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의 사례에서 배울 점들 – “티몬이 간다”를 읽고

티켓몬스터의 탄생과 성장을 이야기해주는 책, 티몬이 간다

티켓 몬스터. 처음 탄생할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던 회사이다. 이미 미국에서 그루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비슷한 사업모델로 한국에서 런칭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 아이템을 제대로 짚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나중에 그루폰이 인수하고 싶은 회사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약 1년이 지나, 티켓 몬스터가 리빙소셜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투자자과 창업자가 짧은 시간 안에 가치를 창출해서 엑싯(exit)할 수 있었다니 좋은 소식이었다. 엑싯(exit)을 통해 초기에 투자했던 엔젤 투자자들이나 벤처 캐피털이 이익을 남기는 사례가 많이 생겨야 벤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먹튀’ 논란도 있었다. 미국에서 갑자기 들어와서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를 팔아 자기 이익만 챙기고 튀었다는 주장 같은데, 그 입장이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데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차에 티켓 몬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접했다. 친절하게도 저자 유민주씨가 집으로 책을 보내주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책을 폈다가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딜리버링 해피니스’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티켓 몬스터의 사례에서 내가 주목한 특징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초기에, 기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회사를 세상에 알렸다.

자본도 없고 한국 내 인맥도 없던 시절, 신현성 대표가 썼던 방법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것이었다. 언론사에 이메일을 잔뜩 보낸 후에 답장이 온 곳은 코리아 헤럴드였다. 일단 기사가 나가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나도 그 때 티켓 몬스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2. 첫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창업 초기에 배웠고, 그 자본금을 훗날 유용하게 사용했다.

책에, 창업자들과 노정석 대표와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티몬 창업자들은 창업 베테랑인 노정석 대표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당시 노정석 대표가 해 준 두 가지 조언은, 1) 창업자들이 돈을 기여한 만큼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것과, 2) 초기 자본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창업자들이 돈을 모아 2억 5천만원을 확보했고, 노정석 대표가 추가로 5천만원을 투자해 3억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 돈은 나중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장면이 나온다. 지나치게 많은 쿠폰을 팔아 고객 불만이 쌓였을 때, 무려 6천만원어치를 환불해줌으로서 불만을 충성도로 바꾸었다. 초기에 자본금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내릴 수 없었던 대담한 결정이었다.

3.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 성장을 가속시켰다.

윙버스 출신의 베테랑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 ‘데일리픽’이 있었다. 맛집 위주의 반값 할인을 시작한 이 회사는, 가공할 만한 티켓몬스터의 경쟁상대였다. 그들과 맞서 싸우는 대신 티켓몬스터가 선택한 전략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 마침 그루폰에서도 이 회사를 인수하려고 제안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치열한 경쟁이었다. 결국, 창업한 지 1년도 안된 회사가 96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스톤브릿지와 IVP 벤처캐피털에서 나왔다. 이 둘은 초기에 티몬에 투자했던 VC들이고, 데일리픽 인수 결정을 지지하며 인수 금액을 투자형태로 지급했다. 결정은 신현성 대표가 내렸지만, 이 두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4. 미국과 한국 양쪽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티켓몬스터에 투자했던 두 VC는 스톤브릿지캐피털과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IVP)였다. 스톤브릿지 캐피털은 한국의 회사이고 IVP는 미국의 회사이다. 신현성 대표는 이 두 회사를 잘 레버리지(leverage)한 것 같다. 책의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미국 VC로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valuation)과 회사 매각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VC가 한국 회사에 투자한 사례가 많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회사만해도 꽤 된다. 한국 시장에서 기억 매각 또는 IPO를 통한 엑싯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 2011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알토스 벤처스는 한국 VC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이음’에 26억원을 투자했다.[]
  • 2005년 실리콘밸리의 월든 인터네셔널(Walden International)과 스톰 벤처스(Storm Ventures)은 컴투스에 각각 400만불씩, 총 800만불 (약 90억원)을 투자했다.[]
  • 메버릭캐피털과 DCM은 카카오톡에 투자했다. []
  • 매버릭캐피털과 알토스벤처스는 2011년 3월에 쿠팡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

5. 기업 문화를 고려해서 M&A를 했다.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신현성 대표가 동아일보 이남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이다.[]

신현성: 그루폰과 일했다면, (일하는 방식이) 무척 딱딱해졌을 거예요. 우리가 존중하고 배워야 할 점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이남희: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나요?

