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스위칭 코스트, 더욱 대중화되는 맥북

내가 Mac 유저로 전환한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주변에 Mac이 늘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윈도우즈 환경에 이미 너무 익숙해 있었고, 또 단축키를 써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던 터라 새로운 OS의 단축키를 익히는 게 부담스러워서 미루고 있었다. 작년에 Sun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 Macbook을 받아서 조금씩 써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불편함이 더 많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엔 Windows laptop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내 모든 컴퓨터의 북마크를 동기화해주는 Xmarks, 내 모든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BlackBerry, iPod Touch) 폴더를 동기화해주는 Dropbox, 그리고, 어느 컴퓨터, 모바일 기기에서나 접근 가능한 메모장 Evernote를 쓰고, Remember The Milk에서 online으로 to-do list를 관리하며, 그 외 대부분의 일을 웹 상에서 하고 나니 여러 가지 기기를 쓰면서 한쪽에만 파일이나 메모가 존재한다든지, 북마크가 한쪽에만 있고 다른 쪽에는 없다든지 해서 생기는 불편함은 사라졌다. 처음엔 USB 메모리를 하나 사서 그걸 사용했었지만 Dropbox를 쓰면서부터는 불편하게 USB를 꽂았다 뺐다 할 일도 없어졌다. 한 사람이 여러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지만, 이제 정말로 미국에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Google 덕분에 점차 많이 사용되는 Ajax 기술과 다양한 device (특히 모바일)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아진 덕에 여러 대의 기기를 사용하는 게 거의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컴퓨터든 휴대폰이든 그냥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가 된 것이다.

Business School에서 많이 다루었던 주제로 Switching Cost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들이 한 제품에서 다른 제품으로 전환할 때 드는 시간적, 물질적 비용을 의미한다. Switching cost가 높을 수록 제품 royalty가 올라간다. 예전에 번호 이동이 안되던 시절 이통사 전환의 switching cost가 높았었고, Windows 사용자가 Mac 사용자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므로 switching cost가 높다.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 BlackBerry 쓰다가 iPhone으로 넘어가려면 그동안 손에 익은 키보드를 버려야 하고 돈 주고 산 application을 못쓰게 되므로 switching cost가 높아진다.

Switching cost를 높이면 고객 충성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잘 아는 회사들은 당연히 이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이 전략을 가장 멋지게 실행한 회사 중 하나가 Apple이다. Apple 제품의 switching cost는 무엇일까? 하나는 iTunes이다. 99센트를 주고 음악을 다운로드할 때는 모르지만, 일단 그런 식으로 음악을 자꾸 사서 몇십 달러를 쓰고 나면 아무 MP3 player로나 옮겨탈 수가 없게 된다. iTunes에서 사용하는 m4a (MPEG 4 Audio)는 모든 기기에서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것은 iPhone App Store이다. App Store에서 어플리케이션 받다 보면 쉽게 몇십 dollar가 나간다. 새로운 폰으로 switch하려면 몇십 달러 가치의 application을 버려야 하므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switching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Switching cost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사실 MS가 어렵게 쌓아 놓은 Switching cost가 요즘 들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실 요즘 들어서의 이야기는 아니고 몇 년동안 진행되어 온 거지만, 최근 웹 서비스가 갑자기 좋아지고 발전하면서 그런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CPU power를 요구하고 대용량의 파일이 local에 존재해야 하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들을 웹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컴퓨터를 교체한 후에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일일이 다시 까느라고 (어떤 때는 호환이 안된다는..) 보내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PC에서만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때문에 Mac으로의 전환을 망설이는 일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Skitch과 같은 너무나도 쿨한 Mac 전용 application을 사용해보고 난다면 거의 게임은 끝난 것.

앞으로 Windows에서 Mac으로의 이탈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 전 Twitter에서 @estima7님의 다음 글과 함께 twitter에 올린 사진을 발견했다.

Palo Alto의 카페에 앉으면 PC 를 꺼내기가 민망하다. 다 맥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MacBook 이 점점 더 대중화될 전망이다. 초등학교 시절이던 1988년 IBM-XT를 처음 소유한 이래로 MS-DOS, Windows 3.1, 95, 98, Millennium, XP, Vista 를 쓰면서 거의 20년간 MS에 정말 충성스러웠던 나로서는 이런 트렌드가 신기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새 포도주는 새 병에 따라야 하나보다.

Old Wine in New Bottle? No, “New Wine in New Bottle”

12 thoughts on “낮아진 스위칭 코스트, 더욱 대중화되는 맥북

  1. 좋은 지적이야. Apple이 주식을 MS에 바쳐가면서, MS office를 Mac용으로 개발해 달라고 했던 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MS로 돌아갔지. 이제는 개념적인 사항을 빼면 Windows에 대한 Switching Cost는 거의 zero에 가까운것 같아.

    1. 주형형 감사합니다. Mac용 오피스가 그렇게 해서 생겨난 건지 몰랐네요. Mac에 MS Office가 없었다면 여전히 switching cost가 상당히 높았을 겁니다. 재미있네요.

  2. 저도 다시는 윈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위칭 코스트 개념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좋은 시사점을 얻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1. 김상훈 기자님 반갑습니다. 가끔 윈도우 쓰긴 하는데, OS도 깔끔하긴 하지만 맥이 하드웨어 사양이 더 좋아서 (물론 그만큼 비싸지만), 자꾸 맥을 열게 된다는..

