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스(Pulse), 또 하나의 실리콘 밸리 성공 스토리

아이패드용 뉴스리더, Pulse

어제 오랜만에 친구 Andreas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재능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스탠포드대학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던 중 아이폰/아이패드용 Pulse 앱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그 디자인을 자기가 했다고 했다. 하루만에 한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밥먹다 말고 깜짝 놀라서 소리 질렀다. “Wow, I am honored to have lunch with you!” (와, 너랑 점심을 먹다니 영광인걸!)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필수 어플리케이션 Pulse. 아이패드 앱의 가격은 5천원에 달하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전부터 Pulse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먼저 Pulse에 대해 설명하면, 아이패드용으로 처음 개발된 정말 쓰기 편하고 디자인이 예쁜 RSS 리더이다. RSS 리더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앱인데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떤 개념인지 알 수 있다.

출시하자마자 뉴욕타임즈, CNN 등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곧 아이패드 스토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유료 앱이 되었다. $3.99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순식간에 15,000개가 팔렸고, 몇 달 후에는 50,000개가 넘게 팔렸다. 앱 하나당 4달러라고 치면 4달러 x 50,000 = 20만불 (2억 4천만원). 그 중 개발자가 70%를 가져간다고 하면 14만불, 즉 개발자는 몇 달만에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번 셈이다.

창업자 Akshay와 Ankit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22살과 23살의 인도 출신 스탠포드 학생 두 명이다. Akshay Kothari 와 Ankit Gupta이다. Akshay 는 퍼듀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쳤고, Ankit 은 인도에서 IIT 학부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 둘은 Launchpad라는 수업 (이 수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을 듣다가 만났고, 뭔가 재미난 게 없을까 찾던 중 Pulse를 만들게 된다. 제작 기간은 겨우 1달 반. 사실 이 중 Ankit은 우연한 기회에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래 NBC Bay Area 뉴스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뉴스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유명한 이유죠. (중략) 이번에는 구글이나 야후 얘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들이 자신의 앱을 IDEO의 데이빗 켈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략) 데이빗 켈리: 사람들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합니다. Social Value가 있는 것 말이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략) 리포터: 자, 여기 22세의 스탠포드 학생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시지요. Akshay: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서 배우게 될 것이고,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리포터: 2주 후면 그들은 졸업할 것이고, 아이폰 버전을 만들 거라고 합니다.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나에게 NBC 뉴스 출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WWDC 2010 키노트 연설에서, 성공적인 아이패드 앱들을 나열하면서 Pulse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성공의 뒷 배경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있고, 스탠포드에서 디자인스쿨을 만든 IDEO의 데이빗 켈리가 있다. 스탠포드에는 d.school이라고,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라는 학교가 있는데 여기에 Launchpad라는 수업이 있다.

Launchpad 수업 마지막에 제품 발표하는 장면

“Design and launch your company into the real world.” (디자인을 해서 당신의 회사를 세상에 만들어 보세요.)

10주동안 진행되는 이 수업의 목적과 방식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10주. 처음 수업 몇 주와 발표에 필요한 몇 주를 제외하면 실제 제품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주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Ankit을 만난 건 이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Ankit과 같은 수업을 듣던 내 친구 Andreas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그 때 Ankit은 수업 과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때는 Pulse를 만들기 전이었으므로 특별한 건 없었고 그냥 똑똑한 스탠포드 학생인가보다 했다. 몇 달 후 그가 유명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정말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예사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고, 전에도 많이 언급했지만, 실리콘 밸리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창업의 꿈을 안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사람들이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있으며, 그런 창업가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 제 3의 Pulse 성공 스토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아래에서 Pulse와 두 창업자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뉴욕타임즈 소개 기사
TechCrunch 소개 기사
Pulse를 만든 회사 Alfonso Labs 홈페이지
Alfonso Labs 팀 소개

9 thoughts on “펄스(Pulse), 또 하나의 실리콘 밸리 성공 스토리

  1. 아직까진 기능상 부족한 면이 보이긴 하지만
    flipboard와 마찬가지로 전망이 좋아 보이는 앱이죠. 🙂

    기존에 아이팟터치에서 구동할 때 보다 아이폰4 에서 구동할 때
    확실히 쾌적한 갱신속도에서 많은 차이를 느낍니다.

    저의 경우엔 Reeder 라는 피드앱과 번갈아 가며 쓰게 되요.

  2. 저도 써보기는 했는데. 비주얼적인 면이나 감성적인 면에서 flipboard를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Akshay 저랑 랩 메이트이기도 해서 친한데, 왠지 처음봤을 때부터 이런거 할줄 알았어요 ㅎㅎ 창업하려고 Stanford 왔다고 하기도 했구요.

    1. 오… 주호야. 너랑 랩 메이트구나. ㅎ 좁은 세상인걸? 아직 서부에 있는거야? 우리 한 번 샤브샤브에 와인 한 잔 해야지~

  4. 조성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책을 쓰는 데 선생님의 글을 인용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책 내용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 왜 새로운 IT스타가 나오지 않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수단으로 소리바다의 사례를 썼구요, 주변을 둘러싼 환경들 중 특히 네이버와 관련한 언급을 하면서 선생님의 글을 좀 인용하고 싶습니다. 의 글 중 일부이구요, 메일주소 알려주시면 상세한 내용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부분 게재를 허락해주시면, 책이 출간된 뒤 한 부를 꼭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회신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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