눔(Noom) 다이어트 코치 한국 진출, 그리고 정세주 대표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09년 11월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픈 모바일 서밋(Open Mobile Summit)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된 시기였고, 아이폰 앱스토어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앞으로의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우리 회사에서 스폰서를 한 덕분에 티켓이 생겨 이 행사에 참석했다. AT&T, 스프린트 등의 이통사에서 임원들이 나와 향후 전략을 이야기했고, 한국에서는 LG 전자를 대표해 최진성 현 SKT 기술전략실장이 스피커로 참석했었다. 앞으로 위치 정보를 비롯한 고객 정보를 이동통신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등을 이야기하는 한 세션에 참석했는데, 세션이 끝날 즈음 뒤에 앉은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자신을 전에 구글에 일했던 엔지니어라고 소개하며, 현재 건강에 관련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세션이 끝나고 나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앱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좀 보여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아직은 완성이 안 되었지만 기능은 대부분 갖추었다며 보여주었다. 당시엔 아직 인기가 많지 않았던 안드로이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손에 받아 이것 저것 눌러보며 살펴보았다. ‘카디오 트레이너‘. 조깅할 때 이 앱을 켜고 달리면 GPS로 위치를 추척해서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비교할 수 있게 해주어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는 앱이었다. 게임빌에서 있을 때 7년간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본 터라, 보자마자 관심이 갔다. 아주 괜찮아 보였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명함을 주고 받았다.

Artem Petakov (아텀 페타코프)
CTO/Founder
Worksmart Labs, Inc (주식회사 워크스마트랩)

워크스마트랩이라, 더 똑똑하게 일하는 법을 연구하는 회사? 재미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슨 기업 연구소도 아닌데 회사 이름을 왜 ‘Lab’이라고 지었을까?

집에 도착해서 컨퍼런스 때 받았던 명함을 쭉 정리하다가 Artem의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Worksmart Labs. 더 알고 싶어져 회사 웹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About Us‘ 페이지를 살펴보았다. 제일 첫 줄에 CEO로 소개된 Saeju Jeong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어랏, 한국 사람이네? 프로필을 읽어보니 홍익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고 되어 있었다.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Artem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과 함께, 정세주씨를 소개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서 링크드인(LinkedIn)에서 정세주씨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간략한 내 소개를 하며 연결을 요청했다.

불과 몇 시간만에 그로부터 답장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조성문님

먼저 찾아주시고 또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Artem과 WorkSmart를 공동 창업한 “정세주”라고 합니다. Artem이 내일 뉴욕으로 돌아오면 더 자세한 소식을 듣겠습니다만 반가운 인연입니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창업을 했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뉴욕이나 동부에 오실 일정이 있으시면 저희 연구소를 들려주세요, 요리사가 준비해주시는 음식이 제법 맛있습니다. 게임빌의 성공사례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더 넓은 길을 향해 가시는 조성문님을 더욱 알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는 멋진 연구원들을 리쿠르팅 하고 있습니다. 혹시 추천 해주실만한 분이 계시면 말씀 주십시오.
우리 연구소에서는 건강관련(피트니스, 웰니스, 무선 헬스정보망)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조언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 편히 주십시오. 모든 인연을 감사히 여기며 인재에 정성을 기울이려 노력합니다. 아래는 제 연락처 정보 입니다.
말씀 주셔서 감사하며 또 만나뵙기를 기대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뉴욕에서 정세주 올림
WorkSmart Labs, Inc.

그리고 나서 몇 번 더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마침 뉴욕에서 장기 출장중이던 김현유(미키김)씨와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소개를 했고, 또 투자를 유치중이라면 아는 투자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그리고 나도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곧 다시 답장이 왔다.

