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동안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학교 생활 중에 시간을 내어, 또는 회사 휴가를 내고 실리콘밸리에 온 만큼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익숙하던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후배들이었다.
주변의 친구나 후배들이 고시에 너무 몰입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고시가 참 유행이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 6층 열람실을 줄여 “중도 5열”, “중도 6열”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후끈한 기운과 함께 ‘고시 냄새’가 나곤 했다. 서울대 도서관 중 외부인에게 공개된 곳이기 때문에 더한 것도 있겠지만, 그 중 90%쯤은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고시 공부를 하느라 거기에 앉아 있었다. 아침 8시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꺼운 헌법, 민법 책을 펼쳐들고 공부하다가 점심에는 학생 회관에 걸어가서 1200원짜리 밥을 사 먹고, 고시 공부하는 다른 형들과 함께 ‘팩차기’를 30분동안 한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오고, 저녁에는 1800원짜리 밥을 사먹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와서 공부를 더 하다가 11시에 집에 가곤 했다. 6개월이 채 안가 결국 시험도 보지 않고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공부 덕분에 ‘채권자취소권’, ‘가액 반환’, ‘사해 행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분묘기지권’, ‘대물변제’ 등 희안한 법률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쉬운 말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법을 쓰면 좋은데 굳이 왜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말로, 그것도 문장을 끊지 않고 길게 이어 이해하기 어렵게 법률을 작성해 놓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미국 헌법을 보면 표현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써놓았다.)
행정고시 사랑 카페에 가보면 무려 14만명이 가입해 있다. 한편, 신림동 고시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로스쿨 등의 도입으로 예전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고시 열풍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졸업’해서 고시촌을 빠져나가지만, 다른 일부는 그 곳에서 수년, 심지어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2009년 당시의 고시촌의 모습을 묘사한 몇 개의 글을 찾았다. 50회 사법 시험을 합격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화평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들이다.
다음은 ‘고시촌 장수생의 비애’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도 고시 공부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기에, 이 표현히 참 공감이 된다.
어느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야.내가 거의 3일정도를 아무말도 안하고 지난거 같더라.정말 다시한번 생각보니까 맞는거야.하기야 뭐 하루종일 고시원에 처박혀 있으니까 정말 말없이 지내게 되는거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때도 혼자 식권내고 그냥 먹으면 되고.또 고시원에 와서 책보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꼭 무인도에 같혀 버린 로빈슨 크루스가 되어버린거 같은거야……이러다 정말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나라 말을 잊어버릴꺼 같더라고….가끔가다 정말 단어가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생각이 안나는거야…참 환장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벽보면서 혼자 대화해 우리말 안까먹으려고……..어떤놈이 보면 고시공부오래 해서 미쳤다고 하겠지….하하……….
이러한 고시촌의 모습, 미국에서는 참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소위 ‘고시 학원’ 같은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면 되고, 회계사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 된다. 국가 공무원이 되려면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들어가면 된다. 물론 BAR Exam 등 최종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시와 같이 몇 년이 걸리는 형태는 아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시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 특수하게 자리잡은 형태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 문과 선비를 뽑는 ‘급제’ 제도에서 유래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왜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시가 인기일까?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생각을 해 봤다.
첫째, 고등학교 시절의 성공 여부는 오직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즉 ‘공부’라는 잣대를 통해서만 결정되고, 많은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익숙한 채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교는 또 다른 경쟁의 터전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공부’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길이니까. 그리고 공부라는 경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둘째,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원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한 나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고, 그런 회의감이 생기면 수능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난, 고등학교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일부러 생각을 안했다. 공부에 방해만 되니까. 일단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고민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셋째,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또 복병이 있다.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이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고 찾아지지는 않는다. 뭔가 ‘해봐야’ 자신의 성격에 맞는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해 볼’시간도 없이 유럽 배낭 여행 갔다 오고 나서 군대에 갔다 오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리고 나서 많은 남자들이 택하게 되는 길은 ‘고시’이다. 언론 고시, 행정 고시, 사법 고시, 의사 고시,..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선택이고 길일 수 있다. 사법 고시에 합격해서 판사로 일하는 너무나 훌륭한 고등학교 친구와 후배들이 있고, 고급 공무원, 회계사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선배, 후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고시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위적 제한으로 인한 인위적 매력”
온갖 고시와 자격증은 결국 이미 그러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제한의 결과이다. 소위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에 의해 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제한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관문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싶어한다.
흰색 티셔츠를 200개 인쇄하고, 파란색 티셔츠를 하나 인쇄한 후 ‘한정 판매’라고 붙인 후에 이 티셔츠를 경매에 붙이니, 파란색 티셔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뭔가 ‘한정’해두면 가치가 높아 보이는 법이다. 고시는 그런 한정 판매가 아닐까?
