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친구 덕분에 정말 좋은 공연 하나를 보았다.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었다. 사실 디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중 하나인가보다 하고 갔었는데, 엄청난 인파에 놀라고 (콘서트홀 입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봤다.), 대부분의 관객이 10대, 20대 여성임에 놀라고,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는 다른 참신한 기획에 놀랐다.

많이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앙상블 디토에 대해 간략히만 소개하면, 음악 전문 기획사인 크레디아가 기획한 것으로서, 2007년에 처음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공연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첼리스트 패트릭 지, 피아니스트 이윤수가 맡았으며, 그 다음해에는 피천득의 손자이면서 하버드에서 학부를 졸업해서 유명한 스테판 재키브(Stephen Jackiw)가 합류하며 인기를 더했다. 일반 대중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모이게 하며 2008,2009년 예술의전당 유료관객 1위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의 인파를 봐서는 올해도 유료관객 1위를 하지 않았나 싶다.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실력과 매력도 대단했지만, 그 배후에 있는 회사 크레디아를 궁금해하게 된 건 이런 공연을 생각해내고 기획해서 성공으로 끌어낸 사업 감각때문이었다. 예술의 전당에 가 보면 알겠지만, 우리 나라 공연 시장은 20대~30대 여성이 주 관객층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세그먼트(segment)는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에 대한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가 크다. 앙상블 디토는 이 세그먼트를 정확하게 공략했다. 연주자들의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다들 꽃미남이들이어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앙상블 디토는 왜 성공했을까? 디토에 대해 설명한 몇몇 글들을 읽으며, 그리고 디토 공연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1. 연주자들의 실력이 좋다. 이들은 많은 경우 줄리어드 음대 등의 세계 정상급 학교에서 수학하고 있거나 졸업했다. 기본적으로 참 잘 한다.
2. 전원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평소에 자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일년에 한 번 있는 앙상블 디토 공연은 그만큼 귀하다.
3. 꽃미남들이다. 인기 가수그룹에 나오는 정도의 꽃미남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멋진 공연 의상을 입으면 꽃미남으로 보이니까. 어쨌든, 보면서 내가 침을 흘릴 정도였으니…
4. 크레디아에서 잘 포장했다. 클래식 음반계에서는 드물게 화보집도 촬영했고, 공연중에 그 화보들을 프로젝터로 쏴서 올리기도 했다.
5. 공연 매너. 스테판 재키브를 보며 든 생각인데, 듣기도 좋지만 보면 참 멋있다. 뭐랄까… 온몸으로, 정성을 다해서 연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치 바이올린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아래 비디오에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생각을 누가 했을까? 그 배경이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씨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예술의 전당에서 한 인터뷰와 주간한국, 그리고 한국경제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에 입사하면서 공연기획자로 출발한 그는 1994년, “아티스트와 관객, 스폰서를 위한 창의적인 중간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원 한 명과 크레디아(CREDIA)를 창업했다. 국내 기획사 최초로 멤버십 회원제 ‘클럽 발코니’를 운영하였고, 2009년 당시 클럽발코니’ 회원 수가 8만5,000명을 넘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공연들, 예컨대 백건우, 조수미, 강동석, 신영옥, 장영주, 장한나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의 국내 무대는 물론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를 한국에 소개해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재옥 대표이다. 앙상블 디토를 기획할 때 “관람객의 90% 이상인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앙상블을 꾸렸고”, “호감이 가는 잘 생긴 외모뿐만아니라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연주자를 섭외했다”고 한다[주].
사람들의 필요(needs)를 파악하고 만족시키는 일. 그것이 사업이다. 사람들의 필요를 제품을 통해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의 매력을 이용해서 만족시킨다는 것, 물론 더 어렵겠지만 그만큼 더 짜릿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뱅크 새로운 30년 비전‘에서 손정의 회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48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에 답변했는데, 손정의 회장이 그 응답을 하나로 요약하니 ‘감동‘이었다고 한다.[주]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은 감동을 받을 때 행복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감동을 받으면 행복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감동하여 행복하고, 자신의 자녀가 태어나면 감동받아 행복하다.
훌륭한 공연은 감동을 준다. 감동을 받은 관객은 그 감동을 잊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지금 내가 하고 있듯이..) 이야기하고,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기다린다. 2011년에도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 있을 것이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재옥 대표가 또 무엇을 기획하고 있을 지 사뭇 기대된다.
꽃미남 클래식 연주자 그룹, 앙상블 디토의 공연 동영상을 아래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