실례가 안된다면 전화상으로 제 소개를 함은 어떨런지요, 많이 바쁘신 분이라 제가 괜히 부담이 되는 질문을 하나 싶습니다만 저희의 순수한 열정을 보신 것 같아 저 또한 조성문님을 가까이 알고 지내고 싶습니다. 제 핸드폰은 000-000-0000 입니다. 이번 Open Mobile Summit 에서 Artem이 꽤나 즐거운 일들을 만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제가 픽업을 하고나면 더 자세한 소식을 듣겠습니다만 잘하면 실리콘 벨리쪽에 있는 회사와도 연계 업무가 가능해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전화로 처음 만났다. 1시간 정도 통화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국 서부와 동부에 떨어져 있기에 만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꼭 만나 이야기를 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약 한 달 뒤인 12월, 서울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난 휴가를 내어 서울의 가족을 방문하러 갔고, 그도 마침 출장으로 서울에 있을 때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무척 강한 인상을 받았다. 상대방의 말에 최대한 집중하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 하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달이 다시 지난 2010년 2월 말, 샌프란시스코의 투자자를 만나러 출장 온 그를 다시 만났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릿지 근처를 걷고, 샌프란시스코 서쪽의 Cliff House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와인과 함께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욕에 가서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출발한 이야기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추억을 자세히 듣게 된 것은 이 때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지혜를 작은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해주셨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았다.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그는 감상에 젖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지난 1월 11일, 강연 100도씨에 출연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던 그는 또 다시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세 달이 지난 2010년 5월, 이번에는 뉴욕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할렘가에 있는 한 아파트를 개조해서 쓰고 있는 사무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Artem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고, Vera, Charlie, Mark, Ketill을 만나 인사를 했다. 모두 정세주를 마음 깊이 좋아하고 신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뉴욕에서
뉴욕 워크스마트랩 사무실에서, Mark, Charlie, Saeju, & Vera. 제일 왼쪽의 마크는 장애로 인해 손발을 잘 움직이지 못하지만, 로봇 축구 챔피언십을 두 번 우승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 해 10월, 그는 나에게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나는 당연히 참여했다. 그 후, 카디오 트레이너(Cardio Trainer) Pro 버전($9.99)이 출시되며 매출이 크게 성장했고, 제품이 포브스(Forbes) 지에 언급되었고, 2010년 말에는 뉴욕타임즈에서 Top 10 안드로이드 앱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Google Health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뉴욕 첼시(Chelsea)로 사무실을 옮겼다.

2011년 4월에는 클라너 퍼킨스(KPBC)에서 투자를 받았고, 5월에는 눔 다이어트 코치(Noom Weight Loss)를 출시했으며, 출시 한 달만에 백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SBS 스페셜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취재한 방송이 나갔다. 그리고 그 해 11월, 회사 이름을 WorkSmartLabs에서 Noom으로 바꾸었다.

2012년에는  눔 다이어트 코치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한국 본격 진출을 위해 모든 컨텐트의 한글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퀄컴 벤처스, 하버 퍼시픽 캐피털 등으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눔(Noom) 다이어트 코치 한글 버전이 출시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리뷰를 보니 순조로운 출발로 보인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행운을 얻었다.

눔(Noom) 다이어트 코치 안드로이드 스토어 사용자 평점
눔(Noom) 다이어트 코치 안드로이드 스토어 사용자 평점

아쉽게도 아직 아이폰 버전이 없어 나는 자주 사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이것 때문에 안드로이드 폰을 하나 사기는 했다), 그동안 내가 써본 트래킹 앱 중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카카오톡이나 모바일게임과 같이 바이럴한 제품도, 1분 후에 점수가 나오는 것처럼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제품도 아닙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참으로, 눔 다이어트 코치와 카디오 트레이너를 써보면 세심함과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청년 사업가 정세주, 그리고 그의 회사 눔(Noom)이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참고 기사