다행하게도, 고시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7년까지 사법고시가 사라질 예정이고, 2014년까지 외무고시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민간경력자’들이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인위적인 제한도 점차 풀리고 있다.
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의 직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항상 자기 앞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민사 문제든 형사 문제든 항상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범죄를 저질러서 잡혀 온 사람 중 자신의 죄를 바로 자백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작아보이게 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성격이 악하거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의 결과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제서야 시인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해서, 즉, 진실을 말한 이후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도 같은 상황에 닥치면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누구든지 죄가 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자 그 여인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법복을 입고 가운데에 앉아 “피고인은 죄질이 안좋으므로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판사가 하는 전체 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 위에 한 가득 쌓인 서류를 검토하는 데에 쓰인다.
변호사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 마찬가지로 위에서 소개한 블로그에 아주 사실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바로 위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을 위해 최후변론을 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더욱 웅성거렸고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최후변론을 마쳤다. 재판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변호사님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냐며” 고함을 쳤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는 법정경위와 피고인과 함께 온 교도관들의 경호??를 받으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 나왔다.
다시 나는 오후 5시에 잡힌 수원재판을 하러 차에 몸을 실었다. 이미 난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운전을 하며 나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일까?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를 생각했다….머리속이 복잡….아니 미로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수원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 사건 다소 논리적을 빈약한 주장을 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 변호사로서 과연 이런 주장을 해도 되는 것일까…하는 그런 낯뜨거운 사건이랄까.
공인회계사의 경우, 하는 일의 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회계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기업 회계 장부의 사실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계사는 적성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 Earnst & Young의 CPA로 일하다가 현재는 Nika Water라는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Jeff Church의 스탠포드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CPA를 다음과 같이 우스개 소리로 표현했다.
I spent 4 years in public accounting, Earnst & Young. I really learned what CPA means. It means Cut, Paste, and Attach. (저는 4년동안 Earns & Young의 공인 회계사로 일했어요. CPA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죠. 결국 자르고(Cut), 붙이고(Paste), 첨부하는(Attach) 일이에요.)
한편, 고위 공무원의 생활은 어떨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부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MBA에 진학하고 얼마 전에 에버노트에서 여름 인턴십을 마친 백산씨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의 일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면 좋은 점은 뭔지, 어떤 일이 하며 하루를 보내고 무엇이 힘이 드는지 궁금하신 분은 백산씨의 블로그, 특히 ‘한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평범한 하루 비교‘ 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무원, 회계사, 판사, 변호사,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직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직업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혹시 고시라는 제도가 야기한 인위적 제한 때문에 직업의 단점에 비해 장점이 너무 커보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당시 나에겐, 표면 가치가 분명 실질 가치보다 커보였으니까.
I chuckled at “Cut, Paste, and Attach.” lol
이 포스팅 보고 간만에 학부만 길게 8년 다니면서 내 인생 뭘 하면서 살까 고민했던 게 좀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결과 student loan debt은 좀 늘었지만, 적어도 지금 갖고 있는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어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한 때 accounting 쪽을 기웃거리기도 했는데, 컴퓨터 앞에서 journal entry 만 하루종일 하고 있는 직원들 보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암튼 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Anthony님, 의견 감사합니다. 지금 직업에 만족하고 계시다니 그게 최고네요. Accounting은 나중에 사업하거나 투자자가 될 때 좋은 백그라운드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적성에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미국 CPA보다 한국 CPA가 훨씬 합격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CPA로서 나중에 하게 될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시험을 어렵게 만든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 주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많이 아끼게 됩니다.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거 여기 적어봤어요. 좋은 글 감사해요 성문이형. http://sanbaek.com/2012/04/15/mentorship-gosi/
Thank you! 절절이 공감됨: “고시 – 어렵다. 될 확률 높지 않다. 가장 안정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역설적으로 가장 Risky한 선택일 수 있다. 단기간의 (은퇴전까지의) 안정성은 줄지 모른다. 그러나 대단한걸 바랬다면 후회할 공산이 크다. “
잘 읽었습니다. 조성문님 블로그 매번 포스팅 열심히 읽다가 처음으로 코멘트 남겨보네요.
분명 고시제도로 인한 안좋은 점도 있는것 같은데
유명 로스쿨, 메디컬 스쿨과 같은 곳은 학비가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흔히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고시’라는 제도가 ‘순수한 인간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문대학원의 등장으로 소위 말하는 ‘있는 집 자식’만 들어간다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전문대학원 재학 중에 물론 학비대출 받을 수 있지만 졸업과 동시에 전원취직이라는 말도 옛말입니다. 전문 ‘변호사’, ‘의사’ 자격증이 있어도 취직을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현실이고요.