신현성: ‘100% 환불해준다’고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안 해주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소비자가 환불을 위해 전화를 걸어도 업체가 잘 받지 않고, 설사 통화가 이뤄져도 환불 조건이 까다롭거든요. 또 그루폰은 일본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가 소수만 정직원으로 전환했어요. 저는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하거든요. 그루폰에 한국은 50개 마켓 중 하나일 뿐인데, 저는 우리만의 회사와 문화, 사람을 키우고 싶었어요.

티켓몬스터가 과연 좋은 선례가 되었는가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나는 적어도 그들이 사업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아주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는데, 곧 제 2, 제 3의 티몬 스토리가 계속 생겨날 것 같다.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이해하기

얼마전, 아내의 생일에 팔로 알토(Palo Alto)의 플레밍스(Fleming’s Prime Steakhouse & Wine Bar)라는 스테이크하우스에 갔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고 값비싼 안심 스테이크와 등심 스테이크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먹다 보니 내 스테이크에서 뭔가 딱딱한 것이 나왔다. 웨이터를 불러 불평을 한 후, 나머지 고기엔 이상이 없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먹었다. 먹다 보니 이번엔 아내가 시킨 스테이크에 문제가 있었다. 미디엄(medium)으로 익혀달라고 했는데, 고기가 너무 많이 익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절반이나 먹었지만, 웨이터는 두말 않고 바로 새로운 스테이크를 가져다 주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담당 웨이터가 우리에게 와서 계산서를 주면서 말했다.

스테이크 가격은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다시 오길 바래요. (We didn’t charge you for the price of the steak. We want you to come back. Okay?)

열어보니 과연 스테이크 가격이 청구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세 개가 주문되었으니 무려 200달러에 달하는 액수였는데 계산서에서 제외된 것이다.

비록 안좋은 경험을 한 번 하긴 했지만, 내가 다음에 거기에 다시 가서 식사를 하게 될까? 물론이다. 어쩌면 다음에는 친구들을 데려갈 지도 모르겠다.

손해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 레스토랑은 왜 나에게 그렇게 했을까?

바로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는 MBA 마케팅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 중 하나이다. 다시 설명하면, “어떤 소비자가 그 일생 동안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를 돈으로 계산한 것이다. 개념은 다음과 같다.


고객 생애 가치(CLV) = (첫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신규 고객 유치에 들어간 비용)
+ (둘째 해에 고객이 남아 있을 확률) * ((둘째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고객 유지에 들어간 비용))
+ (셋째 해에 고객이 남아 있을 확률) * ((셋째 해에 고객이 가져다 준 이익의 총합) – (고객 유지에 들어간 비용))
+ …


보다 정확히 하려면 둘째, 셋째 해의 계산에서 나온 숫자에는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 내년의 10달러가 올해의 10달러와 같은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강남역에 데판야끼 레스토랑, “텟펜”이 새로 생겼다. 홍보 차원에서 길거리에서 나에게 5천원 할인 쿠폰을 주었다고 해 보자. 쿠폰을 받아 지갑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광고가 보였다. “아 참, 저기 한 번 가봐야지..” 하다가 또 잊어버렸다. 데이트가 있어 강남역 주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가 좋을 지 몰라 구글에서 “강남역 주변 데판야끼”라고 쳤더니 바로 그 레스토랑 이름이 떴다. 클릭해서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괜찮아 보인다. 안그래도 전부터 궁금했는데, 거기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한다. 결국, 나를 그 식당에 데려오기 위해 레스토랑은 지금까지 쿠폰값, 버스 광고비, 서치엔진 광고비 등으로 나에게 총 3만원을 썼다고 가정하자. 이 3만원을 고객 획득 비용(Acquisition Cost)라고 한다.