기부 문화, 선진국의 척도

wikimedia_logo얼마 전에 테크크런치에서 읽었던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다. 전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신뢰하는 정보의 원천인 위키피디아를 만든 회사 위키미디어 파운데이션(Wikimedia Foundation)이 단 9일만에 120만명으로부터 무려 $25 million (약 280억원)의 기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에는 $20 million을 모으는 데 46일이 걸렸다고 하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오직 순수한 기부액으로만 이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운데, 재미있었던 것은 이 기부 캠페인을 다섯 개의 영어권 나라 – 미국, 캐나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 에서만 벌였다는 것이다. 285개의 언어로 쓰여져 있고, 매달 세계 4억 7천 5백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데, 왜 위 다섯 개의 나라에서만 캠페인을 했을까? 위키피디아에서 영어로 된 정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이 다섯개 영미권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기부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번 캠페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작년 캠페인에 참여해서 1년동안 매달 일정액을 기부했었다. 사실 위키피디아가 나에게 주는 가치를 생각하면 너무 미미한 액수였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살면서 바뀐 것 중 하나가, 이렇게 무형의 가치에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뭔가 내가 쓰는 것에 대해 가치를 느끼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하고 싶어진다. 예전에 크리스마스에 에버노트에 찾아가서 와인을 선물했던 일처럼. 전에는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구해서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드라마나 영화도 그런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서 무료로 보곤 했는데, 지금은 넷플릭스와 훌루, 그리고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를 이용하고 있고, 이 셋 모두 월정액이나 건당 요금을 내며 쓰고 있다. 지금도 마음 먹으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음악을 공짜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쓰고 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첫째, 주변 사람들이 다들 돈을 내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있을 때나 회사에서 일할 때나, 항상 듣는 말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얼마에 샀다든지, 음악을 사서 듣고 있다든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아이튠스에서 구입했거나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이다.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서 쓰고 있거나 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팁 문화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에 처음 와서 참 귀찮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팁 문화이다 (미국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불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고 난 후 계산할 때, 발레 파킹을 하고 나서 차 문을 열어줄 때, 세차 하고 나서 키를 넘겨 받을 때,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켰을 때, 아니면 심지어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고 나서도 항상 팁을 더해 준다. 안줘도 상관은 없지만, 상대방이 기대한다는 것을 알면서 무시하면 웬지 꺼림직하고 ‘깍쟁이 아시안’ 소리를 들을까봐 팁을 항상 챙기는 편이다. 이제 익숙해지고 나니, 괜찮은 관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음식값을 다 내고 굳이 왜 또 팁을 얹어 줘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식당에서는 그 팁을 포함해야만 수익이 나기 때문에 사실은 음식 값의 일부이다. 하지만 이렇게 ‘음식값 + 세금 + 팁’으로 가격을 나누어 놓음으로서, 고객 입장에서 항상 세금을 별도로 생각하게 되고, ‘팁 = 서비스’ 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히고, 어떤 식으로든 서비스를 받으면 거기에 대해 ‘팁’이라는 형태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닐까?

셋째, 돈을 지불했을 때 그 대가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2012년 블로그 결산‘에서 워드프레스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내가 쓰는 블로그 엔진인 워드프레스는 사실 무료로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일년에 100달러 이상씩 돈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내가 돈을 내기 시작한 이후로 워드프레스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원래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블로깅 엔진이었지만, 나처럼 돈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니 제품에 투자를 해서 품질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이런 사이클을 경험하고 나니 내가 내는 돈이 아깝지가 않다.

넷째, PayPal 등 쉬운 결재 방식 덕분에 지불 과정에 마찰(friction)이 없다. 물건을 사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달리, 기부는 대개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이다. 기부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서 버튼을 눌렀는데 엑티브 엑스 깔고, 공인인증서 암호 입력하고,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하고, 휴대폰 인증 하다보면 ‘그냥 안하고 말지’하고 중간에 그만둘 수가 있는데, 페이팔을 이용하면 그런 모든 과정이 없다. 기부 액수를 정한 후 페이팔 아이디와 암호만 입력하면 즉시 지불이 된다. 아래는 위키미디어 파운데이션의 기부 페이지의 일부분이다.

위키피디아의 기부 페이지.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페이팔을 이용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기부 페이지.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페이팔을 이용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라는 글에서, 표절을 엄단하고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인정하는 문화 때문에 미국에서 M&A가 활발한 것 같다는 주장을 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점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 M&A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M&A가 가진 긍정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 이러한 M&A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무형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국민 소득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기부 문화가 선진국의 척도를 가늠하는 것이 아닐까?


업데이트 (1/17/2013): 보통 ‘기부’라고 하면 사회보장과 관련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든지 사회 약자를 돕는다든지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글에서의 ‘기부’는 그런 쪽의 의미는 아니고, 위키피디아와 같이 사람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에 대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돈을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을 안 내도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나 제약은 없지만, ‘자신이 그 서비스로 인해 가치를 얻었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마음’,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신이 나겠지요.