이런 전문대학원 시스템이 무조건적으로 옳은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의구스럽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고시도 젊은이들의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전문대학원과 고시 각각의 일장일단이 있는것 같네요.
저는 전문대학원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미국의 법제와 한국의 법제는 많이 다른걸로 알고있습니다. 한국은 ‘독일->일본->한국’을 거쳐 아주 세세하고 범위가 넓게 법체계가 뿌리잡혀 있지만, 미국 법제는 한국만큼은 아니고 간결하게 조항을 기술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또 배심원제 같은 다른 부분도 있을거고요.
이런 점이 있으니 법률 용어도 최대한 상세하고 자세하게 상황을 기술하겠거니 생각합니다.
매번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번에도 재미있는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Leon k –
아 물론 글의 포커스가 시험에 올인하는 행태에 대한 의문을 던지시는건 아는데…..
전문대학원 부분은 이런 면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그랬네요.
Leon님, 의견 감사합니다. 전문대학원 학비가 너무 비싸서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방향이 옳다고 봅니다. 전문대학원이 옳다는게 아니라, 자유 시장 경제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는 뜻입니다. 물론 전문대학원의 정원 수라든지 설립 요건 등에도 규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시와 같이 극도로 제한을 해 놓는 것이 아니므로 시장의 수요에 따라 숫자를 조절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봅니다.
“학비가 비싸 돈 있는 집에서만 전문대학원을 가면 어쩌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씀하신대로 학비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고, 장학금을 노리는 방법도 있을겁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로스쿨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1000만원 정도, 즉 1년에 2000만원 정도 되는거네요. 이게 그렇게 높은 가격인가요? 아르바이트하거나 회사 몇 년 다니고, 부모님한테 약간 빌려서 학비 마련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 ‘법무부 블로그’에 잘 설명이 되어 있네요: http://blog.daum.net/mojjustice/8704714
법률 용어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백그라운드를 잘 모릅니다.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예전에 법 공부하면서 왜 굳이 말을 어렵게 써놨는지에 대해 불만이 있었습니다. 😉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려던 얘기를 윗분이 거의 다 해주셨는데… 미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법체계가 다른데다가.. 한국민법과 미국헌법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미국 헌법을 미교하면 우리 헌법이 특별히 문장이 복잡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법조계에서 쓰는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쓴다는 문제는 저도 공감합니다. 헌법 밑의 법률 단계에서 보면 우리 나라 법 체계가 훨씬 간결해보이더군요. 우리 나라는 ~~법, ~~에 관한 법률 이렇게 단순한데 미국은 code니 regulation이니.. 또 연방법 주법 나뉘고.. 무척 복잡하더라고요..
미국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보다 되기 쉬운 대신에 평균적인 대우는 훨씬 낮지요. 이건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다만 판사를 예로 들면,, 수가 매우 한정될 수 밖에 없으니 되기 어려운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데,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고.. 미국은… 어떻게 해야 판사 될 수 있나요? 아무도 모르죠… 판사 임용은 공정한가요? 아무도 모르죠..
사법시험 없애고 로스쿨 도입하면 경쟁이 없어지나요? 사법시험 합격을 위한 경쟁이 로스쿨 입학을 위한 경쟁으로 바뀔 뿐이죠. 외무고시와 외교아카데미도 똑같고요. 다만 고시는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지만, 로스쿨 학비 비싼 것 유명하고 외교아카데미 이런 것들은 벌써부터 ‘음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에 대해서 너무 환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서요..
의견 감사드립니다. 로스쿨 도입하고 외교 아카데미 도입해도 경쟁은 여전히 있겠지요. 그렇지만 고시만큼 비정상적으로 숫자를 제한하지는 못할겁니다. 그리고 고시가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니 고시도 돈이 꽤 듭니다. 지금 고시 공부하고 있는 분들 원룸, 학원, 책값 등으로 꽤 많은 돈을 쓰고 있을걸요. 음서제 비판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위적 제한을 없애서 생기는 이점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저도 수능 고시 이런거에 대해서 뭔가 이상하다고, 찜찜한것을갖고있었는데 글로잘정리해주셔서 뻥뚤리는 기분입니다.
제생각엔 고시시는 아주 확률낮은 도박인것 같네요.
