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실리콘밸리 여행지 7곳

베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Bay Area라고 부르는 이 곳 실리콘밸리. LA에서 2년의 공부를 마치고 이 곳에 와서 정착한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참 많이 했는데, 가끔씩 LA의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날씨가 그립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산, 강, 바다, 호수가 고르게 섞여 있어 더 다채로운 자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관광객 또는 방문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다가 돌아가지만, 사실 볼만한 좋은 여행지는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난 곳에 있다. 그동안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받기도 하고, 내가 나서서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이번에 글로 한 번 정리를 해볼까 한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있지 않으므로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

1. 빅 서(Big Sur) 1번 도로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이어지는 1번 도로

이 곳에 여행오는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보고 가야 한다고 추천해주는 곳이다. 왼쪽엔 깎아지른 산, 오른쪽엔 끝이 안보이는 바다, 그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광고의 한 장면, 그런 곳을 차로 직접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간 때는 거의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파란 하늘과 산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아,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1번 도로는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남미까지 아주 길게 이어지는 서부 해안도로가이다. 시간이 없다면 위 지도에서 보이는 줄리아 파이퍼 번즈 주립 공원 Julia Pfeiffer Burns State Park까지 가서 아름다운 폭포를 보고 돌아오면 된다. 한 번은 래기드 포인트 인 Ragged Point Inn에서 하루 자고 아침을 맞은 후 돌아왔고, 그 다음에는 빅 서 Big Sur에서 캠핑을 했는데, 둘 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하려면 ReserveAmerica.com을 이용하면 된다. 줄리아 파이퍼 번주 주립 공원 캠프그라운드에 갔었는데, 캠프사이트도 크고, 샤워 시설 등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근처에 하이킹 코스도 많아 좋았다.

한 번은 산호세에서 출발하여 3일에 거쳐 1번 도로를 타고 LA까지 운전해서 내려가면서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앞에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10분마다 차를 세워야 할 정도였다. 그 때 찍은 중,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을 골라보았다.

캘리포니아 해변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끝없이 볼 수 있다.
Julia Pfeiffer Beach. 폭포, 모래사장,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절경.

2. 몬터레이(Monterey)와 카멜(Carmel-By-the-Sea)

몬터레이와 카멜

두 번째로 꼽고 싶은 여행지. 아내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다. 집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서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는 길에 거대한 딸기 농장도 볼 수 있다. 한 번은 가다가 차를 세워 밭을 구경했다가 커다란 딸기 두 박스를 공짜로 얻기도 했다.

몬터레이에는 유명한 17 마일 드라이브가 있다. 차 대당 약 9달러를 내야 입장할 수 있는데, 최소한 4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여기를 같이 갔더니 “여기에 안 와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며 무척 좋아하셨다. 해변을 따라 길게 나 있는 도로 중간 중간 아름다운 곳이 많다. 바다 옆에 서서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7 Miles 드라이브에서 만날 수 있는 골퍼들. 여기서 바다를 건너 무사히 맞은편까지 티샷을 날려야 한다.

17마일 드라이브 끝자락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세계 10대 골프장의 하나로 꼽은 페블 비치 골프장이 있는데, 이 곳에 도착하면 페블 비치 랏지(The Lodge At Pebble Beach)의 레스토랑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테라스에 앉아 페블 비치 골프장의 18번 홀과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다. 미국은 골프가 참 싸지만, 이 곳은 예외다. 18홀에 약 500달러 정도 하며,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랏지에서 숙박하려면 가장 싼 방이 하루 715달러이다. 이 근처에는 말도 안되게 크고 고급스러운 집들도 잔뜩 있다.

17 Miles Drive 끝자락에 있는 페블 비치 골프장 18번 홀. Lodge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편, 몬터레이 북쪽 해안을 따라 걸어서 Lovers Point Park에 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기를 걷다가 바닷가의 돌에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이 곳에 아쿠아리움도 있어 가보았는데 크지는 않지만 꽤 괜찮았다.

몬터레이 아래에 위치한 카멜-바이-더-씨 Carmel-By-the-Sea는 그 이름 그대로 바다 옆에 있는 매우 아름답고 부유한 마을인데, 특히 이국적인 분위기의 다운타운이 아주 매력적이다. 예쁜 샵들과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호텔 들이 자리 잡고 있어 걷기 좋은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입구쪽에 위치한 쇼핑몰과 갤러리들, 그리고 다운타운 중간쯤의 PortaBella라는 프랑스 음식점이다. 뉴욕타임즈의 ‘카멜에서 36시간 보내기 36 Hours in Carmel-by-the-Sea‘라는 기사도 참고.