도착해서 식사를 했더니 5만원이 나왔다. 마진(margin)이 30%라고 하면 식당은 나의 방문으로 인해 1만 5천원을 벌었다. 음식도 괜챃고 서비스와 분위기도 좋아 그 식당을 몇 번 더 방문했고, 1년 동안 약 30만원을 썼다고 하자. 식당은 일년간 총 9만원(30만원 * 30%)을 벌었지만, 나를 식당에 데려오기 위해 3만원을 이미 썼으니까, 첫 해에 실제 번 돈은 6만원이다.

그 다음 해 생일날, 식당에서 1만원짜리 쿠폰을 하나 보내주었다. 이번에는 친구들을 잔뜩 데려갔고, 나를 알아본 사장님이 한 번은 2만원짜리 안주를 공짜로 주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일년간 총 50만원을 썼다고 하면, 식당은 나에게서 총 12만원 (50만원*30% – 1만원 – 2만원)을 벌었다.

셋째 해에는 20만원을 쓴 후 좀 시들해져 더 이상 그 레스토랑에 가지 않았다. 1만원짜리 쿠폰을 한 번 사용하고 그쳤다. 그 주변에 그보다 값싸고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식당은 이 해애 나로부터 총 5만원 (20만원*30% – 1만원)을 벌었다.

이 값을 모두 합한 것이 고객 조성문의 ‘생애 가치(Lifetime Value)‘이다. 6만원 + 12만원 + 5만원 = 23만원. 할인율을 10%로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생애 가치는 보다 정확하게는 6만원 + 12만원 / (1 + 0.1) + 5만원 / (1 + 0.1)(1 + 0.1) = 21만원이다. 만약 대부분의 고객이 평균적으로 나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지금 이 순간 고객 한 명을 유치했을 때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그 고객이 떠나기 전까지 21만원의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객을 획득하기 위해 조금 더 돈을 써도 될까? 물론이다.

만약 내가 셋째 해, 넷째 해에도 계속 식당을 방문하고, 또 친구들에게 식당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면 내가 식당에 기여하는 가치는 이것보다 훨씬 커진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해보기 위해 매년 고객이 똑같은 만큼의 돈을 쓴다고 가정하고, 고객 유지 비율(retention rate)이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무한 급수 계산법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공식을 얻을 수 있다.

고객 생애 가치 (Customer Lifetime Value) 간략 계산 공식
  • M: 고객 1인당 평균 매출. 보통 1년 단위로 계산한다.
  • c: 고객 1인당 평균 비용. 보통 1년 단위로 계산한다.
  • r: 고객 유지 비율 (retention rate), 즉 어떤 고객이 그 다음 해에도 여전히 고객으로 남아 있을 확률
  • i: 이자율 또는 할인율
  • AC: 고객 획득 비용 (Acquisition Cost). 고객이 첫 방문 또는 첫 구매를 하도록 하는데 드는 비용

예를 들어, M = $10, c = $3, r =70%, i=10%, AC=$5를 가정하면, CLV는 $12.5이다.

아래에, 각 파라미터가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숫자를 변화시키면서 두 가지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고객 유지 비율 변화에 따른 CLV
고객 1인당 수익 변화에 따른 CLV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insight)는 바로 다음과 같은 개념이다.

