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는 분이 기사 링크 하나를 보내주셨다. “세상엔 연아, 우즈식 성공도 있고 권율식 성공도 있다.“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였다.
권율? 특이한 이름이다. 누구지? 싶어서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인기 쇼프로인 서바이버(위키피디아 설명)에서 2006년에 최종 우승을 차지한 사람인데다가, 스탠포드 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맥킨지와 구글을 거쳐 현재 미국에서 가장 힘있는 정부기관중 하나인 FCC(연방통신위원회) 에서 부국장으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니 말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뉴욕에서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Concord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스탠포드에 입학해서 1997년 졸업. 2학년 때, 친한 동양인 친구 Evan Chen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나 골수를 제 때 기증받지 못해 죽는 것을 보고 아시아계 미국인 기증 프로그램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스탠포드 졸업 후 예일대 로스쿨에서 학위를 받은 후 로펌에서 근무. 그 후 구글, 맥킨지 등에서 일하다가 2006년에 Cook Island에서 열린 서바이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서바이버에 왜 출연하기로 결심했냐는 질문에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 특히 한국계 미국인들이 얼간이나 괴짜만 있는 게 아니라 남과 협력할 줄도 알고, 특히 남을 리드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미국에 와서 TV를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이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TV나 영화에 흑인들은 참 많이 나온다. 한때는 악당이나 가난한 사람들로 주로 등장했을 지 몰라도, 적어도 TV에서 보는 지금의 흑인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흑인들이 회사의 상사, 병원장, 수사대의 보스 등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참 많다. 미국의 인기 TV쇼 중 하나인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가 좋은 예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의 주인공들 중 흑인이 두 명 있다. 위 왼쪽은 이 중 가장 높은 사람인 병원장이고, 왼쪽 끝은 상사로 나오는 의사, 그리고 오른쪽 아래 흑인 여자는 인턴들을 관리하는 의사이다. (한 편, Sanra Oh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연기를 참 잘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들은 똑똑하고, 주장이 강하며,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로 묘사된다.
반면,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인 배우로는 LOST에 출연한 김윤진, Dae Kim, 그리고 MadTV의 코미디언 Bobby Lee 등을 들 수 있다. 김윤진은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의 재벌가에서 태어난 딸로 묘사되고, Dae Kim은 김윤진의 아버지 사업을 위해 청부살인을 하는 일을 하다가 김윤진과 결혼하게 된, 영어를 거의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사실 Dae Kim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이 오히려 서툴다). LOST를 보다 보면 사실 기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우울하고, 비정상적이고, 딸에게 너무 엄하게 대하는 아버지, 말도 안되는 이유를 위해 피를 흘리는 장면들… 한국에 이런 모습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코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드라마니까 극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러한 장면들이 한국을 잘 모르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전해져 한국인의 이미지가 그렇게 박힐 것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했고, 안타까웠다.
한편, 미국에 잘 알려진 TV 속의 한국인으로 Bobby Lee라는 사람이 있다. 다음 사진은 그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몸개그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그의 주된 역할이다.
웃긴 건 사실이다. 사실 생각 없이 보면 그냥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는 커녕 인상이 찌뿌려질 때도 있다.
최근 FlashForward라는 드라마에서 John Cho라는 한국인이 멋있는 역할로 등장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 1972년에 태어나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너와서 버클리를 졸업하고 배우가 되어 수많은 미국의 TV 쇼에 조역으로 출연하다가 최근 주역이 된 배우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John Cho는 그 샤프한 이미지를 잘 살려 좋은 역할을 많이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런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느끼고,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서바이버에 출연한 사람이 권율이다. 다음 비디오는 서바이버에 등장한 권율의 몇 가지 하이트라이트와 그가 수많은 역경을 거쳐 최종 우승자 후보로 선정된 후에 사람들에게 마지막 변론을 하는 장면이다. (2:50부터)
제가 여기 출연하고자 결심한 이유는 소수민족이 주류사회에 제대로 표상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제가 자랄 때 저같은 사람을 TV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종종 괴짜로 묘사되곤 하지요. 저는 미국인들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진짜 모습을 보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여기서 우승하면 소수민족이 TV에서 제대로 비춰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그의 최종 변론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권율은 마침내 서바이버의 최종 우승자가 되어 상금 백만 달러(약 11억원)를 받았다. 그의 약속대로, 그 후 그는 많은 TV쇼에 출연하고 각종 행사에서 연설을 하며 아시아인, 그리고 한국인의 이미지를 알렸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그의 모습에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간 얼마나 미국 주류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길래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실리콘밸리처럼 인도, 중국, 한국인들이 대접받는 곳에서는 그런 걸 잘 못느낀다.), 어쨌든 권율과 같은 사람이 있으니 앞으로 더욱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권율씨… 미국서 레드망고사업도 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 palo alto stanford대 앞 university ave.에 레드망고 매장 생겼을 때 카운터 보고 있는거 직접 본적 있습니다. Stanford Federal Credit Union 카드 내밀었다가 자기도 학부때 그거 썼다고 얘기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 조선일보에서 심층인터뷰 한적 있었는데 정치한다고 그랬던 것 같네요. 여튼 재미있게 인생 사는 사람인듯..