존 가드너의 한 단어 격언 (One-word Maxim)

백산씨의 블로그를 통해 존 가드너(John Gardner)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지난 주말에 읽어보았다. 블로그에서 번역해서 소개했던 Personal Renewal이란 글은 내용이 너무 좋아 몇몇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원문을 보냈고, How To Tell You’ve Grown Up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 번역) 역시 내용이 참 좋았는데, 책을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나 계속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것은 The Fourth Maxim(네 번째 격언)이라는 짧은 글이었다.

교육가로, 그리고 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존 가드너는 많은  글과 책을 남겼고 강연도 무척 많이 했는데, 오랜 기간동안 격언(proverbs)를 많이 모았다고 한다. 아마 글을 쓸 때나 연설할 때 많이 인용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날, 짧은 격언들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어 네 단어, 세 단어짜리 격언들을 모아봤다고 한다. 아래에 인용한다.

네 단어 격언은 주로 대조법을 사용한다.

  • Soon ripe, soon rotton (빨리 익으면 쉽게 썩는다)
  • Easy come, easy go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 Young saint, old sinner (나이가 들면 죄가 많아진다?)

세 단어 격언은 별로 없지만 아주 오래된 것들이 많다.

  • Misery loves company (불행한 사람들은 남도 불행해지길 바란다)
  • Love is blind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
  • Make haste slowly (급할수록 꼼꼼히)
  • 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

두 단어 격언도 있다.

  • Power corrupts (권력은 부패한다)
  • Tempus fugit (Time flies. 시간은 날아간다)
  • Know thyself (자신을 알라)

한 단어 격언은 없을까? 그 때부터 가드너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Health(건강), Fortune(부), Honor(영예), Veritas(진리)와 같은 좋은 단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격언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단어 하나만으로 어떤 가치 전체가 전달되어야 한다.

“서기 2500년을 사는 젊은이에게 단 한 단어만 이용해서 조언해줄 수 있다면 어떤 단어가 될까?”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 보았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꼽은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책을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도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의 단어로 교훈을 전달할 수 있다면 무슨 단어일까? Make? Inspire? Give? Trust? Lead?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단어는 다음 세 개로 좁혀졌다고 한다. 그 중 첫째는 다음 단어였다.

“Live!”

아! 이 단어를 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함축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에 담은 단어가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하는 모든 활동, 결국 “Live”를 위한 것이고, “Live”를 잘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단어에 붙은 느낌표가 색다를 느낌을 준다. 마치 ‘제대로 살아라!’고 외치는 것처럼.

두 번째는 무엇이었을까?

“Learn”

이 단어가 Top 3 중 하나로 꼽혔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난 정말 많이 공감했다. Live를 잘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Learn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모든 과정이 Learn이다. 얼마전 Bay Area K Group 정기 총회를 주최하면서 키노트 스피커로 조나단 리(Jonathan Lee)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26년동안 회사를 7개 만들고, 다른 회사에 투자하고, 지금 전체 직원 수가 600명에 달하는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금 가장 집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아닌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철학을 배우고, 심리학을 배우고, 인류학을 배우고. 얼마전에 또 뵈었던, 한국에서 과학계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한 의대 교수님은 ‘사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시더니, 사람은 ‘배우는 존재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의 목적이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함은 부인할 수 없다. 꼭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뭔가를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유명한 사람의 강연을 들으며 깨달음과 용기를 얻는 것. 그 모든 것은 결국 배움의 과정이다. 아기는 태어나서 첫 몇 달동안 소위 ‘폭풍 지식 흡입’을 한다. 어린 아이가 거의 쓸모 없을 만큼 무능력한 채로 태어나는 이유는 대뇌가 더 발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에 프로그램된대로 먹이를 찾아 해메고 포식자를 피해다니지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배운다.

가드너가 세 번째로 꼽은 것은?

“Love!”

Top 3에 충분히 들어갈 가치가 있는 단어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연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사랑. 사랑은 다른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다음은 의견이 엇갈렸다고 하는데, 가드너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선택했다.

“Think”

“Give”

“Laugh”

“Aspire”

단순한 Try  보다는 “Try for something better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어감을 주는 Aspire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이 단어가 참 정감이 간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를 것이다. 나는 첫 번째 세 단어의 순서에 공감이 가고, 그 다음에는 Aspire, Give, Think, Laugh 순으로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이 500년 후의 누군가에게 한 단어의 교훈을 전달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하겠는가?