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 돈을 내는 것이 좋은 이유

If you are not paying for it, you are the product being sold(돈을 내지 않으면 당신 자신이 상품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돈을 내지 않으면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대개의 경우 고객의 정보를 팔게 된다는 뜻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이며, 당연히도 이들 회사는 고객 정보를 분석하여 이들을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광고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약 5년 전 처음 워드프레스에서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했던 고민 중 하나가 설치형으로 할 것인가 가입형으로 할 것인가였다. 설치형으로 하게 되면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서버 호스팅에 돈을 내야 하고 서버를 직접 책임져야 하며, 가입형으로 하게 되면 즉시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지만 나만의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고 싶으면 매년 13달러를 내야 한다. 연 13달러는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되어 처음부터 돈을 내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커스텀 디자인(CSS, 폰트)를 위해 연 30달러, 그리고 광고를 없애는데 연 30를 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워드프레스에 고정적으로 연 73달러씩을 낸 지가 5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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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깅 플랫폼, 워드프레스 (WordPress)

처음에는 내라고 하니까 냈지만, 몇 년동안 돈을 내고 써보니 이렇게 보람 있게 돈을 쓰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년간 워드프레스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관리자 페이지가 강화되었고, 글쓰기 모드가 훨씬 쾌적해졌으며, 무료 테마가 계속해서 추가되었고, 그 외 다양한 새로운 기능도 추가되었다. 매년 말이 되면 1년간의 통계를 보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버 관리를 워낙 잘 해 주어서 서버가 다운되거나 해킹되는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내가 돈을 내는 만큼 혜택을 누린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3일 전에는 워드프레스가 또 한 번 Billie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되었는데, 마침 내 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처럼 그동안 내가 원했던 기능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이런 긍정적은 피드백들을 계속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 계속해서 돈을 내고 싶고, 그만큼 서비스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그 외에도 내가 기꺼이 돈을 내고 쓰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들이 많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판도라 라디오도 월 3.99달러를 내고 쓴 지 오래됐고, 최근엔 스포티파이(Spotify) 월 9.99달러의 유료 회원 가입을 했고, 온디맨드 코리아는 그동안 돈 안내고 버티다가 최근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기 위해 월 6.99달러를 내고 프리미엄 회원이 되었는데, 회원이 되고 나니 광고가 전혀 나오지 않아 정말 쾌적해서 진작 프리미엄 회원이 될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내가 즐겨 쓰는 프로토타이핑 툴인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은 몇년 전 89달러를 주고 사서 계속 쓰고 있고, 태크스 관리 툴은 약 60달러를 주고 Things를 사서 썼는데, 그 이후 계속해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일기는 약 15달러를 주고 Day One을 사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만족스럽다. 코딩할 때 가장 즐겨 쓰는 툴인 Sublime 텍스트 에디터는 무료로 써도 기능상의 제약이 없지만 이런 훌륭한 제품을 만든 개발자에게 보답하고 싶어 79달러를 냈는데 뿌듯한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써온 마크업 툴,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
오랫동안 써온 마크업 툴, 발사믹 마크업(Balsamiq Mockups)

페이스북과 구글 서비스들을 제외하고, 내가 정말 잘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몇 가지를 꼽으라면 드롭박스(Dropbox), 에버노트(Evernote), 텔레그램(Telegram), 그리고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이다. 선라이즈 캘린더는 무료 버전만 제공하니 어쩔 수가 없고 (얼마전 회사가 MS에 약 1천억원에 팔렸다), 드롭박스는 프로 버전이 너무 비싼데다 (연 99달러), 프로 버전의 혜택이 1TB의 저장 공간인데 나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어서 돈을 못 내고 있다. 연 10달러에 30GB 정도의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면 잠재 고객이 많을 듯하다. 에버노트의 경우, 지금의 무료 기능으로 충분한데다 프리미엄 버전이 제공하는 추가 저장 공간은 전혀 필요치 않아 돈을 안내고 쓰고 있는데, 역시나 그러다보니 별로 애착이 안생긴다. 그래서 심플노트(Simple Note)와 같은 다른 노트 앱을 발견하게 되면 기웃거리게 된다. 이 점이 재미있다. 무료로 쓰는 소프트웨어는 언제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내 개인정보를 얼마만큼의 노력을 들여 보호하고 있는지 보장이 안되고, 오랜 기간동안 충성도를 가지고 쓰게 되기가 힘들다. 게다가 무료 소프트웨어들은 임의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현존하는 가장 좋은 캘린더 앱,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
현존하는 가장 좋은 캘린더 앱, 선라이즈 캘린더(Sunrise Calendar)