카멜 다운타운의 프랑스 음식점, 포르타벨라 PortaBella (출처: Yelp.com)

카멜 다운타운 끝에는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파도가 적당해서 서핑을 해도 좋고, 부기 보드(Boggie Board)를 가지고 그냥 들어가서 놀아도 좋다. 다만, 물이 약간 차가우니 Wet Suit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카멜 해변 Carmel Beach

3. 소살리토 (Sausalito)와 티뷰론 (Tiburon)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는데 소살리토에 들러보지 않고 돌아가면 안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예쁜 곳이다. 2004년쯤 출장 왔다가 처음 방문했는데,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곳이었다.

소살리토 언덕위의 집들 (출처: Flickr)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면 바로 나온다. 다운타운도 인상적이지만, 집들도 각각 특색 있고 예뻐서 언덕 위의 집들을 천천히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법 비싼 집들도 많이 있는데, Zillow.com에서 찾아보니 2010년에 지은 방 네 개 짜리 집 하나는 가격이 $2.85M, 즉 30억원 이상이다 (무척 좋아 보이기는 한다).

소살리토의 고급스러운 집 중 하나. 현재 $2.85M(약 3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보다 재미있게(그리고 의미있게) 소살리토에 가는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내가 항상 가는 곳은 블레이징 새들스 Blazing Saddles이다. 역사적인 건물인 기라델리 초콜렛 Ghirardelli Chocolate 공장 바로 옆에 있는데, 이 곳에서 출발하면 자전거 도로를 통해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에 도달할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걸리고, 금문교까지 올라갈 때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기억에 남을 이벤트가 될 것이다. 가는 길에 금문교 아래쪽으로 빠지면 금문교 다리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금문교를 건너다가 중간에 멈춰서 다리 아래에 지나가는 보트들을 구경해도 좋다. 일단 자전거로 소살리토까지 가게 되면 대형 보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 자전거 빌릴 때 아예 돌아오는 보트 티켓을 사면 편하다.

소살리토에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Horizons이다. 여기 패티오(Patio)에 앉으면 바다 건너편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리모델링 후 The Trident라는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

어떤 사람들이 도대체 여기 사는가 해서 한 번 말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의 엔지니어이인데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가끔 회사에 간다고 해서 참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회사에도 그렇게 좋은 마을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기는 하다.

한때 자동차 이름으로 쓰여 익숙한 마을 티뷰론 Tiburon 은 소살리토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금 더 멀어서 그런지 보다 한적하고 조용한데, 소살리토보다 더 부유한 마을이다. 주말에 가면 다운타운 근처에 바다 위를 하얗게 메꾼 요트들을 볼 수 있다.

티뷰론 Tiburon 마을을 하늘에서 본 것 (출처: Flickr)

티뷰론을 천천히 한 바퀴 돌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마찬가지로 집들을 구경하면 재미있는데, 주말에 가면 오픈하우스 (팔려고 내놓은 집을 공개하는 것) 하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샌프란에서 더 멀지만 집값은 소살리토보다 더 비싸다. 이 곳에는 무려 100억원이 넘는 집도 있다. 해안에 위치한 어떤 집 안에 들어가서 본 적이 있는데, 집집마다 뒷마당에 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다. 보트를 타면 금방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도착할테니, 거기 살면서 보트로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영화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에 보면, 마지막 장면에 침펜지들이 탈출하여 나무가 가득한 자연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나무 중 하나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를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Muir Woods이다. 높고 곧게 뻗은 레드우드 나무가 가득한 숲인데, 들어가면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소살리토와 티뷰론 사이 정도에 있으니 같이 묶어서 여행해도 좋다. 하지만, 하이킹을 제대로 하려면 일정을 따로 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주말에 워낙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주차를 굉장히 멀리에 하고 걸어들어가야 한다.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출처: Fluidr.com)

사실, 레드우드 나무는 캘리포니아 북쪽에 매우 흔해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5. 하프문 베이(Half Moon Bay)의 리츠칼튼 호텔

고급스러우면서 아름다운 곳. 하프문 베이 자체도 예쁘지만, 여기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이 정말 좋다. 골프장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내는데, 여기 레스토랑이 분위기도 좋으면서 맛이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은 호텔 코트야드인데, 여기서 바다를 보며 칵테일 한 잔을 하면 좋다. 요청하면 담요를 주고, 군데 군데 난로(?)가 있어 바닷 바람이 다소 차가워도 괜찮다.