–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 유치에 드는 비용(Acquisition Cost)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Retention Cost)보다 크다.
신규 고객 획득 비용(AC)을 낮추면 CLV에 즉시 영향을 미친다. 위 계산에서 CLV가 $12.5이었는데, AC를 $5에서 $3으로 낮추면 CLV가 즉시 $15로 올라간다.
고객 유지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위 공식에서 고객 유지 비율(r)이 70%에서 80%로 높아지면 CLV는 무려 $5나 상승해서 $18로 올라가고, r이 60%로 낮아지면 CLV는 $13에서 $9로 크게 떨어진다.
– 비용을 그대로 둔 채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을 올리거나,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을 그대로 둔 채 고객 1인당 평균 비용을 낮추는 것도 CLV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CLV의 관점에서 고객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 당장 어떻게 해서든 매출을 높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 비용(Acquisition Cost)을 줄이고, 고객 1인당 수익 기여액을 높이고 (M – c), 고객 유지 비율(Retention Rate)을 높일까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특히 CLV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객 유지 비율’을 간과한다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안드로이드용 피트니스 앱, ‘카디오 트레이너’를 만든 워크스마트랩은 이런 관점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가 자신의 “Startup Metrics for Pirates (해적들을 위한 스타트업 메트릭)” 강연에서 소개한 AARRR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이라는 메트릭(metric)이다. 아이디어가 AARRR 각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가 극대되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방식이다. 그들의 의사 결정 방식을 설명한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We take our existing AARRR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 numbers, and we vote by estimating the impact of each feature on each of the AARRR metrics. (우리는 AARRR 이라는 기준을 이용해서, 어떤 아이디어가 그 각각의 요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각자 점수를 매긴 후 이를 합산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각 아이디어마다 Acquisition(고객 유치), Activation(유료 고객 전환), Retention(고객 유지), Referral(고객의 추천), Revenu(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수를 매긴다. 각 A, A, R, R, R은 각기 다른 비중을 가지고 있다.

워크스마트랩의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 Referral, Revenue (AARRR) 프레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툴 (출처: http://worksmartlabs.com)

아마존 역시 CLV에 집중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킨들파이어가 너무 가격이 낮아 손해를 볼 것 같다고 하자 아마존의 CFO 톰 (Tom Szkutak)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출처: CNET)

When you think about the economics of the Kindle business, we think about it in totality. We think of the lifetime value of those devices. So we’re not just thinking about the economics of the device and the accessories; we’re thinking about the content. We are selling quite a bit of special offers devices, which includes ads, so we’re thinking about the advertisement and those special offers and those lifetime values.

킨들 사업의 경제학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봅니다. 우리는 그 기기의 ‘생애 가치(lifetime value)’를 고려합니다. 기기 또는 악세사리 자체의 순익을 생각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트(content)에 주목합니다.

한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를 제대로 적용한 예이다. 1년에 79달러를 내고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이틀 배송이 공짜이다. 미국의 경우 소포 하나당 배송료가 평균 5달러 정도 되는데, 나처럼 아마존에서 일년에 약 100개를 사는 경우엔 무려 500 달러의 비용이니 멤버십이 너무 싸서 아마존이 적자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나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기 전에는 타겟, 월마트 등등에 가서 쇼핑을 했다. 하지만 가입하고 나서는 되도록이면 아마존에서 구입한다. 편하고, 싸면서, 배송이 공짜인데 왜 마다하겠는가? 내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아마존은 수수료로 돈을 번다. 따라서 ‘고객 생애 가치’를 고려하면 아마존은 이익을 본다는 계산을 이미 했던 것이다. (이전 블록, “아마존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참고)

‘어떻게 하면 다음달, 또는 올해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릴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할까’로의 사고 전환. 이것이 당신이 오늘 내리게 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고

TED 영상으로 영어 액센트 연습하기

오늘 아침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가 발견한 한 동영상.

한 아이가 TEDxManhattanBeach 에 나와서 연설을 시작한다. 자신이 만든 아이폰 앱을 소개하고, 왜, 언제,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그로 인해서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이야기한다.

이런 아이폰 앱을 만든 학생이 이제 경우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내가 또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연설 능력이었다. 나이가 아주 어림에도 불구하고 말을 참 자연스럽게 하고, 발음이 깔끔하고 정확한데다 다른 프로페셔널한 TED 연사들에 뒤지지 않는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와 억양을 가졌다. 영어 발음과 억양 교정을 원하시는 분들이 이 짧은 4분 30초짜리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억양을 그대로 ‘표정까지’ 따라해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내가 전에 영어 공부를 할 때 많이 썼던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번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을 포스팅한 후 영어 공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기에 여기 간략히 설명과 함께 써 본다.