예전에 스키치(Skitch) 라는 맥용 스크릿 캡쳐 & 에디팅 앱을 무료로 썼었다. 무료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앱이었다. 그렇게 잘 쓰고 있던 차, 스키치가 에버노트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제품이 만나서 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나중에 터졌다. 내가 전에 썼던 블로그에 스키치에서 편집한 후에 스키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두고 사용한 이미지들이 많이 있는데, 이 이미지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에게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서버를 닫아버렸다. 결국 이 이미지들을 되살리느라 몇 시간을 소모해야했고,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내가 유료 사용자였더라도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처리했을까? 내가 스키치에 항의한다 한들 예전 파일들을 살려줄까? 돈을 안내는 고객에게는 권리가 없다.

한동안 무척 유용하게 쓰던 맥용 스크린 캡쳐 툴, 스키치(Skitch)
한동안 무척 유용하게 쓰던 맥용 스크린 캡쳐 툴, 스키치(Skitch)

좋든 싫든 소프트웨어는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는 돈이 든다. 지금 무료로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지갑을 열어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13 thoughts on “소프트웨어에 돈을 내는 것이 좋은 이유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많은 앱들을 돈 주고 쓰고 있습니다. 옛날에 RAR 등, 돈 값 하는, 그리고 내고서도 뿌듯한 애플리케이션들은 많지만 최근 것들만 추려도 꽤 여러 앱들을 유료로 쓰고 있습니다. 금융 앱 같은 앱 보다는 금융 서비스 수수료가 되는 것들이나 게임 류들은 제외하고, 일시불이 아닌 매달 혹은 매년 돈을 내야하는 것들만 생각해봐도, Pocket (스크랩 하고 글 읽는 앱), 에버노트, Strava (자전거와 달리기 트래킹 앱), 할일 목록 프로그램들(Todoist, Wunderlist 등), LastPass (패스워드 관리 앱), 구글 드라이브 (유료 용량 추가), TripIt (여행 일정 관리 프로그램) 등이 있네요. 구글 뮤직, 다른 운동 앱 몇 가지 등은 종료했고 Wunderlist는 재갱신 안 할 생각입니다.

    Pocket – 유용하게 쓰고 있어서 가격은 제공하는 프리미엄 기능에 비하여 가격은 좀 비싸지면 돈 내고 쓰고 있는데, 그다지 좋은 점은 없네요. 프리미엄이면 article view가 깨지는 페이지들 리포트하면 좀 더 열심히 서포트 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의 매일 꾸준히 다 합해서 100회 정도 리포트 한 사이트도 안 고쳐주는데, 해당 사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의 article view에서는 제데로 보입니다. 아직은 계속 연장해 줄 생각이지만 계속 이 상태라면 다시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에버노트 – 역시나 유료 기능은 별로 쓰지 않았지만 유료를 쓰니까 좋긴 합니다. 명함 스캔이나 여러 첨단 기술들을 제공해 주는데 없으면 안 쓰다가도 쓰기 시작하면 꽤 좋네요.

    Strava – 워낙에 유용하게 쓰고 있어서 프리미엄을 구입했는데, 서비스가 좋아서 매우 만족해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계속 연장해서 쓸 생각입니다. 커뮤니티도 훌륭하고 정보도 디테일하고 연동도 잘 되고 해서 아주 좋습니다.

    Todoist – 오래전부터 계속 발전이 되어 왔고, Mac과 iOS 기반이 아닌 할일 목록 관리 프로그램 중에서는 제일 나은 것 같아서 쓰고 있고, 유료 버전에서 제공되는 기능도 많습니다. 다른 앱들은 유료 기능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앱은 유료 기능들이 필수라서, 잘 쓰고 있습니다.

    Wunderlist – 별롭니다. 유료를 쓰지 않으면 앱의 참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유료를 써 봤는데 역시나 별로입니다. 굉장히 과평가된 앱 같습니다. 별로 할 일이 많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것이면 에버노트나 다른 메모장 앱들과 별 차별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빨리 고쳐졌으면 하는 이슈들을 리포트 했는데 언제 고쳐질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1년간은 약간씩 맛 보는 수준으로 써 보고 그 동안 개선이 없으면 (사실 있어도) 연장 안 할 생각입니다.

