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 –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있었던 일

얼마전, 아웃백에서 오랜동안 일하시다가 실리콘 밸리에 와서 무역회사 대표로 일하시는 한 분을 만나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레스토랑 사업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가 예전에 아웃백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가 생각이 나서 여기에 소개한다.

2004년의 일이다. 주말 저녁, 친구와 아웃백 양재점에 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Outback은 Bennigan’s와 TGI와 경쟁을 하며 시작한 수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중의 하나였다. 30여분을 기다려서 자리에 잡고 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왔다.

식사하는 동안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카메라를 안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안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뿔싸, 동생한테 빌린 건데… 걱정을 하며 아웃백 양재점에 바로 전화했다.

나: “여보세요? 아웃백 양재점이죠? 죄송한데 어제 저녁에 카메라를 놓고 나온 것 같습니다. 확인해주실 수 있어요?”
아웃백: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나: “네…” (제에발…!)
아웃백: “아, 다행이네요. 어제 한 직원이 카메라를 발견해서 저희가 보관하고 있다고 하네요.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지점장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지점장: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카메라를 발견해서 캐비넷에 넣어두었던 것을 제가 확인했습니다만, 오늘 아침에 다시 보니 카메라가 보이지 않네요.”
나: “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점장: “처음부터 카메라가 없었으면 다른 손님이 가져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분명 저희가 발견해서 넣어두었는데 밤 사이에 없어진 것이므로 직원이 가져간 것 같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시간 되실 때 매장을 한 번 방문해 주시면 같이 가서 카메라를 사드릴게요.”

김동진 지점장

정말일까? 80만원 가까이 하던 니콘 카메라였는데… 다음날 오후, 양재점에 다시 갔고, 작달막한 키의 한 분을 만났다. 김동진 지점장이라고 쓰인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분과 함께 뒤쪽 주차장으로 갔다. 아웃백 로고가 박힌 자그마한 차.. 이정도 규모의 지점을 운영하는 분 치고 차가 너무 소박해서 인상이 깊었다. 카메라는 남대문이 싸다고 하기에 같이 남대문으로 가기로 했다.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기억나는 대화 몇 가지..

나: “언제, 어떻게 아웃백에 join하게 되셨나요?”
김지점장: “원래 베니건스 본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었습니다. 아웃백이 한국에 진출하고 나서, 양재점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제 돈을 투자해서 지점을 시작했습니다.”
나: “왜 옮기게 되셨나요? 그리고 이런 사고가 나면 직접 가서 잃어버린 물건을 사주시나요? 정말 인상깊습니다.”
김지점장: “아웃백은 그게 좋습니다. 제가 바로 바로 결정할 수 있어요. 베니건스는 지점장을 본사에서 고용해서 보내고, 중요한 결정을 본사에서 내리기 때문에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결재가 필요하고, 그래서 오늘처럼 이렇게 저의 재량으로 즉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지요. 아웃백은 지점장이 주인이고, 본사와는 이윤을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제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 점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나: “아웃백 양재점은 항상 사람이 많던데… 단지 위치가 좋아서인가요? 마케팅은 어떻게 하나요? 독특한 방법이 있다면…?”
김지점장: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했던 것 중 한가지 생각나는건 키즈(kids) 마케팅입니다. 아이들에게 한 번은 공짜로 아웃백 점심을 주겠다고 광고한 적이 있어요. 많이들 왔지요. 근데 중요한 건 아이들은 항상 부모님을 데리고 온다는 거에요. 아이들한테 끌려서 한 번 온 후에 그 부모님들이 당골 고객이 되어 좋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대문 전자제품 시장에 도착했고, 나는 약 1시간동안 둘러보다가 그 당시 호평을 받던 Canon Powershot G3 카메라를 사기로 결정했다. 김지점장님이 와서 바로 카드로 결재했고,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참 신기하기만 했다. 당시에 거액에 달하는 80여만짜리 카메라를, 그것도 내 실수로 테이블에 놓고 나온 건데 이렇게 지점장이 직접 같이 와서 기다려주고 돈을 내주다니… 그런 서비스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깊이 인상에 남았다.

지점장님은 여전히 불편을 주어 미안하다며 언제든 오면 자기가 맥주 한 잔 대접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 친구들을 아웃백에 데려가면 종종 지점장님이 계신지 물어서 인사를 했고, 그 분은 볼 때마다 나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까지도 모두 맥주를 한 잔씩 돌리곤 했다. 아웃백은 그 이후 내가 가장 선호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되었고, 그 때 샀던 카메라는 지금까지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쓰고 있다.

이 이야기를 마치자 식사를 하던 그 분의 눈이 빛났다. 그 분이 아웃백 양재점에서 일했는데, 양재점 김동진 지점장님이 바로 자신의 직속 상사였다는 것이다. 김동진 지점장 – 그 분은 지금은 지점 10개 정도를 담당하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최근 유난히 이런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는 사람들이 점점 연결되고,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되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한편, 시간을 빨리 돌려서… 2009년에 있었던 일 하나를 더 소개한다. MBA 수업시간 중, 한 조가 Outback Steak가 한국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미국의 수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중 하나에 불과했던 아웃백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주었는데 그 때 아웃백이 진출한 18개의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해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웃백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Kyuho Lee, Ph.D., et al, “Outback Steakhouse in Korea: A Success Story” 에서는 Decentralized Organization(분산적 조직)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Based on the analyses, it became apparent that the most significant competitive advantage for Outback Steakhouse Korea was its decentralized organization. The company minimized the number of headquarters staff and shifted key activities and responsibilities (such as site selection, contracting with suppliers, and training) to the firm’s eight regional operating partners and the managing partner of each outlet. For instance, each regional operating partner has full responsibility for opening new outlets, ranging from site selection to hiring staff, while managing partners are in charge of such day-to-day activities as employee training, customer service, and local marketing. There are only twenty-one headquarters staff members, far fewer than is true of the firm’s competitors. Overall, this decentralized organizational system facilitates an accelerated decision-making process, enhances supply procurement, and minimizes the costs associated with the upkeep of headquarters.