Hello everyone, my name is Tom Suarez.
(everyone을 발음할 때 끝이 약간 올라가는 것을 주목할 것. 친근한 느낌을 준다.)

I’ve always had fascination for computers and technology.
(always가 다른 단어보다 억양이 높다. 약간 강조되는 느낌. 그리고 영어 문장에서, 이렇게 두 번째 단어가 억양이 높아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음, “fascination” 발음을 매우 강하게 하는 것도 주목. 특히 ‘fa’ 발음이 아주 강하다. 이렇게 강조하고 싶은 특정 명사를 강하게 발음하는 것도 주목할 것.)

And I made a few apps for iPhone, iPod Touch, and iPad.
(iPhone, iPod Touch, and iPad 발음할 때 , 사이에서 살짝씩 끊어지는 것을 주목.)

I’d like to share a couple with you today.
(‘like to’ 부분이 억약이 높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낮아진다. 전형적으로 많이 관찰되는 영어 액센트이다.)

My first step was a unique fortune teller called Earth Fortune..
(마찬가지로, ‘my first step’부분이 약간 높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낮아진다.)

..that will display different colors of earth depending on what your fortune was.
(‘different colors of’.. 가 약간 두루뭉실하면서 빠르게 발음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강조할만큼 중요하지 않으므로 빠르게 넘어간다. 그러나 ‘earth’는 약간 강조된다. 특히 ‘ear’발음이 강하다. ‘depending on what your’도 낮은 억양으로 발음된다. 그러나 다시 ‘fortune’은 높은 억양으로 발음된다는 것을 주목.)

My favoriate and most successful app is, Bustin Jieber..
(‘successful’ 발음을 아주 강하게, 특히 ‘cess’부분이 강하게 발음된다. cess에 강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uccessful이라는 단어에 강조를 두고 싶었던 것이다. Bustin Jieber 발음도 아주 재미있다. ‘버스틴 지버’할 때 억양이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영어에서, 특히 이렇게 앞에 나가서 연설할 때 흔하게 관찰되는 억양이다. 꼭 연습해두면 좋을 듯.)

(중략)

A lof of kids these days like to play games.
(‘A lof of’를 ‘얼라러브’로 연음해서 발음 연습하면 좋다. 항상 같이 다니는 표현이기 때문. 그리고 ‘lot’ 발음할 때 억양이 올라가는 것을 주목. ‘play’가 ‘like to’에 비해 강하게 발음되는데, 전형적인 현상이다. ‘~ 하고 싶다’의 의미를 지닌 ‘like to’보다는 ‘play’가 더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But now they want to make them.
(‘now’ 발음할 때 표정과 억양이 재미있다. 콧소리가 살짝 섞여 약간 강조도 된다. ‘them’을 ‘뎀’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덤’이라고 발음하는데, 이것도 자주 관찰된다. ‘them’에 따로이 강세를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덤’으로 좀 약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And it’s difficult.
(‘difficult’ 발음과 억양이 독특한데, 그대로 따라서 반복해서 연습해보면 도움이 될 듯)

..because not many kids know where to go to find out how to make a program
(‘kids’와 ‘go’발음하면서 억양이 내려가는 것을 주목. 그 억양 자체가 의미를 전달한다. ‘where to go’는 ‘웨어루고’, ‘how to make a’는 ‘하우루메이커’로 줄여서 발음되고, 강세도 없다. 이렇게 연이어서 같이 쓰이고 특별히 강조되는 명사가 아닌 단어들은 약하게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까지 약하게 하다가 다시 ‘program’은 강하게 발음한다. 명사이기 때문이다.)

(중략)

But what if you wanna make an app?
(‘what if you’는 ‘와리퓨’로 줄여서 발음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but what if you wanna make an’까지는 빠르고 낮게 나가다가 ‘app’이 강조되면서 높게 발음된다. 명사는 이렇게 포인트를 주어 발음하면 듣기에 편하다.)

