜는데 즉시 빨간 불에 막히는 경우) 서울시에서 개선 노력이 더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전에 서울에서 생활할 때 교통 체증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 운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미국에서 2년 반동안 지내며 편하게 느낀 것들이 있어 예전에 “미국에서 운전하면 좋은 점 6가지“이라는 주제로 블로그를 쓴 적이 있다. 미국은 참 합리적으로 도로를 잘 설계해놓고 규율을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서울에서 운전하면서 느낀 서울에서 도입할만한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1) STOP Sign
Stop sign은, 미국에서 매우 흔히 사용되는 도로 표지판 중 하나인데, 교차로에서 “일단 정지 후 출발”을 하라는 sign이다. 먼저 교차로에 도달한 차가 우선권을 가진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서울에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골목골목마다 신호등을 설치해 놓는 바람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데 멍하니 신호등 보고 기다리게 되는 때가 많았다. 또 신호등이 없는 경우 속도를 내서 운전하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차 때문에 짜증내며 급정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곳에는 stop sign 하나 달아놓으면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와서 처음에는 stop sign이 하도 많이 달려 있어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서울과 비교해보니 오히려 stop sign을 많이 이용하면 소통이 더 원활하고 도로도 더 안전할 것 같다.

2) 비보호 좌회전
서울에 비보호 좌회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지 위험하지도 많다. 물론 서울에서는 교통량이 더 많으니 비보호 좌회전으로 했다가는 좌회전을 원하는 차가 오랫 동안 좌회전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자세히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좌회전 신호가 사라지기 때문에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가 더 자주 오고, 그래서 차량 소통이 원활해지고, 결국 좌회전할 틈이 더 많이 생긴다. 실제로 어디보다도 차가 많이 다는 San Francisco, New York 등에서도 거의 모든 교차로는 비보호 좌회전을 사용하고 있다. 좌회전이 정 힘들면 P턴 (세 번의 우회전으로 좌회전 효과를 가지는 것)을 하면 된다 (물론 이것도 길이 바둑판으로 생겼을 때 얘기지만). 아주 붐비는 곳이나 차로가 넓은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서울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단계적으로 비보호 좌회전이 안전한 곳부터 차례대로 도입한다면 짜증나는 서울 교통 체증을 약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3) 차량 감지식 신호등
이전 블로그에도 설명했는데, 차량 유무 및 교통량을 감지하여 작동하는 신호등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운전할 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빨간 불 상태이다가도 내가 접근하면 3초 후에 파란 불로 바뀌는 경험을 많이 한다. 또 교차로에서 특정 방향으로 차가 긴 줄로 서 있으면 그 쪽 신호등은 다소 오래 켜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서초동에서 운전하다가 카메라를 이용해서 교차로 통행량에 따라 신호등을 조절하는 것을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카메라보다는 미국에서처럼 교차로의 바닥에다 설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4) 고속도로 진입 신호등
차가 많은 출퇴근시에만 작동하는 고속도로 진입로의 신호등이다. 이 신호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속도로로 유입되는 차의 frequency를 조절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진입로에서 무자비하게 들어오는 차들이다. 이 차들 때문에 직진 차들의 속도가 갑자기 낮아지고, 그 때문에 그 뒤에 또 차들이 막히기 시작한다. 새로 진입한 차들에게도 별 이점은 없다. 전체적으로 흐름이 느려져 있기 때문이다. 진입되는 차들의 frequency를 줄이면 그만큼 진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신 일단 진입하면 빠르게 갈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진입되는 차의 길이를 보고 고속도로를 탈 것인지 국도로 우회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므로 전체적으로 traffic 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이건 한국의 교통량에 따라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몇 군데서 시범 운행을 해 보고 도입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5) 갑자기 좌회전 차선으로 바뀌는 1차선 제거
좁은 도로를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설계라고는 보이지만, 이거 정말로 고쳐야 한다. 미국에서 운전할 때 1차선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게 좌회전 차선으로 바뀌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사실 처음에는 크게 못 느꼈다. 1차선이니까 계속 운전할 수 있겠지 싶었다. 서울에 있을 때도 이게 그렇게 불편하다고는 생각 안했고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운전해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1차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막혀 버려서 우회해야 하는 것도 소통량에 영향을 주지만, 그보다 더 큰 피해는 옆 차선에 있다. 1차선의 차가 갑자기 2차선으로 옮기면 2차선에서 정상 속도로 가던 차가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 이것이 민감한 문제인 이유는, 이런 일이 주로 교차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나게 1차선으로 가다가 파란불을 보고 속도를 내려 하는데 앞 차가 갑자기 좌회전 신호를 켜고 깜빡깜빡 거려서 갑자기 정지해야 하거나 아슬아슬하게 2차선으로 옮겨야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6) 색깔로 구별되는 주차 허용 여부 표시
이건 정말 절실하게 느낀 거다. 서울에서 불법 주차한 차들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그 차들이 갈 곳이 없어서(또는 유료주차 요금을 내기 싫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차를 좀 안쪽으로 치울 수 있는데도 단속을 안 하니까 버젓이 도로 가에 차를 세워 다른 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쓰는 방법은 각 도로가마다 색을 칠해놓는 것인데, 예를 들어 빨간 색을 칠한 곳에서는 잠시라도 정차를 하면 안된다. 걸리면 대부분의 경우 10만원이 넘는 벌금을 낸다 (장애인 주차 구역 위반은 25만원 이상). 색으로 확연히 구별이 되니까 애매한 점이 없어 더 잘 지키게 되는 것 같다. 빨간색 보도블럭 옆에 차를 세워 두면 다른 사람들도 지나가며 다 보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불편할까… 미국에서는 차가 우회전하는 코너마다 빨간색으로 칠해 두어 코너에 차가 서 있어서 흐름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서울에서 우회전하려 하다가 거기 서 있는 택시들 때문에 짜증을 내며 우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뒤에서 오는 직진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어 소통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된다. 특히 소통이 가장 원활해야 할 교차로에서 말이다.

이 이외에도 서울에서 도입하면 좋은 아이디어는 많이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서울에서 도입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모든 걸 새로 짓는 세종시에서는 새로운 도로 및 신호등 체계를 디자인해보면 어떨까? 물론 도로교통법을 고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우리나라 수천만 운전자들을 재교육하는 것에 드는 부담은 있겠지만, 좋은 것은 하나씩 도입해서 개선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