    구글 드라이브 – 아주 좋습니다. 용량 구입이지만 조금이라도 내고 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오피스는 전혀 쓰지 않고 문서도구와 연동되는 드라이브를 잘 쓰고 있습니다. 드랍박스에 비하여 다른 서비스들과의 연동성이 밀리는 것 같디는 느낌도 들지만 크롬북과 네이티브하게 잘 붙어 있고 안정적으로 동작해서 매우 좋고, 용량 구매가 지메일, 구글 포토 등과 통합 관리되므로 쓰임새도 많기 때문에 드랍박스보다 이 쪽의 용량을 구매해 쓰고 있습니다. 사실 크롬북 구입하면 용량을 퍼주기 때문에 굳이 내고 써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LastPass – 서포트 좋습니다. 근데 이런 앱 자체가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은 들고, 구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등 무료 서비스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써 보면 편합니다.

    TripIt – 유료 버전에서 추가되는 기능이 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서포트 좋습니다. 아직 안 읽혀지는 호텔 예약 메일들 열심히 계속 포워딩하면서 들이밀면 1~2 주일 뒤에는 서포트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구글 뮤직 – 무제한 음악 듣다가 해지했습니다. 아직도 음악 앨범 단위로 구입은 하고 있는데, 최근의 변화에 따르면 유료나 무료나 별 차이가 없어진 거 같아서, 그리고 유료 사용자도 별로 대우하지 않는 느낌이라서 해지하고 앨범 단위로 사고 있습니다.

    1. 소프트웨어에 저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계시는군요 🙂 포켓도 유료 버전을 쓰고 계시다니..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글고 그렇지만 댓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깊이 생각치 못했는데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부분이 많네요.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이렇게 좋은 글을 무료로 보는 것에 상당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네요 ^^;! 학생이지만, 부모님 도움이 아니라 제 손으로 수익을 내서 꼭 감사표시를 하겠습니다.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고 Dropbox pricing 에 관한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제 생각에 Dropbox 같은 경우에는 4% 정도가 paid user 라고 알고 있는데 이 또한 대부분은 아마 회사에서 법인카드로 결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Dropbox 가 최근에 enterprise 에 많은 역량을 쏟는 것도 이를 뒷받침 하는 것으로 볼수 있는데요… 회사 입장에서는 일년에 $10 이나 $100 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OneDrive 가 일년에 100GB 을 약 $24로 charge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Dropbox 쪽에 있는 사람들이 이 가격보고 OneDrive 로 바꾸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switching cost 가 높은 것도 이유중의 하나). 약간 다른 얘기지만 LinkedIn 이나 Evernote 얘기를 들어봤는데 아무리 많은 기능을 강화하고 제품을 좋게 해도 paid user percentage 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간단히 말해서 Dropbox 쪽에서는 일년에 $10 제품을 내놓아도 어차피 돈 안낼 사람들은 $1이든, $10이든, $100이든 절대 내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기존의 유저들이 OneDrive 같은 곳으로 갈아 타지는 않고 어차피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돈쓸 의향이 많은 enterprise 쪽에서 대규모 contracts 들을 잡는게 장땡이다.. 라고 생각할것이라 추측됩니다.

  4. 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을 안 남길수 없네요 ㅎ
    저도 여러가지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중입니다.

    에버노트 프리미엄을 쓴지는 4년째인데, 프리미엄 기능까지 꼭 필요한 헤비유저가 아님에도 잘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유료로 쓸 예정인데 에버노트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계속 해줬음 합니다.

    몇년전에 powermockup도 구입 했습니다. 한동안 잘 쓰다가 1년정도 후에 다시 쓰려니 업데이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약간 실망한 프로그램중에 하나입니다.

    드랍박스도 1T 잘 쓰고 있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총 사용량이 100g 정도라 조금 낮은 요금제를 출시해주면 많은 잠재고객이 유료로 전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라이즈도 엄청 잘 쓰고 있었는데 서비스 중단이라 정말 아쉬운 앱중에 하나 입니다. 선라이즈 중단후 비슷한 서비스를 찾기 위해 거진 일주일을 허비 했는데, 결국 대안이 되는 서비스를 찾았으나 동기화 문제 및 ui 문제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todoist도 3년정도 프리미엄을 사용하다가 플젝 및 할일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안앱을 찾으려고 중단했습니다. 현재 taskworld 라는 서비스를 유로로 결제 할까 고민중에 있는데 연단위 결제라 약간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외에 넷플릭스, speed dial2, 아이클라우드 등도 유료 사용중입니다.

    1. 저와 패턴이 상당히 비슷하시네요. 🙂 점점 이렇게 소프트웨어에 매달 돈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전화 요금, 전기 요금, 수도 요금에 매달 돈을 내는 것이 당연했듯이, 점점 이렇게 정보를 사용하는 것에 매달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게 되고 있지요.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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