Where do you go to find out how to make an app?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Where/How/Why 등의 단어로 시작하는 의문문의 맨 끝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서 들어보면 알겠지만 점점 뒤로 가면서 억양이 낮아지는데다 ‘app’에 다르면 억양이 매우 낮아진다. 질문문인데 끝을 낮춘다는 것이 영 어색하지만, 이 문장을 그대로 따라서 여러 번 발음하다보면 조금 익숙해질 듯하다.)

여기까지가 첫 1분 30초 분량이다. 하는 김에 끝까지 다 써서 분석해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이만 생략하겠다. 내용도 쉬운데다, 발음이 깨끗하게 잘 들리고 게다가 아이가 ‘귀엽기까지’해서 영어 공부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용해 보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간략히 정리해 봤다.

미국 대도시의 시장이 된 최초의 한인, 강석희

오늘 멋진 분을 만났다. 강석희 어바인(Irvine) 시장이다. 어바인은 22만명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 LA 남쪽 약 40분 거리의 부유한 도시이다[]. 이번에 행사가 있어서 내가 사는 동네에 오셨는데, 마침 아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가주 고대 동문회 사람들과 만나 저녁 식사하는 자리가 있다고 하기에 같이 나갔다(강석희 시장은 한국에서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09년에 출판한 책 “유리천장 그 너머-세일즈맨에서 시장까지, 강석희의 꿈과 도전“, 및 얼마 전에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글로벌 성공 시대 (미국에선 OnDemandKorea에서 볼 수 있다)’를 통해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질리 후드’가 이런 말을 한다.

질리 후드,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에 산다는 것도 즐겁지만, 또 즐거운 것은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이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전 LA타임즈 기자 ‘스티브 첨’은 이야기한다.

그는 항상 인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는 강합니다. 그리고 정말 한결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정당과 관계 없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한인 1세 최초 직선 시장‘, ‘어바인 시의 최초 유색인 시장‘, ‘64.1%라는, 어바인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시장’. 실제 만난 그는 매우 차분한 모습이었다. 열 다섯명 정도가 저녁 식사에 참석했는데, 질문이 하도 많아서 거의 식사를 제대로 못하셨다. 몇 가지 기억에 남았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본다.

질문: 어떻게 해서 시장에 출마할 생각을 하셨고, 당선이 되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생각 안했습니다. 서킷 시티에서 일하다가 나와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시장 출마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지요.

처음엔 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단 얼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4만 가구를 직접 돌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 주는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했고, 순식간에 제 이름과 존재가 어바인 시에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2만표 이상을 얻어서 시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질문: 서킷 시티(Circuit City)에서 일하신 것이 시장에 당선되는데, 그리고 시장으로서 일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전자제품을 파는 서킷 시티는 미국에 이민 와서 제가 처음 취직했던 곳입니다. 매장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최저 임금이었던 시간당 2.5달러를 받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서킷 시티에서 당시 금성 제품을 판 덕에 제가 한국 전자 제품을 담당했습니다. 금성, LG, 삼성으로 넘어가면서 한국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졌고, 제 매출도 올라갔죠. 고객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질문: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미국에 오셨는데 어떻게 영어를 극복하셨나요?

지금도 영어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heart-to-heart) 된다고 믿습니다. 청산유수의 말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에 맞게,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해서 인간적으로 만날 때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이 역시 서킷 시티에서 세일즈를 하며 배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이름이 ‘석희’입니다. 영어로는 “Suk-hee”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키’라고 발음합니다. 수키는 인도에서 ‘행복’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연설할 때는 이런 말로 시작합니다. ‘Suk-hee means happiness (수키는 행복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금새 누그러지고 사람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 번은 이런 AIPAC행사에 나가서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AIPAC이란 미국에 사는 유태인들의 단체인데, 힘이 매우 막강합니다. 대통령이라도 이 단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지장이 있을 정도이지요. 이 곳에서 연설을 할 일이 있었습니다. 유태인 1,000명이 앉아 있는데 어떻게 말을 시작할까 고민이 됐습니다. 섣부른 농담을 잘못 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말로 시작했습니다. “제 시 의회에 유태인이 세 명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두 명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동양의 유태인이라고 하더다.” 그랬더니 참석자 전체가 크게 웃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상원의원 등 많은 사람들이 연설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저를 찾아와서 제 연설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것입니다. 듣는 사람들에게 맞추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합니다. 서킷 시티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 배운 교훈입니다.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보면 아시겠지만, 강석희 시장의 영어는 발음도 좋고 매우 유창하다. 그리고 말이 명확하고 발음이 아주 깔끔하다. 쉽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이 그 표현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강석희 어바인(Irvine) 시장님과 함께