  3. 공감합니다. 저도 MS를 20년이상 써오다가 최근 터치,맥북,아이맥으로 개인 컴퓨팅 환경을 바꿨습니다. 두려웠지만 적응하는데 최 몇주가 걸리질 않았습니다. 더 두려운건 맥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환비용을 가장 걱정하는 기업부문(엔터프라이즈)에도 이런 변화가 온다면 또다른 빅뱅이 생기겠네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 이렇게 써보죠 ? ^^

    1. 얼마전에 직원들이 점점 더 맥을 많이 사용하길래 맥을 한 번 써봐야하겠다며 tweet하신 것 봤습니다. 몇 주만에 적응이라니 정말 빠르시네요. 저는 몇 달이 걸린 것 같습니다. 단축키 설정까지 하느라구요. ^^; 저도 맥에서의 switching cost가 높아져가고 있습니당..

  4. 오빠, 또 놀러왔는데, 재미있는 글! 😀
    저도 2006년에 여기 온 뒤 맥북프로를 시작으로 아이팟나노, 아이폰, 심지어 마이티마우스까지 써가며 애플에 충성하는 중인데요. ㅋㅋ 질문이 있어요~ ㅋㅋㅋ
    저 스위칭 코스트라는 게,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요. 애플 제품끼리는 굉장히 sticky한데, 다른 회사랑 호환성이 떨어진다면 진입장벽이 되지는 않아요? m4a처럼, 아이튠즈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튠즈만 써야된다는 사실은 아이튠즈를 쓰고 싶지 않게 만들 것 같아요. 한국에서 알집이라는 압축 프로그램이 alz라는 이상한;;; 확장자를 가진 파일을 만든 게 결국 알집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꾼 것처럼, 시장에서 확실하게 점유율 우위를 점하기 전에는 무작정 스위칭 코스트를 높이는 게 소비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만큼 회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어때요? 또 애플의 예에 잘 들어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스위칭 코스트가 낮다는 점이 추가로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적다는 측면에서 제품의 장점이 될 수는 없나요?
    그래도 저는 익스포제랑 화면 네 귀퉁이로 마우스 보내면 이거 저거 할 수 있게 설정하는 기능 때문에 윈도우로 못 돌아갈 듯 해요 ㅠㅠ ㅋㅋ 윈도우에서도 자꾸 구석탱이로 마우스 포인터 보내고 있다는. ㅋㅋㅋ

    1. 아, 지향이구나. 오랜만이네. 반갑다.

      질문한 거, 정말 좋은 지적이야. Switching cost가 높으면 너가 얘기한 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구입을 망설이겠지. 일단 사면 거기에 ‘코가 낀다는 것’을 사용자들이 모르는 게 아니니까. 또, 회사들마다 제각기 switching cost를 높이면 표준화에서 그만큼 멀어지니까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고. 모바일 플랫폼이 제각각이 되어 버린 것도 그런 예 중의 하나겠지. Switching cost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말한 대로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되고, 또 너무 낮으면 그만큼 고객 loyalty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니까. 브라우저 같은 경우 switching cost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Netscape Navigator에서 Internet Explorer로, 그리고 IE에서 Firefox, Safari, 또는 Chrome으로 쉽게 옮겨탔잖아. 물론 한국에서는 Active X때문에 다들 울며 겨자먹기로 Internet Explorer를 쓰고 있지만.. 좀 다른 예로, MS에서 Bing 팀에 있는 한 엔지니어가 Bing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을 자신하면서, 그 이유로 검색 엔진의 switching cost가 낮다는 점을 꼽았어. 물론 아주 낮은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기도 해. 주로 사용하는 검색엔진을 바꾼다는 거, 브라우저 설정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거니까. 게다가 검색 결과도 Google이든 Bing이든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오니까 거부감이 아주 크지는 않지.

      MBA 수업시간에 Switching cost얘기를 하면서 Apple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Apple의 경우는 그 선을 기가막히게 잘 지켜서, Windows에서 Mac으로 넘어가기는 쉽지만 일단 Mac을 쓰면 Windows로 돌아가지 않게 디자인을 한 것 같아. 정말 대단한 회사야. 표준을 안지키면서도 그 정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너두 메리 크리스마스 ^^

  5. 최근 각종 어플들이 웹기반으로 바뀌면서 Switching Cost가 낮아지는 것을 정말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RSS리더, 북마크, 이메일 클라이언트, 사진, 비디오 보관 등을 웹에서 모두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조만간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 시트같은 OS종속적이라고 생각했던 작업까지 웹으로 옮겨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PC 환경은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운영체제 기반인데요.
    이쪽으로의 이동은 아직까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애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델이나 HP같은 메이커에서 기존 PC와의 차별화를 위해 리눅스 기반 독자 OS를 개발, 탑재해서 판매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6. 좋은 글 많이 post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

    저의 Windows -> Mac으로의 switching cost는 powerpoint/excel 한글판이랑 steam(통합 game platform) 밖에 없습니다 ^^

    Apple이 iPod을 시작으로 해서 iPod Touch로 발전시키고, 여기에 iTunes service를 절묘하게 끼워넣은 다음에 이를 기반으로 현재 iPhone, iPad, MacBook Air의 eco-system을 만든 것은 정말 어느 기업도 흉내내기 어렵고(설사 코가 낀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Apple이 지금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무척 오랫동안 Apple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처음의 단지 디자인만 좋은 Apple이 trend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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