(한글 요약 번역)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는 분산 조직(decentralized organization)이다. 본사 스태프들의 숫자는 최소한으로 줄여,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21명밖에 되지 않는다. 각 지점 담당자가 직원 고용, 트레이닝, 고객 서비스, 지역별 마케팅을 담당한다. 그 결과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게 된다.

Decentralized organization. 고객이 카메라를 잃어버리자 그 다음날 즉시 신용카드로 새로운 카메라를 사 주는 의사 결정 재량과 속도, 그것이 훗날 아웃백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기업이 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충분한 권한과 책임, 그리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또한 어떤 의사결정을 어디서 하는 것이 옳은가를 알아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을 인수하거나, 점포를 개설하거나, 회사 전체의 브랜드를 일관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본사에서 해야 한다. 알맞은 곳에 알맞은 정도의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것, 결코 쉽지 않으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이 각 순간의 선택의 결과이듯, 의사결정이 모여 기업을 만들기 때문이다.

23 thoughts on “옛 이야기 –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있었던 일

  1. 정말 좋은 글이네요. 아침부터 이런 통찰력 넘치는 글을 보면 머리가 확 깨어납니다. ^ -^)/ 잠이 확 깨네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 잘 읽고 깨닫고 갑니다~

  2. 글 잘 읽었습니다. 어느덧 성문님(아직 어떤 분인지 잘 몰라서요 =) ) 팬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3. 오랜만에 포스팅 하셨네요. ^^ 패밀리 레스토랑을 일부러 가는 일이 거의 없지만, 아웃백은 어쩐지 좀 꾸준히(?) 간 것 같네요. 맥주도 맛있었고요. 저런 일도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한국 들어 오셨죠? 좋은 성과, 즐거운 기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1. 네. 좀 오랜만에 올렸습니다. 머리속에 멤돌던 걸 비행기 안에서 정리해봤어요. 아웃백은 전 빵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아 먹고싶다..

  4. 잘 읽었습니다..

    저도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아웃백을 제일 좋아합니다. 2001년이었나.. 삼성점에 갔다가 아내가 다리를 모기에 물렸기에, 다음 날 아웃백 웹사이트에 한 마디 썼더니 바로 미안하다는 답변과 함께 식사 쿠폰을 주시더라구요. ^^
    누구든지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로열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아무런 불만이 없는 고객보다는, 불만을 제기했을 때 그 불만이 잘 해결된 고객의 로열티가 더 높다고 하더군요.

    아웃백 코리아는 올 초에 매각 소식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가격이 맞지 않아서 중단되었다는군요.

    1.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불만이 잘 해결되면 로열티가 더 높아진다는 말,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말이야 쉽지 불만 있는 고객 만족시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5. 즐거운 글이에요. 사례로 감동적이고 의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그렇고. 감사합니다.

  6.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Key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네요.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좋은 만남에 감사드립니다.

    1. 전에 Dukeom님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을 통해서 사람을 알게 되는 기쁨, 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7. 아웃백의 서비스에 감동 받고 있었죠… 다음주 수요일 모임이 기대되네요^^ 저는 조만간 Palo Alto에서 비지니스를 할 예정입니다.

  8. 미국계 상표이면서 한국에서 최단 시간에 흑자로 들어선 사업중에 하나가 Kinko’s 라는 복사 제본 사업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먼가 잘맞는 사업들이 있나봐요…

  9. 우연히 웹서핑하다가 들어왔는데 제가 일했던 아웃백 양재점에 대한 글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저 또한 김동진 지점장님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그야말로 고객을 왕으로 생각하시는 분이고 항상 고객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시는 분입니다. 직원들에게도 일에 대한 최고의 대우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도 만족도가 높았고 지리적 위치가 다른 곳보다 더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점장님이 계실 때 한국 매출 2위 지점이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이죠. 이런 글을 보게 되서 신기하고 감동스럽네요.

    1. 아 그러시군요.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진 지점장님이 그런 분이셨군요. 언젠가 기회되면 꼭 한 번 다시 만나뵙고 그 때 일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10.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저로서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시는 글입니다.

    보험업계는 지난 몇년간 임직원 출신이 아닌 별도 사업가 신분의 보험설계사를 지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많이 운영해 왔습니다. 이 제도는 초기에 굉장한 업적을 내는 효과가 있었지만 리먼 사태 이후로는 부작용이 더 많아져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업종 자체가 다르다는 측면도 있지만 각 지점에 자유로운 권한을 주는만큼 본사 차원의 철저한 관리와 원칙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웃백은 위에서 말씀하신것처럼 그 조율을 참 잘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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