그 외에도 시장으로 일하며 느끼는 어려움들, 그리고 보람 있었던 일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소셜 미디어를 지금보다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에 대한 의견을 말씀 드렸더니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숙제가 또 하나 늘었다. 🙂

강석희 시장은 내년에 미국 연방 하원 의원에 출마한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란, 미국 전역에서 435명밖에 뽑지 않는 자리이다. 3억 인구 중 435명.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하게 미국 전역을 지역구(county)로 나누고, 그 지역구마다 선거해서 지역구 대표를 뽑는다. 강석희 시장이 대표하는 지역구는 Irvine 시 뿐 아니라 라구나 힐(Laguna Hills) 등, 드라마 더 힐즈(The Hills)에 나오는 ‘오렌지 카운티의 비벌리 힐즈’ 같은 백인이 대부분인 부자 동네를  포함한다. 더구나, 어바인 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민주당 대표인 그로서는 시작부터 불리한 곳이다. 하지만, 한국인 이민자로서 어바인 시의 시장이 된다는 것도 애초부터 불리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의 열심과 끈기가 그 분을 어디로 이끌 지 매우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성공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 여기 옮긴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그의 인생 드라마를 잘 보여준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길 권한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진정성(consistancy)입니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똑같은 모습으로 임하는 모습,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살아온 여정이 그대로 지속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며 ‘진실되다.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 것이죠.

현재 그의 아들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의 컨설턴트로, 그의 딸은 Hulu 사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자기가 두 살때 강석희 시장에게 사진을 보냈었다고 자랑하며, 시장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강석희'라며 수줍게 웃는 한 꼬마아이.

미국에서 스마트폰이 먼저 성공한 이유

오늘, 두 개의 트윗을 날렸다.

예전부터 항상 궁금했었다. 휴대폰 기술이 그렇게 발달한 한국에서 몇 번을 시도해도 스마트폰이 먹히지 않았는데, 왜 기술 도입이 느리고 뒤떨어지던 미국에서 스마트폰이 먼저 성공했을까? 아이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제대로 된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성공했다.

‘스마트폰’은, 사실 10년이 넘은 개념이다. 2005년쯤이었던가, 삼성에서 풀 키보드가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을 만들었으나,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 곧 사라졌다. 그 이후엔 PDA가 떴다. 팜 파일럿(Palm Pilot)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성공에 힘입어 몇 개 회사들이 다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그러나 또 다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 시장 동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가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은, “스마트폰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조금 스마트하자고 그 거대하고 못생긴 휴대폰을 들고 다니겠는가”였다.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비싸고, 타이핑하기 불편하고, 펜을 잃어버리면 쓸모없어지고 마는 기기에 불과했다. 정말로 스마트폰 같은 것이 필요한 사람은 랩탑을 들고 다니면 그만이었다. 랩탑이 점점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있었으므로 전화기는 오직 통화 용도로 쓰고, 이메일이나 웹 서핑은 랩탑으로 하면 되겠니 그 둘 사이의 시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간단한 문자는 물론 휴대폰에서 보낼 수 있고, 건당 겨우 30원밖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보지도 않고 초고속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삼성의 천지인 키보드는 내가 보기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였다.

삼성 천지인 휴대폰. 이 타이핑에 익숙해졌던 나는 결코 다른 브랜드를 쓸 수 없었다.