하프문 베이 리츠칼튼 호텔 (출처: Oyster.com)

6. 스탠포드 대학과 팔로 알토 유니버시티 거리 (University Avenue)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이 아름답다는 것은 굳이 여기에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미국 동부와 유럽, 중국 등의 다양한 캠퍼스를 많이 방문해 보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본 중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최고였다. 2004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중해의 리조트에 있는 느낌이었다. 캠퍼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공부에 과연 집중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막상 그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캠퍼스를 감상할 틈도 없는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 앞의 유니버시티 거리(University Avenue)는 언제 가도 참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워낙 자주 가기 때문에 주요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다 한 번씩 가본 것 같다. 사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만남의 장으로 알려진 유니버시티 카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 가게인 플루토스(Pluto’s)도 있고, 몇달 전 오픈한 파리바게뜨도 있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무엇보다, 이 곳에는 Palantir Technologies, Survey Monkey, Waze, Quora, Shazam, TuneIn, Flipboard, Ning등 수많은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 렌트비가 무척 비싸다. 페이스북도 처음에 이 곳에서 시작했다.

팔로 알토 다운타운, 유니버시티 거리. 어느 토요일 오후에 찍은 사진.

7. 타말파이스 주립 공원(Mt. Tamalpais State Park), 스틴슨 비치(Stinson Beach), 토말레스 베이 오이스터 농장 (Tomales Bay Oyster Company)

이 동네에 산이 많아 하이킹을 종종 하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타말파이스 산이다. 이곳은 산악자전거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틴슨 해변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면서 차츰 절경을 볼 수 있다. 이 산은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끼는데, 그래서 더 신선하고 좋다. 정상은 약 2571피트 (783미터)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스틴슨 비치는 이 산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따뜻한 해변이라 그런지 주말에 사람이 꽤 많다.

스틴슨 비치 (Stinson Beach). Tamalpais 산에 올라가면서 보면 더 멋지다. (출처: Wikipedia)

여기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의 토말레스 베이에는 굴 농장이 있다. 사람들과 몇 번 갔었는데, 정말 굴을 실컷 먹을 수 있다. 무시무시할만큼 큰 굴 50개가 75달러인데 이거면 8명이 가서도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굴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그 외

주요 여행지 7곳을 뽑았지만, 그 외에도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Big Basin State Park: 여기에도 레드우드 나무가 정말 많다. 수천년동안 그대로 유지해온 듯한 숲이다. 여기 캠프사이트도 정말 잘 되어 있다.
  2. Portola State Park: Big Basin 옆에 있는데, 여기도 레드우드 나무로 가득하며, 캠프사이트도 잘 되어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하이킹하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게 깨져있는 수많은 바위를 봤다. 풍화로 인해 바위가 이미 깨져 있었는데, 아무도 그 곳을 지나다니지 않다 보니 금이 가서 깨진 채로 그대로 있는 것이다. 이 바위를 발로 차거나밟으면 산산조각이 난다. ‘바윗돌 깨뜨려 자갈돌’이 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곳. 🙂
  3. Lake Merced Park: 샌프란시스코 서쪽에 있는 공원이다. 여기 골프장이 분위기가 좋다.
  4. Pacifica: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해변 마을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Taco Bell은 해변에 위치해 있어 미국 전체 프렌차이즈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한다.
  5. Gilroy: 큰 아웃렛이 있어 쇼핑하기 좋은 곳. LA 아웃렛 만큼 명품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브랜드가 많이 있어 그럭저럭 괜찮다.
  6. Chabot Regional Park / Campground: 호수가에 위치한 공원인데, 하이킹 코스도 잘 되어 있고, 캠핑도 가능하며, 호수가 꽤 커서 카약을 빌려서 타면 좋다.
  7. Battery Spencer: 금문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금문교 끝자락에 위치한 커다란 주차장에서 감상하지만, 이 곳에 오면 훨씬 가까이, 그리고 더 생생하게 금문교를 볼 수 있다. 근처의 마린 헤드랜드 (Marine Headlands)도 자연이 잘 보존된 아주 멋진 곳이다.
  8. Napa Valley: 너무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필요 없다.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예쁜 와이너리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한 모금씩 하다 보면 와인에 취하고 자연에 취한다.
  9. Tilden Regional Park: 버클리대 뒤쪽 언덕 위의 공원이다. 얼마 전에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한 친구가 있어서 처음 가봤는데,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았다.
  10. Mount Diablo State Park: 1,178m로, Bay Area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하이킹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11. Lick Observatory: 산호세 뒤쪽 Hamilton 산 위에 있는 천문대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올라가면 산호세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할 말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Pier 39은 사실 그다지 볼 게 없는, 지극히 상업적인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갈 일이 거의 없는 곳이고,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며, 근처엔 질 낮은 기념품 가게들로 가득하다. 전에, 이 곳 근처에서 오랫동안 관광 사업을 하신 분을 만나 들은 이야기인데, Pier 39 마리나 및 근처 대부분의 상점들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며, 조그마한 상점 하나 렌트비가 한 달에 무려 2만 5천달러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Pier39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2006년에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Warren Simons라는 사업가이다(). 그는 Chevy’s라는 성공적인 멕시칸 레스토랑의 창업자로도 알려져 있다.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파일럿으로 일하다가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는데, Pier 39에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결심하고 5년간 상인들과 공무원들을 설득한 후에 1978년에 처음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그곳이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는 관광 책자에 다 들어가 있으니 ‘사업 대박’이 난 셈이다. 지금은 그 회사가 Pier 39 Partnership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매일 관광책을 보고 찾아오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 덕분에 불황을 모르고 돈 방석 위에 앉아 있다.