흑흑
많이 공감됩니다. 저는 외고를 나왔는데, 고등학교때 저희 과 100명중에서 15명이 서울법대를 갔습니다. 놀라운 숫자입니다. 저는 다행히(?) 그 친구들보다 공부를 못했기에 경영학과를 갔습니다. 분명 그만큼 공부를 잘했다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법대를 썼겠죠. 그 15명의 친구중에서 절반이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고, 나머지 절반은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합격하지 못한 나머지 절반의 친구중에는 저의 절친이 있고, 그 친구는 제가 고등학교때까지의 짧은 인생에서 본 가장 총명한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full potential 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에서 하나가 고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고시병의 원인은 글에서 언급하신 ‘고등학교때부터 공부만 할 줄 아는 관성’에 있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교육이 결국 대학교육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인사이트를 얻고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mbablogger님이시군요! 저 역시 외고를 나왔고, 비슷한 ‘가장 총명한 친구’가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요. 보통 뭔가 하다가 실패하면 배우는 게 있고 그걸 leverage해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고시만큼은 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정말 큰 장애물이 되죠.
20대 중반에 3년 정도를 사시 공부에 투입하고 일단은 합격하고 변호사생활 4년차에 접어든 사람입니다. 시험 준비 동기가 명예나 높은 보수를 고려한 것이라기 보다 대학 4년간 전공을 살릴 필요성이 있고 여성으로서 떳떳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고민끝에 한 공부이고, 또 현재 팍팍한 청년 변호사 생활을 하다보니 성문님의 글이 크게 와 닿습니다.
운좋게 합격해 오랜 기간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3년 동안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지옥과 천국을 경험하게 만드는 이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변시 1기 변호사들(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나온 최근 들어 더더욱 증폭하게 됩니다. 사시와 다른 경로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을 보면서 전 많은 시간과 경험을 포기하면서 얻게 된 이 자격증이 변시 출신 변호사들과 달리 과연 나를 경쟁력이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네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및 운영을 현대판 음서제니 하는 말 많고 탈 많은 이야기들은 제쳐두고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저런 제도가 우리 때 있었다면 적어도 내 꿈과 계획을 실현하는데 있어 좀 더 예측가능하고 밀도있게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대학원 준비를 위한 기간, 대학원 3년의 기간 그리고 자격증 취득과 실무에 투입되는 시간이 합격의 불확실성에 목숨을 걸고 언제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고민하던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의미있게 보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더이상 많은 꿈많은 청년들이 세상과 절연하며 공부하다 돌연 합격이라는 걸 얻어서 많은 걸 얻게 되는 구조보다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아 한 단계씩 성장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제도가 사회에 정착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면에서 성문님의 고시열풍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져 있는 글에 저도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되어 두서 없지만 댓글을 달아 봅니다.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과 절연하며 공부하다 돌연 합격이라는 걸 얻어서 많은 걸 얻게 되는 구조’라는 말 참 와닿네요. 정말, 고시 합격하려면 몇 년간 세상과 절연해야죠. 사업고시 합격하고 나서도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세상과 단절되어 살게 되지 않나요?
결국 ‘좋은 변호사’란 정의가 무엇인가,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암기 능력이 좋은 변호사의 자질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상 아무런 소개 없이 CPA가 장차 스타트업을 하는 데에 질문을 드렸던 학생입니다. 무례없이 보내서 트윗을 보내자마자 좀 더 생각하고 보낼껄..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시간내서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많은 경험을 아직 해야할 시기인 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도만 놓고 볼때는 고시보다는 로스쿨이 더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인데 현재 로스쿨제도를 보면 아직은 문제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로스쿨 도입 취지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뽑는다는건데 지금 입시를 보면 나이가 어린 것을 선호하더라구요. 회사에서 몇년 경력쌓고 나이들어 오면 잘 안뽑아줍니다.(나이 많아도 뽑힌 사람들 보면 대부분 변리사, 회계사 등등의 고시수준의 자격증 소지가 입니다).
그리고 로스쿨 입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오히려 시험성적보다 학부출신이 중요하더군요. 통계를 보더라도 대부분 로스쿨이 서울연고대로 채우고 있습니다. (가끔 지방대라고 뽑힌 사람들도 보면 카이스트, 포항공대). 입시에서도 부모님 직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왜 부모형제 관등성명까지 적어야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로스쿨이 도입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몰라도 커리큘럼이 법대학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결국 법대교수들이 로스쿨교수로 이름만 바뀌다 보니 전에 하던대로 그대로 가르칠 수 밖에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오히려 학벌주의가 더 심해졌습니다. 대형로펌 취업을 보면 서울연고대 로스쿨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얼마전 로펌인턴을 보면 15명중 서울연고대로스쿨이 13명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새로 도입한 제도이기도 하고,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로스쿨 입시 학원이나 고시 학원이나 비슷해질 수도 있고, 기존에 고시로 변호사가 된 사람들의 텃세도 있을 것 같구요.
많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시여기는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학부 4년 동안 적성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여겨지는데, 이상적으로는 이것 저것 체험해보고 자신한테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고시에 합격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면 고시가 누군가에겐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거구요. 저도 마음같아서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선택하고 싶은데, 나이를 먹고 나면 그만큼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는데 장벽이 커진다는 점이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