우스운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들을 아시아계나 한국계 이미지를 망치는 사람들로 묘사하는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우스꽝스러운 연기 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TV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주인공들이나 고위직 관료들만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보연기를 하는 코미디언들도 훌륭한 분들입니다.
코미디언들을 특정 인종에 대한 나쁜 편견을 만드는 사람들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특정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나쁜 것이지..바보연기를 하거나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잘못한건 아니에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코미디도 그렇고 TV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나 몇몇 정치인이나 고위직 관료들이 특정 인종을 대변한다고는 볼수 없습니다.
이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진짜 바보들이 문제지. 코미디언들은 죄가 없어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도 결국은 “연기”이고, 프로를 향한 열정임을 생각하면 너무 쉽게 단정지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긴… 이주일도 바보연기를 했지면 존경받는 코미디언이었고, 찰리 채플린도 마찬가지… 말씀하신 대로 특정 사람이 인종을 대신한다고 보았던 것은 지나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한국 사람들이 좀 멋진 인물로 미국 TV에 나왔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은 있습니다. ^^
코미디언이 죄가 없는건 동감인데요. 권율씨도 그런말 한적 없겠죠.
단지 미디어에서 소수인종을 부정적으료 묘사하는건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미디어에서 그렇게 돈벌려고 부정적인 stereotyping 하는건 사회적관점에서 제재를 받아야 되는거 같네요.
아무리 오픈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도 영향을 안받을수가 없으니깐요.
단지 인종문제가 아니라, sexism, agism 거의 모든문제에서요.
John Cho는 Harold & Kumar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도 했죠.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전 친구 추천받아서 구해다 봤는데.. 미국식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는 꽤 괜찮았었습니다.
코미디언 부분은 저도 “코미디언은 죄가 없어요”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Russell Peters 가 하는 코미디(indian canadian인데 인도사람들(특히 아버지)을 희화화 하죠.) 를 많은 인도사람들이 편하게 보는 것 처럼, 우리도 그 정도 농담은 그냥 편안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하지 싶습니다. 물론 이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을 때 가능한거겠지만요. 🙂
해롤드앤쿠마는 꽤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죠. 그래서 후편도 만들어지고 지금 3편이 제작중이라는 설까지.. 덕분에 John Cho는 어느 잡지에선가 가장 섹시한 배우 랭킹에도 오르고 스타트랙 최신작에서 꽤 비중있는 배역을 맡기도 하는 등 제일 잘 나가는 한국배우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배우고요. 🙂
헤롤드 & 쿠마 – White Castle 얼마전에야 봤습니다. 웃겨죽을뻔… 연기 잘하더라구요. John Cho 멋집니다. 🙂
아까 댓글을 남기고 이제서야 권율의 interview 영상들을 보면서, 아까 남겼던 말의 일부를 취소하고 싶어졌습니다. ^^
만약 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한국 사람에 대한 모습이 “웃기는” 모습 뿐이라면, 그건 직접 한국사람들을 만날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을 알고 있다하더라도) 인상을 줄 수 있겠군요.
권율씨…근데 제가 봐도 좀 멋지네요. 전형적인 엄친아…^^
워킹데드에 나오는 글렌을 연기한 한국인 배우 연상엽씨도 함께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Dae Kim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이 오히려 서툴다)… 이 문장은 엄격히 말하면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Daniel Dae Kim은 미국에서 태어난건 아니구요. Busan에서 1968년에 태어나 만2세에 미국으로 이민오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