고시 제도 단상(斷想)

최근 몇 달동안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학교 생활 중에 시간을 내어, 또는 회사 휴가를 내고 실리콘밸리에 온 만큼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익숙하던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후배들이었다.

주변의 친구나 후배들이 고시에 너무 몰입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고시가 참 유행이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 6층 열람실을 줄여 “중도 5열”, “중도 6열”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후끈한 기운과 함께 ‘고시 냄새’가 나곤 했다. 서울대 도서관 중 외부인에게 공개된 곳이기 때문에 더한 것도 있겠지만, 그 중 90%쯤은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고시 공부를 하느라 거기에 앉아 있었다. 아침 8시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꺼운 헌법, 민법 책을 펼쳐들고 공부하다가 점심에는 학생 회관에 걸어가서 1200원짜리 밥을 사 먹고, 고시 공부하는 다른 형들과 함께 ‘팩차기’를 30분동안 한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오고, 저녁에는 1800원짜리 밥을 사먹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와서 공부를 더 하다가 11시에 집에 가곤 했다. 6개월이 채 안가 결국 시험도 보지 않고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공부 덕분에 ‘채권자취소권’, ‘가액 반환’, ‘사해 행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분묘기지권’, ‘대물변제’ 등 희안한 법률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쉬운 말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법을 쓰면 좋은데 굳이 왜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말로, 그것도 문장을 끊지 않고 길게 이어 이해하기 어렵게 법률을 작성해 놓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미국 헌법을 보면 표현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써놓았다.)

행정고시 사랑 카페에 가보면 무려 14만명이 가입해 있다. 한편, 신림동 고시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로스쿨 등의 도입으로 예전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고시 열풍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졸업’해서 고시촌을 빠져나가지만, 다른 일부는 그 곳에서 수년, 심지어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2009년 당시의 고시촌의 모습을 묘사한 몇 개의 글을 찾았다. 50회 사법 시험을 합격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화평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들이다.

다음은 ‘고시촌 장수생의 비애’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도 고시 공부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기에, 이 표현히 참 공감이 된다.

어느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야.내가 거의 3일정도를 아무말도 안하고 지난거 같더라.정말 다시한번 생각보니까 맞는거야.하기야 뭐 하루종일 고시원에 처박혀 있으니까 정말 말없이 지내게 되는거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때도 혼자 식권내고 그냥 먹으면 되고.또 고시원에 와서 책보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꼭 무인도에 같혀 버린 로빈슨 크루스가 되어버린거 같은거야……이러다 정말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나라 말을 잊어버릴꺼 같더라고….가끔가다 정말 단어가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생각이 안나는거야…참 환장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벽보면서 혼자 대화해 우리말 안까먹으려고……..어떤놈이 보면 고시공부오래 해서 미쳤다고 하겠지….하하……….

이러한 고시촌의 모습, 미국에서는 참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소위 ‘고시 학원’ 같은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면 되고, 회계사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 된다. 국가 공무원이 되려면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들어가면 된다. 물론 BAR Exam 등 최종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시와 같이 몇 년이 걸리는 형태는 아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시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 특수하게 자리잡은 형태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 문과 선비를 뽑는 ‘급제’ 제도에서 유래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왜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시가 인기일까?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생각을 해 봤다.

