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손정의 사장의 Live 2011에 대해서 글을 한 편 써서 소개한 후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과 함께 그 감동을 나눌 수 있었는데, 나에게 삶을 통해 감동을 준 또 한 사람이 생각났다. 이전 블로그에서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 아는 분과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얘기를 나누게 되어 보다 자세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샤리스 (Charice)
16세의 어린 소녀,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원래 American Idol, British’s Got Talent 등 평범한 사람이 대단한 재능을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아 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너무 반가워서 Youtube에서 찾아내어 한동안 열심히 보았다.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등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재능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샤리스만큼 온몸에 전율이 오르게 한 사람은 없었다. 아래는 그 비디오이다. 스타킹 출연자들의 반응을 보면 그들도 참 많이 놀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핑크색 옷에 땋은 머리.. 아직은 소녀티가 많이 난다. 이미 Youtube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Youtube에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과연 수많은 비디오가 올라와 있었다. 그 중 다음 두 개의 비디오가 눈에 띄였다. 첫 번째는, Ellen DeGeneres라는 매우 유명한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의 프로그램이다. 여기 한 번 등장하는 것 자체가 영광인 그런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샤리스가 등장했던 장면을 잠깐 보여 준 후에 그녀는 샤리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심지어 말까지 더듬으면서.
경고하는데, 오늘 저 울겁니다. 샤리스는 미국에 이번에 처음 오는 겁니다. 여러분 정말 놀랄거에요. 오늘 우리가 여러분들께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겁니다. 여러분들은 증인이 되는거에요. 샤리스를 미국에서 처음 보는 증인이요.
놀랍다고 하는데 설마 그정도일까 하던 방청객들은 노래가 끝나자 모두 감동하여 기립박수를 쳤고, 그렇게 해서 샤리스의 이름은 미국에 알려졌다. 그리고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더 받게 된다. 이번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TV 쇼 호스트, 오프라 윈프리로부터였다. 그렇게 그녀는 미국의 주 무대에 등장했다. 소개를 하면서도 오프라는 그녀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깜짝 놀란 오프라의 모습이 재미있다.
다음은 노래가 끝나고 둘이 주고 받은 대화이다. 샤리스: “꿈만 같아요.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이.” 오프라: “맙소사! 그동안 어디 있었던거야? 너 정말 너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돼!”
어떻게든 샤리스를 도와주고 싶었던 오프라는 “저는 음악 쪽으로는 재능이 없지만, 샤리스를 도와 줄 사람을 알고 있지요” 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에게 소개했다. 사실 이 때 나는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Wikipedia에서 찾아보니 수많은 스타들의 음악을 만들고 평범한 가수들을 초대형 스타로 키운,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전설적인 팝스타 Celine Dion을 키운 인물로 유명하다. 셀린이 아직 16살쯤 되었을 대 캐나다에서 그녀를 처음 발견하고 미국으로 데려와 스타를 만들었다.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볼튼, 케니 G, 브라이언 아담스, 에어 서플라이, 엔싱크, 제시카 심슨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수많은 스타들이 데이빗과 함께 일했고,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와 조쉬 그로반(Josh Groban)도 데이빗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샤리스의 재능을 알아차린 데이빗은, 그 후에 그녀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훗날 샤리스가 두 장의 플래티넘 앨범(백만장 이상 팔린 앨범)을 발행하고 스타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얼마 후, 샤리스가 다시 오프라 쇼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목소리는 원래부터 성숙했지만) 보여주었다. 이 때 오프라는 샤리스와 방청객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다. (0:40부터)
오프라 쇼에 등장한 셀린이 샤리스에게 하는 말.
난 네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단다. 그리고 네 삶의 이야기도 들었어. 우리한테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구나. 데이빗 포스터는 너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이야. 너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 네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특별한 일을 하나 하고 싶어. 다음주에 뉴욕에서 공연을 하는데, 여기 와서 나와 함께 노래를 해주지 않겠니? 어쩌면 너의 어머니를 위해 Because you loved me를 같이 부를 수 있겠지?
감동한 샤리스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방청객으로 와 있는 어머니도 울었다. 나도 울었다.
그리고, 그녀의 오랜 꿈이 실현되었다. (4:30부터)
셀린 디온은 샤리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몇 주 전에, 저의 좋은 친구 오프라한테 전화를 한 통 받았어요. 정말 재능있는 젊은 숙녀가 있다구요. 그녀의 이름은 샤리스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노래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불렀어요. (사람들의 환호성)
그리고, 샤리스는 셀린 디온과 함께 노래, Because you loved me를 시작했고,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심지어 셀린 디온도 들으면서 놀라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격적인 장면을 샤리스의 어머니가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David이 전에 셀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셀린을 16살 때 미국으로 데려오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고, 한 가지 약속을 받아내었습니다. 첫째는, 셀린을 그 당시 이름을 날리던 스타의 콘서트에 출연하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받아 낸 약속은, 그 출연 이후로는 누구누구의 콘서트에 출연했던 사람이 아니라 ‘셀린 디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셀린 디온은 노래를 한 번 한 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똑같은 일이 샤리스에게도 일어났다. 셀린 디온의 무대에서 노래했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했던 것이다.