한국 사람의 99%가 피쳐폰을 쓰고 있던 2007년, UCLA에서 MBA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왔다. 휴대폰은 뭘 사야 할까 고민하다, 학교 친구들 중 90% 이상이 블랙베리, HTC 등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당시는 아이폰이 탄생하기 전이었다), 나도 이메일 확인을 바로 할 수 있어야 하겠다 싶어서 HTC에서 나온 윈도우즈 기반의 스마트폰을 샀다. 이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든 생각은, “스마트폰 안 샀으면 큰일날 뻔 했다“였다. 미국 친구들은 이메일을 마치 문자 보내듯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룹 약속 장소를 모임 30분 전에 갑자기 바꾸기도 하는데, 문자가 아니라 이메일로 이를 알렸다. 따라서 이메일을 확인할 전화기가 없으면 혼자 왕따 되는 수가 생긴다. 친구들은 이메일을 보내면서 상대방이 30분 이내에 확인할 것을 기대했다. 따라서 몇 시간이나 지나서 답장을 보내면 (조금 과장해서) 구석기 시대 사람 취급을 받았다. 또한, 학교 생활하는 동안에 하루에 100개가 넘는 이메일을 받는 것도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유였다. 잠깐 잠깐 짬날때 이메일 확인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집에 가서는 숙제해야 하는데 100개의 이메일을 처리하다보면 시간이 다 가버리기 쉽다. 게다가 집에 가서 이메일을 확인했다가는 이미 내가 끼어들기 전에 친구들끼리 토론이 다 끝나 나는 그냥 통보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첫 스마트폰, HTC Wing

HTC 폰을 몇 달 쓰다가 블랙베리로 바꿨다. 그리고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 HTC 윈도우즈 모바일 폰은 와이파이가 있어야 제대로 쓸 수 있었고, 타이핑도 불편했는데, 블랙베리를 쓰니 이메일이 실시간으로 (심지어 컴퓨터에 도착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도착했고, 타이핑하기가 너무 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피처폰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다. 블랙베리에 반해있던 나에게는 당시 첫 아이폰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 “내가 아이폰보다 블랙베리를 좋아하는 일곱 가지 이유“라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물론 아이폰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국에 살 때 문자가 싸고 대중적이라서 친구들과 주로 문자로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도 주변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할 말이 있을 때마다 문자를 많이 보냈는데, 한 가까운 미국 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와서 하는 말이, 자기에겐 문자 전송 플랜이 없어 받을 때마다 돈을 내야하니 제발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전화를 받는 사람, 문자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는데다 플랜이 없으면 문자 하나 받을 때마다 무려 30센트, 즉, 300원에 해당하는 돈이 나가기 때문에 문자 10개 받으면 3천원이나간다. 학생이라 돈이 넉넉치 않은데 자꾸 문자를 보내는 나에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올 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못했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친구는 블랙베리를 쓰고 있었고, 데이터 무제한 정액제에 가입해 있었던 데다, 이메일을 문자처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이메일로 의사소통하기를 선호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혹시 이것이 미국에서 스마트폰 문화가 발달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전화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고, 문자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는데, 이메일로 의사소통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없으므로 이메일을 선호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자판이다. 천지인 덕분에 엄청나게 쉽게 타이핑할 수 있었던 한글과 달리, 영어는 도무지 쉬운 방법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글이 우수한 이유가 그것이다. 한글에서는 천(.), 지(_), 인(|), 세 가지의 조합으로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지만, 영어는 a, e, i, o, u 모두 완전히 독립적인 단어여서 조합 등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어 타이핑을 쉽게 해주고, 몇 개의 글자만 치면 단어를 예측해서 제시해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한 문장을 문자로 보내려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풀 키보드 자판이 달린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캐나다와 미국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모른다. 풀 키보드가 아니어도 좋다. 블랙베리 펄처럼, 기존보다 두 배만 키가 많아도 타이핑이 훨씬 쉬워진다.

처음에 미국에서 인기있었던 노키아 폰. 이것으로는 어떻게 해도 영어 타이핑하기가 무척 힘들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블랙베리 펄(Pearl)

세계에서 가장 모바일 기기가 앞서 있었던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서 먼저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성공했는가를 따지자면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나름대로 내가 생각했던 이유이다. 그냥 랜덤하게 든 생각을 글로 옮겨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