첫째, 고등학교 시절의 성공 여부는 오직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즉 ‘공부’라는 잣대를 통해서만 결정되고, 많은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익숙한 채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교는 또 다른 경쟁의 터전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공부’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길이니까. 그리고 공부라는 경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둘째,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원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한 나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고, 그런 회의감이 생기면 수능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난, 고등학교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일부러 생각을 안했다. 공부에 방해만 되니까. 일단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고민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셋째,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또 복병이 있다.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이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고 찾아지지는 않는다. 뭔가 ‘해봐야’ 자신의 성격에 맞는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해 볼’시간도 없이 유럽 배낭 여행 갔다 오고 나서 군대에 갔다 오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리고 나서 많은 남자들이 택하게 되는 길은 ‘고시’이다. 언론 고시, 행정 고시, 사법 고시, 의사 고시,..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선택이고 길일 수 있다. 사법 고시에 합격해서 판사로 일하는 너무나 훌륭한 고등학교 친구와 후배들이 있고, 고급 공무원, 회계사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선배, 후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고시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위적 제한으로 인한 인위적 매력”

온갖 고시와 자격증은 결국 이미 그러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제한의 결과이다. 소위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에 의해 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제한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관문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싶어한다.

흰색 티셔츠를 200개 인쇄하고, 파란색 티셔츠를 하나 인쇄한 후 ‘한정 판매’라고 붙인 후에 이 티셔츠를 경매에 붙이니, 파란색 티셔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뭔가 ‘한정’해두면 가치가 높아 보이는 법이다. 고시는 그런 한정 판매가 아닐까?

다행하게도, 고시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7년까지 사법고시가 사라질 예정이고, 2014년까지 외무고시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민간경력자’들이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인위적인 제한도 점차 풀리고 있다.

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의 직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항상 자기 앞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민사 문제든 형사 문제든 항상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범죄를 저질러서 잡혀 온 사람 중 자신의 죄를 바로 자백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작아보이게 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성격이 악하거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의 결과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제서야 시인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해서, 즉, 진실을 말한 이후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도 같은 상황에 닥치면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누구든지 죄가 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자 그 여인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법복을 입고 가운데에 앉아 “피고인은 죄질이 안좋으므로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판사가 하는 전체 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 위에 한 가득 쌓인 서류를 검토하는 데에 쓰인다.

변호사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 마찬가지로 위에서 소개한 블로그에 아주 사실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바로 위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을 위해 최후변론을 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더욱 웅성거렸고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최후변론을 마쳤다. 재판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변호사님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냐며” 고함을 쳤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는 법정경위와 피고인과 함께 온 교도관들의 경호??를 받으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 나왔다.

다시 나는 오후 5시에 잡힌 수원재판을 하러 차에 몸을 실었다. 이미 난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운전을 하며 나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일까?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를 생각했다….머리속이 복잡….아니 미로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수원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 사건 다소 논리적을 빈약한 주장을 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 변호사로서 과연 이런 주장을 해도 되는 것일까…하는 그런 낯뜨거운 사건이랄까.

공인회계사의 경우, 하는 일의 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회계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기업 회계 장부의 사실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계사는 적성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 Earnst & Young의 CPA로 일하다가 현재는 Nika Water라는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Jeff Church의 스탠포드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CPA를 다음과 같이 우스개 소리로 표현했다.

I spent 4 years in public accounting, Earnst & Young. I really learned what CPA means. It means Cut, Paste, and Attach. (저는 4년동안 Earns & Young의 공인 회계사로 일했어요. CPA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죠. 결국 자르고(Cut), 붙이고(Paste), 첨부하는(Attach) 일이에요.)

한편, 고위 공무원의 생활은 어떨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부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MBA에 진학하고 얼마 전에 에버노트에서 여름 인턴십을 마친 백산씨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의 일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면 좋은 점은 뭔지, 어떤 일이 하며 하루를 보내고 무엇이 힘이 드는지 궁금하신 분은 백산씨의 블로그, 특히 ‘한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평범한 하루 비교‘ 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무원, 회계사, 판사, 변호사,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직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직업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혹시 고시라는 제도가 야기한 인위적 제한 때문에 직업의 단점에 비해 장점이 너무 커보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당시 나에겐, 표면 가치가 분명 실질 가치보다 커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