곧, 그녀의 무대는 더욱 화려해졌다. 전 세계를 돌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샤리스, 샤리스, 샤리스,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올해 초에 콘서트를 가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산호세의 HP Pavilion에서 David Foster & Friends라는 공연이 있을 예정이고, 여기에 샤리스가 출연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좋은 좌석 표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David이 그동안 키운 대 스타들이 다 공연을 한 후, 제일 마지막 가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다시 불이 켜지면서 샤리스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내가 찍은 비디오)
기립 박수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 데이빗은 샤리스를 소개하며 이런 일화를 이야기했다.
요즘 길거리를 가다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악수를 합니다. 제 손을 꼬옥 잡으면서 말합니다. 샤리스를 미국으로 데려와줘서, 그리고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주어 정말, 정말 고맙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미국 태생이 아닙니다.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입니다.
얼마전, David Foster & Friends의 또다른 공연을, DVD를 빌려서 보았다. 역시 여기서도 샤리스는 화려하게 빛났다. 거기서 데이빗은 샤리스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얼마전 오프라 윈프리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알죠? 오프라가 전화하면 일단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오프라가 부탁을 했습니다. 정말 재능 있는 여자아이가 있으니 콘서트에 한 번 내보내 달라고. 누가 감히 오프라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자 여기, 그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샤리스 펨핑코!
샤리스는 무대에 나와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 I will always love you를 멋지게 소화해 내었고, 다시 한 번 기립박수를 받았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데이빗이 한 말.
맙소사. 오늘 밤,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데이빗은 항상 샤리스를 이렇게 묘사한다.
제 2의 셀린 디온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습니다.
이런 스타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디서 나왔을까? 그녀의 성장 배경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3살 때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떠나 어머니와, 그리고 어린 동생과 함께 살았다. 필리핀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아버지 없이 산다는 건 분명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가수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샤리스가 4살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여 노래 기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주] 샤리스는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7살 때부터 노래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하였다. 그리고 결국 2005년 필리핀의 American Idol에 해당하는 Little Big Star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동안 그녀의 이름은 잊혀졌다. 2007년 그녀의 재능을 아쉬워한 한 팬(FalseVoice)이 그녀의 노래를 Youtube에 올리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스타킹 제작진에게 알려졌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의 스타가 된 것이다.[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감명 깊게 읽었던 그 책이 생각난다. 환경의 영향으로 탄생한 스타. 그리고 10,000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진 재능 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어떤 환경에 태어났는가를 탓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환경이면 그 나름대로, 부유한 환경이면 그 나름대로 아웃라이어가 되는 길은 있다. 결국 자신이 그 길을 선택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다.
샤리스가 나에게 준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 iTunes에서 이미 백만장 이상이 팔린[주] 그녀의 앨범을 샀다. 사람들에게 언제나 감동을 주는 훌륭한 가수로 성장해 주기를…
업데이트: “스타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그녀가 무명에서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3분짜리 비디오로 압축해서 편집한 비디오를 YouTube 공식 채널에서 발견했습니다.
아… 정말 멋지네요.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재능을 온 세상에 보이며 힘든 삶을 이겨낸 모습이 대단합니다. 많은 자극을 받게 되네요 🙂
정말 멋지지? 나중에 한 번 직접 볼 기회가 있길 바래. 언젠가 내한 공연도 하지 않을까.
정말 감동입니다.
성장 스토리도 그렇지만 발굴 스토리도.
서로가 선의를 갖고 우수한 재능을 키워 내부 커뮤니티의 자부심을 느끼고 소속감을 크게 할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국, 특히 제가 살고 있는 대전은 지금 벚꽃이 한창입니다.
화신을 함께 보냅니다.
좋은 날 되시구요!!!
이석봉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대로 성장 스토리도 좋지만, 저는 발굴 스토리에 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프라의 헌신적인 노력이요. 그 유명한 사람이 이 작은 소녀한테 감동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모릅니다. 한 번도 출연하기 어려운 오프라 쇼에 벌써 3, 4번 출연한 것 같은데, 조만간 한 번 더 나올 것 같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능과 상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샤리스 팬인데 이렇게 정리를 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샤리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놀라운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인의 오리지널 곡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죠. 첫 싱글 Note to God(아이튠즈에서 구매 ^^) 역시 리메이크였고요.
어떻게 지내나 계속 보고 있는데 최근엔 활동이 많이 뜸한 거 같네요…라고 끝맺으려던 차에 검색을 해 보니 첫 앨범이 5월 11일 발매 예정이군요 ㅎㅎ.
고맙습니다~
저도 그 점이 아쉬웠어요. 새 앨범이 발매 예정인가요? 몰랐네요. 발매되면 사야겠어요. 샤리스를 후원해야지요. 🙂 박철희님, 정보 감사합니다!
몇달 전 데이빗포스터 DVD를 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정리하신 내용을 보고 더욱 감동이 느껴집니다.
자카르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10월에 데이빗포스터와 같이 자카르타에서 공연이 있습니다.
티켓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공연 관람을 하려고 합니다.
오… 데이빗 포스터 DVD 정말 감동이지요. 전 한 네 번 봤습니다. 자카르타에서 10월에 공연이 있나요? 꼭 가서 보시길.. 강추합니다!
네, 저도 네 번 정도 봤고,
지금은 그때 그때 감흥에 따라 곡을 선택하면서 보고있습니다.
외지근무라서,
고향이 그리울 때는 무조건 “Home”을 보고요…^^
딸아이는 “샤리스”를 보기도 합니다.
10월 공연에는 샤리스와 그룹 시카코출신의 피터 세테라 등이 공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